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중도사퇴로 본 감사원-피감기관 갈등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03 13: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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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감사결과에 반발 '감사원은 동네북'

[일요시사=정치팀] 양건 전 감사원장이 지난달 26일 이임식을 갖고 돌연 사퇴했다. 임기를 무려 1년7개월여나 남겨둔 시점이었다. 한편 양 전 원장의 갑작스런 사퇴 이면엔 피감기관들과의 갈등이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그동안 '코드감사'를 해온 것일까? 아니면 피감기관들의 괜한 트집이었을까? <일요시사>가 역대 감사원과 피감기관들 간의 갈등을 살펴봤다.



양건 전 감사원장이 지난달 26일 이임식에서 쏟아낸 발언들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A4용지 한장 분량의 이임사를 직접 준비해 낭독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이임사에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외풍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자신의 재임기간 감사업무나 인사 등에 관해 정치적 외풍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양 전 원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유임됐다.

정치 외풍

감사원은 지난 2011년 1월 1차 4대강 감사 때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박근혜정부 들어 실시된 두 차례 감사에서는 입찰비리와 설계부실, 대운하사업을 염두에 둔 사업이라는 등의 문제점을 발표하고 나서 코드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감사원은 그동안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감기관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왔다. 그렇다면 감사원은 정말 코드감사를 해온 것일까? 아니면 피감기관들의 무리한 반발이었을까?

올해 들어 감사원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곳은 바로 인천광역시다. 인천시와 감사원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나 대립각을 세웠다. 감사원은 공정한 감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인천시는 '트집잡기'를 위한 감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 첫 번째는 지난 4월 발표된 인천대 옛 본관과 부지 매각 감사다. 감사원은 인천시가 감정가인 947억원보다 316억원이 싼 631억원에 인천대 옛 본관과 부지를 매각했다며 관계자 징계 또는 주의 요청을 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방치된 부지를 원가에 팔려면 매수자를 찾을 수 없다"면서 "이런 사정을 충분히 밝혔음에도 감사원이 귀를 닫고 탁상보고서를 낸 것"이라고 반발했다.

두 번째 갈등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차량운행 시스템 감사다. 당시 감사원은 시가 차량운행 시스템을 5535억원에 살 수 있음에도 6142억원에 구입, 606억원의 예산을 낭비해 이용객 불편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인천시 도시철도본부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인천시 도시철도본부는 "감사원이 제시한 기준차량보다 크기나 성능 면에서 월등히 우수한 물건을 구입했기 때문에 단가가 비싼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도시철도 2호선 차량을 비싸게 구입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지난달 21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결과로 시가 인천아시아경기대회경기장을 지으면서 수의계약을 통해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려고 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 계약서와 다른 값싼 중국산 설비가 경기장에 납품됐고, 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는 정관 등을 어기며 사람을 뽑았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아시아게임 준비와 관련, 감사원은 인천시에 무려 18건에 시정·주의·통보 조치를 내렸다.

감사결과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반발
실적 쌓기, 코드감사 의혹도 여전

그러나 인천시는 이번에도 18건 모두 조목조목 소명자료를 내는 등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인천시가 반발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시의 반박자료 내용은 사실상 감사원의 감사내용을 인정하면서 향후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가 주된 내용"이라며 인천시를 비판했다. 감사원과 갈등을 빚은 지자체는 인천시뿐만이 아니다.

대구광역시는 감사원과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감사 결과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교통수요 조작, 차량형식 불법변경, 차량선정 특혜 등을 이유로 대구 도시철도 3호선에 대해 '총체적 비리'라는 중증 진단을 내렸다. 감사원은 아울러 대구시가 철도 차량기지 입지를 선정하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재해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조차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감사결과에 반박하는 보도문을 내는 등 극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부처들도 감사원 지적에 반발하고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지식경제부는 감사원이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이 국민 세금 16조원을 투자해 해외자원개발에 나섰지만 생산한 석유와 가스가 국내에는 전혀 도입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과도한 저장·수송비용 때문에 중앙아시아와 남미 등 해외에서 생산된 석유·가스가 국내에 도입되지는 못했지만 이들 지역에서 생산된 석유·가스가 포함돼 자주개발률이 높아지면 국내에 도입되지 않아도 자원공급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반발했다.

특히 양 전 원장의 직접적인 사퇴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정부부처와 감사원의 갈등은 심각했다. 감사결과에 대해 해당부처가 즉각 반박한 데 이어 감사원 역시 재차 해명에 나서 대립이 심화됐다. 감사원은 지난 1월 4대강 사업과 관련한 2차 감사에서 "입찰비리 등 설계부터 관리까지 곳곳에서 부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환경부와 국토부는 1단계 감사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고서는 2단계 감사에서 갑자기 말을 바꿨다며 감사원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4대강 사업 관련 1단계 감사와 2단계 감사는 감사대상과 감사중점이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지난 2010년 실시한 1단계 감사는 4대강 사업 초기단계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 보완하기 위한 사전 예방적 감사로 사업대상 선정 등 사업 세부계획, 재원관리 등에 대해 이뤄졌으며 2단계 감사는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주요 시설물의 안전성, 수질오염 및 유지관리 방법의 적정성 등에 대해 이뤄졌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이 문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취임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됐다.

불안한 감사원

한편 감사원이 이처럼 피감기관과 번번이 갈등을 겪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우선 피감기관들은 감사원이 실적을 쌓기 위해 억지스러운 결과를 내놓거나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감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감사원 측은 공정한 감사를 위해 전문가들로 인력을 구성해 감사를 진행했음에도 피감기관들이 일단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억지주장으로 감사원의 지적에 반발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감사원이 그동안 진짜 코드감사를 해온 것인지 피감기관들의 괜한 트집인지 명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두고 논란이 계속 된다면 그 신뢰성과 중립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양 전 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감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신임 감사원장은 누구?

감사원장 장기공백 우려

박근혜 대통령은 후임 감사원장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임으로는 안대희 전 대법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하더라도 국회 청문회 일정을 잡는 게 쉽지 않아 감사원장 장기공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야의 격한 대치로 인해 정기국회 정상개회가 불투명한 가운데 민주당이 양 전 원장의 돌연 사퇴와 즉각적인 청와대의 수리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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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