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서양화가 김기태

"반짝 사라지는 영감을 붓끝에 담죠"

[일요시사=사회팀] 김기태 작가의 작업실에는 미학 관련 서적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김 작가는 순간의 재능보다는 영원한 노력을 선택했다. 누구보다 자신의 작품에 정직한 그는 타고난 예술가였다.




화가로서 너무 이른 나이의 성공이었다. 김기태 작가는 지난 1999년 <MBC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같은 해 <서울현대미술제>에서 최우상을 <미술세계대상전>에서 특선을 거머쥐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타고난 예술가

당시 그가 내놓은 작품은 미술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됐다. 당대의 거장들만큼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김 작가의 그림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한꺼번에 받은 탓인지 김 작가도 성공이란 수렁에 빠져드는 듯 했다.

하지만 김 작가는 여느 조로한 동기들과는 달랐다. 지금에 안주하기보단 더 나은 내일을 선택했던 것.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 작업실에서 만난 김 작가는 자신을 '노력파'라고 소개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의 나를 돌이켜보면 조금은 우쭐한 면도 있었어요. 큰 상도 받고, 작품도 제법 팔렸으니까요. 하지만 스트레스도 심했죠. 작업을 하면 할수록 '내가 정체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고요. 무엇보다 전 제 작품이 걸린 전시회에 가서 벽에 걸린 작품을 일일이 소개해야 하는 게 싫었어요. 전 그냥 그림을 그리는 화가일 뿐인데 미술품 딜러처럼 수완을 부리지 못했으니까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만 해도 뉴욕은 전 세계 미술 흐름을 주도했다. 당시 뉴욕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미술 시장이 존재했다. 그만큼 작품도 다양하고 수요도 많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미국에서 현대 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접한 김 작가는 "솔직히 한국보다 미국 생활이 더 맞는 것 같다"며 뼈있는 농담을 이었다.

"이런 말은 조심스럽지만 한국 사회에서 강요하는 미풍양속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웃음). 한국은 역사가 길어서 그런지 관습처럼 굳어진 부분이 많죠. 그에 반해 미국은 한국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어요. 나이와 직업에 상관없이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도 있고요. 그때 당시 어울렸던 친구 중에는 50대도 있고, 20대도 있었어요. 경직되지 않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오는 활발한 소통이 어떤 예술적 영감으로 이어지지 않나. 전 그렇게 생각해요."

김 작가는 "화가라면 무엇보다 자신의 작품에 정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보통의 화가에게는 사회적·경제적 보상체계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만족할 수 없다면 이 직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가 그림에 만족하지 못하면 붓을 놓는 게 맞습니다. 이건 작가 본인이 제일 잘 알아요. 아무리 옆에서 칭찬해주고, 컬렉터가 그림을 사줘도 내가 만족 못하면 이 일은 절대 못합니다. 일단 고통스러워요. 돈도 못 벌고 인정도 못 받고. 그렇게 재능 넘치는 많은 작가가 지금도 이 길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들을 탓할 문제는 아니에요. 오히려 그림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을 탓해야죠."

뉴욕 유학파 출신 중견화가 "화가라면 그림에 정직해야"
낡은 흑백사진서 영감, 유채·아크릴로 마무리

김 작가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나도 처음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저 그런 화가였습니다. 지금이라고 대단한 건 아니지만 주위를 보면 이 직업을 계속 갖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난 실력이 없는 걸 알았기에 노력했고,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어요. 모차르트의 라이벌 살리에리처럼 난 노력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그리다보면 언젠가 누군가 알아줄 거라는 믿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1997년 여름, 김 작가는 우연히 들렀던 '골동품 가게'에서 주운 흑백사진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작자는 미상. 그러나 익명의 작가가 찍은 사진은 김 작가에게 발견됐고, 김 작가가 집어든 사진 속 인물들은 말없이 김 작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김 작가는 '반짝하고 사라지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담기 시작했다. 앞서 김충환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업을 "빛이 그린 그림, 시간이 만든 환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과 회화의 중간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먼저 사진을 찍어 현상한 뒤 그 위에 아크릴과 유채로 그림을 덧씌운 작품들입니다. 보통 한 작품에 2∼3달 정도 걸려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죠. 하지만 관객들이 제 작품을 보고, 작품 안의 공기를 함께 호흡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두고 관조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만든 환영"

김 작가는 오는 10일부터 구하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가 말한 '저자의 죽음'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김 작가가 만들어 낸 놀라운 풍경들은 그가 처음 흑백사진을 마주했을 때처럼 새로운 경험을 관객들에게 선물할 것이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김기태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97)
▲홍익대 회화전공(00)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대학 회화전공(06)
▲MBC미술대전(99) 대상 외 수상경력 다수
▲개인전 Ommi갤러리 뉴욕(06) 및 김영섭사진화랑 서울(09) 등 14회
▲국내외 단체전 60여회
▲홍익대 등 대학·예고 강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