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서청원' 친박-친무 대박격돌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07 11: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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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흔드는 손, 배후는 김무성?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 10월 재보선 화성갑에 출마하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겉보기엔 서 고문의 비리전력을 문제 삼은 소장파와 수뇌부 간의 단순한 의견대립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은 차기 당권주자 간의 파워게임이란 분석이다. 만약 10월 재보선을 통해 서 고문이 국회로 돌아온다면 새누리당은 더 큰 내홍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 고문의 복귀가 몰고 올 후폭풍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새누리당이 지난 3일 10·30 재·보선 경기 화성갑 후보로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을 최종 공천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서 고문의 공천 여부를 두고 심한 내홍을 겪어왔다. 당내 소장그룹인 김성태, 박민식, 이장우, 조해진 의원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 고문의 공천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성범죄, 뇌물, 불법정치자금 수수, 경선 부정행위 등 4대 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는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은 국민 앞에 약속한 원칙"이라며 "공천의 기준을 부인하고 특정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공천을 진행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청원 공천
청와대 지시?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서 고문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형 확정' '특정인의 명예회복' 등의 우회적 표현을 통해 서 고문을 지목했다. 서 고문은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대선 차떼기사건과 2008년 공천헌금수수사건으로 두 차례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서 고문의 공천과정에서는 한때 '청와대 개입설'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권에 나돈 청와대 개입설의 골자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서 고문을 공천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직후 "청와대에서 누구를 공천하라고 하는 건 분명하게 없다. 청와대는 당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도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올드 친박' 서청원 귀환에 불안한 세력들 
소외된 친이·비박, 김무성 중심으로 결집


그러나 홍 사무총장은 공천심사 기간 내내 중립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홍 사무총장은 후보자 면접 당일인 지난달 23일에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서 전 대표와 같은 전국적인 스코프(scope. 범위)를 가진 분이 와서 화성을 좀 키워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공천심사를 앞두고 지난 8월에는 서 고문과 홍 사무총장이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고문이 MB정권의 마지막 특별사면에 포함된 유일한 친박계 인사란 점을 들어 당시부터 이미 서 고문의 재보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박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만약 서 고문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새누리당의 역학구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 고문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6선 국회의원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승리한다면 7선 고지에 올라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함께 현역 최다선 의원이 된다.

내부 반발
김무성의 뜻?

따라서 박 대통령의 필요에 따라 하반기 국회의장이든 당대표든 여러 가지 포지션에 기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고문은 지난 2일 화성시의회에서 가진 출마선언 기자회견자리에서 '차기 당권을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당선이) 되지도 않았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서 고문이 당 안팎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10월 재보선 출마를 고집한 것은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 고문이 재보선 실시 지역이 휠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7월 재보선을 택했다면 국회 복귀과정은 훨씬 수월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2곳에서 실시되는 10월 재보선 출마를 고집한 것은 내년 5월 실시될 19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나 내년 6·4지방선거를 전후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당 대표 선거를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일까. 서 고문의 화성갑 출마로 가장 긴장하고 있는 쪽은 야당이 아닌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이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김 의원이 사실상 차기 대권행보를 시작하면서 청와대가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청원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때문에 서 고문이 화성갑 출마를 선언했을 때 기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물어본 것도 김 의원과의 차기 당권경쟁 여부였다.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리다. 임기를 채울 경우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김 의원이 당권을 차지한다면 새누리당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놓고 차기 대권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또 김 의원이 당권을 장악한다면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당내에서 김 의원에게 줄을 서려는 의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 약화로 이어져 후반기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와대가 서 고문을 통해 김 의원을 견제하려고 한다는 이야기였다.

지난 1일 새누리당 소장파 의원들이 서 고문의 공천을 정면으로 반박한 기자회견을 한 것을 놓고는 배후에 김무성 의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기자회견에 나선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친무계(친김무성계)' 의원들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김성태 의원은 친이계로 분류되지만 김 의원의 지지로 친박 이성헌 전 의원을 꺾고 서울시당위원장에 당선된 전력이 있다. 박민식 의원은 내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김무성 지원설'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조해진 의원 역시 경남 지역구 의원으로 경남의 맹주로 통하는 김 의원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서 고문의 공천을 반대했던 소장파 의원들에 대해 "본인들은 당을 위해 나섰다고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에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는가? 또 지역연고 없이 출마해 당선된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는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 고문의 공천을 막기 위해 사실상 친무계가 움직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소장파 의원들은 기자회견 직전 다른 동료의원들에게도 서 고문 공천 반대 기자회견에 동참해 할 것을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친박계도 반기
다가오는 결전

박민식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의원들이 시간적인 이유나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어제 동참을 많이 못했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저희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실제 여러 의원들과도 접촉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친무계를 뚜렷하게 세력화하려고 시도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다만 친무계로의 이동을 타진하고 있는 의원들도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안돼 공개적으로 김 의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공천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한 인사는 고작 4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재 새누리당 내 역학구도의 변화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눈길을 끄는 사람은 이장우 의원이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충청권 친박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친박-친무 당권 대전쟁
화성갑 재보선 후 새누리 역학구도 바뀐다

이 의원은 소신에 따른 행동일 뿐 정치적 배경은 없다고 밝혔지만 서 고문의 공천이 사실상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알려진 마당에 친박인사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는 것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친박 내부에서도 친무계로의 갈아타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며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고문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친이계(친이명박계)가 대거 친무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 고문 공천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조해진, 김성태 의원은 친이계 인사다. 새누리당 내 일부 친이계에서는 서 고문이 당에 복귀할 경우 자신을 정치적으로 억압했던 친이계에 대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새로운 미래권력으로 평가받는 친무계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김무성 의원은 친이계 의원들과도 평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0년에는 친이계 의원들의 지지로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고문의 정계복귀를 달가워하지 않는 당내 일부 중진들도 반(反)서청원 기류를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反)서청원'
중진도 포함

서 고문의 정계복귀를 달가워하지 않을 인물로는 하반기 국회의장에 뜻을 둔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거론되고 있다. 황 대표뿐만 아니라 서 고문의 복귀는 국회 내 요직을 노리는 다른 중진의원들에게는 눈엣가시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청원 카드는 결국 청와대가 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당내 중진들의 반발기류가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 고문이 당권을 잡게 된다면 박 대통령은 임기 중후반기까지도 레임덕을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존의 새누리당 중진들의 활동반경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 고문의 복귀로 반서청원 세력이 친무계로 급속도로 결집하게 된다면 향후 친박계와 친무계는 필연적으로 사사건건 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과 친무 간의 피 말리는 전쟁의 서막이 열리게 된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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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