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재보선 '거물들의 대전쟁'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17:26
  • 댓글 0개

초미니선거에도 대한민국 정치권 '들썩들썩'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0월30일 치러질 재·보궐선거의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설이 줄줄이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대한민국 정치권의 역학구도는 통째로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거물들의 대전쟁이 될 10월 재보선을 <일요시사>가 미리 살펴봤다.



10·30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물밑 움직임이 분주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던 정치거물들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정계복귀를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사람들도 이번 재보선에 도전장을 던질 예정이어서 오는 10월 재보선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최대 9곳
미니총선

10월 재보선은 당초 10석이 넘는 ‘미니총선’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재판 결과들이 뒤집히면서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다. 현재까지 재보선지역으로 확정된 곳은 경북 포항 남·울릉과 경기 화성갑 두 곳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인천 서구ㆍ강화을, 인천 계양을, 경기 수원을, 경기 평택을, 충남 서산ㆍ태안, 전북 전주 완산을, 경북 구미갑 등 7개 지역은 오는 30일까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재보선이 치러지게 된다.

현재 10월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거물급 인사들은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민주당 손학규,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다.

민주당 손 고문의 경우는 경기 수원을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손 고문은 과거 경기지역에서만 4선을 한데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경력이 있는 만큼 재보선에 나선다면 수원을이 유력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경기 평택을도 있지만 현재 평택을 지역은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뒤 지난 19대 총선에서 불출마한 민주당 정장선 전 의원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무성 견제구? 서청원에 힘 실리나?
안철수 정치세력화 첫 시험무대

손 고문이 수원을에 출마한다면 새누리당 소속 임 전 대통령실장과의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임 전 실장의 경우도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3선을 지내 인근 지역구인 수원을에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 전 실장은 손 고문을 피해 평택을에 출마한다고 해도 3선 출신 정 전 의원과의 맞대결이 예상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손 고문은 현재 재보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이번 재보선 결과에 민주당의 명운이 걸려 있는 만큼 당의 적극적인 출마권유가 있다면 '당을 위해 헌신한다'는 명분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손 고문은 지난 2011년 4월에도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렸던 분당을 보선에 출마해 승리한 적이 있다.

인천 서ㆍ강화을 역시 빅매치 예상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곳은 새누리당 대선후보경선에도 참여했었던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출마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 역시 이곳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게 된다면 공천 때부터 치열한 대결이 불가피하다. 다만 충남 천안 출신인 서 고문이 충남 서산ㆍ태안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전북 전주 완산을에서는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의 출마설이 제기된다. 이 지역은 민주당의 텃밭이라 굳이 중량감 있는 인사를 출마시킬 필요는 없지만 안철수 의원 측이 이 지역을 '호남 교두보'로 삼기 위해 후보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안철수 vs 민주당
새누리당 vs 안철수

안 의원 측 인사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중량감 있는 정 고문이 출마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눈길을 끄는 지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경북 포항 남·울릉이다.


이곳은 이미 재보선이 확정된 곳으로 이 전 의원의 직계였던 이춘식 전 의원과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 이 지역에 최근 친박계 서청원 고문의 측근인 서장은 전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이 사무실을 마련하고 출마를 준비하면서 친이와 친박 간의 대리전이 예상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10월 재보선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출마가 거론되는 거물급 인사들은 아직까지도 출마 지역을 확실히 정하지 못하면서 정치권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인사는 출마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태라면 자칫 재보선 출마자들이 낙하산 논란이나 부실공약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다.

정치권의 관계자는 "정치 도의상 대법원 확정판결도 나오지 않은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낙하산 논란이나 부실공약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재보선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들 거물들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정치권의 역학구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청원 고문의 복귀 여부는 정치권의 핫이슈다. 서 고문은 그동안 박근혜정부의 막후실세로 지목받아온 인물이다. 서 고문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등장으로 화제가 된 7인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단행한 특별사면에서는 친박계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당시 서 고문의 사면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사면을 반대하는 박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끼워 넣은 카드라고 분석했었다. 서 고문은 당시 가석방으로 풀려난 상태였지만 사면을 통해 상실했던 피선거권을 회복하면서 이번 재보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서 고문은 현재 6선으로 재보선에 당선되면 7선이 돼 하반기 국회의장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서 고문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비록 지난 대선에서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탈박계인 김 의원이 당내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을 두고 친박계들의 불만이 크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서 고문이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차기 당권 경쟁에 나서고 친박계 의원들이 서 고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이른바 '김무성 죽이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결국 서 고문이 국회에 재입성한다면 새누리당 내 당권경쟁구도가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임태희 전 실장의 행보도 눈여겨볼만 하다. 임 전 실장은 이명박정권에서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장을 지낸 친이계의 핵심이다. 임 전 실장이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그를 중심으로 친이계가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내년 전당대회를 전후해 급속히 결집될 가능성이 있다.

김무성 견제?
친박 핵심 투입

민주당으로서도 이번 재보선은 분수령이다. 민주당 당대표와 경기지사를 지냈던 손학규 고문이나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고문이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다면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당내 역학구도가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선거는 박근혜정부 출범 8개월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지닌다. 재보선 가능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7곳은 수도권, 충청, 호남, 영남으로 고루 분포돼 있어 이들 지역이 최종적으로 재보선에 포함된다면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재보선의 결과에 따라 여소야대의 정국이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153석으로 국회 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민주당 127석, 통합진보당 6석, 정의당 5석, 무소속 7석 등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3석을 잃으면 과반이 무너지게 된다. 현재 재보선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 가운데 6곳 정도가 새누리당 지역이다.


박근혜정권 심판? 과반 깨질 수도
통진당 사건 파장 어디까지?

이번 재보선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관전 포인트는 안철수 의원 측 인물들의 재보선 선전 여부다. 안 의원은 이번 재보선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안 의원은 야권연대 없이 독자후보로 승부를 걸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재보선은 그의 독자세력화 가능성에 대한 첫 시험무대이기도 하다.

만약 안 의원이 내세운 인물들이 이번 재보선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안 의원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반대로 재보선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정치권 인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민주당의 발목만 잡는 모양새가 된다면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통진당 사태 
대형 악재

정치권은 10월 재보선의 판세와 관련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수사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한 원내 정당이 내란음모, 국가전복을 기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사건 자체가 무척 민감하고 심각하기 때문이다. 10월 재보선까지 이번 이슈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됐던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 사건이 10월 재보선 판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야권으로서는 대형악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은 더더욱 진보정당과의 연대가 불가능해졌다. 안철수 세력마저 독자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은 뿔뿔이 흩어져 각개전투를 벌여야 할 처지다. 정치권에서 호남을 제외한 야권의 재보선 전패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이유다.


돌아온 거물들의 각축장이 될 10월 재보선.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그 결과에 벌써부터 정치권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