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인천 모자 실종사건 미스터리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09:08
  • 댓글 0개

의심과 증거만…점점 더 미궁 속으로

[일요시사=사회팀] 두 사람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어머니에게는 10억원대 빌라가 있었고, 큰 아들은 회사와의 재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매일 1000명이 넘는 경찰이 이들의 행방을 좇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발견된 것은 없다. 그리고 남은 한 명. 둘째 아들 A씨는 실종된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미스터리한 실종사건의 내막은 무엇일까.



인천 남구 용현동에서 실종된 김애숙(58·여)씨와 그의 장남 정화석(32)씨의 행방이 3주째 묘연하다. 이번 실종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남부경찰서는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실종된 모자
죽었나 살았나

김씨와 정씨가 실종된 날은 지난달 13일. 경찰은 실종신고가 접수된 16일부터 모자가 살았던 인천 남구 용현동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또 경찰은 김씨와 정씨의 인상착의가 담긴 전단지 등을 배포하며 모자를 수배하고 있다.

현재 인천 전 지역의 빈집과 재개발 구역 등이 수색대상에 올랐다. 모자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후 시체가 유기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 실종사건으로 접수된 이른바 '인천 모자 실종사건'은 두 사람의 실종이 장기화됨에 따라 범죄와의 연관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경찰의 초동수사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김씨의 둘째 아들 A(29)씨는 8월16일 인천 한 지구대에 어머니의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A씨는 "어머니 김씨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A씨는 형 정씨의 실종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6일 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A씨를 지목했다. '단순 실종'에서 살인 등의 '강력범죄'로 수사방향을 튼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경찰의 영장청구를 검찰이 반려했기 때문이다.

3주째 행방 묘연 사건 장기화 조짐
공개 전환했지만…수색작업도 난항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검찰 측에서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보강수사 후 체포영장 신청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그렇게 A씨는 지난달 22일 경찰서를 걸어 나왔다.

A씨가 풀려나고 나서야 경찰은 부랴부랴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일각에서는 용의자도 놓치고, 실종자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만에 하나 A씨가 진범이라면 경찰이 범인의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셈이다.

차남 A씨는 실종된 장남 정씨 소유의 은색 혼다 시빅(51머9821) 승용차로 지난달 14일 강원도에 다녀왔다. 하지만 A씨는 어머니가 실종된 날인 13일 이후 줄곧 인천에 머물러왔다고 진술했다. 거짓말이었다. 

A씨의 진술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발견되자 경찰은 A씨를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그리고 경찰은 A씨가 강원도에 다녀온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A씨가 강원도에 다녀온 것이 증거인멸을 하기위한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원도에 다녀 온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고속도로에 설치된 CCTV화면을 보여주자 A씨는 입을 닫았다. 그 후 A씨는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A씨의 자백에 매달렸다. 경찰은 "A씨가 형이 실종된 지 이틀 뒤인 15일에 어머니 집에서 형을 만났다고 진술하는 등 행적에 모순된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장남 정씨의 마지막 통화기록은 8월13일 오후 7시40분이며, 친구와의 마지막 전화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런 정씨를 A씨가 15일에 만났다고 진술한 건 앞뒤가 맞지 않았다. 

수상한 차량
어디로 향했나

어머니 김씨의 소재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곳은 자택 인근 새마을금고 현금인출기다. 8월13일 오전 8시30분께 김씨는 그곳에서 현금 20만원을 인출하고 행방불명됐다. 김씨의 휴대폰과 지갑은 자택에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김씨는 매주 화·목요일마다 열리는 동네 노래교실에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그러나 실종된 당일 수업에는 결석했다. 이날 오전 김씨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날 정씨도 친구와 통화한 뒤 행방불명됐다. 정씨의 방에는 지갑과 시계가 있었으며, 자신의 혼다 시빅(51머9821)도 실종 전까지 주차장에 그대로 있는 상태였다.

정씨는 경기도 분당의 한 전자부품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실종 다음날인 14일에는 회사와의 연장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정씨는 출근하지 않았다. 정씨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휴대전화를 통한 위치추적은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차남 A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형이 실종된 그날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경찰이 확인한 그의 동선은 어머니의 집에서부터 출발한다.

8월13일 밤 A씨는 어머니 집에 들러 형의 방에서 혼다 시빅 차량 열쇠를 꺼냈다. 그리고 강원도 동해IC를 거쳐 경북 봉화로 핸들을 돌렸다. 봉화는 어머니 A씨의 친정이 있는 곳이다.

A씨는 차량에 하이패스 단말기가 설치돼 있음에도 일반 차로로 요금소를 통과했다. 차 안에 있던 내비게이션 장치는 사라진 상태였다. A씨가 고의로 내비게이션 장치를 없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A씨는 16일 오후 4시40분께 실종신고를 했다.

A씨에게는 뚜렷한 알리바이가 없었다. 다만 A씨는 "어머니 집에 갔다가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이틀을 어머니 집에서 묵었다"고 진술했다. 또 A씨는 "15일에 형을 집에서 봤는데 형이 ‘어머니가 등산을 갔으니 집에 가 있어라’고 말해 내 집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의 주장과 달리 경찰이 발견한 A씨의 지문이 묻은 톨게이트 영수증은 A씨가 실종 당일 인천을 벗어났다는 증거가 됐다. 현재 경찰은 A씨가 몰았던 형 소유의 시빅 차량을 목격한 사람을 찾고 있다.

모자간 불화
고부간 갈등


익명의 경찰 관계자는 "범행 의도나 수법 등도 거의 파악됐는데 범행의 결정적 증거인 실종 당사자들이 없다"고 귀띔했다. 경찰은 A씨가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등에 모자의 시신을 유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가 석방된 뒤 인천 경찰청은 안정균 인천 남부경찰서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를 지난달 23일 설치했다. 그리고 경찰 1300여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북 경찰청과 강원 경찰청은 일부 인력을 수사본부에 지원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수사 지휘부가 경북 봉화로 급파됐다. 수사본부는 봉화 일대에 모자의 시신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전경 1개 중대를 현지에 남겨 수색을 강화했다.

같은 날 경찰은 인천 남동구에 있는 A씨의 집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모자가 실종된 지 13일만의 일이다. 경찰은 압수한 증거물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단 최근의 불안한 심경 등을 담은 쪽지를 발견한 것으로 관계자는 전했다.

A씨는 결혼과 동시에 분가해 지금은 인천 남동구에 살고 있다. 이웃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A씨가 결혼을 하려고 아내를 소개시켜 줬을 때 어머니 김씨는 결혼을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부터 A씨와 김씨의 사이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인천 소재 모 대학을 나와 현재는 퀵서비스 배달원을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한 친척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사준 빌라를 차남이 몰래 팔아버린 문제로 모자 사이가 틀어졌고, 어머니와 A씨 부인 사이의 고부갈등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장남과 차남 사이의 관계가 소원해 차남 A씨가 형 정씨를 피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종된 김씨는 10억원 가량의 3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재력가로 남편과는 10여년 전 사별해 홀로 두 아들을 키웠다. 김씨는 장남 정씨와 최근까지 다정히 사진을 찍는 등 정씨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남 A씨와는 잦은 말다툼을 하는 등 '모자' 간의 불화는 여러 경로로 확인됐다.

그러나 차남 A씨가 범인이라는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확보되지 않고 있다. 앞서 A씨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았는데 '어머니' '형'의 단어를 말할 때 거짓반응이 나온 점은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거짓말 탐지기 조사결과는 법적효력이 없어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경찰이 톨게이트 영수증에서 발견한 A씨의 지문도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A씨는 "형의 차량을 운전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A씨의 자백을 유도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때문에 A씨는 석방되고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결국 문제는 실종된 두 사람의 생사여부 확인이다. 만약 살인사건이라면 하루라도 빠른 시일에 사체를 찾아야만 사인을 더 명확히 규명할 수 있기 때문. 이와 관련해 A씨가 진범일 경우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토대로 구성한 A씨의 범행 계획과 실종자의 소재는 대략 이럴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초동수사 허점투성이 지적
유력용의자 차남 증거불충분 석방

A씨는 먼저 노래교실에 가려던 어머니를 혈흔이 남지 않는 수법(교살, 독살 등)으로 살해한다. 그리고 같은 날 형도 혈흔이 남지 않는 수법으로 살해한다.

형 소유의 혼다 시빅 차량의 트렁크에는 죽은 두 사람이 실린다. A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형을 인천이 아닌 강원도에 유기하기로 마음먹고 강원도로 향한다. 강원도로 가는 도중 A씨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하이패스 차로가 아닌 일반 차로를 선택한다.

강원도에 도착한 A씨는 해안이나 임야 등 인근 지역에 시체를 유기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시도한다. 그리고 A씨는 다시 경북 봉화로 내려와 두 번째로 인근 해안이나 임야 등에 시체와 증거를 유기·은폐하려 시도한다.

만약 A씨가 이번 사건의 주범을 형으로 몰아가려 했다면 매장이 아닌 수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씨 입장에선 어머니를 죽인 것이 형이고, 어머니를 죽인 형이 죄책감에 자신도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는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하기 위해선 범인의 용의주도한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석방 당시 A씨는 신상노출을 피하기 위해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모습을 보여줘 그 치밀함을 가늠케 했다. 모든 정황적 화살은 현재 A씨를 향하고 있다.

검·경 기싸움
범인 풀어줬나

그러나 한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유력 용의자인 건 사실이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 증거가 불충분하면 경찰 입장에서 아무리 심증이 있어도 기소할 수 없다"고 말해 속단은 금물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이 청구한 영장을 검찰이 기각한 배경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천지검과 경찰 간의 힘겨루기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인천 경찰은 검찰의 내사 지휘 및 검사의 전화 통화지시 등을 거부한 전력이 있다. 만약 A씨가 진범으로 특정된다면 검찰도 용의자를 풀어주는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여론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