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권력무상' 역대정권 막후실세들 현주소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0: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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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짧고 뒤끝은 길다 "아~옛날이여!"

[일요시사=정치팀] 역대정권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정권의 막후실세들이 있었다. 이들은 한때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권불십년(權不十年).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처럼 <일요시사>가 살펴본 이들의 현재 모습은 무척 초라했다.




이명박정부에서 '문고리권력'이라 불리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이달 초 부인상을 당했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에 연루돼 영월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 전 실장은 귀휴(복역 중에 있는 사람에게 일정기간 주는 휴가)를 받아 문상객들을 맞았지만 장례식장을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고인이 된 아내는 김 전 실장이 구속된 뒤 변변한 수입도 없이 자녀들을 키우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결국 남편 김 전 실장의 만기출소를 한 달여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케 하는 씁쓸한 사건이었다.

권력의 무상함
초라한 말년

그렇다면 한때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던 역대정권의 막후실세들은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전두환정권에서의 최고실세는 누가 뭐래도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었다. 그는 수도경비사령부 30경비단장으로 12·12쿠데타에 참여한 뒤 대통령 경호실장, 안기부장을 역임하는 등 5공의 최고실세 역할을 했다. 대통령 경호실장이던 1983년에는 버마 아웅산묘소 폭탄테러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으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할 정도로 그에 대한 주군의 신임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웅산 폭탄테러 이후에도 그는 육군 준장에서 육군 중장으로 특진했으며, 대통령 경호실장직을 사퇴한 이후엔 안기부장으로 전격 발탁된다. 1986년부터는 전 전 대통령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의 노태우 대표최고위원과 공공연히 신경전을 벌일 정도였다.

'의리의 돌쇠' 장세동 끝까지 일편단심
'6공 황태자' 박철언 '시인' 변신 눈길

하지만 장 전 안기부장은 정권이 바뀌자 용팔이사건, 5공비리, 12·12군사반란과 5·18내란 가담혐의 등으로 수차례 구속됐다 풀려나기를 반복하는 고초를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출소 직후 전 전 대통령의 집을 방문하여 "신고합니다. 각하!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라며 거수경례를 할 정도로 전 전 대통령에게 끝까지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었다.

장 전 안기부장은 이후 5·18특별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하고, 지난 2002년에는 대선출마선언을 하는 등 활발한 정치활동을 펼쳤지만 이후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해 6월 '특전사 마라톤대회'에서 특전사전우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얼굴을 비춘 것을 마지막으로 또 다시 칩거에 들어갔다.

수차례 구속
최근엔 칩거

노태우정권의 실세는 박철언 전 의원이다. 그는 한때 '6공의 황태자'로 불렸다. 박 전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먼 친인척 간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친분이 있었다. 검사 출신인 박 전 의원은 전두환정권에서 청와대 법률비서관으로 일하다 노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청와대 정책보좌관을 거쳐 정무장관을 지냈다.

문제는 그의 권력이 늘 직책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데 있다. 1988년에 치른 13대 총선에서는 자신이 만든 사조직인 '월계수회' 회원들을 대거 국회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잘 나가던 그는 김영삼(YS) 당시 민자당 대표와 후계자 자리를 놓고 다투면서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한다. 박 전 의원과 대립하던 YS는 "청와대가 박철언을 두둔하면 우리는 판(3당 합당) 깨고 다시 야당으로 돌아간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백기를 들었다. 박 전 의원을 당시 정무장관직에서 전격 사퇴시킨 것이다. 그렇게 YS는 민자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그렇게도 꿈꾸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다.

이후 박 전 의원은 민자당을 탈당하고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YS에 대항해 국민당을 창당하고 대선에 뛰어든 정주영 후보를 지원했으나 패하고, 1993년에는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1년6개월간 복역했다.

정계에서 은퇴한 그는 현재 변호사이자 시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김영삼정권에서는 YS의 차남 김현철(고려대 지속발전연구소 교수)씨가 '소통령'으로 불리며 일약 정권의 실세로 떠올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보다 김현철에게 줄을 서는 게 더 빠르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현철씨는 '아버지가 대통령임에도 구속된 아들 1호'가 됐다. 기업인 6명으로부터 66억원을 받고 12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이 일로 1999년 구속됐던 현철씨는 그해 광복절에 사면·복권됐지만 5년 뒤인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에게 불법정치자금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다시 구속 기소됐다.

승승장구하다 마무리는 항상 '감옥행'
권불십년 곱씹으며 와신상담 재기 노려

그는 이후 2007년 2월 다시 한 번 사면·복권됐다. 특히 2004년 검찰 조사 중엔 그를 둘러싼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현철씨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송곳으로 자신의 배를 5차례 찌르며 자해를 시도한 것이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그는 복부 2군데에 깊이 1cm , 3군데에 깊이 0.3mm가량의 상처를 입었으나 입감시키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다음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현철씨가 자해 과정에서 고작 1cm의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막상 죽기는 싫었던 것 아니냐"며 비아냥댔다.




현철씨는 이후 지난 2008년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2012년엔 거제에서 19대총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불공정 경선에 불복해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다 결국 불출마 선언을 했다. 현재는 모교인 고려대학교 지속발전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대중정권의 대표적인 실세는 차남 김홍업씨였다. 오죽하면 당시 홍업씨의 별명은 '100% 해결사'였다. 뭐든 부탁만 하면 100% 해결이 된다는 뜻이었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승승장구하던 홍업씨는 그러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인 2002년 '이용호 게이트'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에 권력형 이권개입 연루의혹이 발각되어 구속되기에 이른다.

홍업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2003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벌금 4억원, 추징금 2억6000만원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그는 구속수감 중 우울증 등 건강문제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아 풀려난 뒤 수차례 형집행정지를 연장하던 도중 2005년 8월 대통령특별사면조치로 '특혜시비' 끝에 가석방, 사면복권 됐다.

이같은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출소 후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7년 4월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호남은 범죄자도 'DJ 아들'이면 무조건 뽑아주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홍업씨는 이듬해 열린 18대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으며, 지난해 4·11총선 때는 구 민주계 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정통민주당이 그를 비례대표로 영입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정치 복귀 꿈
번번이 무산

노무현정권의 실세는 누가 뭐래도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였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정치에 처음 입문한 1988년부터 보좌진으로 그림자 역할을 수행했다. 이 전 지사는 노무현 국회의원 비서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기획팀장, 청와대 국정상황실 팀장을 거쳐 2003년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시절 이 전 지사는 '노무현의 분신'으로 불렸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중요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 핵심참모였다.

참여정부의 인선 작업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국정상황실장은 사실 2급 비서관과 같은 직급이었다. 직급으로만 보면 이 전 지사가 실세였다는 설명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15년 지기로서 절대적인 신뢰를 받으며 대통령과 자주 만났다.

'소통령' 김현철 1cm 자해로 굴욕
'상왕' 이상득 출소 후 요양에 치중

특히 노무현정권에서 국정상황실은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했다. 국정상황실은 국정을 둘러싼 각종 정보기관의 보고를 취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전 지사는 청와대 수석회의와 국무회의에도 2급으로는 유일하게 배석했다.


하지만 그 역시 지난 2009년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 재판 중인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되었지만 2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7월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정지를 당했다.

그는 확정판결 전에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지방자치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이후 그의 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림에 따라 2개월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2011년 1월27일 대법원에서 원심의 징역형을 확정판결하면서 도지사직을 최종 상실했다. 이 전 지사는 현재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소 연구원 겸 객원교수를 맡고 있다.

나빠진 건강
요양에 치중

이명박정권의 최고실세는 단연 이상득 전 의원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은 이명박정권에서 상왕(上王)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국회에선 매년 예산안 심사 때마다 이 전 의원의 지역구에 너무 과도한 예산이 책정됐다며 이른바 '형님예산' 논란이 불거졌고, 모든 일은 형님(이상득)을 통한다고 하여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이었던 지난해 저축은행에서 불법정치자금 등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년 2개월 동안이나 수감생활을 하는 불운을 겪었다. 지난 9일 만기출소한 그는 그간의 수감생활로 폐렴 등이 악화돼 당분간 요양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통해 '권력은 짧지만 뒤끝은 길고 고달프다'는 사실을 익히 보고 느끼는 지금 이 시간에도 달콤한 권력을 좇는 '정치불나방'들의 무한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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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