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떠도는 ‘숨바꼭질 괴담’ 추적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1: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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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정체불명 알파벳…혹시 살인마 암호?

[일요시사=사회팀] 영화 <숨바꼭질>은 ‘초인종 옆 의문의 암호’와 관련된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현재 관객수 500만을 향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영화 속 초인종 암호가 주택가에서 실제로 발견되고 있어 의문이 일고 있다.



영화 <숨바꼭질>은 전세계를 경악케 한 일명 ‘초인종 괴담’ ‘숨바꼭질 괴담’이 모티브다. 2008년 도쿄를 시작으로 뉴욕, 유럽, 상하이 그리고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까지 걸쳐 발견된 초인종 옆의 수상한 표식과 관련된 이 도시괴담은 누군가 거주자의 성별, 숫자 등을 초인종 옆에 의문의 암호로 표시한 뒤 범죄에 사용한다고 알려져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공포 영화가
현실에서도…

“우리 집에 낯선 사람이 숨어 살고 있다면?…” 영화 <숨바꼭질>의 주인공 성수(손현주)는 고급 아파트에서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성공한 사업가다. 그러나 하나 뿐인 형에 대한 비밀과 지독한 결벽증을 갖고 있다. 어느 날 그는 형의 실종 소식을 듣고 수십 년 만에 찾아간 형의 아파트에서 형을 알고 있는 주희(문정희) 가족을 만나고 집집마다 새겨진 정체모를 암호를 본다.

“제발 그 사람한테 제 딸 좀 그만 훔쳐보라고 하세요” 어린 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주희는 자신의 집을 훔쳐보는 누군가의 존재를 느끼며 두려움에 떤다. 낡은 아파트의 암호를 찬찬히 살펴보던 성수는 그것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성별과 수를 뜻하는 것을 알게 된다.  

형의 아파트를 뒤로한 채 자신의 안락한 집으로 돌아온 그 날, 성수는 형의 아파트에서 봤던 암호가 자신의 집 초인종 옆에서 새겨진 것을 발견한다.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은 “요즘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귀신이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두려움”이라며 남의 집에 몰래 숨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게 된 의도를 밝혔다.

그런데 지난달 <숨바꼭질>이 개봉한 이후 이와 관련된 괴담이 무성하다. 이 영화 줄거리의 핵심내용인 ‘초인종 옆 의문의 암호’가 실제로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영화 관객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집 초인종을 한번씩 확인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영화 속 장면이 현실에 그대로 나타난 경우가 있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영화 <숨바꼭질>처럼…초인종 표식 확인
서울·수도권 일부 아파트·원룸서 발견

인천에 사는 A씨는 무더운 여름에 땀을 식히며 스릴러물인 숨바꼭질의 개봉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난달 개봉 당일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뭔가 찜찜함을 느꼈다. 낙후된 복도식 아파트였던 영화의 배경처럼 자신이 사는 아파트도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A씨는 설마 하면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설마는 현실이 됐다. 집으로 돌아간 A씨가 확인한 결과 초인종 밑에는 검정색 볼펜으로 비교적 뚜렷한 암호가 새겨진 흔적이 있었다. A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고요한 정적이 흘렀고 A씨는 자신이 사는 6층을 포함해 아파트 단지 1층부터 18층 까지 전 층의 초인종 밑을 확인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A씨는 “처음에 깜짝 놀라 당황했다”며 “혹시나 영화를 본 아이들의 장난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전 층을 다 돌며 확인 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여러 집에 낙서가 있다면 아이들의 장난으로 쉽게 넘겨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A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A씨의 집만 유일하게 암호가 새겨져 있었다. A씨 집 초인종 밑에는 ‘□1 ○1 △2’표시가 진하게 나타났다. 이는 ‘부(□1) 모(○1) 자녀(△2)’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A씨의 가정은 4인 가족이다. 그리고 현재 4인 모두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즉 평일 낮에는 집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A씨는 암호 낙서의 범인이 이 점을 노린 것이라고 판단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A씨의 신고에 경찰은 황당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A씨는 답답해하며 경찰서 안에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경찰에게 알렸다. 경찰은 그제야 A씨의 신고내용을 진지하게 들었다. A씨는 초인종 암호 흔적을 보여주며 아파트 단지 순찰 강화를 요구했다. 경찰은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조금 황당하긴 하지만 아파트 단지의 순찰을 강화하겠다”며 “현재 순찰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아파트 경비원도 이러한 사실을 숙지해 거수자를 발견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초인종 표시
누가? 왜?

파주에 사는 B씨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A씨와 마찬가지로 B씨도 <숨바꼭질>의 개봉을 기다려 영화를 관람했다. B씨의 집은 A씨의 집처럼 복도식 아파트가 아니었음에도 B씨는 초인종이 궁금했다. 결국 B씨도 수상한 암호를 자신의 집 초인종에서 발견했다. 영화의 흥분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B씨의 집 초인종 옆에는 ‘○/√’, 동그라미와 브이체크 표시가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B씨는 순간 두려웠다. 그리고 반대편 이웃집의 초인종을 다급히 확인했다. 그런데 이웃집의 초인종에도 ‘○/√’, 동그라미와 브이체크 표시가 있었다.


B씨는 “설마하며 우리 집과 이웃집의 초인종을 봤는데 똑같은 표시가 있었다”면서 “혹시 신문배달원이나 요구르트 아줌마가 남긴 표시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두 집 다 관련 없다”며 “모녀 가정인 우리집과 독신여성인 이웃집을 노린 것 같다”고 말하며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사실 암호에 대한 해석은 쉽게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의 특성을 고려해 이러한 사실을 비춰본다면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해 보인다.

최근 이처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낙후된 복도식 아파트나 원룸촌의 초인종 옆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표식이 적혀 있다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꽤 오싹한 이야기다. 그 표시라는 것도 연금술의 금속 기호나 카발라 기호처럼 그럴듯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α’ ‘β’ ‘x’ 등 간단한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이 다였다. 그러나 오히려 그 단순성 때문에 공포는 배가되고 있었다. 대체로 혼자 혹은 여성들만 사는 집을 노리는 도둑들의 영업지도가 아닐까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1○1△2’‘○/√’
“도대체 이게 뭐지?”

그러나 이러한 괴담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만도 초인종 표식 괴담과 대학가 원룸 표식괴담 실화 등이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5년간 매해 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또 누리꾼들의 실제 목격담들이 줄을 잇는 등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2010년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도 초인종 괴담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바 있다.

이러한 ‘초인종 괴담’ 실화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꾸준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실제 경험 사례가 댓글을 통해 전해지며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건 한국에만 국한 된 괴담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사회문제로 주목을 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뉴욕 아파트 영상’으로 알려진 숨바꼭질 괴담은 2009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며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공개된 영상은 뉴욕의 한 남성이 집 안의 음식이 계속 없어지는 것을 의심하던 중 거실에 직접 CCTV를 설치해 포착해 낸 실제 장면이다.

앞서 2008년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헤어진 여자 친구의 집에 숨어사는 엽기남이 화제가 되기도 하는 등 낯선 사람이 남의 집에 몰래 숨어 사는 영화와 같은 일이 실제로 매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들은 “누군가 나도 모르는 새에 내 집을 염탐하고 숨어 살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당황스럽고 두려운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경비 취약한 곳
여성집 집중공략

초인종 옆 네모, 동그라미, 세모와 숫자로 이뤄진 의문의 상징. 영화 <숨바꼭질>은 극초반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기 위해 이 같은 이상한 암호를 등장시켰다. 그리고 이 암호는 현실에서도 발견됐다. 이 같은 암호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고 한다. 제작과 복잡성, 해석법 등에 따라서 그 세대를 구분짓기도 한다.

천정희 서울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1세대 암호는 패스워드 방식, 2세대는 군사·외교 등 중요한 비밀데이터를 보호하는 데 사용한 대칭키 암호, 3세대는 전사서명 및 공인인증서를 바탕으로 한 전자상거래에서 자주 활용하는 공개키 암호, 4세대는 암호화된 상태에서 계산을 가능하도록 한 암호이다.

<숨바꼭질>에 등장하는 암호는 수작업을 통한 방법으로 개념상으로는 2세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수작업을 통한 암호는 예컨대 1941년 12월7일 일본 연합함대가 본국에 타전한 암호 전문인 ‘도라 도라 도라’가 이에 속한다. 우리말로 ‘호랑이 호랑이 호랑이’이란 뜻을 가진 이 암호는 태평양전쟁·제2차 세계대전 도발을 알린 것이었다.

모녀가정·독신여성 범죄자 타깃 
암호 새겨 범죄지도 데이터 추정


암호는 종류가 다양하나 작성 방식을 기준으로 볼 때 문자암호(Cipher)와 어구암호(Code)로 분류된다. 문자암호는 다시 전자(轉字)·환자(換字)방식으로 나뉘어진다, 이 중 전자방식은 말 그대로 문장 안의 글자 순서를 서로 바꿔 암호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요시사’를 ‘시요사일’처럼 순서를 바꾸는 간단한 방식이다.

환자방식은 일정한 규약에 맞춰 제작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09 12152205 251521’이란 숫자를 알파벳 A부터 숫자 1을 대입하면 위의 숫자 배열은 곧 아이러브유(I Love You) 말로 해석되는 원리다.

어구암호는 어구 하나하나를 일정한 기호로 바꿔 쓰는 방식을 말한다. 사용되는 어구 수가 너무 많아서 암호를 작성하거나 해독하기 위한 암호책(Code Book)이 필요했다.

1970년대 이르러 암호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다. 정수론과 타원곡선, 대수기하, 조합이론 등 다양한 수학이론이 동원됐기 때문이다.

최근 암호는 제품의 상품성과도 직결된다. 스마트폰 화면을 열 때 공개키와 대칭키 등의 암호모듈이 적용돼 ‘당신의 개인정보를 잘 지키고 있다’는 식의 신뢰감을 안겨준 탓이다. 이는 곧 제품판매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해지면서 암호화 기술은 아주 난감한 상황을 풀어내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만일 이륙 직전 비행기에 탑승금지자 명단에 오른 테러리스트가 탔다고 가정해보자. 법률적으로 테러리스트 명단은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받는다. 또 비행사는 탑승자들의 개인정보를 고객간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정보 당국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럴 경우 탑승금지자 색출이 가능할까.

우선 CIA나 FBI가 보유한 테러리스트 명단을 암호화된 상태로 넘겨받는다. 또 비행사의 탑승자 명단도 같은 암호화 방식으로 처리된 데이터로 받은 후 이 데이터의 교집합을 이룬 암호만을 찾아 복호화(암호번역)하면 된다. 이럴 경우 다른 사람들의 신분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로 탑승금지자를 찾아낼 수 있다.


세상 삭막할수록
괴담은 꽃핀다

이번 초인종 괴담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단지 추측만 무성할 뿐, 암호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한 가지 의문점은 범인이 암호로 흔적을 남긴다는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 이러한 미심쩍은 흔적을 두고 일각에서는 절도나 강도의 범죄는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되기 때문에 범죄의 연관성이 있을 확률은 낮다는 입장을 보였다.

초인종 암호의 진위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영화 <숨바꼭질>의 흥행과 더불어 이 괴담은 급속도로 퍼져 많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미스터리한 암호 흔적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불신의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이웃과의 관계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괴담은 그 시대 사람들의 은밀한 공포와 억압된 욕망을 괴이하게 표출한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어찌나 괴담들은 하나같이 괴담스러운지 그저 대중이 늘 괴담 자체를 고파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우리는 혹시 괴담이 품고 있는 일말의 리얼리티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이야기를 과장하고 변형시키는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범죄에 취약한 계층의 심리적 불안을 교묘하게 자극해 사람들 마음에 안착한 이번 ‘초인종 괴담’이 괴담으로서 진검승부를 하려면 아직 거쳐야 할 관문이 남았다. 일단 그런 장난을 누가 했는지 잡아야 한다. 현실 속에서 풀 수 있는 문제를 괴담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괴담이나 다름없는 억지를 이미 현실이라며 밀어붙이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 아이러니지만, 세상이 삭막할수록 이야기는 꽃핀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영화 <아저씨> 현실로…
어린이 눈 빼간 잔혹범

6세 남자 어린이를 납치해 두 눈을 빼가는 충격적인 범죄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인민일보> 인터넷판은 지난달 24일 오후 10시쯤 산시성 린펀시의 한 교외 들판에서 6세 남자 어린이가 두 눈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발견 당시 피해 어린이는 마취약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얼굴 전체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린이는 괴한들에게 납치된 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산시성 공안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 성 차원에서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인들은 어린이를 상대로 한 잔혹 범죄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번 범행은 이식 수술용 각막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상적인 장기 기증이 활성화되지 못해 환자들이 장기 이식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장은 암거래 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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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