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화> ‘사이코 성형의사’ 괴담 추적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1: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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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 원한’ 원장이 환자얼굴 난도질?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닥터>는 사이코패스 성형외과 의사가 저지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끔찍한 내용을 다룬 <닥터>는 실제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을 모델로 삼았다. 실제로 사이코 의사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피해자들이 인터넷 카페에 자신들이 겪은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끔찍한 사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그리고 해당 병원 원장에 대한 의혹이 괴담처럼 번졌다. 당시 피해자들은 성형외과 수술 부작용 모습이라며, 뒤집어진 눈과 함몰된 코, 진물이 나오는 배와 이마 등 여러 장의 사진을 카페에 올렸다. 일부에서는 여자에 대한 원한을 지닌 원장이 고의적으로 환자를 난도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인간 마루타로?
끔찍한 후유증

이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 <닥터>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둔 성형외과 의사 인범이 어느 날, 자신만 바라보던 아내의 외도 장면을 직접 목격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인범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아내를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짠다. 결국 인범은 순정의 얼굴을 칼로 도려내 얼굴가죽을 벗겨버린다. 그리고 우연히 구걸하는 노숙자를 발견하게 되고 가던 발걸음을 돌려 그 노숙자를 벽돌로 죽이고 노숙자의 품 속에 있는 주민등록증 하나를 챙긴 후 벽돌로 자기 얼굴을 내리친다. 몇 달 후 한 성형외과, 인범은 이제 인범이 아닌 다른 얼굴과 다른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영화 <닥터> 개봉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화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성형외과에서 성형을 받은 여성들은 현재 대부분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다. 피해여성들이 고통을 호소한 지 수년째다.


강남 모 성형외과 피해자들 부작용 호소
흉측한 모습 인터넷에…신체장애도 발생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A성형외과에서 사이코 의사에게 성형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한 여성은 재수술을 위해 강남 인근 H성형외과를 찾았다. 그러나 H성형외과는 그녀의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해 재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여성을 돌려보냈다. H성형외과의 한 간호사는 “이 여성이 A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이후 심각한 성형 부작용에 시달려 온 것 같다”며 “이런 고객들이 종종 우리 병원을 찾는다”고 전했다.

여성들의 얼굴을 망쳐놓는 A성형외과와 관련된 피해사례가 끝없이 올라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피해자가 꾸준히 생겼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당시 A성형외과의 실장은 “성형수술은 원래 말이 많다”고 한 뒤 “하지만 (이 병원에서) 한 번도 부작용이 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작용이 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수술 후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셔서 그렇다”며 “아무래도 술집 종사자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성형외과 원장은 사실 온라인에서 악명높은 의사였다. 그의 병원에서 수술받은 한 환자는 2011년에 “미친 의사한테 3500만원 상당의 수술(전신성형)을 받고 결국 장애인이 됐다. 죽고 싶다. 부작용을 호소하자 담당 의사가 음란한 내용의 욕설을 퍼붓고 강제로 내쫓았다”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당시 환자는 자신의 수술 부작용 모습을 담은 여러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렸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한 모습이 많았다. 눈꺼풀은 뒤집어지고, 눈꼬리는 심하게 벌어졌다. 코는 함몰됐으며, 콧방울은 6㎝가 넘어갈 정도로 커졌다. 지방흡입한 배에서는 진물이 흘러나오고, 이마에는 더이상 머리가 나지 않는 등 피해내용이 끔찍했다. 이러한 부실수술로 이 원장은 ‘사이코패스 의사’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명품’기대했다가
평생 불구로 살판


이 피해 여성은 “사각턱으로 고민하다 보톡스를 맞으러 갔더니 원장이 앞트임, 뒤트임, 안검하수교정, 눈밑지방 재배치, 코 수술(엉치뼈 절골해 사용), 알로덤, 광대축소수술, 사각턱축소수술, 앞턱V라인 교정술을 권유해 수술받게 됐다”며 “무언가에 홀린 듯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내가 미쳤다”고 한탄했다.

수술 후 피해자는 원장에게 코 성형 전에 왜 보형물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미국에서는 그렇게 수술하는 의사도 없고 한국 의사들은 보형물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라 보형물로 코 수술 받은 사람은 모두 재수술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원장은 “코 수술에서 가장 좋은 재료는 엉치뼈(엉덩이뼈)”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현재 일선 성형외과에서는 코 성형에 늑골연골, 귀연골, 비중격연골 등의 자가조직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턱수술의 경우엔 오른쪽 턱뼈만 잘라내 왼쪽은 사각턱은 그대로 남아 말도 안되는 얼굴형으로 변해버렸다.
피해 여성은 “그렇게 자상하고 상냥하던 원장은 수술 후 울면서 찾아가자 웃으며 ‘왜 왔냐, 수술도 성공적이고, 당분간 바쁘니까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다”며 “그게 사람이 할 소리냐”고 분노했다. 이 여성은 병원 업무가 끝날 시간까지 병원에서 울고 있었고, 원장은 결국 피해 여성을 불러 “넌 처음 관상 볼 때부터 알아봤다. 너같이 음모 털 많은 ×들은 (성형 부작용이 생겨도) 그래도 싸. 나가 이×아”라고 말했다는 것.

이 여성은 재건을 위해 대학병원을 찾았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상태를 살펴봐주신 교수님은 ‘이건 일부러 장난친 거다. 수술을 의도적으로 망치지 않는 한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피해 여성은 수술 실패가 고의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송 등 사건 잇따르자 조용히 잠적
병원 문 닫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또 다른 피해여성 김모씨는 2009년 같은 원장에게 융비술, 이마보형물삽입술 등 21가지의 수술을 권유받고 3000만원을 들여 약 18시간 동안 수술받았다. 당초 코 성형만 받으러 갔으나 원장이 “전체적인 얼굴의 균형을 위해서는 다른 부위도 성형을 해야 한다”며 “얼굴을 컴퓨터에 입력해 성형수술을 한 후의 가상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모습으로 100% 변화시켜 주겠다’고 장담하자 뭔가에 홀리듯이 수술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수술 직전 친동생이 보호자 대기실에 왔지만 의자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병원에서 쫓겨났다고 들었다”며 “보호자 한 명 없이 18시간 동안 강제로 수술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시간이 너무 길어지자 이상한 생각에 화장실을 핑계로 수술 중단을 요청했지만 ‘수술대 위에서 해결하라’는 이 원장의 말에 할 수 없이 수술실 바닥이 넘칠 만큼 소변을 봤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볼 및 앞광대 확대술을 받은 뒤 우측 볼의 확대 부위에 입안 쪽으로 리프팅실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자 원장은 왼쪽 실은 그대로 둔 채 오른쪽 실만 제거했다. 김씨는 좌우 볼 모양이 대칭이 되지 않는다며 왼쪽 실도 제거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원장은 김씨에게 수술비 반환이나 보상, 민·형사적인 이의도 제기하지 말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에 서명하라고 했지만 김씨는 거부했다. 이후 왼쪽 볼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김씨는 안면 좌우 비대칭은 물론 탈모·하안검외반증·연골구축 변형 등의 각종 신체장애가 발생했다.

환자에게 수술 강권
그리고 고의적으로?

김씨는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눈이 안 떠지고 콧구멍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해 숨도 쉬기 어렵다”며 “이마 윗부분은 대머리가 돼 괴물처럼 변해버린 얼굴 때문에 죽고 싶은 생각을 하루에 12번도 넘게 한다”고 토로했다. 가족관계도 나빠졌다. 그는 “남편은 이제 이혼하자고 하는 지경이다. 이 원장을 죽이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매체가 원장에게 김씨의 수술 결과에 대해 묻자 원장은 “김씨의 수술 전 얼굴을 보면 알겠지만 비대칭으로 원래부터 이상했다”며 “내가 수술해줘서 그나마 괜찮아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수술 후 주의사항에 대해서 충분히 알려줬지만 김씨가 상처 딱지를 떼는 등 관리 부주의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원장과 함께 일했다고 밝힌 한 코디네이터는 한 매체와 만나 “재직하던 당시 일주일에 1∼2건 이상 환자로부터의 항의가 있을 정도로 원장의 수술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다”면서 “원장은 수술 결과가 나쁘면 무조건 환자가 수술 후 관리를 못한 탓이라며 환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에 격분한 환자가 항의하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음란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코디네이터는 원장의 수술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이 원장은 타 병원 원장들에 비해 수술 시간이 약 2∼3배 더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법원에서 김모 환자의 승소로 결판났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성형수술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킨 원장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모씨 외의 또 다른 피해여성은 2008년 미용실 원장의 추천으로 이 원장에게 상담만 받으러 갔을 뿐인데 일어나 있을 땐 3일이 흘렀고, 수술비는 자신의 카드로 이미 결제돼 있었다. 그녀는 전신성형을 당했다.
원장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진단서를 작성하면 원장은 진단서를 써 준 의사를 용케도 찾아내 협박전화를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원장은 김씨와의 소송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한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 수료자격을 국내에서 인정되는 면허인 것처럼 과장한 것도 드러났다. 201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장은 “나는 국제성형전문의 자격증이 있다”며 “의료법상 엄연한 전문의 자격증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인정을 안해주는데,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들간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내가 선진국에서 따낸 훌륭한 자격증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재판부는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는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 주는 자격증 혹은 수료증임에도 피고가 면허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어 원고에게 피고가 성형외과 전문의로 오인해 수술을 감행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며 “설명의무를 위반해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수술을 함에 있어 수술 여부 및 그 시기·방법 선택에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수술과정 상 피부의 절제·절제 부위 선택·봉합 선택 등에서 잘못을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원고에게 통상 예상하기 어려운 과도한 흉터와 안검외반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원장은 1996년 8월 주름살제거 시술 도중 초등학교 교장 박모씨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경찰에 구속된 바 있다. 1년6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대법원(재판장 한종원)은 원장에게 벌금 200만원과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재판을 끝으로 원장의 ‘공식적인’ 행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일요시사>가 성형외과에 직접 찾아가봤지만 병원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유리로 된 내부를 가까이 들여다보니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건물 관계자에게 찾아가 성형외과 원장의 행방을 묻자 “성형외과가 건물에서 나간 지 꽤 오래됐다”며 “원장이 어디서 무얼 하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장이 과거에 친인척과 함께 다른 성형외과를 운영했었다고 한다. 원장과 동업자였던 친인척은 과거 의료업계의 큰 손이었다고 전해진다.

“의사를 죽이고
나도 죽고 싶다”

성형수술이 여성들 사이에서 보편화됨에 따라 성형에 대한 인식이 180도 변했다. 요즘엔 성형수술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성형을 쇼핑하듯 선택해 날카로운 매스에 자신의 얼굴을 맡긴다.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물론 성형수술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지만 성형외과 선택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홈페이지(www.cosmeticdoctor.or.kr)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면 윤곽수술 받다…
의식 잃고 한달 만에 사망

강남 성형외과에서 턱 안면 윤곽수술을 받다가 의식 불명에 빠진 환자가 한 달 만에 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성형수술 도중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가 된 뒤 결국 사망에 이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강남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들을 지난달 17일 수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A(30·여)씨는 지난 6월 24일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성형외과에서 마취 상태로 턱 안면 윤곽수술을 받다가 돌연 의식을 잃었다. A씨는 사고 직후 인근 종합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사고 후 한 달이 지난 7월24일 사망했고 A씨의 가족은 해당병원을 고소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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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