친모 성폭행 사건 '기막힌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15 1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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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엄마를…성욕에 눈먼 패륜아들

[일요시사=사회팀] 성폭력의 완전한 사각지대는 없다. 가족 안의 누군가가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심지어는 성욕에 눈이 멀어 아들이 친모를 성폭행하는 천인공노할 범죄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27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함께 발간한 '2013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전체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8명은 여성이다.

성범죄 증가
사각지대 없다

2000년 집계된 피해자 8765명 중 6245명(71.3%)이었던 여성 피해자는 2011년 들어 전체 2만8097명 중 2만3544명(83.8%)으로 10년 새 양과 비중 모두 크게 증가했다. 이는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범죄 발생 및 신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성범죄의 완전한 사각지대는 없다. 심지어는 가족 안의 누군가가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아들이 어머니를 성폭행하는 패륜범죄도 예외는 아니다.

A씨는 20여 년간 헤어져 지내다가 3년 전 다시 만난 친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장에 올랐다. 지난 6일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오석준 부장판사)는 친어머니를 성폭행한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로 기소된 A(30·회사원)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1년 8월30일 오후 8시30분께 충남 아산시 어머니 B(52)씨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B씨를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모자지간인 A씨와 B씨는 20여 년간 헤어져 살다가 2010년부터 다시 연락하며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친어머니를 성폭행한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행으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며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두고 일각에선 '형량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었다.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징역 3년6월'은 합당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4년 전과 비교해도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의 형량은 그리 높아지지 않았다.

2010년 7월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최상열)는 친어머니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로 보이고 친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C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강간 ·강제추행 등 패륜범죄 갈수록 증가
초범 낮은 형량…어머니 눈물로 선처 호소도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C씨는 2009년 7월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던 중 처음으로 성폭행을 했다. 그리고 이듬해 1월 잠을 자고 있던 어머니를 반항하지 못하게 한 뒤 또다시 성폭행했다.

재판부는 "낳아주고 길러준 친모를 성적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삼아 두 차례 성폭행한 것은 천륜을 어긴 것"이라며 "모친이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갈 점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가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깊이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인 친모가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초범에겐 관대
재범에겐 냉엄

4년 사이 있었던 두 사건의 공통점은 ▲범행이 우발적이었고 ▲가해자(아들)에게 동종 전과가 없었으며 ▲피해자(친모)가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범행이 계획적이고 동종 전과가 있다면 형량은 어떻게 달라질까.

지난 2011년 6월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설범식)는 자신의 친어머니를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한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로 기소된 D(38)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D씨는 전자위치추적 장치 부착 20년과 치료 감호 등도 함께 명령받았다.

D씨는 2011년 1월27일 대구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서울에 있는 어머니 E(64)씨의 집에 있었다. 사건이 있던 날인 2월3일은 설날이었고 이날 오전 7시께 E씨는 아들을 위해 떡국을 끓이고 있었다.

하지만 D씨는 어머니의 집에서 어머니를 강간하기로 마음먹고 손바닥과 주먹으로 어머니의 얼굴과 머리 등을 수차례 때리고 부엌에 있는 칼을 집어든 뒤 "좋게 한 번 하자, 가만히 있으라"며 어머니를 위협했다.

E씨가 항거 불능에 이르자 아들 D씨는 어머니의 하의를 벗긴 뒤 모두 2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D씨의 폭력으로 E씨는 전치 8주의 골절 상해도 함께 입었다.

앞서 D씨는 2009년 자신의 어머니를 폭행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에 불만을 품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D씨는 어머니에게 감내할 수 없는 육체적 고통과 모성을 부정당하는 등의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인륜에 반하는 중대한 범행으로 그 죄질이 매우 무거우므로 엄중한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다만 D씨가 특정불능의 비기질성 정신병으로 인해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 있던 점과 D씨의 나이와 성행(품행), 가족관계 등 제반 양형 조건을 두루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D씨는 2004년 4월1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강간미수죄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또 출소로부터 1년4개월이 지난 2009년 6월19일 존속상해 등 혐의로 기소돼 또다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11년 1월 출소한 D씨는 3번째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1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다.

아들의 증오
가장 가까운 곳


친모 성폭행은 엄연한 범죄이자 결혼 제도와 같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금기다. 때문에 범죄 발생 빈도도 낮지만 사건이 터져도 외부로 알려지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09년 있었던 충격적인 친모 성폭행 살인 사건은 그야말로 감출 수가 없는 비극이었다.

2009년 7월22일 전북 익산경찰서는 자신의 어머니 E(40)씨를 둔기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그의 아들 조모(21)씨를 긴급체포했다.

범행 5시간 만에 자수한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살해 동기가 석연치 않음을 느낀 경찰은 죽은 E씨의 부검을 의뢰했고, 그 결과 숨진 E씨에게서 정액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을 확인했다. 경찰의 추궁이 이어지자 조씨는 "어머니를 성폭행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E씨는 이른 나이에 조씨를 출산했다. E씨 가족의 가정 형편은 좋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석공이었던 아버지는 조씨가 10살 때 암으로 숨졌고, 조씨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아닌 친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그 사이 E씨는 자주 집을 비웠다. 조씨가 11살이 될 무렵, E씨는 교통사고로 받은 보험금 7000만원을 들고 나갔다. 사건 발생 몇 달 전에는 집수리 명목으로 A씨 앞으로 300만원을 대출받았고, 이 돈을 PC방에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E씨는 주로 PC방에서 생활하며 게임에 열중했다. 2008년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함께 살던 조씨는 이런 E씨에게서 따뜻한 모정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씨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후 이벤트 회사에서 월 80만원을 받고 음향기기 기사로 일했다. 여동생이 고향을 떠난 뒤에는 밀린 공공요금 납부까지 온전히 조씨의 몫으로 남았다. 조씨에겐 기댈 구석이 어디에도 없었다. 

사건 발생 당일 조씨는 새벽 2시께 소주 2병을 마시고 돌아와 어머니 곁으로 다가갔다. 평소에도 조씨는 어머니의 팔을 베고 자는 경우가 많았다. 경찰 조사에서 조씨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안아주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조씨를 뿌리쳤다. 두 사람의 말다툼은 이내 몸싸움으로 번졌다. 순간 조씨는 E씨에게 성욕을 느꼈다. 조씨는 결국 해선 안 될 선택을 하고 말았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전북 익산시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어머니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 어머니를 강간했다는 죄책감, 자신이 신고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조씨를 엄습했다. 조씨는 어머니가 옷을 챙겨 입자 신고를 하러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봤다. 둔기를 집어 든 조씨는 망설임이 없었다. 

조씨는 화장실의 핏자국을 지우고 사체를 보일러실로 옮기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다 범행 5시간 만인 오전 8시께 자수했다. 경찰은 조씨가 범행 직후 시신을 앞마당에 묻으려고 옆집에서 삽과 수레를 빌렸던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경찰은 조씨의 진술을 인용해 "여동생과 친구에게 범행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지만 '자수를 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경찰에 붙잡힌 조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이 성욕을 채우기 위해 어머니를 성폭행한 뒤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피고인은 평생 수감 생활을 통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참회하고 교화하는 것이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이상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년 뒤 조씨는 형기 도중 세상을 떠났다. 조씨는 자신이 수감 중이던 전주시 평화동 전주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조씨는 교도소 운동장 옆 공장동 처마에서 자신의 런닝셔츠를 이용해 목을 맨 채 숨져 있었고, 이를 교도소 관계자가 발견했다. 해당 관계자는 "조씨가 운동시간에 사라져 인원점검을 하던 중 목을 맨 것을 발견했다"며 "유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친모를 강간한 패륜범의 쓸쓸한 최후였다.

강제로 덮친 후 살인까지
짐승 아들은 쓸쓸한 최후
부모에 증오범죄도 잇달아

조씨와 같은 범죄자들에겐 대개 무기징역형이 선고된다. 지난 2010년 10월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강원)는 친모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오씨는 같은 해 2월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어머니 F씨의 집에서 F씨가 '운이 없어 너 같은 애를 낳았다'는 등 평소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에 분노하던 중 어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오씨는 어린 시절부터 친척집과 복지시설 등을 전전했으며 14세 무렵에는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됐지만 F씨의 집에선 어머니와 동거남의 잦은 다툼이 있었다. 이들의 싸움을 피해 교회 등에 거주했던 오씨는 고등학교를 다니다 중퇴했으며 이후 정신분열증을 앓게 됐다.

사건 전날 오씨는 어머니를 죽여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사건 당일 새벽에 귀가해 안방에서 잠을 자던 어머니를 죽이려 했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같은 날 어머니가 잠에서 깨어 아침 식사를 차려주자 함께 식사를 한 후 어머니가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기를 기다렸다. 안방에서 인기척이 없자 오씨는 공구함에 들어 있던 망치를 들고 자고 있던 어머니의 머리를 내리쳤다.

자신의 범행 과정에서 피가 튈 것을 두려워한 오씨는 어머니의 얼굴을 이불로 덮었다. 그런데 이불 사이로 얇은 잠옷 바지를 입은 어머니의 하체가 드러나자 오씨는 곧 강간할 마음을 먹었다. F씨의 바지와 팬티가 벗겨졌고, 오씨는 잔인한 수법으로 F씨를 강간했다.

오씨는 강간 후에도 어머니가 살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려움에 빠진 오씨는 손으로 이불을 눌러 어머니를 질식사시켰다. 어머니가 죽자 오씨는 어머니의 지갑에서 신용카드 등을 꺼내 집을 나섰다.

이후 오씨는 PC방과 모텔 등을 전전하며 유흥을 즐겼다. 하지만 오씨의 도피생활은 1주일도 안돼 끝났다.

끔찍한 패륜
쓸쓸한 최후

재판부는 법정에 선 오씨에게 "어린 시절 부모가 별거를 하고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살았다는 불우한 소년시절을 겪었다고 해도 친모를 성폭행하고 죽인 다음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강취한 사건은 범행의 패륜성 및 참혹성에 비춰 엄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원심은 징역 20년을 선고했지만 특수강도강간살인의 범행에 대해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 범위가 무기징역 이상이라 사형을 선택했고 심신미약자란 점을 감안해 무기징역으로 감경했다"고 판시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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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