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주먹' 로열패밀리 폭행 잔혹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0.11 15: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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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둥이부터 담뱃불까지…회장님의 나쁜 손버릇

[일요시사=경제1팀] 호텔 지배인을 폭행한 ‘빵 회장’부터, 항공사 직원을 때린 ‘아웃도어 회장’까지. 싸구려 삼류소설에나 나올 법한 회장님들의 손찌검 파문이 연일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장지갑, 신문지가 사용되고 심지어 담뱃불까지 폭행도구로 사용됐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회장님들의 ‘폭행 잔혹사’.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기업, 존중받는 기업, 사랑받는 기업으로 다가가겠습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의 강태선 회장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이 무색하게 됐다. ‘항공사 용역 직원 폭행’ 논란에 휘말려 ‘갑(甲)의 횡포’라는 비난을 받고 있어서다.

사회공헌과 폭행
두 얼굴의 회장님

지난달 30일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강 회장이 27일 오후 3시쯤 김포공항 탑승구에서 아시아나항공 용역 직원에게 욕을 하며 신문지로 얼굴을 때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여수로 가는 오후 3시10분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던 강 회장은 비행기 출발 시간이 임박하게 도착한 탓에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임에도 무리한 탑승요구를 하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이 같은 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 회장은 당일 오후 6시 여수에서 열리는 생방송 ‘2013 슈퍼모델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오후 3시30분께 “항공사 직원이 승객에게 맞았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출동 도중 신고가 취소돼 현장에 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아시아나 항공 측은 “강 회장이 게이트 쪽에서 늦게 나왔는데 탑승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듣자 기분이 상해서 신문을 가지고 훈계 비슷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강 회장은 비행기를 타지 못했고, 현장에서 바로 사과를 했다. 해당 직원 역시 그 자리에서 사과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결국 다른 비행기편으로 여수에 도착했고 생방송 일정은 차질 없이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자 강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겸허히 받아들이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현장에서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고 약 1시간 후 재차 당사자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고 해명했다.

강태선 회장 항공사 직원 신문지 폭행 소동
“역시 갑”잊을 만하면 터지는 손찌검 사건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네티즌들은 사회공헌재단까지 출범한 강 회장의 폭행소식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랙야크 불매운동까지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실제 강 회장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인 26일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사회공헌 재단인 ‘사회복지법인 블랙야크 강태선 나눔재단’과 ‘재단법인 블랙야크 강태선 장학재단’을 출범했다.

이 사건으로 재단 설립 출연금으로 29억원을 내놓고 매년 블랙야크 이익의 2%를 출연해 100억원 이상의 사회공헌 기금을 운영하겠다는 사회공헌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앞서 지난 4월 말 강수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이 호텔 직원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강 회장은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다른 차량의 진입을 막는 자신의 차량에 이동 주차를 요구한 호텔 직원의 뺨을 장지갑으로 수차례 내리쳤다.


이 같은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프라임 베이커리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한편, 주요 납품처인 코레일로부터 납품 중단 통보를 받는 등 강 회장은 한동안 비판의 중심에 서야했다.

두 명의 강 회장 사건이 나란히 도마에 오르는 이유는 사회 고위층이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가하는 직접적인 폭력 사례이기 때문이다. 규모를 떠나 기업을 책임지는 이가 여론이 납득할 수 없는 폭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최근의 일만도 아니다.

무차별 폭행 후
한 대에 100만원

2010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인 최철원 전 M&M 대표는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맷값’을 지불한 사실이 드러나 노동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최 전 대표가 화물연대 소속 탱크로리 운전기사 유모씨를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구타한 사건을 방송했다.

화물연대 울산지부 탱크로리 지부장이었던 유씨는 2010년 10월 18일 서울 M&M 사무실에서 최 전 대표에게 알루미늄 방망이로 총 13대를 맞았다.

최 전 대표는 유씨에게 “매 한 대에 백만원”이라며 유씨를 야구방망이로 10여 대 내리치다가 “지금부터는 한 대에 300만원”이라며 3대를 더 때렸다.

이후 최 전 대표는 유씨의 입안에 두루마리 휴지를 집어넣은 뒤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당시 이 자리에는 7∼8명의 회사 간부들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최 전 대표 측은 폭행을 가한 뒤 유씨에게 서류 2장을 작성하도록 했다. 맷값 2000만원을 현장에서 수표로 바로 줬고 탱크로리 차량가격 5000만원은 통장으로 입금했다.

제작진은 최 전대표가 유씨를 때린 이유에 대해 유씨가 다니던 회사가 M&M사에 흡수 합병됐을 때 고용승계에서 제외된 것을 항의하며 SK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M&M사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운수 노동자들에게 화물연대 탈퇴와 이후 가입 금지를 고용 승계 조건으로 명시한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으나 유씨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최 전 대표의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최 전 대표는 같은 해 12월 말 상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이듬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 밖에도 이윤재 피죤 회장은 2011년 이은욱 전 피죤 사장에 대한 청부 폭행 혐의에 휘말렸다. 당시 이 회장은 광주 폭력조직 무등산파 조직원 등에게 3억원을 주고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사주했다가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이 전 사장이 해직된 뒤 회사에 해고 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회사를 비난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애인하자”
문신까지 새겨

과거 재벌2세 폭행의 대표격은 롯데가에서 나왔다. 지난 1994년 신년에 벌어진 이른바 ‘프라이드’사건이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경찰은 롯데 그룹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준호(현 푸르밀 대표)씨의 외아들 신모씨를 비롯,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이후락씨의 손자이자 제일화재해상보험 이동훈 회장의 아들 이모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운전자 한모씨를 수배했다.

끊이지 않는 재벌 2세들 추태
창업자 아들 엽기행각 구설도

이들은 1월 17일 새벽, 그랜저를 타고 도산대로를 달리다 프라이드 승용차가 끼어들자 차를 세우게 한 뒤 시비를 벌였고 프라이드 운전자가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했다. 도로변에 있던 벽돌과 화분으로 프라이드 일행의 머리를 때렸고, 프라이드에 함께 타고 있던 한 일행은 뇌출혈을 일으켜 수술을 받았다.


롯데 재벌 2세인 신씨는 이튿날 낮에 영국 런던으로 도망치려다 김포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씨의 부친인 제일화재해상보험 회장의 직업을 보험회사 직원 등으로 축소하고,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는 등 재벌 눈치 보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담뱃불로 테러를 한 재벌2세도 있었다. 1979년 7월 2일 한국시티즌공업 주식회사 이사였던 하모씨가 폭처법위반으로 구속됐다. 하 씨는 당시 단골로 사귀던 H호텔 나이트클럽 호스티스 김모양에게 애인되기를 강요하며 깨진 맥주병으로 위협하고, 김양의 하복부에 담뱃불로 자신의 성인 ‘하’자를 새긴 혐의다.

하씨는 이날 김양에게 결혼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김양이 이를 거절하자 김양의 옷을 모두 벗긴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하씨의 아버지는 기업 운영에 따른 이익을 지역사회와 사회에 환원하는 데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1965년의 평창전분을 시작으로, 한미시티즌정밀, 시그너스그룹, 한송학원, 한국리즘시계공업, 중앙상호신용금고 등의 기업을 경영하면서 100여 차례가 넘는 기부를 통해 재산 수십억 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한국 재벌은
법위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돈 있는 사람은 법이 더 이상 무섭지 않기 때문에 죄를 짓는데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야구방망이 폭행’ 사건을 보도한 <LA 타임스> 역시 한국 사회 내 재벌의 특혜를 꼬집으며 “한국 전쟁 이후 경제 성장에 대한 강박관념에 재벌이 경제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재벌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 재벌이 1960년대 군사 정권 아래에서 번성하기 시작했다며 재벌들 스스로의 자정 능력이 사라졌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돈 있는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이 대신 죄를 짓기도 하는 이른바 ‘유전유죄’의 새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부터 재벌가 사람들은 백한 불법행위임을 알면서도 스스럼없이 범법행위를 저질렀고, 그 일로 인해 그 누구도 징역형을 살지도 않았다.

물론 최근에 발생한 ‘신문지 회장’과 ‘빵 회장’ 사건이 과거 기업 총수가 법적 처벌을 받았던 사건보다 경미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사회적 분노를 사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갑을관계’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대두돼 이전보다 더 심각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이라며 “사회 고위층이 ‘반기업 정서’가 생겨나는 근본 원인을 살피고 상대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폭행 물의’강태선 회장은?

“훈장까지 받은 사람이…”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용역 직원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는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인 강 회장은 도서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경영을 하는 산악인’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유명 등산용품 기업인 블랙야크 대표인 강 회장은 1973년 24살의 젊은 나이에 서울에 국내 최초 국산 등산장비 전문점 ‘동진산악’을 열었다. 이후 엄홍길 대장을 발굴하고, 대한산악연맹 부회장을 지내는 등 35년간 산악인으로 삶을 살아왔다. 1995년 블랙야크를 론칭한 뒤에는 지난해 6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강 회장은 지난해 12월 통일기반 조성 및 자연보호 활동 등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으며, 지난 7월 국내 순수 기술로 등산의류 및 용품을 생산하고 제주도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주대에서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비영리 사회 공헌 공익 재단인 ‘블랙야크 강태선 나눔재단’과 ‘블랙야크 강태선 장학재단’을 공식 출범한 바 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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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