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잡는 ‘마법의 시약’ 실체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3: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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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흘린 증거 “스프레이로 잡는다”

[일요시사=사회팀] 불명예스럽지만 한국은 세계적으로 높은 이혼률을 자랑한다. 만남과 헤어짐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최근 들어 ‘불륜 시약’이라는 묘한 스프레이가 등장해 불신이 싹튼 부부관계를 헤집고 있어 문제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부부사이는 더욱 더 그렇다. 특히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해봤거나 경험해본 경우는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나타난 제품이 있다. 바로 ‘불륜시약’이다. 배우자의 외도와 불륜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테스트 시약이다. 이제는 흥신소 없이도 의심의 응어리를 푼다.

1분 만에 ‘OK’

배우자의 외도 현장을 잡기위해 007 뺨치는 특수 장비들이 동원된다. 특히 그중에서도 휴대가 간편한 ‘불륜시약’은 음성적으로 널리 판매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작고 휴대가 간편한 불륜시약은 스프레이 한 방으로 배우자의 외도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는 점에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이제는 흥신소 없이도 탐정놀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좋은 목적으로 개발한 첨단 장비들이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잡는 불륜시약 장비로 판매되고 있어 ‘음지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불륜시약 물건들은 당초 범죄를 막기 위해 개발됐다. 그런데 이러한 장비들이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잡는 불륜시약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는 불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을 때, 라이터만한 소형 녹음기나 캠코더가 인기였다. 그러나 최근엔 첨단 위치 추적기와 더불어 불륜 여부를 한방에 확인할 수 있는 불륜시약까지 등장했다. 


남편의 불륜을 의심해온 40대 주부 A씨는 남편의 불륜 증거를 찾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써 봤다. 처음 A씨가 사용한 방법은 남편의 차에 녹음기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당시 녹음기에는 자신의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한 여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결혼생활 16년이 되던 해, 남편이 회사 여직원과 눈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A씨는 충격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A씨는 이같은 녹음 내용을 바탕으로 그 여직원을 해고하라고 남편에게 종용했다. 하지만 적반하장이었다. 남편은 미안한 기색 없이 오히려 아내를 의부증에 걸린 환자처럼 취급했다.

A씨는 “심증을 느낀 여자들은 외도사실을 확실하게 알 때까지 잠을 못 잔다”며 “남편의 외도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휴대폰 위치추적, 흥신소는 기본이었다. 그러나 불륜의 확실한 물증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A씨는 결국 자신이 생각한 최선의 방법을 택했다. 남편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것이다. 이 제품은 2분 간격으로 이동 경로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제품이었다. 결국 A씨는 남편의 불륜 현장을 잡을 수 있었고, 남편이 약 일주일 동안 한 모텔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팬티에 뿌리면 성관계 여부 확인 가능
정액 배출 자국으로 배우자 외도 판별

하지만 위치추적기는 당초 불륜 확인 용도로 나온 것이 아니다. 범죄행위 방지 차원에서 제작된 것이다. 물론 A씨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사용하게 됐다.


보통 불륜시약업체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 주문량이 대폭 늘어났다. 업체관계자는 “하루 내방 손님 10명 중 8명은 모두 배우자의  불륜 행위로 인해 증거를 잡을 목적으로 사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방범용으로 나온 공이나 라이터 모양의 초소형 카메라들도 판매하고 있다. 불륜 현장을 직접 촬영하기 위한 것이다. “배우자가 여행을 가면 집이 2∼3일 비는데 그런 때 모텔로 안가고 (외도 상대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게 의심스러울 때 이런 거(초소형 카메라) 하나 갖다 놓으면 3∼4일씩 간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관심을 끄는 제품은 바로 1분 만에 외도 증거를 잡을 수 있다고 알려진 이른바 ‘불륜시약’이라 것이다. 이 ‘불륜시약’은 배우자의 속옷에 뿌리면 외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깨끗한 속옷의 경우 시약에 반응하지 않지만 만일 외도를 저질렀다면 정액이 속옷에 묻어 있어 시약을 뿌린 속옷이 빨갛게 변한다. 관계 후 아무리 청결히 씻더라도 여성의 경우 약 5일동안 미량의 정액이 흘러나온다. 남성 역시 관계 후 2∼3일간 미세한 정액이 흘러나오거나 소변과 함께 배출된다. 또 자위를 통한 정액인지 남녀관계를 통한 정액인지를 구분할 수 있고 노래방, 자동차, 모텔 등의 대략적인 장소구별도 가능하다고 한다. 속옷은 말한다. 증거는 반드시 자국을 남긴다고. ‘불륜 시약’은 ‘불륜 헌터’인 셈이다.

배우자의 속옷 주요 부위에 먼저 노란색 시약을 뿌려 충분히 스며들게 한 후 같은 부위에 붉은 색 시약을 뿌린다. 만약 정액의 흔적이 있다면 해당 부위가 붉은색과 보라색으로 변하게 된다. 검출량이 많을수록 시약의 반응 속도는 더 빠르고 확연하게 나타난다. 외도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 증거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업체관계자는 “답답하신 분들이 이 제품을 찾는데, 그런 분들이 제품을 사면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불륜시약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앞서 남편의 외도 현장을 포착한 주부 A씨는 불륜시약을 두고 “정말로 그것(외도 사실 확인) 때문에 미치고 환장하겠으면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 궁금한데 어떻게 하냐. 혼자 끙끙 앓느니”라며 “대신 자신이 판단한 것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지 말든지”라고 외도 현장 포착을 위한 배우자들의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주문량 폭증

이와 같은 세태에 대해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불법적인 방법까지 써가면서 배우자를 감시한다면 부부관계가 상당히 깨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오히려 이런 불륜 감시도구는 부부불신을 더욱 조장해서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륜 확인장치에 대한 맹목적 집착이 가정을 파괴시키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스프레이 한방으로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캐내는 불륜시약은 시대착오적 제품일까, 아니면 부부 사이의 최소한의 신뢰를 지탱해주는 필요악일까. 어쨌든 비상식적인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불륜시약은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륜시약 사용자 B씨는 아내의 속옷에 이 스프레이를 뿌려 색깔이 변하자 아내를 다그쳤다. 하지만 분석을 해보니 정액은 발견되지 않았고 아내는 이를 문제삼아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정액을 감별하는 특수시약을 빙자한 사기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고 해당 업체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30명 불륜 뒷조사
최첨단 흥신소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월 심부름센터를 차린 뒤 위치추적 장비를 이용해 불륜 뒷조사 등을 해온 혐의로 업주 이모(여·51) 씨와 이를 도운 남편 최모(56) 씨를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8월 사이 경기 안산에 심부름센터를 차려 놓고 130여 명의 고객으로부터 “배우자의 불륜 행적을 알아봐 달라”는 등의 의뢰를 접수한 뒤 승용차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미행하는 등 불륜 현장을 촬영, 총 3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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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