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공기업 ‘낙하산 전쟁’ 백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0: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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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떨어진 그 나물에 그 밥들

[일요시사=경제1팀] 공기업 인사 시즌이 개막됐다. ‘관치 인사’ 논란이 불거진 지 3개월여 만이다. 우선, 수장 자리가 공석이거나 전임이 계속 일하고 있는 공기업을 필두로 공모 절차 진행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후보자 면접도 하기 전에 또다시 특정인물 내정설이 나돌면서 정부의 ‘낙하산 배제’ 약속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반년 가까이 자리가 공석인 공기업은 수십 곳에 달한다. 집권 초 ‘인사참사’와 ‘윤창중 성추문 사건’을 겪은 박근혜 대통령이 온갖 변수를 꼼꼼히 따지다 보니 정작 중요한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청와대 인사위원장이 김기춘 비서실장으로 바뀐 뒤 인선작업이 재가동됐지만 ‘낙하산 인사’논란은 여전히 재연되고 있다.

내부출신이냐
외부출신이냐

최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김 비서실장은 지난달 초 취임 직후 전임 비서실장이 올린 공공기관 인사 방안을 전면 재검토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미 공모를 시작했거나 임원추천위원회 등이 소집되는 공공기관은 사실상 청와대 재가가 떨어진 상태라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6월 관치 논란으로 잠정 중단된 신용보증기금 한국거래소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사장 인선작업이 재개됐다.

‘낙하산 요람’으로 불리는 한국거래소(KRX) 이사장 인선은 어렵사리 5부 능선을 넘었다. 한국거래소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서류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11명 중 6명을 탈락시키고, 5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탈락자 6명에는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 회장과 임기영 전 대우증권 사장 등이 포함됐다. 거래소와는 별 인연이 없는데도 공모에 참가했던 우기종 전 통계청장도 탈락했다.

눈치보고 떠난 사장 빈자리 공모전 급물살
후보자 면접도 전에 특정인물 내정설 돌아

합격자 5명은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 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 이철환 전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우영호 전 거래소 파생상품시장 본부장, 장범식 숭실대 교수다. 임추위는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거친 뒤 26일 주주총회에서 3명의 최종후보를 상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재개된 사장 선임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공언한 것과 달리, 이 원칙에서 벗어난 경우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은 공모전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금융투자업계에는 ‘내정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지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최 전 사장의 이사장직 선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최 전 사장은 행정고시 14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조달청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최 전 사장 내정설이 불거지자 임추위와 공모제가 허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모절차라는 형식만 취했을 뿐 권력 실세가 특정 인사를 낙점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3개월 전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당시 후보 공모가 끝나기도 전에 친박근혜 계열인 김영선 전 새누리당 의원 내정설이 유력하게 제기되면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내정설에 멍든
신보·기보…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도 수장을 뽑는 공모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차기 이사장 내정설’에 휩싸였다. 신보 이사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서근우 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이 대표적이다.

서 실장은 연구원과 마피아의 합성어인 ‘연피아’로 분류되는 인물로,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금융감독위원회 자문관,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지냈다.

서 실장은 김대중 정부 환란 위기 때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 밑에서 부실기업을 처리하며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은 이로 평가받는다. 서 실장은 이 전 위원장이 한국신용평가 사장이었을 때 같이 일했는데 그가 “DJ정권에서 금감위원장을 맡으면서 데려간 이는 딱 두 명이었다. 한신평에서 함께 일했던 서근우와 이성규”라고 말하는 등 널리 알려진 ‘이헌재사단’의 일원이다.

이런 이유로 서 실장은 원래 유력한 신보 이사장 후보였는데 내정설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 실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되면 금융연구원 출신이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이어 공기업의 요직까지 진출하게 된다.

서 실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유력 금융유관기관장 등으로 자주 거론됐다. 지난 3월에는 보험연구원장, 지난달에는 한국은행 부총재보의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신보는 지난 6월 초 임추위를 구성했지만 BS금융지주 등의 잇단 ‘관치논란’에 휩싸이면서 임추위 가동이 사실상 중단된 바 있다. 안택수 이사장은 지난달 17일 임기가 만료됐지만 한달 넘게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상태다.

기보 역시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의 내정설에 휩싸였다. 홍영만 기보 이사장 후보는 행정고시 25회로 재무부 증권보험국과 세제국, 재정경제원 경제협력국, 재정경제부를 거쳐 2005년 금융위로 복귀해 자본시장국장 및 금융서비스국장 등을 지냈다.

홍 위원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유력한 신보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등 관치논란을 낳았던 인물이다.

앞서 김정국 기보 이사장은 임기를 1년 남기고 지난달 말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김 이사장은 건강상의 사유라고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내정자를 언론에 흘린 것이 사퇴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관치·낙하산
끝없는 잡음

이 밖에도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서부발전, 남동발전, 대한석탄공사 등 에너지공기업들도 사장 공모를 마무리하고 서류, 면접절차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수원 차기 사장으로는 조석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유력하고, 보험개발원장에는 김수봉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물망에 올라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공항공사와 코레일 등도 사장 공모절차를 다시 시작했다. ‘낙하산 압력’ 논란으로 중단됐던 코레일 사장 재공모에는 총 19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은 정창영 사장 후임 선임을 위해 당초 지난 7월 말에 공모 절차를 진행했으나 국토교통부가 인원추천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인사 청탁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재공모가 결정됐다.

지난 10일 마감된 재공모에는 지난 7월 공모에서 3배수에 뽑혔던 이재붕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 팽정광 현 코레일 부사장이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던졌다.

또한 새누리당 당협위원장과 한국교통대 교수로 재직 중인 최연혜 전 한국철도대학 총장도 지원했다. 최연혜 교수는 코레일 부사장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변수만 없다면 이들 3명이 최종 사장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곳곳서 인선작업 잡음
‘MB맨’→‘박의 남자’
대선캠프 출신들 포진

한국공항공사 사장 후보에는 지난 2009년 ‘용산 참사’의 무리한 진압을 지휘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포함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공항공사는 지난 9일 사장 후보자로 김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오창환 전 공군사관학교장, 유한준 전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결정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소식을 들은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참사로 경찰공직에서 물러나 책임을 면피하려 했던 김석기가 다시 공기업 사장으로 거론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분노하고 있다.

이 같은 공기업 인사 잡음의 근원지는 결국 최종적인 임명권을 가진 청와대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첫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선 원칙을 천명한 이후 내정설이 끊이지 않으면서 주요 기관장 인선 공식절차가 힘을 잃고 청와대 눈치만 보는 현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눈치보기는 ‘MB맨’들의 사퇴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대통령실장 출신인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은 임기를 8개월 남겨 놓고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했고, 농림부장관 출신의 장태평 한국마사회 회장은 지난 2일 임기가 1년 2개월여 남은 상태에서 돌연 사퇴했다.

앞서 언급한 기보 이사장의 사퇴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 이사장은 행시 9회로 공직생활을 시작, 공정거래위원회 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재정경제원 차관보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기보 이사장에 임명됐다.

MB맨 물갈이
교체 본격화

MB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이력 때문에 올 초부터 꾸준히 교체설이 흘러나왔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는 이석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거취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연대 한 관계자는 “공기업 사장 인선엔 특정 인물의 낙하산보다 바닥에 곤두박질 친 자본시장 현안을 잘 짚어 낼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관료 출신이나 특정 후보의 낙하산이 될 것이 뻔하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다시 중앙정부의 뜻대로 좌지우지하려는, 낙하산을 솎아낸 자리에 다시 낙하산을 앉히려는 작태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세훈 한전 인사 개입 의혹

 

김중겸도 윗사람 의중?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김중겸 전 한국전력 사장의 선임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원장이 사용하는 안가에 외부인이 수시로 드나들며 인사청탁을 한 사실도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11일 열린 원 전 원장의 알선수재 사건 첫 공판에서 황보연 황보건설 대표는 “2011년 2월 당시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이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자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원 전 원장과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하며 금품제공과 인사 청탁 사실 등을 시인했다. 

검찰은 원세훈과 황 대표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 등을 관련 증거로 제시했다. 원 전 원장은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한전 사장으로 내정되기 한 달여 전인 2011년 7월18일 “지금 김사장 접촉 노출하면 좋지 않음”이라는 문자메시지를 황 대표에게 보냈고, 황 대표는 이후 자신의 부인에게 “내일은 김중겸 한전 사장 될 것”이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황 대표는 “원장님이 그렇게 얘기해서 문자를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세 사람은 이같은 문자를 주고받기에 앞서 함께 골프를 쳤다. 김 전 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전 사장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황 대표는 진술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김 전 사장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었다.

김 전 사장은 2011년 7월 한전 사장직에 응모, 같은 해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사장으로 일했다. 공모 당시 김 전 사장을 포함해 3명이 지원했지만 그가 미리 내정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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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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