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길 포기한' 희대의 패륜 살인마들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4: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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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말세"라더니…툭하면 존속살인 참극

[일요시사=사회팀] 올 초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전주 일가족 살인사건'에 이어 최근 '인천 모자 살인사건'까지 터지며 패륜범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작금의 패륜범들은 태어날 때부터 악마였던 것일까. 세상을 경악시킨 희대의 패륜범들을 되짚어봤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천 모자 실종사건'은 유력 용의자인 차남 정모(29)씨가 구속되면서 수사가 일단락된 모양새다. 정씨의 도박 빚을 비롯한 금전적 문제가 주 범행 동기로 부각된 가운데 가정 내 보이지 않는 불화도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씨는 자신의 어머니 김모(58)씨와 형 정모(32)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봤을 때 차남 정씨의 실형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아직 우리 사회엔 '제2의 정씨'가 너무 많은 까닭이다.

끊이지 않는
친족 살해

최근 경찰청이 발간한 '2012년 경찰범죄통계'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범죄(미수 포함)는 모두 955건. 이중 존속살인은 50건으로 전체 살인범죄의 5% 수준이다.

이는 학계에 보고된 영미권 국가의 존속살인 비율 1∼2%(영국 1%·미국 2%)보다 높은 수치로 한국 특유의 폐쇄적인 가족 문화가 범죄 발생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살인죄로 검거된 1056명의 범죄자 중 피해자와 동거친족 관계에 있는 인원은 207명이었다. 살인 전과자 5명 중 1명은 가족을 상대로 살인을 하거나 이에 준하는 범죄를 모의했다는 얘기다.

특히 피해자가 실제 사망에 이른 411건(살인미수 제외)의 '기수사건' 중 친족 살인혐의로 체포된 범죄자는 무려 117명으로 파악됐다. 전체 검거자가 446명인 것을 감안하면 4명 중 1명은 자신의 부모나 형제 혹은 자녀를 살해한 셈이다. 이는 통계상 2위를 기록한 타인(87명)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고, 애인(47명)이나 지인(42명)과 비교해도 3배에 가까운 결과다.

'인천 모자 실종사건' 차남 범행 일단락
검거 살인범 4명 중 1명은 가족 '충격'

이처럼 최근의 통계 자료는 많은 수의 살인이 가족과 혈육 간에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부모를 상대로 한 패륜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존속살인의 참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두환정권이 들어선 1981년 5월20일, 치안본부가 발표한 보도 자료를 보면 당해 5월을 기준으로 부모를 살해한 패륜범은 모두 26명이었다. 검거된 미수범 역시 7명이나 됐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도 패륜범죄는 꽤 높은 비율로 발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군부독재가 막을 내린 90년대 들어서도 패륜범죄는 줄지 않았다. 91년 29건이었던 존속살인은 92년 32건, 93년 43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8년 발생한 존속살인 건수가 45건이었던 것을 보면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통계상으로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돈을 목적으로
완전범죄 꿈꿔


그럼에도 사람들은 패륜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왜일까. 통상 특정 시기에 발생한 존속살인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충격을 안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모두를 충격을 빠뜨렸던 '희대의 패륜아'들은 묘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의 돈을 목적으로 한 완전범죄를 계획했고, 범행 준비에선 치밀함을, 체포 이후엔 뻔뻔함을 보였다. 수사진조차 혀를 내두르는 이들의 잔혹한 범행은 '패륜'이란 말로도 설명이 부족했다.

이제는 패륜아의 대명사가 된 박한상(당시 23세)씨는 자신의 아버지 박모(48)씨와 어머니 조모(46)씨를 살해한 후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1994년 5월19일 벌어진 이 충격적인 존속살인사건은 당시 각 일간지 일면 머리기사에 실리며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1971년생인 그는 당시 저명한 한약상이었던 아버지 박씨의 3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한상씨는 한의학과에 입학하길 바랐던 부모의 기대와 달리 지방 모 대학에 진학했는데 이는 다가올 참극의 싹을 틔었다.

박씨 부부는 서울 강남에 터를 잡은 100억원대 자산가였다. 부모덕을 본 한상씨는 당시 강남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오렌지족'이었고, 대학생 신분으로 차를 몰고 다니며 유흥문화를 즐겼던 인물로 소개됐다.

여타 부유층 자제와 다를 것 없이 밤거리를 활보하던 한상씨는 방위 제대 후 미국 유학과 함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공부에 소질이 없던 한상씨를 강제로 유학 보낸 게 화근이 됐다. 한상씨는 유학생활 중 학업보다는 향락과 도박에 더 열중했다. 귀국 전엔 라스베이거스에서 3만달러(당시 환율기준 한화 2400만원)를 빚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박씨는 아들에 대한 심한 질책과 함께 한상씨의 귀국을 명령했다. 그리고 한상씨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줬던 신용카드를 뺏음으로써 사실상의 '경제적 사형선고'를 내렸다.

아버지에게 심한 꾸중을 들은 한상씨는 3일 만에 급히 귀국했다. 하지만 한상씨의 마음속엔 이미 증오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는 귀국 직후 범행에 사용할 25cm 등산용칼을 서울 종로구 장사동에서 구입했다. 또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8리터를 추가로 구입했다. 이로부터 3일 뒤 박씨 부부의 집에선 큰 불이 났다.

화재 직후 한상씨는 "집에 불이 났다"며 관계당국에 신고했다. 박씨 부부의 자택에서는 새까맣게 탄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런데 시신이 이상했다. 두 구의 시신 모두에서 수십 차례씩 난자된 상흔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소변을 핑계로 밖에 나갔다가 불이 난 것을 보고 도망쳤다는 한상씨의 진술을 의심쩍게 여겼다. 그러나 경찰은 친아들이 부모를 그렇게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더불어 한상씨가 갖고 있던 '미국 유학파'라는 타이틀도 무시 못 했다. 수사의 화살은 외부로 향했다.

하지만 한상씨를 치료한 병원의 간호사는 "박한상의 머리에 피가 묻었다"는 예상 밖의 증언을 했다. 또 한상씨의 친척은 "박한상의 다리에 이빨자국이 있다"는 제보를 했다. 머리에 묻은 피는 박씨 부부가 칼에 찔렸을 당시 흘린 피며, 다리의 이빨자국은 박씨가 칼에 찔린 뒤 고통에 못 이겨 한상씨의 발목을 물어뜯은 상처임이 뒤늦게 밝혀졌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한상씨는 거액의 유산을 노리고 범죄를 저질렀음을 자백했다.

94년 5월26일 경찰은 한상씨에 대해 존속살인 및 방화 등의 죄목을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이후 95년 8월25일 대법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한상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상씨가 원했던 유산은 한상씨에게 단 한 푼도 상속되지 않았으며 남은 두 명의 동생에게 반반씩 상속됐다.

준비는 치밀하게
잡히면 뻔뻔하게

'박한상 사건'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던 95년 3월, 또 하나의 대형 패륜범죄가 발생했다. 대학교수였던 김성복(당시 40세)씨가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덕원예고 이사장이었던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다.


이른바 '김성복 교수 사건'으로 명명된 이 패륜범죄는 피해자가 사회 지도층으로 분류된 인사였고 가해자 역시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엘리트였기 때문에 '박한상 사건' 못지않은 충격을 던졌다. 범행 당시 성복씨는 S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성복씨는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아버지 김모씨의 자택에서 잠자고 있던 아버지의 목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성복씨는 자신의 살인을 강도사건으로 위장했지만 이후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성복씨는 사업 과정에서 빚을 지고 있었고 아버지가 죽으면 그 유산을 상속받아 빚을 갚으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성복씨는 수사관을 만나 "반드시 범인을 잡아 아버지의 원한을 풀어달라"고 읍소했다. 노련한 수사관도 깜빡 속을 만한 뛰어난 연기였다. 그는 평소 추리소설을 탐독하며 완전범죄를 꿈꿨다. 성복씨는 체포 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형사 콜롬보'에서 봤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살인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학교에선 원칙주의자이자 신뢰받는 교수였던 성복씨. 그러나 그는 희대의 살인마였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성복씨의 범행이 재산만을 노린 단순 범죄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성복씨는 "아버지는 하늘나라에서라도 내가 왜 당신을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이라고 탄식했다. 그의 진술을 토대로 원한에 의한 살인 가능성이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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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성복씨의 아버지는 기부를 자주했고 사회적으로 모범이 된 인물이었다. 그러나 자기 소신이 너무 강해 가족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내와 자식들을 구타하고 외도까지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과정에서 성복씨는 "열 사람이 한 사람을 위해 살아야 한다면 그것을 어찌 가족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성복씨의 어머니도 "권위적인 남편이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겼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법의 잣대는 냉엄했다.

96년 5월11일 대법원은 존속살인 혐의로 기소된 성복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나마 사형이 선고된 한상씨와는 달리 성복씨는 수십 년간 가정폭력에 노출돼 왔었다는 점이 고려됐다. 그리고 성복씨처럼 가정폭력을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패륜범은 4년 뒤 또 다시 매스컴에 등장했다.

2000년 5월24일. 수도권에서 가장 범죄율이 낮은 도시인 과천의 한 공원. 이곳에서 아침 일찍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던 미화원은 봉투를 집어 올리던 중 기겁했다. 봉투 안에 담긴 사람의 발목을 본 것이다.

뒤이어 미화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연 실색했다.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시신은 여러 조각으로 토막 나 있었다. 손과 발, 몸통, 대퇴부, 팔뚝 등이 차례로 발견됐다.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의 시신이었다.

지문 감식 결과 죽은 남자는 해병대 중령으로 예편한 이모씨로 확인됐다. 그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군인이었다. 토막 난 여성은 이씨의 부인인 황모씨. 황씨 역시 명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재원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부부생활 내내 그리 화목하지 못했다. 황씨는 군사정권 시절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한 이씨를 원망했다. 이씨 역시 집안일은 뒷전인 채 밖으로 나돌았다. 이들은 한 번 부부싸움을 하면 두세 달은 서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차남 은석씨는 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다.

은석씨는 평소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러나 은석씨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학업에 매진했고 명문 사립대 중 하나인 K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서울대를 고집했던 부모는 은석씨를 냉대했다. 또 은석씨가 현역으로 복무하는 동안 면회 한 번 가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했다.

키도 작았던 은석씨는 속칭 '왕따'의 대상이었다. 그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고 만성적인 우울증에 시달렸다. 전역 후 남몰래 다른 학과로의 전과를 준비하던 은석씨는 복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다시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다. 참다못한 은석씨는 결국 침대 맡에 놔둔 망치를 집었다.

각방을 쓰고 있던 어머니 황씨, 아버지 이씨가 차례로 잔인하게 살해됐다. 은석씨는 부엌칼 등을 이용해 부모의 시신을 수십 조각으로 토막 냈다. 토막난 시신은 쓰레기봉투에 담겨 과천 곳곳에 버려졌다. 이중 일부는 소각됐다. 정부청사 인근 하천에선 숨진 이씨 부부의 머리가 발견됐다.

2001년 7월20일 대법원은 존속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은석씨에게 무기징역을 확정 판결했다. 은석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성복씨처럼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점이 양형에 참작됐다.

알고보면 부모가
패륜범들 키운다

앞서 밝혔듯 패륜범죄는 거의 매해 되풀이되고 있다. 2002년 미국 유학파였던 이모씨가 당시 유명 대학교수였던 아버지와 친할머니를 살해한 '교수 모자 살해사건'은 그 범행 동기와 잔혹함이 '박한상 사건'과 비교됐다.

또 2005년에는 신용불량자 남매가 거액의 유산 때문에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해 충격을 줬고, 2008년에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아들이 학교 선배와 짜고 친모를 살해하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 같은 패륜범죄는 2009년에는 58건, 2010년에는 66건, 2011년에는 68건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에는 50건으로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부모의 재산을 노린 존속살해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가족 내에 작용하면서 패륜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며 "가족끼리 경제적 이유로 갈등하는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 존속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곽 교수는 "살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유산이나 보험금이지만 그 이전에 가족 사이에 갈등이 쌓여 온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범죄를 결심한 시점에 그 분노가 폭발하면서 살해 수법이 잔인해지고 시신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인천 모자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장남 정씨의 시신은 세 토막난 채 발견됐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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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