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중도사퇴로 본 감사원-피감기관 갈등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03 13: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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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감사결과에 반발 '감사원은 동네북'

[일요시사=정치팀] 양건 전 감사원장이 지난달 26일 이임식을 갖고 돌연 사퇴했다. 임기를 무려 1년7개월여나 남겨둔 시점이었다. 한편 양 전 원장의 갑작스런 사퇴 이면엔 피감기관들과의 갈등이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그동안 '코드감사'를 해온 것일까? 아니면 피감기관들의 괜한 트집이었을까? <일요시사>가 역대 감사원과 피감기관들 간의 갈등을 살펴봤다.



양건 전 감사원장이 지난달 26일 이임식에서 쏟아낸 발언들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A4용지 한장 분량의 이임사를 직접 준비해 낭독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이임사에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외풍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자신의 재임기간 감사업무나 인사 등에 관해 정치적 외풍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양 전 원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유임됐다.

정치 외풍

감사원은 지난 2011년 1월 1차 4대강 감사 때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박근혜정부 들어 실시된 두 차례 감사에서는 입찰비리와 설계부실, 대운하사업을 염두에 둔 사업이라는 등의 문제점을 발표하고 나서 코드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감사원은 그동안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감기관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왔다. 그렇다면 감사원은 정말 코드감사를 해온 것일까? 아니면 피감기관들의 무리한 반발이었을까?

올해 들어 감사원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곳은 바로 인천광역시다. 인천시와 감사원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나 대립각을 세웠다. 감사원은 공정한 감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인천시는 '트집잡기'를 위한 감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 첫 번째는 지난 4월 발표된 인천대 옛 본관과 부지 매각 감사다. 감사원은 인천시가 감정가인 947억원보다 316억원이 싼 631억원에 인천대 옛 본관과 부지를 매각했다며 관계자 징계 또는 주의 요청을 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방치된 부지를 원가에 팔려면 매수자를 찾을 수 없다"면서 "이런 사정을 충분히 밝혔음에도 감사원이 귀를 닫고 탁상보고서를 낸 것"이라고 반발했다.

두 번째 갈등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차량운행 시스템 감사다. 당시 감사원은 시가 차량운행 시스템을 5535억원에 살 수 있음에도 6142억원에 구입, 606억원의 예산을 낭비해 이용객 불편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인천시 도시철도본부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인천시 도시철도본부는 "감사원이 제시한 기준차량보다 크기나 성능 면에서 월등히 우수한 물건을 구입했기 때문에 단가가 비싼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도시철도 2호선 차량을 비싸게 구입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지난달 21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결과로 시가 인천아시아경기대회경기장을 지으면서 수의계약을 통해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려고 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 계약서와 다른 값싼 중국산 설비가 경기장에 납품됐고, 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는 정관 등을 어기며 사람을 뽑았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아시아게임 준비와 관련, 감사원은 인천시에 무려 18건에 시정·주의·통보 조치를 내렸다.

감사결과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반발
실적 쌓기, 코드감사 의혹도 여전

그러나 인천시는 이번에도 18건 모두 조목조목 소명자료를 내는 등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인천시가 반발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시의 반박자료 내용은 사실상 감사원의 감사내용을 인정하면서 향후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가 주된 내용"이라며 인천시를 비판했다. 감사원과 갈등을 빚은 지자체는 인천시뿐만이 아니다.

대구광역시는 감사원과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감사 결과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교통수요 조작, 차량형식 불법변경, 차량선정 특혜 등을 이유로 대구 도시철도 3호선에 대해 '총체적 비리'라는 중증 진단을 내렸다. 감사원은 아울러 대구시가 철도 차량기지 입지를 선정하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재해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조차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감사결과에 반박하는 보도문을 내는 등 극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부처들도 감사원 지적에 반발하고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지식경제부는 감사원이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이 국민 세금 16조원을 투자해 해외자원개발에 나섰지만 생산한 석유와 가스가 국내에는 전혀 도입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과도한 저장·수송비용 때문에 중앙아시아와 남미 등 해외에서 생산된 석유·가스가 국내에 도입되지는 못했지만 이들 지역에서 생산된 석유·가스가 포함돼 자주개발률이 높아지면 국내에 도입되지 않아도 자원공급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반발했다.

특히 양 전 원장의 직접적인 사퇴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정부부처와 감사원의 갈등은 심각했다. 감사결과에 대해 해당부처가 즉각 반박한 데 이어 감사원 역시 재차 해명에 나서 대립이 심화됐다. 감사원은 지난 1월 4대강 사업과 관련한 2차 감사에서 "입찰비리 등 설계부터 관리까지 곳곳에서 부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환경부와 국토부는 1단계 감사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고서는 2단계 감사에서 갑자기 말을 바꿨다며 감사원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4대강 사업 관련 1단계 감사와 2단계 감사는 감사대상과 감사중점이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지난 2010년 실시한 1단계 감사는 4대강 사업 초기단계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 보완하기 위한 사전 예방적 감사로 사업대상 선정 등 사업 세부계획, 재원관리 등에 대해 이뤄졌으며 2단계 감사는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주요 시설물의 안전성, 수질오염 및 유지관리 방법의 적정성 등에 대해 이뤄졌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이 문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취임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됐다.

불안한 감사원

한편 감사원이 이처럼 피감기관과 번번이 갈등을 겪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우선 피감기관들은 감사원이 실적을 쌓기 위해 억지스러운 결과를 내놓거나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감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감사원 측은 공정한 감사를 위해 전문가들로 인력을 구성해 감사를 진행했음에도 피감기관들이 일단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억지주장으로 감사원의 지적에 반발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감사원이 그동안 진짜 코드감사를 해온 것인지 피감기관들의 괜한 트집인지 명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두고 논란이 계속 된다면 그 신뢰성과 중립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양 전 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감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신임 감사원장은 누구?

감사원장 장기공백 우려

박근혜 대통령은 후임 감사원장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임으로는 안대희 전 대법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하더라도 국회 청문회 일정을 잡는 게 쉽지 않아 감사원장 장기공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야의 격한 대치로 인해 정기국회 정상개회가 불투명한 가운데 민주당이 양 전 원장의 돌연 사퇴와 즉각적인 청와대의 수리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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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