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MB 지우기'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0: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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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국정과제는 MB 5년 발자취 '쓱싹쓱싹'?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부에선 요즘 ABM(Anything but MB) 인사라는 말이 유행이다. 'MB사람만 빼고 다 좋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박근혜정부의 최대 국정과제가 'MB 지우기'라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어찌된 사연일까? MB 흔적 지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낱낱이 살펴봤다.




박근혜정부의 'MB 흔적 지우기'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 있었던 각종 의혹과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고, 과거 정권에서 임명했던 사람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고 있다. 인사와 사정, 정책 등 전 분야를 총망라한 과거 정권 지우기다.

MB 사람들
'추풍낙엽' 

박근혜 대통령은 심지어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에서 키우던 꽃사슴도 모두 서울대공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서울대공원에서 암사슴 2마리와 수사슴 1마리를 데려와 청와대 경내에 풀어놓고 키웠다. 꽃사슴들은 이후 빠르게 번식해 퇴임 무렵엔 26마리까지 불어났다. 꽃사슴들은 청와대를 휘젓고 다니며 녹지원(청와대 정원)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었지만 이 전 대통령 부부 내외는 꽃사슴들을 자식처럼 아꼈다.

박 대통령은 이런 꽃사슴들을 취임식 후 채 한 달도 안 돼 모두 서울대공원으로 돌려보냈다. 게다가 서울대공원 측은 꽃사슴을 수용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며 이마저도 경기도의 한 농가에 모두 팔아치웠다. 한때 대통령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꽃사슴들의 초라한 처지가 왠지 MB사람들의 오늘과 닮아있다.

과거 미국에선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정권을 잡으면서 ABC(Anything But Clinton·클린턴이 하던 것만 빼고는 무엇이든 괜찮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를 빗대 박근혜정부에서는 ABM(Anything But MB·이명박이 하던 것만 빼고는 무엇이든 괜찮다)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MB가 하던 것만 빼곤 뭐든 다 괜찮아?
'MB표 정책'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손봐

대표적인 사례가 각종 인선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MB사람들은 속절없이 밀려나고 있다. 한때 금융계를 쥐락펴락한 '금융계 4대 천왕(天王)'도 새 대통령의 카리스마에 짓눌려 자기 목소리 한번 제대로 못 내고 물러났다. 지난 4월에는 강만수 전 KDB금융지주 회장이, 6월에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그리고 7월에는 어윤대 전 KB금융그룹 회장이 연이어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해 3월 퇴임했다.

알게 모르게 자진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MB계 공기업 사장들도 한둘이 아니다. 실제 장태평 한국마사회 회장은 지난 2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만나 사표를 제출했다. 임기가 1년2개월이나 남은 상태였다.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도 임기를 8개월 남겨놓고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장 회장과 정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이다. 장 회장은 MB정권 초기 2년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냈고, 정 원장은 비슷한 시기 청와대 대통령실장을 맡았었다. 이지송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김건호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도 임기를 남기고 일찍이 사퇴했다.

눈칫밥 먹다
임기도 못 채워

이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이석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퇴임설도 꾸준히 들려온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2015년 초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정 회장의 경우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사퇴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 측은 정기 세무조사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 2005년과 2010년 5년 단위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어 불과 3년 만에 이뤄진 이번 조사가 정 회장을 겨냥한 특별 세무조사라는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KT와 포스코는 민영화된 이후 정부 지분이 전혀 없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청와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달 임기를 무려 1년7개월여나 남겨둔 시점에서 돌연 사퇴한 양건 전 감사원장의 경우는 이임식에서 직접 준비한 이임사를 통해 "외풍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자신의 재임기간 감사업무나 인사 등에 관해 정치적 외풍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전격사퇴한 채동욱 검찰총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혼외자녀 의혹으로 논란을 겪어온 채 총장의 사의표명은 이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직후 이뤄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청와대의 사퇴압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채 총장은 박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인사지만 대선 직후 이명박정권 하에서 꾸려진 검찰총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인사로 실질적으로는 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되어 왔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도 지난 6월 "채 총장은 이명박정부가 지명한 검찰총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참여정부 인사는 써도 이명박정부 인사는 안 쓴다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정책면에서도 MB지우기가 한창이다. 박근혜정부는 우선 이 전 대통령 시절에 도입된 'A·B 선택형 수능' '니트(NEAT)' '입학사정관제' '자율형 사립고' 등 굵직굵직한 주요 교육정책들을 대폭 수정 또는 폐지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따르면 MB정부가 지난해 도입해 올해 처음 실시되는 A·B형 선택형 수능은 정책 결정 1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 MB정부가 오는 2016학년도부터 대입수학능력시험의 영어 과목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인 니트(NEAT)도 수능에 반영하기 않기로 했다.

또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새 입시전형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전형은 학생부 위주 전형에 포함됨으로써 사실상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MB정부에서는 입학사정관제 장려 등으로 각 대학들이 최대 3000개까지 전형을 늘렸지만, 이번 교육부의 전형 축소 방안으로 전형이 절반 이상 줄 것이라는 계산도 나왔다. 성취평가제가 사실상 연기되고, 자사고 정책이 변경됨에 따라 지역 단위 자사고의 인기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MB표 정책 
줄줄이 폐기

박근혜정부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표상이라고 추앙받던 '녹색'이란 단어를 없애는 데도 한창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녹색이 과거 이명박정부가 시행했던 '녹색성장' '녹색에너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도 재생에너지 분야 등에 관심이 있어 정책방향 자체는 이명박정부와 비슷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산하기관들의 정부시책이나 사업보고서 등에서 최근 '녹색'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꼭 유지해야 할 직책은 아예 이름을 갈아치웠다. 녹색대사가 기후변화대사로 바뀐 게 대표적 사례다.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 사업에서도 녹색 성장 등 MB 지우기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4월 안전행정부는 총 289개 단체에 144억8000만원을 지원해주는 2013년도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을 확정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이명박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녹색성장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성장 및 자원에너지 절약 분야는 지난해 45개 사업 22억7100만원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34개 사업 16억7900만원으로 5억8000만원 가량이나 줄어들었다. 이 분야에 지원한 시민단체들의 숫자도 지난해 72개 단체에서 58개 단체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여름철 산업통상자원부(구 지식경제부)의 상징이었던 '휘들옷'도 사라졌다. 휘들옷은 휘몰아치는, 들판에 부는 시원한 바람같은 옷이라는 뜻으로 일반소재보다 체감온도가 2~3℃ 시원한 국산 첨단소재가 사용됐다.

지난해 산자부는 여름철 전력난을 맞아 휘들옷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벌이며 솔선수범해서 착용했으나 새 정부 들어서는 휘들옷을 착용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던 산자부가 사실상 착용을 중단하면서 휘들옷은 MB정권의 잔재로 취급받으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금융부분에 있어서도 지난 5년간 구축됐던 'MB금융' 체계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고, 이른바 ‘근혜금융’ 시대가 시작됐다. 이명박정부 시절 정책금융의 효율화를 위해 산업은행에서 분리됐던 정책금융공사는 4년 만에 재통합하기로 했다.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간 'MB사람들'
MB가 아끼던 꽃사슴까지 내다 버려

과거 정권을 향한 사정바람도 거세다. 박근혜정부 들어 이명박정부에서 특혜를 입은 것으로 지목받아온 롯데와 효성 등의 대기업들이 잇따라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친MB기업'에 대한 손보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국세청은 이 전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을 탈세 혐의로 출국금지시켰다. 공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롯데월드타워 사업허가 승인을 받은 롯데를 비롯해 현대차그룹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4대강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장석효 도로공사 사장이 구속되는 등 검찰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새정부 들어 감사원으로부터 사실상 '대운하 사기극'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환경부는 4대강이 물 흐름을 막아 녹조 현상을 심화시켰다며 이명박정부 시절과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또 이 전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한 자원외교 탓에 등 떠밀리다시피 해외자원 개발에 나섰던 석유공사는 해외자원 개발의 부실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졸지에 나라살림을 축낸 공기업으로 낙인 찍혀 버렸다.

반복되는
정권 차별화

과거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 혹은 거리두기는 반복되어 왔다. 정권교체를 이뤘을 때는 물론이고 사실상 정권승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YS정권은 '역사바로세우기'를 기치로 내걸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전격 구속했다. 참여정부 때는 DJ정권의 핵심인 박지원 의원을 구속했고, 대북송금 특검으로 DJ의 최대 치적인 햇볕정책에 큰 오점을 남기게 하기도 했다.

정치전문가들은 "이전 정권에서 잘못한 점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전 정권의 사람들과 정책들을 무조건 바꾸고 보는 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며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 예산, 행정력 등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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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