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기러기아빠 아지트 ‘기러기바’ 실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16 11:08:19
  • 댓글 0개

아내의 빈자리, 그녀들이 채워준다

[일요시사=사회팀] 자녀의 교육을 위해 부인과 아이들을 외국으로 보내고 홀로 한국에 남아있는 ‘기러기아빠’들은 늘 외롭다. 이들은 가족을 그리며 술로 밤을 지샌다. 그리고 씻기지 않는 외로움을 달래고자 ‘기러기바(데이트바)’를 찾고 있다.



1990년대 조기유학 열풍이 불면서 시작된 ‘기러기아빠’ 문제, 한국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이미 국어사전과 국립국어원에 신조어로 포함됐을 정도로 한국사회에 엄연한 보통명사로 자리잡았다. 그 숫자도 50만 가구 이상으로 추산되니, 이미 가족의 한 형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기러기아빠’의 속은 썩어 문드러진다. 지금 그들은 속 얘기를 들어줄 대화상대를 찾고 있다.

데이트 상대 찾아
밤거리 헤맨다

서울 강남 일대에 외로운 기러기아빠들을 상대하는 일명 ‘기러기바(데이트바)’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곳은 초저녁부터 기러기아빠 등 외로운 남성들로 북적댄다. 이색적인 건 이들은 동행 없이 혼자 온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간 외로웠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여성을 선택해 1대 1로 술을 마시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이들의 발걸음을 옮기게 하고 있다.

수년 전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먼 타국으로 떠나보낸 A씨는 최근 외로움에서 한 발짝 벗어났다. 기러기아빠가 주 고객인 ‘데이트바’에서 대화녀를 만나고부터다. 묘한 술집시스템에 대해 꽤 만족하는 눈치다. “내 나이쯤 돼서 기러기족 생활을 하다보면 룸살롱도 재미없고 늘 외롭다. 우연히 데이트바를 알게 됐는데 술에 대한 부담도 없고 젊은 아가씨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위로받는 느낌이다.”

사실 A씨는 ‘데이트바’를 처음 접했을 때, 신종 변태 유흥업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데이트바를 직접 가보니 신종 유흥업소가 아니었다.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최상의 장소였던 것이다. 그는 ‘데이트바’에서 만난 대화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대 이상의 위안을 느꼈다. 그 뒤로  A씨는 한 달에 두 세 번씩 데이트바를 찾고 있다.


A씨는 기러기아빠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데이트바의 존재를 알게 됐다. A씨는 이곳에서 활동하는 기러기아빠들과 고민을 털어놓으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가끔 열리는 정기모임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리고 정기모임 어느 날, 데이트바에 다녀온 B씨의 후기를 듣게 됐다. 당시 A씨는 퇴폐업소라고 생각해 단순히 웃어 넘겼지만 그 호기심은 며칠이 지나도 가시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쓸쓸히 퇴근하는 발걸음에, 문득 정기모임 때 B씨가 말한 데이트바가 떠올랐다. A씨는 B씨에게 들은대로 곧장 데이트바로 향했다.

솔로 남성들을 위한 전용술집 데이트바는 대화녀라고 불리는 예쁜 여종업원과 독립된 공간에서 1대1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룸살롬 등에 싫증을 느낀 기러기 아빠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러기아빠 A씨는 본인이 원하는 아가씨 한 명을 지목해 1대 1로 ‘프라이빗바’에서 술자리를 함께했다. 맥주와 안주는 무제한 제공된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제법 이야기가 통했고 재밌었다. 기본 한 시간에 10만원이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화녀가 자신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시덥잖은 농담에도 밝은 미소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화녀의 반응에 들뜬 A씨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데이트바를 이용하는 기러기아빠 A씨는 “가정에서 치이고 회사에서 치이다 보면 삶이 황량하다. 체면 때문에 속내를 털어놓기도 힘들다. 그렇다보니 늘 외롭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던 중 우연히 데이트바를 알게 됐는데 술에 대한 부담감도 적고 대화녀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위안을 받고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고 털어놨다.

진솔한 대화로
발길 끊이지 않아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데이트바’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손님들과 원활한 대화를 위해 대화녀들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 매너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리고 대화녀로 일을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교양지식은 갖춰야 한다고. 학식 있는 기러기아빠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세태 속에 목돈 마련을 위해 ‘대화녀’를 자청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사실 퇴폐적 서비스를 하는 바나 유흥업소는 천지에 널려있다. 하지만 데이트바는 유흥업소에 질린 외로운 남성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큰 부담 없이 편하게 와서 기분전환하고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뜨거운 서비스나 진한 스킨십을 원하는 손님은 드물다. 물론, 간단한 스킨십 정도는 허용된다.

가끔 꼴불견인 손님들도 있다. 도를 지나쳐 가슴 등 신체 은밀한 부위를 노골적으로 만지려고 하는가 하면 치마 속 등 몰래카메라를 찍으려는 남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몇몇 남성들은 대화를 나누다 마음이 통한다 싶으면 “나랑 사귀자”고 말하기도 한다. 또 몇몇 손님은 은밀하게 성매매를 제의한다고 한다. 아무리 친절하고 매너가 좋아도 사적인 만남, 2차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서울 강남 일대에 ‘데이트바’우후죽순
초저녁부터 외로운 남성들 북적북적

‘대화녀’ 가희(27·가명)씨는 “손님들이 사귀자는 건 대부분 엔조이를 의미한다. 가끔 정말로 마음이 통하는 손님이 있기도 하지만 일일 뿐이다. 솔직히 사귀는 건 힘들다”고 말했다.

가희씨는 6개월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자격증을 따러 학원에 등록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지만 생활이 막막했다. 학원비며 수업에 필요한 도구며 돈 나갈 곳이 많았다. 거기에 생활비와 적금, 보험료 등 수입보다는 지출이 많아 경제적으로 힘들어 고민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데이트바에 발을 들이게 됐다.

“사실 처음엔 술집 접대부 같은 일은 아닐까 겁이 났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나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가희씨에 의하면 데이트바 일 손님 대부분이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다보니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 견문이 넓어졌다고 한다.

과도한 스킨십 금지
여성은 목돈 목적

‘대화녀’로 일하면서 가희씨는 가끔 ‘카운슬러’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고 전했다. 딱딱하고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만큼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남성들의 ‘속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그렇게 외로움도 많이 타고 고민이 많은지 처음 알았다”면서 “처음엔 술집 접대부 같은 일이 아닐까 싶었지만 요즘엔 무슨 심리상담사가 된 기분”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사실 ‘대화녀’들은 기러기남성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지만, 진심으로 경청해주며 가끔 조언도 해주면 손님들이 큰 위안을 받는 것 같아 자신도 힘이 생긴다고 했다.

가희씨는 “낮에는 자신의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하고 밤에는 기러기바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희씨 뿐 아니라 데이트바에서 일하는 대화녀들은 대부분은 낮에 직장생활을 한다. 이중에는 자기계발 중인 대학생들도 많다. 이들 대부분은 새벽 3시에 퇴근해 다음 날은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초미니스커트로 각선미를 과시하는 ‘대화녀’들은 대부분 낮엔 직장에 다니거나 피팅모델 등의 일을 하는 투잡족이다.

수연(22·가명)씨는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학교에 다닌다. 학비를 벌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대학 졸업 후 내가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때 까지 계속 이 일을 할 예정이다”며 “시간을 많이 뺏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술을 많이 마시지 않으면서 고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털어놨다.

한편 수연(24·가명)씨는 섹시바에서 일하다가 된통 당한 기억에 다시는 유흥업소 관련해서는 일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커져버린 씀씀이를 감당하기 위해서 다시 눈길을 돌렸다. 그러다 데이트바를 만나게 됐다.


수연씨는 “섹시바에서처럼 속옷만 입고 일하지 않아도 되고, 손님들과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란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귀띔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화녀들은 한 달에 보통 300만원을 번다. 1시간에 10만원의 비용 중 5만원이 대화녀의 몫이다. 술을 많이 먹지 않아도 되니 목돈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렇듯 외로운 기러기아빠들과 그들의 지갑을 노린 이들로 데이트바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누구는 외로움을 달래고, 누구는 목돈을 마련한다. 어떻게 보면 서로 좋은 만남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한국사회의 슬픈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신적 고통 호소
아빠들이 위험하다

기러기아빠들은 정신적 고통을 가장 많이 호소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러기아빠 3명 중 1명은 우울감을 느낀다. 또 이들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무분별한 음주습관으로 알코올중독에 걸리기 쉽다. 씨는 방송을 통해 “혼자 지내다보니 술을 자주 먹게 되는데 거의 기절할 정도의 폭음이 잦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기러기아빠였던 국립대 퇴직교수 K(69)씨가 숨진 지 한 달 만에 이웃에게 발견돼 논란이 됐다. 경찰은 “K교수가 외로움 탓에 술을 많이 마셔 건강이 악화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월에는 대구시 북구 한 아파트에서 치과의사 A씨가 유학중인 딸과 아내 문제로 고민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스웨덴 우메오대학 연구팀이 1991∼2000년 68만3000여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부인과 떨어져 사는 경우 자살률은 2.3배, 알코올이나 약물중독으로 인한 사망률은 4.7배로 훨씬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기러기아빠 현상을 중심으로 가족이 흩어져 사는 현상에 대한 연구로 연세대 대학원 신학과 목회 상담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최양숙씨는 기러기아빠를 ‘비동거 가족’이라고 규정했다. 비동거 가족 문제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것.


‘쭉쭉빵빵’아가씨와 토킹 1시간 ‘10만원’
이중 5만원 대화녀 몫…간단한 스킨십 허용

그는 논문에서 기러기아빠를 “자녀를 외국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아내와 자녀를 외국에 보내 놓고 국내에서 혼자 생활하는 남자”라고 정의한 뒤, “한국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과 학력 중시 현상과 더불어 국제화 세계화 정보화라는 흐름 속에서 결국 자녀 조기 유학을 위해 가족 비동거라는 선택을 한다”고 요약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내 자녀가 잘 살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아 두렵다는 주관적 판단에서부터 군복무, 공ㆍ사교육 문제, 과열 경쟁 등이 제시됐다. 또 한반도 이남을 뒤덮고 있는 영어 콤플렉스는 영어가 곧 돈이라는 ‘영어 자본론’으로 직결되는데, 이는 공교육이 무너진 상황과 맞물려 ‘덩달아 유학’을 부추긴다.

그 이면은 어쩌면 더 심각하다. 이미 외국 생활에 익숙해지고 외국 교육의 장점 등에 길들여진 기러기 엄마와 자녀는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엄마 잘 만나야 대학 간다’는 말에 떠밀리듯 부인과 자식을 보낸 아버지는 갑작스런 독거 생활에 사실 처자식의 귀국이 그립기만 하다. 고독감, 정서적 불만, 성적인 욕구 불만 등은 그들이 맞닥뜨리는 보편적 문제라고 최 씨는 지적한다.

기러기 생활이 길어질 경우 가족 간 거리감이 심화돼 가정해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물론 기러기 가족은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이지만 기러기아빠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문제들을 방치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녀유학 명암
무작정? 계산기부터 두드려야!

자녀를 무작정 유학길에 보내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미국에 입시경쟁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자녀를 아이비리그에 보내려는 미국인들은 초등학교부터 관리에 들어간다. 미국 중산층 엄마도 학교성적, 과외활동 등을 관리하는 맹모 생활을 한다. 그리고 ‘하버드 맘(엄마)’ ‘스탠퍼드 맘’ 같은 자녀 자랑을 자신들이 타고 다니는 차 번호판에 붙이고 다닌다.

경제학에 ‘밴드왜건 효과’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부화뇌동하는 것을 지칭한다. 연 10조원의 국부를 투입하고 50만명의 자발적 이산가족을 만들어내고 있는 지금, 기러기 가족의 비용과 교육성과라는, 투입과 산출의 냉정한 경제학적 계산을 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