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 ⑤경찰백서로 본 우리 고향 건달들 얼마나 설치나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17 07: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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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조폭검거 853명…전년 552명 비해 늘어


[일요시사=특별기획팀] 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간 이들은 저마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개중에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오랜만에 둘러앉아 옛 무용담을 꺼내놓는 사람이 있다. 여기서 무용담하면 빠지지 않는 소재가 있다. 바로 조폭과 얽힌 사연. 그때 그 조폭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철없는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인 조폭. 최근 경찰청이 한국형사정책원구원과 공동으로 발간한 '2012 범죄통계'를 보면 우리 동네 건달들의 지난 행적을 가늠할 수 있다. 올 추석에도 조폭 영화는 변함없이 안방을 찾지만 실제로 검거된 조폭은 생각보다 그 수가 많지 않다.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범죄건수는 179만3400건이다. 이는 2011년 전체 범죄건수인 175만2598건보다 4만802건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면 이중 조폭이 연루된 조직폭력 범죄의 발생건수는 얼마나 될까. '2012년 범죄발생 및 전국 검거현황'에 따르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단체 등의 구성·활동) 위반 혐의가 적용된 사건은 모두 125건이다.

앞서 말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서 '단체 등의 구성·활동' 조항은 흔히 '조폭 맞춤형' 규정으로 불린다. 법정에서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가 인정되면 피고가 이미 개별 폭력 행위로 처벌 받았더라도 가중 처벌이 가능해진다.

조폭인지 아닌지
혐의적용 어려워


법률에 명시된 형벌 수위는 단체 수괴에게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조직원에게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조폭들은 중형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조직명과 조직 계보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난 1990년대 이후 조폭세계에 이 같은 불문율이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막가파’와 ‘지존파’ 등 조폭과 유사한 범죄단체 수괴가 사형을 언도받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아무에게나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를 씌우진 않는다. 형벌이 무겁다보니 해당 법률을 적용하는 기준 또한 엄격한 까닭이다.

지난 2010년 12월15일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에 따르면 '조폭들이 단합대회를 하거나 요란한 교도소 출소식을 했더라도 범죄단체 활동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가 나와 있다. 실제로 범죄 조직을 구성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했는지 혹은 위해를 가할 준비를 했는지 등이 법률 적용의 핵심 요소다.

즉 조폭들이 연루된 범죄는 조폭 스스로 조직원 전체가 발각되지 않도록 조심할뿐더러 법률 적용 역시 까다롭기 때문에 사건 발생 빈도가 통상 범죄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이 지난 2011년 밝힌 조직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모두 63건(552명)이었다. 하지만 1년 사이 조직폭력 범죄 검거가 2배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기준 파악된 국내 조직폭력배 수는 모두 5384명이다.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하반기 조폭 수는 5년 전인 2007년의 5296명과 비교해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체 규모면에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범죄 늘었거나
경찰 뛰었거나


이는 종합적으로 두 가지 가능성을 시사한다. 첫째, 조폭 수는 그대로인데 조직범죄의 발생 건수가 증가했을 가능성. 둘째, 조폭을 겨냥한 경찰의 집중단속이 강화됐을 가능성이다.

지난해 기준 경찰청이 파악하고 있는 전국 모든 조직 수는 217개였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조직 29개·조직원 91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22개·484명) ▲전북(16개·410명) ▲경남(18명·400명) ▲경북(12개·391명) ▲부산(23개·381명) ▲광주(8개·322명) ▲대구(11개·310명) ▲인천(13개·297명) ▲강원(17개·264명) ▲충남(16개·252명) ▲충북(6개·252명) ▲전남(8개·233명) ▲울산(6개·197명) ▲대전(9개·144명) ▲제주(3개·137명) 순이었다.




2008년부터 2012년 초까지 경찰이 파악한 조직범죄 유형은 ▲폭력행사 7991명(39.2%) ▲유흥업소 갈취 3703명(18.2%) ▲서민상대 갈취 2189명(10.7%) ▲탈세 및 사채업 750명(3.7%) 순이었고, 같은 기간 검거된 조폭 현황은 경기청이 4357명(21.4%), 서울청이 3922명(19.2%) 그 뒤를 ▲부산 2199명(10.8%) ▲인천 1448명(7.1%) ▲대구 1304명(6.4%) 순으로 따랐다.

다만 올해 들어 광주를 근거로 한 '범서방파'가 사실상 와해되면서 조직 수는 216개로 줄고, 전체 내사 대상이 확대되면서 조직원은 5425명으로 증가했다는 발표가 지난 4월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난해 경찰이 검거한 조직폭력원은 모두 몇 명일까. 개별 범죄를 제외하고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로 검거된 조폭은 모두 853명이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단체 등의 구성·활동 발생 건수가 125건이고, 검거된 건수도 125건이라는 점이다. 통계상 나타난 검거율이 100%에 달한 것.

그러나 조직범죄 수사 활동이 통상 '인지수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울 것도 없는 결과다.

경기·서울·전북·경남·경북·부산·광주 순
216개 조직에 5425명 활동 중
전국구 범서방파 와해로 감소

앞서 말했듯 조폭들은 자신의 조직 이름을 스스로 발설하지 않는다.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알려진 '범서방파' '양은이파' 'OB파' 등의 작명도 실은 경찰 등 수사기관의 솜씨다. 수사기관이 조폭에게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를 씌우기 위해 조직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조직범죄 사건은 초동 수사 때부터 용의자가 조폭인 것을 인지한 채 시작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부분의 조폭 수사가 결국은 기획 수사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는 반대로 경찰 입장에서 평소 조폭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신원이 노출된 조폭들은 비정기적으로 사정당국의 내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조폭들이 매번 물리적인 폭력만을 동원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21세기형 조폭들은 본인들의 활동무대를 합법적인 영역으로 옮겨왔다.

2000년대 들어 조폭들은 건설, 금융, 증권,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영향력을 넓혀왔다. 이들 중 일부는 법인을 만들어 합법적인 주식회사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엔 조폭들이 수십명씩 떼를 지어 다니며 막무가내로 쇠파이프를 휘둘렀다면 요즘 조폭들은 조용히 등에 칼을 숨긴 채 전화 몇 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이제 '형님'이란 표현은 장례식에서만 쓰이며, 평소에는 '회장님'이란 호칭으로 대변된다. 이들의 범죄가 점차 '화이트칼라 범죄'의 성향을 띠면서 구속률 또한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구속율 줄고
회장님 늘고

지난해 10월 한 언론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조폭 구속율은 꾸준히 감소했는데 2008년 27.12%였던 구속율은 ▲2009년 23.55% ▲2010년 22.77% ▲2011년 18.02%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폭력조직의 전체 규모는 대동소이했는데  2008년 기준 221개 조직, 5413명이었던 조폭은 ▲2009년 223개(5450명) ▲2010년 216개(5438명) ▲2011년 220개(5451명) ▲2012년 217개(5348명)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다시 말해 ▲폭력조직의 규모는 그대로지만 ▲검거율은 매년 낮아지면서 ▲잠재적인 범죄 가능성이 높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이와 동일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10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대검찰청으로부터 넘겨받은 국정감사 자료에는 조폭 구속자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가 포함됐다.


2003년 1191명이었던 구속자 수는 ▲2005년 879명 ▲2007년 667명 ▲2009년 604명 ▲2011년 416명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검찰 수사망에 오른 간부급 조폭은 매년 증가했다. 2003년 283명(147개)이던 '형님'은 ▲2005년 351명(185개) ▲2007년 366명(166개) ▲2009년 410명(177개) ▲2011년 421명(191개) 순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선을 앞둔 지난해 말부터 일부 경찰청은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중 경기청은 지난해 6월20일부터 8월12일까지 59일 동안 무려 1394명의 '골목조폭'을 검거하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경기청은 검거한 조폭 중 161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 조폭에게는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상권이 크지 않은 골목을 중심으로 단속하다보니 '거물급 조폭'이 포획되지 않은 까닭이다. 경찰이 특별 관리하는 '거물급 조폭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지난 4월 이후 막을 올렸다.

검찰과 경쟁?
윗선 밝혀야

일각에서는 범서방파의 두목 고 김태촌씨가 사망한 후 김씨의 후계자로 불리는 사업가 나모(48)씨가 납치된 사건이 이번 '기획수사'의 도화선을 당겼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 2월 '국제PJ파' 부두목 조모(54)씨 등은 나씨에게 살인청부 의뢰와 함께 거액의 금품을 요구했다. 그러나 나씨가 이를 거절하자 조씨 등은 나씨를 납치·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배경 하에 경찰은 "조직폭력배에 대한 첩보수집을 강화하고 집중 단속에 나선다"는 계획을 브리핑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최근 폭력조직 간 다툼이 잦고 신흥 폭력조직이 발호하는 등 조직폭력배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집중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경찰의 집중단속 1호는 조폭들의 건설·대부업을 가장한 이권 개입, 그리고 폭력을 동원한 갈취 행위였다. 또 전통적으로 조폭들의 '돈줄'이었던 도박장, 게임장, 성매매 업소 등도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아울러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이미 노후화된 과거 조폭세력보다는 신흥 조폭세력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는 게 경찰이 세운 복안이었다.

비슷한 시기 검찰도 조폭 범죄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4월 대검찰청 강력부는 전국 9대 지방검찰청 조폭전담 부장검사 화상회의를 열어 "조폭 척결에 전 수사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중점 단속 대상은 고리 대부·사채업을 하거나 불법 채권추심에 가담하는 조폭, 영세 상인들에게 자릿세 등을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조폭, 사행성 게임기 공급 및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조폭 등이었다.

이는 검찰과 경찰이 각각 조폭을 겨냥한 대규모 기획수사를 예고한 격이었다. 이후 검찰은 지난 6월 부산의 대표적인 폭력조직 '신20세기파' 두목 홍모(39)씨 등 조직원 14명을 검거하며 수사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기대만큼의 성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경찰의 '2012 지역별 검거 현황'은 검경 간의 묘한 신경전을 암시한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해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를 적용해 검거한 조폭 수는 경기청이 336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남청은 98명, 인천청은 84명이었다. 이중 경기와 인천은 일선 수사력이 가장 센 곳으로 꼽힌다.

이어 울산청은 73명 광주청은 70명이었고, 뒤를 이어 ▲전남청 50명 ▲전북청 41명  ▲경남청 36명 ▲제주청 22명 ▲충북청 17명 ▲서울청 14명 ▲대구청 2명 순을 기록했다. 부산청과 강원청, 대전청은 공식 기록이 없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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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