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남은 쟁점' 셋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10 18: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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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블랙홀 빠져나와 다시 불 지필 수 있을까?

[일요시사=정치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태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1년 가까이 투쟁해온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이슈가 표류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만큼 국정원 개혁 이슈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 이슈를 다시 띄우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남은 쟁점들을 살펴봤다.




민주당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만큼 국정원 개혁 이슈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당 차원의 공식 개혁안을 조만간 내놓기로 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 이슈를 다시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석기 사태에 모든 여론의 관심이 쏠려 장외투쟁의 동력이 떨어진 데다, 여권은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했던 민주당에 책임론을 덧씌우고 있다.

민주당 안간힘

게다가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양자회담 제안을 한 달 동안 묵살해온 박근혜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해버리면서 노숙투쟁까지 불사하고 있는 김 대표의 체면은 구겨질대로 구겨진 상태다.

이 와중에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국정원 개혁 이슈에만 집중하고 있는 민주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10월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장외투쟁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석기 이슈를 넘어설 새로운 의제발굴을 고민하고 있지만 장외투쟁의 동력을 되살릴 의제는 찾지 못하고 있다. 야권이 1년 가까이 투쟁해온 국정원 개혁 이슈는 이처럼 흐지부지 잊혀지고 마는 것일까?

현재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남은 쟁점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국정원이 대선 결과조작을 목표로 조직적으로 댓글작업을 실시했느냐 하는 것이다. 사건의 당사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지난달 16일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국정원의 댓글활동은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라며 대선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무엇보다 그는 "북한이 우리나라의 인터넷 공간을 국가보안법의 해방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댓글작업을 담당한 대북심리전단의 조직확대 및 개편이유도 그에 있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북한이 2009년 대남공작부서를 개편하면서 사이버 쪽을 엄청나게 강화했고, 여기에 대응해 국정원 심리전단을 확충한 것"이라며 "(심리전단의) 구체적인 활동을 보고 받은 적은 없고 지난해 12월11일, 이번 사건이 문제가 된 이후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사후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심리전단의 댓글활동이 과거 정부에서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은 "노무현정권 시절에도 국정원이 한미FTA 찬성, 남북정상회담 찬성 등 정권 홍보 댓글을 단 것이 사실인가"라는 새누리당 김재원 위원의 질문에 "그렇게 보고 받았다"고 대답했다. 이는 원 전 원장이 정치관여와 대선개입을 지시했다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국정원이 남긴 대선개입 댓글의 숫자도 쟁점사항이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올린 대선 관련 글은 73건, 정치·선거와 관련된 글은 모두 1900여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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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 정치개입으로 파악된 찬반 표시의 합계는 1700여회로 집계됐다. 과연 73건의 댓글이 대선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는지는 논란거리다. 또 대선 관련 댓글이 73건에 그쳤다면 조직적인 대선개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국정원이 매뉴얼에 따라 인터넷에 댓글작업을 하고 3개월마다 댓글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 국정원 측이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대선개입을 한 정황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에 설치된 MAC프로그램은 전문적으로 글을 삭제하도록 하는 기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 댓글작업이 밝혀진다면 국정원 개혁 이슈는 또 한 번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쟁점은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관 여부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사태가 불거진 이후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은 전 정부 때의 일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박 대통령의 사과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박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근거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물론 경찰의 축소ㆍ은폐 수사 의혹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는 게 핵심이다. 적어도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대목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정원과 경찰의 국기문란 행위에 권영세 주중대사와 김무성 의원 등 지난해 대선 캠프의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도 제기된 만큼 대통령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이 사과 할 경우 대선 부정 인정과 정통성 시비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검찰이 밝혀낸 공소 사실로만 보면 청와대가 사과까지 할 사안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있다.

민주당은 다만 경직된 여야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청와대가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웅래 당대표 비서실장은 "사과든 유감이든 일단 입장 표명을 하게 되면 책임자에 대한 처리나 국정원 개혁 등의 다음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비서실장의 이 같은 발언은 청와대를 어떻게든 대화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요구 수준을 낮출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 번째 쟁점은 국정원의 국내파트의 해체 여부다. 야권은 당초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파트의 해체를 요구해왔다.

진퇴양난 민주당

그러나 국정원은 국내파트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면서 일부 인력들을 통일기반 조성과 역량 강화, 경제안보, 새로운 위해요소 차단 등 크게 3개 분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국내파트의 해체는 국정원 본연의 기능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인식하에, 국내파트 기능의 해체보다는 재조정에 무게를 두고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최근 벌어진 이석기 사태로 인해 야권도 더 이상 국내파트 해체에 대해 강력하게 요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정원 국내파트의 해체문제는 결국 국정원이 추진하고 있는 업무 재조정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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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