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석기 블랙홀' 빠진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16 11:18:59
  • 댓글 0개

아무리 애써도 지워지지 않는 '종북 주홍글씨'

[일요시사=정치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의 후폭풍이 민주당을 강타하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연대했던 민주당에 책임론을 제기하며 압박하고 나섰고, 이 같은 종북 논란은 민주당 내부의 친노와 비노 간 계파갈등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과연 민주당은 '이석기 블랙홀'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민주당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의 후폭풍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처리된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체포동의안이 89.3%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제기한 책임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좀처럼 '이석기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내부갈등

새누리당은 이석기 사태가 불거진 이후 연일 민주당의 '원죄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 의원이 참여정부 시절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피선거권이 회복됐고, 이후 지난해 총선 당시 이뤄졌던 야권연대를 발판으로 국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골자다.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민주당 원죄론'을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국정원 개혁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이번 공안사건을 신종 메카시즘 광풍으로 몰아가려는 조짐과 의구심이 있다"며 "더이상 야당 음해와 정쟁을 유발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이석기 책임론'을 새누리당의 억지주장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당내에서조차 잘못은 솔직히 인정하고 넘어가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지난 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통합진보당은 (종북세력을) 자체 정리하지 못하면 스스로 해산해야 한다"면서 "민주당도 낡은 진보세력과 연대한 게 불찰이었다면 '앞으론 당당히 걸어가겠다'는 반성문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4선의 김영환 의원도 "제 발로 서지 못하고 연대와 단일화에만 목맨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며 "진보당을 원내에 불러들인 민주당도 책임을 느끼고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최근 이 의원의 제명안이라는 새로운 카드도 들고 나와 민주당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 전체가 한명도 빠짐없이 동의해 제출한 이석기 제명안은 민주당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민주당은 내란음모·여적죄가 아직 입증된 것이 아니라며 1심 판결이라도 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 의원을 감싸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이 커지고 있어 부담스럽다.

당장 10월 재보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종북 논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선거의 판세는 민주당에게 무척 불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새누리당이 제출한 이석기 제명안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9일 "당내 종북세력의 꼬리를 잘라내야 한다"며 지도부에 쓴소리를 했다. 조 최고위원은 또 "이석기 제명안에 한치의 미적거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석기를 옹호할 의도로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있으면 빨리 커밍아웃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기 책임론 놓고 친노-비노 첨예 대립
보수단체 민주당 지역사무실 습격하기도

이 의원의 제명안은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지도부 방침에 엇박자를 내고 공개적으로 제명 문제에 찬성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다음날 성명서를 내고 조 최고위원의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심지어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에서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 최고위원은 수십년 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투쟁해온 민주당의 역사와 정체성을 부정함으로써 당 지도부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특히 조 최고위원의 '커밍아웃' 발언에 대해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천박한 인식과 철학을 보여주는 한심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석기 사태가 민주당 내부 갈등으로 번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친노 비노 계파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석기 사태로 꼬일대로 꼬인 새누리당과의 관계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가고 있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과 관련, '민주당의 죄가 이석기 의원의 죄보다 크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귀가 의심스럽다'며 즉각 반발했다.



홍 사무총장의 이날 발언은 "국정원의 죄가 이석기 의원의 죄보다 크다"고 꼬집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겨냥, "국민들은 민주당의 죄가 이석기 의원의 죄보다 크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한 것이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이석기 사태를 놓고 각을 세우면서 민주당의 국회 복귀는 점점 더 요원해지고 있다. 민주당이 1년 가까이 끌어온 국정원 대선개입 이슈도 흐지부지 잊혀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다시 국정원 대선개입 이슈를 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론의 관심은 멀어진 지 오래다.

당장 신기남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정원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7일에는 대전에서 국정원 개혁촉구 결의대회까지 열었지만 좀처럼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석기 사태의 후폭풍으로 국정원의 국내파트 해체를 요구하는 민주당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여론까지 크게 늘어나 국정원 이슈를 끌고 갈 동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백색테러까지

이 같이 악화된 여론을 반영하듯 최근엔 민주당을 향한 보수단체의 테러까지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지난 6일 "보수단체들의 민주당, 그리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한 위협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보수단체들은 민주당이 국민결의대회를 할 때마다 인접 장소에서 맞불집회를 열고 고출력 확성기로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 모 단체는 의원실마다 '비상계엄령 선포'를 촉구하는 황당한 내용의 팩스문를 보내기도 했다"며 사례를 열거했다.

배 대변인은 "급기야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라는 단체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역사무실을 급습해 '종북이 아니라면 확약서를 쓰라'는 억지를 부리며 업무를 방해하고, 사무실 직원들을 협박하는 사태까지 벌이고 있다"며 "벌써 12곳의 지역사무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보수단체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지원금 삭감 등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혀 보수단체와 민주당 간의 대립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0월 재보선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민주당은 이석기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