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화> ‘사이코 성형의사’ 괴담 추적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1:40:18
  • 댓글 0개

‘여자에 원한’ 원장이 환자얼굴 난도질?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닥터>는 사이코패스 성형외과 의사가 저지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끔찍한 내용을 다룬 <닥터>는 실제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을 모델로 삼았다. 실제로 사이코 의사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피해자들이 인터넷 카페에 자신들이 겪은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끔찍한 사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그리고 해당 병원 원장에 대한 의혹이 괴담처럼 번졌다. 당시 피해자들은 성형외과 수술 부작용 모습이라며, 뒤집어진 눈과 함몰된 코, 진물이 나오는 배와 이마 등 여러 장의 사진을 카페에 올렸다. 일부에서는 여자에 대한 원한을 지닌 원장이 고의적으로 환자를 난도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인간 마루타로?
끔찍한 후유증

이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 <닥터>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둔 성형외과 의사 인범이 어느 날, 자신만 바라보던 아내의 외도 장면을 직접 목격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인범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아내를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짠다. 결국 인범은 순정의 얼굴을 칼로 도려내 얼굴가죽을 벗겨버린다. 그리고 우연히 구걸하는 노숙자를 발견하게 되고 가던 발걸음을 돌려 그 노숙자를 벽돌로 죽이고 노숙자의 품 속에 있는 주민등록증 하나를 챙긴 후 벽돌로 자기 얼굴을 내리친다. 몇 달 후 한 성형외과, 인범은 이제 인범이 아닌 다른 얼굴과 다른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영화 <닥터> 개봉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화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성형외과에서 성형을 받은 여성들은 현재 대부분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다. 피해여성들이 고통을 호소한 지 수년째다.


강남 모 성형외과 피해자들 부작용 호소
흉측한 모습 인터넷에…신체장애도 발생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A성형외과에서 사이코 의사에게 성형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한 여성은 재수술을 위해 강남 인근 H성형외과를 찾았다. 그러나 H성형외과는 그녀의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해 재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여성을 돌려보냈다. H성형외과의 한 간호사는 “이 여성이 A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이후 심각한 성형 부작용에 시달려 온 것 같다”며 “이런 고객들이 종종 우리 병원을 찾는다”고 전했다.

여성들의 얼굴을 망쳐놓는 A성형외과와 관련된 피해사례가 끝없이 올라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피해자가 꾸준히 생겼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당시 A성형외과의 실장은 “성형수술은 원래 말이 많다”고 한 뒤 “하지만 (이 병원에서) 한 번도 부작용이 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작용이 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수술 후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셔서 그렇다”며 “아무래도 술집 종사자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성형외과 원장은 사실 온라인에서 악명높은 의사였다. 그의 병원에서 수술받은 한 환자는 2011년에 “미친 의사한테 3500만원 상당의 수술(전신성형)을 받고 결국 장애인이 됐다. 죽고 싶다. 부작용을 호소하자 담당 의사가 음란한 내용의 욕설을 퍼붓고 강제로 내쫓았다”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당시 환자는 자신의 수술 부작용 모습을 담은 여러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렸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한 모습이 많았다. 눈꺼풀은 뒤집어지고, 눈꼬리는 심하게 벌어졌다. 코는 함몰됐으며, 콧방울은 6㎝가 넘어갈 정도로 커졌다. 지방흡입한 배에서는 진물이 흘러나오고, 이마에는 더이상 머리가 나지 않는 등 피해내용이 끔찍했다. 이러한 부실수술로 이 원장은 ‘사이코패스 의사’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명품’기대했다가
평생 불구로 살판


이 피해 여성은 “사각턱으로 고민하다 보톡스를 맞으러 갔더니 원장이 앞트임, 뒤트임, 안검하수교정, 눈밑지방 재배치, 코 수술(엉치뼈 절골해 사용), 알로덤, 광대축소수술, 사각턱축소수술, 앞턱V라인 교정술을 권유해 수술받게 됐다”며 “무언가에 홀린 듯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내가 미쳤다”고 한탄했다.

수술 후 피해자는 원장에게 코 성형 전에 왜 보형물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미국에서는 그렇게 수술하는 의사도 없고 한국 의사들은 보형물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라 보형물로 코 수술 받은 사람은 모두 재수술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원장은 “코 수술에서 가장 좋은 재료는 엉치뼈(엉덩이뼈)”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현재 일선 성형외과에서는 코 성형에 늑골연골, 귀연골, 비중격연골 등의 자가조직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턱수술의 경우엔 오른쪽 턱뼈만 잘라내 왼쪽은 사각턱은 그대로 남아 말도 안되는 얼굴형으로 변해버렸다.
피해 여성은 “그렇게 자상하고 상냥하던 원장은 수술 후 울면서 찾아가자 웃으며 ‘왜 왔냐, 수술도 성공적이고, 당분간 바쁘니까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다”며 “그게 사람이 할 소리냐”고 분노했다. 이 여성은 병원 업무가 끝날 시간까지 병원에서 울고 있었고, 원장은 결국 피해 여성을 불러 “넌 처음 관상 볼 때부터 알아봤다. 너같이 음모 털 많은 ×들은 (성형 부작용이 생겨도) 그래도 싸. 나가 이×아”라고 말했다는 것.

이 여성은 재건을 위해 대학병원을 찾았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상태를 살펴봐주신 교수님은 ‘이건 일부러 장난친 거다. 수술을 의도적으로 망치지 않는 한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피해 여성은 수술 실패가 고의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송 등 사건 잇따르자 조용히 잠적
병원 문 닫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또 다른 피해여성 김모씨는 2009년 같은 원장에게 융비술, 이마보형물삽입술 등 21가지의 수술을 권유받고 3000만원을 들여 약 18시간 동안 수술받았다. 당초 코 성형만 받으러 갔으나 원장이 “전체적인 얼굴의 균형을 위해서는 다른 부위도 성형을 해야 한다”며 “얼굴을 컴퓨터에 입력해 성형수술을 한 후의 가상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모습으로 100% 변화시켜 주겠다’고 장담하자 뭔가에 홀리듯이 수술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수술 직전 친동생이 보호자 대기실에 왔지만 의자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병원에서 쫓겨났다고 들었다”며 “보호자 한 명 없이 18시간 동안 강제로 수술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시간이 너무 길어지자 이상한 생각에 화장실을 핑계로 수술 중단을 요청했지만 ‘수술대 위에서 해결하라’는 이 원장의 말에 할 수 없이 수술실 바닥이 넘칠 만큼 소변을 봤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볼 및 앞광대 확대술을 받은 뒤 우측 볼의 확대 부위에 입안 쪽으로 리프팅실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자 원장은 왼쪽 실은 그대로 둔 채 오른쪽 실만 제거했다. 김씨는 좌우 볼 모양이 대칭이 되지 않는다며 왼쪽 실도 제거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원장은 김씨에게 수술비 반환이나 보상, 민·형사적인 이의도 제기하지 말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에 서명하라고 했지만 김씨는 거부했다. 이후 왼쪽 볼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김씨는 안면 좌우 비대칭은 물론 탈모·하안검외반증·연골구축 변형 등의 각종 신체장애가 발생했다.

환자에게 수술 강권
그리고 고의적으로?

김씨는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눈이 안 떠지고 콧구멍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해 숨도 쉬기 어렵다”며 “이마 윗부분은 대머리가 돼 괴물처럼 변해버린 얼굴 때문에 죽고 싶은 생각을 하루에 12번도 넘게 한다”고 토로했다. 가족관계도 나빠졌다. 그는 “남편은 이제 이혼하자고 하는 지경이다. 이 원장을 죽이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매체가 원장에게 김씨의 수술 결과에 대해 묻자 원장은 “김씨의 수술 전 얼굴을 보면 알겠지만 비대칭으로 원래부터 이상했다”며 “내가 수술해줘서 그나마 괜찮아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수술 후 주의사항에 대해서 충분히 알려줬지만 김씨가 상처 딱지를 떼는 등 관리 부주의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원장과 함께 일했다고 밝힌 한 코디네이터는 한 매체와 만나 “재직하던 당시 일주일에 1∼2건 이상 환자로부터의 항의가 있을 정도로 원장의 수술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다”면서 “원장은 수술 결과가 나쁘면 무조건 환자가 수술 후 관리를 못한 탓이라며 환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에 격분한 환자가 항의하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음란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코디네이터는 원장의 수술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이 원장은 타 병원 원장들에 비해 수술 시간이 약 2∼3배 더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법원에서 김모 환자의 승소로 결판났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성형수술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킨 원장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모씨 외의 또 다른 피해여성은 2008년 미용실 원장의 추천으로 이 원장에게 상담만 받으러 갔을 뿐인데 일어나 있을 땐 3일이 흘렀고, 수술비는 자신의 카드로 이미 결제돼 있었다. 그녀는 전신성형을 당했다.
원장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진단서를 작성하면 원장은 진단서를 써 준 의사를 용케도 찾아내 협박전화를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원장은 김씨와의 소송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한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 수료자격을 국내에서 인정되는 면허인 것처럼 과장한 것도 드러났다. 201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장은 “나는 국제성형전문의 자격증이 있다”며 “의료법상 엄연한 전문의 자격증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인정을 안해주는데,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들간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내가 선진국에서 따낸 훌륭한 자격증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재판부는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는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 주는 자격증 혹은 수료증임에도 피고가 면허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어 원고에게 피고가 성형외과 전문의로 오인해 수술을 감행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며 “설명의무를 위반해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수술을 함에 있어 수술 여부 및 그 시기·방법 선택에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수술과정 상 피부의 절제·절제 부위 선택·봉합 선택 등에서 잘못을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원고에게 통상 예상하기 어려운 과도한 흉터와 안검외반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원장은 1996년 8월 주름살제거 시술 도중 초등학교 교장 박모씨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경찰에 구속된 바 있다. 1년6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대법원(재판장 한종원)은 원장에게 벌금 200만원과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재판을 끝으로 원장의 ‘공식적인’ 행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일요시사>가 성형외과에 직접 찾아가봤지만 병원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유리로 된 내부를 가까이 들여다보니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건물 관계자에게 찾아가 성형외과 원장의 행방을 묻자 “성형외과가 건물에서 나간 지 꽤 오래됐다”며 “원장이 어디서 무얼 하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장이 과거에 친인척과 함께 다른 성형외과를 운영했었다고 한다. 원장과 동업자였던 친인척은 과거 의료업계의 큰 손이었다고 전해진다.

“의사를 죽이고
나도 죽고 싶다”

성형수술이 여성들 사이에서 보편화됨에 따라 성형에 대한 인식이 180도 변했다. 요즘엔 성형수술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성형을 쇼핑하듯 선택해 날카로운 매스에 자신의 얼굴을 맡긴다.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물론 성형수술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지만 성형외과 선택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홈페이지(www.cosmeticdoctor.or.kr)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면 윤곽수술 받다…
의식 잃고 한달 만에 사망

강남 성형외과에서 턱 안면 윤곽수술을 받다가 의식 불명에 빠진 환자가 한 달 만에 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성형수술 도중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가 된 뒤 결국 사망에 이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강남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들을 지난달 17일 수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A(30·여)씨는 지난 6월 24일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성형외과에서 마취 상태로 턱 안면 윤곽수술을 받다가 돌연 의식을 잃었다. A씨는 사고 직후 인근 종합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사고 후 한 달이 지난 7월24일 사망했고 A씨의 가족은 해당병원을 고소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