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염문설 여성정치인 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08 09: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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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난 총장님에게 그녀가 또 있다고?"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지난 1일 제기한 '채동욱 여성정치인 염문설'을 둘러싼 파문이 정치권에서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긴급현안질의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모 여성정치인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에 즉각 반발하며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고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김 의원이 지목한 여성 정치인은 과연 누구일까? 실체는 있는 것일까?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임모씨의 관계가 틀어졌는데 그 이유는 임모씨가 채 전 총장과 모 여성정치인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심했기 때문이라는 제보가 있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이 이 같은 발언을 하자 당장 야당 의원들은 의원석에서 "말 같은 소리를 해!" "그만해!" "양심이 있으면 그 소리 해!"라며 고함을 치고 반발했다.

메가톤급 폭로

순식간에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본회의를 방청하던 초·중학교 학생들은 김 의원의 발언이 있은 직후 인솔교사를 따라 급히 퇴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우리는 귀가 없어서 못 듣고 입이 없어서 말 안하는 것이 아니다"며 "민주당이 이 사건과 관련해 혼외아들 여부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민주당은 애초에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으면서 정쟁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발언을 둘러싼 파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고 사과에 이어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김 의원은 저질스러운 문제를 제기하면서 면책특권을 활용하고 있다.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앞에 창피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혜자 최고위원도 "어제 본회의에 있던 많은 여성의원들이 대단한 모욕감을 느꼈다"며 김 의원에게 항의했다.

정의당 김제남 원내대변인도 "국회 긴급현안질의가 김진태 의원에 의해 저질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저잣거리로 전락했다"며 "더욱이 오늘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300명이 넘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민의의 전당 국회 본회의를 관람하고 있었다. 어린 학생들이 오늘 김진태 의원의 선정적인 '카더라' 유언비어 유포를 보고 대체 무엇을 배울지 심히 걱정이다. 김진태 의원은 부끄럽지도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여러 정황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당사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그냥 모 여성정치인이라고만 표현을 했다. 어떤 국회의원인지, 전직인지, 현역인지, 어느 당 소속인지도 밝히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보자에 대해서는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밝히기 그렇다"면서도 "충분히 신빙성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히려 김 의원은 "그동안 야당은 수도 없이 이런 의혹 제기를 했다. 바로 어제도 곽상도 전 수석이 조선일보에 자료를 넘겼네, 비서실장이 누구는 날려보내야 된다고 했다는 등 근거 없는 것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여기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 그런 이야기를 한 번 한 것"이라고 반격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여성정치인이 누구인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김 의원에게 의혹을 제기한 여성정치인이 누구인지 밝힐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김 의원은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며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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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치권 주변에서는 모 여성정치인이 누구라 '카더라'는 소문만 점점 무성해 지고 있다. 일단 김 의원은 모 여성정치인이 국회의원인지, 전직인지, 현역인지, 어느 당 소속인지도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야당 소속 의원일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김 의원이 굳이 같은 새누리당 의원의 염문설을 공식적으로 제기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무부는 최근 감찰결과 발표에서 지난 2010년경 채 전 검찰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가 채 전 총장의 집무실에 찾아와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는데, 정치권에서는 채 전 총장과 임모씨의 관계가 이 무렵 틀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당시 활동하던 여성정치인이 김 의원이 지목한 여성정치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최소 재선 이상이거나 19대 이전에 당선됐었던 전직 여성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무래도 채 전 총장과 같은 법조계 출신 여성정치인이 유력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기준을 놓고 볼 때 의심 받는 A 전직 의원은 민주당 비례대표 출신으로 단아한 외모로 유명한 현직 변호사이기도 하다.

A 전 의원의 경우는 변호사 출신 18대 국회의원이라는 점 외에는 채 전 검찰총장과 별다른 연관성을 찾아보기가 힘들지만 이미 누리꾼 사이에서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면서 채 전 총장의 연관검색어로까지 등장했다.

당시에는 일반인 신분으로 채 전 총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으나 19대 국회를 통해 정치인에 입문했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B 의원이 거론된다. 변호사 출신인 B 의원의 경우는 국회에 입성한 후 여러 차례 검찰 내부의 조력자가 없다면 알 수 없는 고급정보를 바탕으로 한 폭로를 해 주목을 받아왔다. 이 같은 고급정보를 제공한 이가 채 전 총장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또 다른 여성정치인 C 의원의 경우는 과거 채 전 총장이 지휘했던 사건에서 무혐의로 풀려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의심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어떤 여성정치인은 법사위 소속으로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채 전 총장을 적극 옹호했다는 이유로, 어떤 여성정치인은 단순히 외모가 출중하다는 이유로 채 전 총장과의 염문설 주인공으로 지목됐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채 전 총장과 조금이라도 개인적인 인연이 있었던 여성정치인이라면 모두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연일 진실게임

김 의원이 자신이 지목한 여성정치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여러 여성정치인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단편적인 인연 외에는 채 전 총장과의 깊은 관계를 뒷받침할 여성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때문에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김 의원이 "그동안 야당은 수도 없이 이런 의혹 제기를 했다. 여기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 그런 이야기를 한 번 한 것"이라고 주장한 점을 들어 야당의 근거 없는 폭로전을 비판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에 불과한 발언일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고 해서 '파도남'이란 별명을 얻었던 채 전 총장은 어느새 파면 팔수록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는 '양파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씁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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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