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발 링거… ‘미친 전월세’ 약발 먹힐까

8.28대책 대해부

전월세 대란이다. 계절적 비수기인 여름인데도 전월세가가 치솟고 있다. 그야말로 ‘미친 전세’ ‘미친 월세’다. 드디어 정부가 나섰다. 8·28 전월세 대책을 발표했다. 과연 약발이 먹힐까.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위한 방안책 마련
취득세 인하…장기주택 모기지 공급 확대

올 들어 전셋값은 지난 7월까지 전국적으로 2.1% 상승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나, 6월 이후 거래 부진과 맞물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월세시장은 안정적인 반면 수도권 아파트 중고가 전세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컸다. 그간 누적된 전세가 상승으로 전세보증금의 절대수준이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재계약시(2년) 체감상승률이 더욱 높은 상황이다.

시장 구조변화 대응 매매수요 전환 촉진

정부가 전셋값 상승으로 인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당정협의를 거쳐 ‘8·28 전월세 시장안정을 위한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매매시장 부진에 따른 전세수요 증가와 ‘전세→월세’전환이란 임차시장의 과도기적 현상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데서 전셋값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세의 매매수요 전환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지속 추진 ▲전세수급 불안 해소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전셋값 상승, 급격한 월세 전환 등으로 인한 임차인 부담완화 ▲임차인 애로 해소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매매전환 유도 =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으로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유도를 제시했다. 주택시장 침체로 전세수요로 머물러 있는 주택구입 가능계층의 주택구입을 촉진하기 위해 ▲4·1대책 후속법안의 차질 없는 추진 ▲취득세 인하 ▲저리의 장기모기지 공급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4·1대책에서 발표한 다주택자 등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신축 운영,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핵심법안을 신속히 처리해 위축된 시장심리 회복을 지원할 예정이다. 취득세율은 현행 9억이하 1주택 2%, 9억초과·다주택자 4%에서 6억이하 1%, 6?9억 2%, 9억초과 3%로 인하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차등 부과는 폐지하기로 했다.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액은 전액 보전하되 구체적인 보전방안은 중앙-지방간 기능·재원 조정방안을 확정해 9월 중 별도로 발표할 계획이다.
저리의 장기 모기지 공급을 확대해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 부담을 완화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 방식의 주택 모기지 공급을 확대한다.(2013년 21조원→2014년 24조원) 장기 주택모기지에 대한 소득공제 요건도 현재 무주택자가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공제를 해 주던 것을 대상 주택가액 기준을 기준시가 4억원(시가 5억?6억원 상당) 이하로 상향한다.
무주택자뿐 아니라 교체수요 지원을 위해 1주택자가 대체주택을 취득한 경우에도 과세종료일 기준으로 기존주택을 처분한 경우까지로 공제대상을 확대한다. 국민주택기금의‘근로자·서민 구입자금’지원도 확대된다. 대출대상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포함하고, 소득요건(현행 부부합산 4500만원→6000만원), 대상주택 가액기준(3억→6억이하), 대출한도(호당 1억→2억)를 확대한다. 적용 금리도 현행 4%에서 2.8?3.6%(소득·만기별로 차등화)로 크게 낮춰 지원할 계획이다.
주택 구입자와 국민주택기금이 주택 구입에 따른 수익과 위험을 공유하는 조건으로 주택기금에서 1%대의 저리 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방식의 주택구입 지원제도도 도입된다. 수익공유형, 손익공유형 2가지 유형을 시행한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주택기금에서 집값의 최대 70%까지 1.5%의 모기지를 공급하고, 주택 매각시(또는 만기시), 매각차익(평가차익)이 발생할 경우 차익의 일부를 주택기금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손익공유형 모기지는 주택기금이 집값의 최대 40%까지 1?2%의 지분성격의 모기지를 지원하고, 주택 구입자와 기금이 주택 매각손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모기지 보험(모기지보험 가입시 LTV 최대 85%까지 대출 가능)의 가입 대상을 현행 무주택자·1가구 1주택자에서 다주택자까지 확대(1년간 한시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금리 부담경감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해져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이 제고됨과 동시에 잠재적인 집값 상승 이익도 향유할 수 있어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월세 소득공제 확대
공공임대 재고 확충 
주택바우처 도입 추진

임대주택 집중 공급 공공주택 입주 당겨

◆임대주택 공급 확대 = 전월세 수급불균형 완화를 위해선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나왔다. 우선 기존주택 매입·전세임대를 하반기에 집중 공급한다. LH가 보유 중인 ‘준공후 미분양주택’ 2000호를 9월부터 임대주택으로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전세전환 가능물량은 연내 1300호와 2014년 상반기 680호 등이다. 일단 가을철 이사 시기에 맞춰 하반기 공공주택 입주를 1?2개월(조기입주 물량 1만6000호) 앞당겨 공급한다. 
단기적인 공급확대 뿐 아니라, 시장 구조변화에 대응해 중장기적인 공공임대주택 재고 확충도 지속 추진한다. 연 11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지속 공급하고, 특히 도심내 소형 임대수요 충족을 위한 ‘행복주택’건설을 지자체 및 주민설득 절차를 거쳐 추진할 계획이다. 또 지구별 여건 등을 감안해 공공분양주택 용지 일부를 공공임대주택 용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2013년 2500호 등 앞으로 14년간 총 8100호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공공 뿐 아니라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도 활성화해 나간다. 민간 임대사업자의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5%→2.7?3%)하고, 대출한도(6000만원→최대 1억5000만원) 및 매입대상 주택도 확대(미분양→ 미분양 및 기존주택)할 계획이다.
매입임대사업자가 5년 이상 임대시 6년째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확대 적용(매년 현 3%→5%, 10년간 최대 30%→40%)한다. 기준시가 3억 이하의 신축·매입 주택(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거용 오피스텔)을 3호 이상, 5년 이상 임대시 소형주택 임대사업자의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20% 감면할 계획이다. 7·24 수도권 주택공급 조절방안에 따라 민간의 준공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9월 초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및 ‘모기지 보증’도입을 통해 준공후 미분양의 임대활용을 유도한다. 전세보증금반환 보증은 건설사 부도로부터 전세금을 보호하기 위해 대주보가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을 보증한다. 모기지 보증은 대주보가 준공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 대출에 대해 상환책임을 부담한다.
리츠가 준공후 미분양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세제지원법안 정기국회 통과 후 올해 설립인가·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 중장기적으로 민간 임대사업 활성화 유도를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해 준공공임대주택, 토지임대부임대주택, 주택임대관리업 등을 도입해 민간의 참여기회를 넓힌다. 리츠·펀드 등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전월세부담 완화 = 서민·중산층의 전월세 부담완화를 위한 방안도 강화된다. 먼저 월세 전환에 따른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공제율을 현행 50%에서 60%로, 소득공제한도는 현행 연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된다. 저소득층 월세부담 완화를 위한 주택바우처는 올해 말까지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내년 중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10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저소득층의 전세부담 완화를 위해서 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저소득가구(최저생계비의 2배 이내) 전세자금 지원요건도 완화된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경우 보증금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1억2000만원까지, 대출한도는 5600만원에서 8400만원까지 늘어난다.
임차보증금 미반환 불안으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 적용대상 보증금 가액기준과 우선변제액 확대를 추진한다. 9월 중 주택임대차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역별 대상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절차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계약 종료 후 임차보증금 미반환시 임대인을 대신해 보증금을 상환하는 공적 보증 프로그램을 신설(대한주택보증)한다. 여기에 시중(서울보증보험) 전세금보장보험의 가입대상을 확대하고 보험요율을 인하(10% 내외)할 계획이다. 

◆임차인 애로 해소 = 정부는 임대차 관계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임차인 보호와 분쟁방지 예방 제고를 위해 법무부가 마련한 ‘표준임대차 계약서’홍보를 강화한다. 표준임대차 계약서엔 ‘선순위권리관계 확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확보방법’ 등 계약 체결시부터 종료시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과 수선 등 비용부담 원칙이 명시돼 있다. 또 LH에서 운영 중인 ‘전월세 지원센터’를 통한 상담서비스 등을 강화하는 한편, 이사철 불공정 중개 행위에 대한 집중단속으로 세입자 피해를 예방하기로 했다. 
이번 전월세 대책은 주택시장 정상화란 4·1대책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관계부처간 협업을 통해 세제·금융지원 등을 망라한 종합적 전월세지원 방안이다. 특히 손익공유형 모기지 등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해 서민들의 주택구입 부담을 크게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입자금 지원 확대 전세자금 요건 완화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주택구입 가능계층의 주택구입이 촉진,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고 민간임대사업 활성화 등을 통해 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되면 전월세 수급불균형이 완화될 것”이라며 “월세 소득공제 등 세제·금융지원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서민·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경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어 “앞으로 주택정책의 주안점을 서민·중산층의 전월세 시장 안정에 두고 지역별 시장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주택시장 수급환경 변화, 도심내 임대수요 증가 등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정책적 대응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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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