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불륜사건 전말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2: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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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외도에 내연녀 협박…부인은 괴로웠다

[일요시사=사회팀]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남편이 기혼을 숨기고 연수원 동기와 바람이 났다. 이에 충격을 받은 아내가 신혼집에서 목을 매달았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자주 등장하는 막장 이야기와 비슷하다. 이 사건을 두고 양가의 진실공방이 뜨겁다.




지난 7월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가 전 남편인 사법연수생 B씨의 불륜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사법연수생 불륜사건’이 세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 유부남 사법연수원생의 불륜사건의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카페가 만들어질 정도다.

숨진 A씨의 어머니는 지난 5일 서울 중구의 한 법무법인 앞에서 “내 딸 목매달아 자살하게 만든 살인자” “법조인이 될 자격 없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해당 법무법인에서 연수 중이던 C씨가 사위인 B씨와의 성관계 내용을 문자로 보내는 등 딸을 괴롭혀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사법연수원은 지난 22일 ‘사법연수원생 불륜사건’의 시작과 끝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사건의 논란은 지난 7월, 30세의 A씨가 자신의 신혼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시작됐다. 자살사건 직후 A씨의 유가족은 “사법연수원생인 남편 B씨(31)가 연수원 동기인 C씨(28)와 불륜을 저질러 A씨를 자살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자살 원인 둘러싸고 
양측 가족 진실공방

실제로 B씨는 유부남인 사실을 숨기고 사법연수원 동기인 C씨와 교제를 했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생이면 누구나 아는 ‘공인커플’이 됐으며, C씨는 B씨가 유부남인 사실을 안 뒤에도 관계를 정리하기는커녕 오히려 B씨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해 A씨에게 보내며 이혼을 요구하는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A씨는 결혼 전부터 시댁의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어머니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받아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수면제 없이는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또한 B씨 집안은 A씨에게 7000만원짜리 고급 외제차와 서울시내 5억원짜리 아파트, 일산 소재 2억원짜리 전셋집과 9000여만원의 카드빚을 갚아줄 것을 요구했고, A씨 측은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소중한 딸의 행복을 위해서 희생을 택했던 것이다.

A씨와 B씨는 5년간 캠퍼스 커플로 만나다가 우여곡절 끝에 2011년 4월 결혼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와 내연녀의 괴롭힘이 계속되자 A씨는 결국 신혼집으로 마련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A씨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어떻게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을 8개월 동안 모를 수 있느냐’며 조롱했고, 자신이 B씨와 은밀히 나눈 대화 내용까지 고스란히 A씨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총각행세’유부남 연수원생 동기와 교제
내연녀 이혼 요구하는 문자 보내 조롱
밀애 눈치챈 아내 충격 받고 목숨 끊어

이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법연수원 게시판에 ‘불륜 커플 처벌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수없이 올려 한때 게시판이 폐쇄되기도 했다. 추석연휴 동안에도 ‘사법연수원생 불륜’은 인터넷 검색순위 상위를 유지했다. 누리꾼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좀처럼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추석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사법연수원이 진상 규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에 대한 처벌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전망이다. 누리꾼들은 B씨와 C씨를 간통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간통죄를 적용하려면 간통을 한 날짜를 비롯해 장소와 물증 등이 확보돼야 하고, 간통을 한 당사자들의 자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형사처벌은 사실상 어렵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를 포함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5급 공무원 신분인 연수생은 견책·감봉·정직·파면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삼촌이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사법연수원 간통사건 묻혀선 안됩니다’라는 제목으로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호소글을 게재했다. 그는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A씨가 B씨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여러 개 공개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 글에서 그는 “B씨와 함께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A씨가 사법고시 1차를 합격한 후 B씨의 가족은 A씨를 예비 며느리처럼 극진히 대접했지만, 고인이 2차에 실패하고 2010년 아들이 사법고시에 최종 합격하자 B씨의 어머니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전했다. A씨의 시어머니는 “내가 너라면 혼인신고로 남자 발목 안 잡을 것” “네 년 찢어 죽여도 분 안 풀려” 등 문자메시지로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B씨의 가족은 강남집, 외제차, 현금 10억원에 이르는 혼수를 요구했다. 오랜 시간 만났고 외로움을 많이 타던 고인은 사랑하는 B씨와 헤어질 수 없었고, 그걸 너무 잘 아는 고인의 어머니는 결혼시키기로 결심했다”며 “무리한 요구였지만 어머니는 집을 팔아 가락동 아파트(5억원), 차량(7000만원), A씨의 빚(9000만원), 전세아파트(2억원)를 혼수로 해줬다”고 밝혔다.

간통죄로 처벌?
현실적으로 어려워

또한 “하지만 B씨의 가족은 고인이 애비도 없고, 2차도 합격 못했는데 응당 주어야 할 현금 5억원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내용을 고인에게 밤새 전화와 문자로 쏟아 부었다”며 “고인은 그때부터 심한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손발이 극심하게 떨리고 심장이 뛰는 불안증 때문에 결국 사시 2차 시험 도중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나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B씨와 불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된 연수원생 C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가족과 고인 사이에서 중재를 해줬어야 할 B씨는 연수원에서 총각행세를 하며 동기 C씨와 바람을 피웠다”며 “고인이 사준 외제차를 타고 장모가 매달 보내주는 생활비를 쓰며 B씨와 C씨는 8개월 동안 부부와 다름없이 생활했다”고 전했다.

또한 “B씨가 기혼자임을 알게 된 C씨는 A씨의 이혼을 요구했다”며 “B씨가 선뜻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고 차일피일 미루자 C씨는 협박하기 시작했다. 고인에게 직접 전화하는 것은 물론, B씨와 C씨 둘 사이에 있었던 온갖 문자와 편지, 채팅 내용을 캡처해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3일 B씨의 어머니 이씨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통해 “그저 피해자 가족이 작성한 내용에 가설이 보태져 카더라 통신처럼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 사실 확인이나 여과 없이 기사화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한 집안의 문제이고, 부부의 문제이며, 고부간-친사위간 갈등이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신혼의 달콤함
물거품처럼…

이어 “가족이 속한 학교와 교회에까지도 피해가 커지는바 저희도 조만간 모든 것을 밝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때가 되면 모든 정보를 다 들으시고 올바른 판단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A씨의 유족으로부터 진정서를 접수한 사법연수원은 관련자들을 불러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연수원은 유족 측의 주장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자 지난 10일부터 A씨와 B씨, C씨의 어머니를 직접 불러 조사를 벌였다. 연수원은 진상 규명을 위해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등의 조사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원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예민한 사안이지만 사실에 기초해 최대한 빨리 조사를 마칠 것”이라며 “관련자들의 잘못이 인정된다면 그에 따른 징계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이 기사화되자 A씨를 옹호하는 카페가 개설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은 지난 17일 “기사에 관한 입장표명글을 추가로 올린다”며 “먼저 저희 대신하여 열심히 청원 올려주시고, 저희 위해 싸워주셔서 너무나 큰 힘이 되고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이어 “일단 유가족 입장은 사실 처음에 상간녀 C측에 바란 것은 정말 진정한 사과였던 것 맞다. 또한 이렇게 까지 인터넷 상으로 확대될 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렇게 세상에 알려진 뒤에도, 이모양과 신모 군 측은 진정한 사과를 하려고 생각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인터넷 글 지우기만 급급해서 정말 분개하고 화가 난다. 그래서 청원만큼은 지속적으로 올라왔으면 하는게 저희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사법고시 합격하자 시댁 태도 돌변
아파트·외제차에 수억 지참금 요구
심한 불안과 우울증 시달리다 결국…

A씨의 어머니에 따르면 B씨 집안은 ‘사’자가 아니면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다. B씨의 아버지는 현재 H대학교 교수고 그 여동생은 서른이 넘었지만 아직 학생이다. 여동생은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의사를 만나겠다고 혈안이 돼 있다고. 그리고 평소 B씨 자체도 사치스러웠다고 한다. 결혼 전부터 수천만원짜리 명품 시계 6개를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 중고거래로 명품을 팔기도 했다. 사치성을 알았더라면 결혼을 반대했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이들은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 그저 혼인신고만 했을 뿐이었다. 이후 B씨의 어머니가 딸에게 ‘널 저주하는 데 내 인생 다 바치겠다’는 식으로 저주의 문자를 퍼부으며 괴롭혔다고. A씨는 스트레스 때문에 전화번호를 여러번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어머니는 딸의 죽음의 책임 절반은 B씨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고 토로했다.
내연녀 C씨는 사건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진 뒤 신상정보가 유출되는 등 2차 피해를 입자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B씨의 어머니는 ‘기자들께 보내는 당부의 글’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권력집단과 피권력집단의 문제도 아니고 사법연수원의 제식구 감싸기는 더더욱 아니다. 한 집안의 문제이고, 부부의 문제이며, 고부간-친사위간 갈등이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진실을 밝힌다는 명목으로 더욱 많은 정보들이 공개됐을때 그 파장은 너무 커서 양쪽 가족 모두에게 지금보다 더욱 크나큰 상처가 되고 심지어 고인에게도 명예롭지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하도록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우리가)그저 조용히 있는 것이 사돈 집안 사람들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수원 진상조사 나서
내연녀 신상털기 조짐

A씨는 Y대 학부 졸업 후 지방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리고 남편 B씨는 지방대에서 Y대로 편입해 사법시험을 패스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다. B씨의 아버지는 지방대 교수로 알려졌다. 현재 숨진 A씨의 휴대폰은 잠금 상태고 공장 초기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유족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불륜 사건이 인구에 오르내리면서 법조인 자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들은 사법연수원 측의 진상조사 결과 및 징계 수위를 눈여겨 볼 것이다. 만약 식구 감싸기 식의 형식적인 조사와 징계가 내려질 경우 법조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명을 다루는 법조인들에게 기본적인 도덕성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만일 이번 불륜사건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도덕성 측면을 충분히 감안해 그에 상응하는 징계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앞으로 법조인들이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회의 책임 있는 주체로 계속 남아있기를 원한다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마땅하다. 스스로에게 관대한 자는 결코 남에게 엄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는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법조인을 차단할 수 있는 사전 정화장치가 요구되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판사들 출신 보니…
3분의 1 이상 ‘강남 사람’

매년 신규 임용되는 판사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강남 소재 고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가치관에 귀 기울여 사회적 갈등을 마지막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사법부의 인적 구성이 특정 지역·계층에 지나치게 편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의 판사 임용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2010∼2012년 신규 임용 판사 499명 가운데 특목고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강남 3구’ 출신은 174명으로 전체의 34.9%를 차지했다. 특목고 졸업생은 전체의 24.6%인 123명, 강남 고교 출신은 51명으로 10%를 넘었다. 강남·특목고 출신 판사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고교별로 보면 대원외고 출신 신임 판사가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학교 출신은 2위인 명덕외고(18명)의 배에 가까웠다. 3년 동안 10명 이상의 새내기 판사를 배출한 고교는 네 곳으로 한영외고(17명)와 대일외고(10명) 등 모두 수도권 소재 외국어고였다.

강남·특목고 졸업자 법조계 점령
지방 명문은 뒷걸음…편중화 지적

몇 년 전만 해도 희귀했던 과학고 출신 판사도 서울과학고 4명, 한성·광주·강원·대구과학고 각각 2명 등 16명이나 배출됐다. 특목고를 제외한 서울 일반고 출신 판사들 사이에서는 ‘강남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부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곧바로 임용된 이들과 달리 올해부터는 최소 3년 이상의 법조 경력자만 판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외고를 중심으로 한 특목고 출신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법조계에 대거 수혈된 탓에 이들의 독주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로스쿨이 사법고시를 대체하는 법조인 양성 통로가 되면서 오히려 특목고·강남 쏠림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부터 졸업하기 시작한 로스쿨 출신들은 2015년부터 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9∼2012년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 614명 가운데 특목고 출신은 219명(35.7%), 강남 소재 고교 출신은 98명(16.0%)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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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