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빗장 풀고 입주 문턱 낮춘다

3차 투자활성화 대책 대해부

정부가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산업단지의 용도규제를 풀고 입주 문턱을 낮춘다는 게 골자다. 아직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후보지로 유력한 지역 주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 주거환경이 훨씬 나아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도시첨단산단 9곳 지정 25개 산단 리모델링
약 10조원 투자효과…3만6000명 고용창출도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는 지난 9월25일 대통령 주재 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3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산업단지는 지난 6월 말 현재 1000여개가 지정돼 약 7만개 기업, 190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의 66%, 수출의 74%, 고용의 44%를 차지하는 등 우리 경제의 중추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4년까지 3곳
2015년 6곳 추가

그러나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생산기지 조성에 치중한 결과 IT 등 첨단 업종이나 서비스업과의 융·복합이 저해됐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도시 외곽에 개발을 집중하면서 첨단산업 수요가 많은 도시지역엔 용지 공급이 부족했다. 산업단지 내 시설 노후화, 공해, 안전 등으로 생산성이 저하되는 문제점도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도시첨단산업단지 확대 ▲산업단지 내 용도지역 및 업종규제 완화 등 규제 개선 ▲노후 산업단지 리모델링 촉진 등을 골자로 하는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방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시첨단 산업단지 확대 = 정부는 도시 지역의 산업용지 부족을 해소하고, 첨단기업이 선호하는 매력 있는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도시 인근에 최상의 기업환경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갖춘 ‘도시첨단산업단지’를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 접근성이 좋고 개발비용이 적게 드는 그린벨트 해제대상 용지, 신도시 등 택지지구, 도심 준공업지역, 공장이전 부지 등을 개발한다.
도시첨단산업단지는 현행 시도지사 뿐 아니라 국토부장관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공공성 확보가 필요한 그린벨트와 신도시 등에서는 국토부장관이 직접 지정하고 LH공사가 시행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도심 내 공장이전 부지와 준공업지역 등은 민간 주도의 개발을 적극 유도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에 11개 도시첨단산단이 지정돼 있는 상태. 여기에 2014년 3개, 2015년 6개를 추가로 지정할 계획이다. 후보지 6개 모두 개발 시 약 10조원의 투자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 약 3만6000여명의 고용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사업성 향상과 복합기능의 단지 조성을 위해 용적률 확대, 녹지율 완화, 간선도로 지원 등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한다. 산업시설과 지원시설이 혼합되는 ‘복합용지’(준주거·준공업지역)를 설정하고, 용적률은 일반공업지역에 비해 상향된 준주거·준공업지역 용적률의 법정 상한까지 허용한다. 준공업지역은 최대 400%, 준주거지역은 최대 500%로 개선된다. 녹지율은 기존 산단의 1/2 수준(면적의 5?13%→2.5?6.5%)으로 낮춘다.
단지 내엔 대학이나 연구시설을 유치해 R&D센터, 벤처기업 등과 연계하는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도 검토 중이다. 신도시 등 택지지구에 조성하는 경우 인근 생활 인프라를 활용하고, 별도 지구의 형태로 조성할 경우엔 단지계획 수립 시 생활환경계획을 세워 택지지구 수준의 정주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도로도 단지 내 가로망 및 연결 교통망 구축, 대중교통노선 등을 충분히 확충한다.

사업자에 각종 인센티브제 강화
개발 수익 높이고 절차 간소화

정부는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저렴한 용지 공급 및 전문 인력에 대한 고용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분양가로 따지면 모든 규제 완화 시 최대 23%(복합용지 허용 13.9%, 용적률 완화 3.7%, 녹지율 완화 5%), GB해제 용지 활용 시 다른 지역에 비해 최대 63%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산업단지 개발 규제 개선 = 기존 산업단지는 산업·지원·공공시설 용지 등으로 구분 이용하도록 하고, 용지별로 입주시설을 제한했다. 그러나 앞으로 산업·지원·공공시설의 복합이 가능한 ‘복합용지(용도지역:준공업·준주거)’지역을 도입해 공장과 상업·업무시설 등을 함께 건축할 수 있게 된다. 복합용지엔 상업용지(감정가 공급) 등이 혼합돼 그 이익은 산업용지 가격인하 및 기반시설 재투자 등으로 활용하게 된다.
조성원가로 저렴하게 공급되는 산업용지에 입주할 수 있는 시설은 제조업과 연관성이 높은 서비스업이다. 입주가 허용되는 서비스업은 전기통신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직업능력훈련시설), 건축서비스업(건축기술·엔지니어링 및 기타 과학기술 서비스), 전문디자인업, 산업용 기계장비임대업, 운송장비 임대업, 사업시설 관리업, 인력공급 및 고용알선업, 통관업, 용역업, 포장 및 충전업, 운송업(여객운송 제외) 등 12개 업종이다.
정부는 “지원시설 용지(감정평가액 공급)에 입주해야 했던 서비스업은 산업시설 용지(조성원가 공급) 입주가 허용됨에 따라 산단 내 입주비용이 크게 절감(평균 60% 인하)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종계획 및 토지용도 변경도 간소화된다. 종전엔 산업단지 내 입주 업종을 개발계획에 명기하도록 해 업종변경 할 때마다 일일이 개발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기반시설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일부 제한업종 이외에 모든 업종 입주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업종 변경 시 개발계획 변경이 불필요해져 신속한 진출입이 가능하고, 변경기간 동안 장기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통상 개발·실시계획 변경에 약 5개월 소요)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토지이용 변경(산업용지→상업용지) 시 개발계획 변경에 대한 기준·절차가 미흡해 신속한 지원시설 확충에 애로가 있었다. 실제 서울 디지털산단, 파주출판산업단지, 시화·반월산단에서 근로자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용지 확충 요구가 있었으나 특혜소지로 변경이 지연된 사례가 있다.

서비스업 입주 허용 
용도변경 더욱 쉽게

이에 따라 정부는 명확한 용도변경 기준을 마련하고, 개발이익은 기반시설 등에 재투자하도록 해 신속한 용도변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용지별 면적의 10% 이상으로 개발계획 변경이 필요할 경우에도 소규모 용도변경은 개발계획 변경(약 5개월 소요) 없이 실시계획(약 2개월 소요)만으로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민간개발 활성화와 산단 수급관리도 추진된다. 공공부문에서 개발된 산단이 기업들의 용지 수요를 반영하지 못해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기업 등 실수요자 위주의 산단 개발을 활성화한다. 당초 민간에게 부지조성 사업만 허용하던 것을 앞으론 건축사업(공장·주거·상업시설 건축)까지도 할 수 있도록 해 수익성 개선 및 절차를 간소화한다.
민간개발 사업자가 산업단지 조성과 동시에 공장(또는 상가) 건축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공장(상가) 건축기간이 1?2년 단축될 수 있다. 입주 기업에 대행개발(원형지 형태로 공급)을 허용해 사업자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저렴하고 신속하게 용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민간시행자에 대한 투자유인을 높여주기 위해 용지조성 및 건축사업의 이윤율도 현재 일률적으로 6%로 제한하던 것을 15% 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완화한다. 2008년 ‘산단 인허가절차 간소화 특례법’제정 이후 산단 개발이 과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적정 수요 범위 내에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수급관리를 강화한다.
시·도별 산업단지 수급계획은 중앙정부의 산업입지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수립토록 하고, 연도별 산단 지정은 수급계획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제한할 계획이다. 신규 산단 지정 시 지구별로 전문기관의 수요검증을 의무화하고, 지정 이후 사업추진이 장기 지연되거나 토지소유자의 지정해제 요청 시 산단지정을 해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노후 산업단지 활력 제고 = 국토부와 산업부 등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노후 산업단지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을 실시한다. 이 결과에 따라 노후산단 재생(기반시설 재정비 등) 또는 구조고도화사업(업종정비) 유형과 추진방식 등을 결정한다.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대상 단지는 총 25개 단지로 2014년 6개를 선정하고, 2015년부터 17년간 19개 단지를 순차적으로 리모델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대상 단지별로 관계부처, 지자체 합동으로 도시계획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노후산단 리모델링 종합 계획‘을 수립한다.
우선 노후산단 재생사업은 지자체 중심에서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한다. LH공사 등이 지구 전체의 관리를 위해 총괄사업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구 내 선도사업 구역을 설정해 우선 사업 시행한다. 나머지 구역은 단계적으로 재개발할 예정이다. 
선도사업구역엔 공장 위주가 아닌 주거·상업 등이 융합된 고밀복합단지로 재생하고, 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한 경우 도로·주차장·녹지 등의 설치비가 지원된다. 부분 재생이 필요한 단지는 산업단지공단이 휴·폐업 부지, 미활용 부지 등을 매수하거나 기보유 부지를 활용해 블록 단위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산단 재생을 촉진하기 위해 용적률 확대, 녹지율 완화, 산업용지비율 완화 등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전면 재생이 필요한 경우 일부지역을 ‘복합용지’로 설정해 용도지역을 상향(공업→준공업·준주거) 조정하고, 용적률을 조례에 불구하고 법상 최대로 적용하는 특례를 부여한다.
지구 내 녹지율은 주변 여건 등을 감안해 완화방안을 마련하고, 재생 이후 산업용지 비율도 완화한다.(리모델링 대상면적의 50% 이상→40% 이상) 또 인근 주거·상업·공업지역 등과 연계 개발할 수 있도록 주변지역 포함면적을 확대한다.(산단면적의 최대 30%→최대 50%) 리모델링 사업추진 시 민간조합 구성 요건을 완화하고, 토지소유자들의 사업계획 제안방식을 신설해 민간 주도의 리모델링을 활성화할 계획이다.(조합설립 요건 토지소유자 1/2 이상 동의+토지면적의 2/3 이상→토지소유자 및 토지면적의 1/2이상 동의)

민간개발 활성화
노후산단 재생도

국토부는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도시 인근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노후 산업단지도 리모델링함으로써 산업단지를 첨단산업과 융·복합 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 고도성장기에 산업단지가 수행했던 경제성장 거점 역할을 회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견인하는 중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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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