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성매매의 덫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09:00:34
  • 댓글 0개

연예인도 모델도…팔려가는 접대부들

[일요시사=사회팀] 원정 성매매가 업계 종사자를 거쳐 일반인들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돈을 노리는 포주와 브로커들은 고수익이라는 위험한 덫을 놓은 채 호시탐탐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간하는 '인신매매실태 보고서(Trafficking in Persons Report)'에서 "성매매의 근원지(source), 경유지(transit) 그리고 목적지(destination)"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기준 여성가족부가 공식 집계한 한국 국적의 성매매 여성은 27만여명. 전체 여성 인구가 약 2500만명(통계청 2013)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1%가 넘는 여성이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성매매 근원지
성매매 수출국

특히 집계된 27만명 외에도 과거 성매매 경험이 있거나 정부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성매매 여성 인구를 합산하면 관련 업계 종사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언론이 늘 써오던 '성매매 천국'이란 수식어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세간의 평가를 인정하듯 미 국무부가 지난 2013년 6월 발표한 인신매매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과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미국의 시각에서 본 2013년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성매매의 '근원지'이자 '경유지'이고, 또 '목적지'이다.


아울러 한국은 해외에서 성을 거래하는 시쳇말로 '성(性)진국'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일부 한국 여성들이 국내 및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와 같은 곳에서 성매매에 유입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빚을 떠안은 채로 브로커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고 고발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들은 왜 국내가 아닌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에서 성매매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성 종사자 27만명…캐나다·호주로 '밀행'
워킹홀리데이 통해 대학생 해외성매매 급증

지난 21일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한국 여성들에게 일본 등지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브로커 김모(33·남)씨와 한모(32·여)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성매매 여성 47명, 포주·브로커·사채업자 등 1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알렸다.

경찰에 따르면 성매매로 적발된 여성 대부분은 20대 중후반 나이로 이중엔 전직 연예인 ㄱ씨와 레이싱 모델 ㄴ씨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유학생, 전직 공무원, 운동선수 등 언뜻 보기에는 성매매와 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이력도 원정 성매매 명단에서 확인됐다. 아울러 경찰이 확인한 성매매 여성 중에는 평범한 가정주부도 있어 관계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업계에 따르면 사실 원정 성매매는 완전히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지난 2011년 있었던 이른바 '원정녀' 사건은 원정 성매매가 해외 업주와 연계해 이미 국내외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지난 2011년 10월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일본 현지인들과 결탁해 원정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최모(35)씨 등 브로커 6명과 성매매 여성 16명을 검거했다.

브로커 최씨 등은 '1달에 3000만원'이라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꼬드겨 원정갈 여성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접한 여성들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원정 성매매를 결심했다.

이들 대부분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종업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중에는 성매매를 전문으로 해 본 적 없는 여대생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등은 일본으로 귀화한 포주 스즈키(45·여)씨가 운영하는 도쿄 한 성매매 업소에 여성들을 넘겼다. 이들은 소개비 명목으로 1인당 100만∼200만원을 챙겼다.

그리고 여성들을 소개 받은 스즈키씨가 맨 처음 한 일은 여성들의 누드사진과 프로필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일이었다. 해당 사진을 본 일본 성매수자는 각자가 원하는 여성을 지목해 거래를 했다. 이들은 시간당 2만~15만엔의 화대를 업주 측에 지불했다.

전직 연예인도
레이싱 모델도

하지만 "1달에 3000만원을 보장한다"는 약속은 거짓이었다. 먼저 스즈키씨는 성매매 여성들이 벌어들인 돈의 40%를 상납 받아 업소 운영비로 사용했다. 더불어 성매매 여성들은 현지 숙박비와 성형수술비, 휴대전화 이용료, 홍보용 누드사진 촬영비 등으로 낸 선불금에 월 10%의 이자까지 얹어 매주 스즈끼씨에게 건넸다. 이들 중 일부는 600만∼1000만원의 빚을 진 채 일본에 체류해야 했다.

특히 일본에서 2차례 원정 성매매를 했던 ㄷ씨는 국내로 돌아와 자신의 원정 성매매가 찍힌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 충격으로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원정을 떠났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단기간 고수입이 목표였고, 현지 업체와 연계된 브로커가 성매매에 개입됐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성매매 동기와 수법은 2년 전 '원정녀' 사건과 유사하다. 다만 포주가 사채업자와 짜고 인신매매를 동반하는 등 범죄 수위가 더 악랄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일본 도쿄 인근 우그이스타니에 업소를 차려놓고 한국 여성들을 데려다가 성매매를 시켰다. 한씨 등은 여성들에게 "월 2000만∼3000만원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혹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유흥업소 종업원 J씨는 선불금으로 175만엔(한화 약 2000만원)을 받고 일본으로 향했다. 수입이 거의 없던 연예인 ㄱ씨도 한씨의 꼬드김에 넘어갔다. 이들은 대개 브로커와 얘기를 나눈 후 원정 성매매를 선택했다. 브로커는 소개비 명목으로 1인당 100만∼150만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은 외국행을 꺼리는 여성 등을 꾀어내기 위해 무속인을 고용, "올해 '삼재'가 있다. 일본에 가면 대박난다"고 속이기도 했다. 무속인은 그 대가로 1인당 70만∼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일본에 간 성매매 여성들은 업주가 소개한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상반신을 노출한 홍보 영상이 가미됐다. 전단과 인터넷에는 이들을 찍은 나체 사진과 영상이 나돌았다. 그리고 일본 성매수자들은 성행위를 하기 위해 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포주는 연락이 오면 자동차로 여성들을 태워 도쿄 시내 가정집, 호텔, 모텔 등지로 출장을 보냈다. 여성들은 그곳에서 하루 5∼10명의 남자를 상대했다. 그리고 10일마다 한 번씩 240만원을 포주에게 송금했다. 포주는 모두 10회에 걸쳐 원금을 회수했다.

하지만 반복된 성관계에 건강이 악화된 여성도 있었다. ㄱ씨보다 앞서 일본에 가있던 J씨는 몸이 아파 포주가 정한 기한 내의 이자를 갚지 못했다.

그러자 한씨 등은 J씨의 여권을 빼앗아 귀국을 막은 뒤 일본 센다이 지역의 성매매 업소로 J씨를 175만엔에 되팔았다. 여권을 빼앗긴 J씨는 한국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겨우 풀려났다. 일본 내 한국 성매매 여성의 인신매매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리만 346%인 살인적인 이자가 여성들을 짓눌렀지만 이들 중 고객이 많았던 여성 8명은 브로커의 도움으로 졸업증명서 등을 위조해 비자를 발급받고 1∼2년간 장기 체류했다. 또 일부 여성들은 미국 LA, 괌을 비롯해 호주 멜버른과 대만 타이베이 등을 오가며 원정 성매매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경찰은 국내외 브로커들을 중심으로 원정 성매매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연예인 ㄱ씨는 경찰 조사를 받자마자 다시 외국으로 건너가 현재는 연락을 끊은 상태라고 전해졌다. 성매매 여성 상당수는 비자가 만료되면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외국으로 건너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호주서 활개
미국도 여전

앞서 <일요시사>는 '워킹홀리데이 해외원정 성매매 실태 집중 조명' 등의 기사를 통해 원정 성매매를 다룬 바 있다.

특히 호주에서의 성매매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는데 1년 사이 호주 유학을 다녀온 복수의 유학생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여자 유학생 10명 중 2명은 성매매를 시도했거나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남들 이목도 피할 수 있고,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점이 한국 대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호주는 성매매가 합법인 나라다.

호주 원정 성매매는 대부분 워킹홀리데이를 악용한 형태로 나타난다. 호주 정부는 지난 1995년 한국 정부와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맺으면서 18∼30세 한국인에게 일정 기간 동안 관광과 취업을 동시에 허락하는 비자를 발급해왔다.

'호주 원정 성매매' 기사에 따르면 현재 경찰은 상당수의 여대생들이 불법 성매매를 위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고, 호주로 향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호주에 도착한 이들은 대부분 현지에 있는 한국인 브로커를 통해 성을 제공할 업소를 알선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을 무대로 활동하는 브로커들처럼 호주의 브로커들도 달콤한 제안을 한다. 1달 400만∼1000만원이 넘는 고수입은 물론 일을 하는 시간이 4∼5시간 내외라 나머지 시간은 공부도 하고, 관광도 할 수 있다는 감언이설을 한다.

월 2000만∼3000만원 보장?
사채빚 지고 '구렁텅이로'
그녀들은 지금…하루 12시간 7명 상대

그러나 하루 5∼10명에 가까운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점. 성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점. 경우에 따라 불법 감금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원정 성매매는 대학생들에게 굉장한 위험이다.

특히 한국인과 같은 외국인 여성들이 주로 일을 하는 성매매 업소는 대부분 허가받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무허가 업체다 보니 폭언 및 폭행은 기본이고, 성추행이나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원정을 가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건 역시 국내 브로커를 거친 단기 입국이다. 브로커들은 "1달에 2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허위 광고로 일종의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출국 전 "호주에서 일하려면 먼저 성형수술을 받고 가라"며 돈을 빌려준 뒤 꿔준 돈을 사채로 만들어 여성을 착취하는 행태가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원정 성매매로 돈을 벌어 성공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며 "이제껏 많은 성매매 여성들을 조사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이면 빼기 쉽지 않은 곳이 또 성매매 업종이다. 지난 13일 서울지방청 국제범죄수사대가 밝힌 미국 원정 성매매 실태에 따르면 브로커들의 구인광고에 넘어가 미국으로 떠난 200여명의 성매매 여성 중 절반은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지금도 현지에서 성매매로 생계를 잇고 있다.

앞서 브로커들은 유흥업소 종업원 구인사이트 등에 "월수입 2500만∼3500만원을 보장합니다" "출국부터 입국까지 에스코트해드려요" "LA에서 함께 일할 언니 초대해요" 등의 광고로 원정 성매매 여성들을 모집했다.

또 돈을 벌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을 위해 일부 포주는 개런티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일반 개런티 계약은 3개월에 2000만원. 하지만 업주는 한국인의 성매매로 같은 기간 1억5000만원을 벌 수 있었다.

원정을 떠난 여성들은 매달 1000만∼15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숙박비, 미용비 등으로 월 200만∼300만원의 고정비도 함께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악덕 포주를 만난 여성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면서 하루 평균 7.2명의 손님을 받고, 수입은 포주와 6대4로 나누는 착취를 당하고 있었다. 이들은 일본·호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떠날 때 받은 선금의 이자가 불어나 그 빚을 갚기 위해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미국 국토안보부와 수사공조를 통해 현지에 있는 또 다른 성매매업주 등 6명에 대한 국내 송환을 추진하는 등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인력만으로는 현지 성매매 여성의 연락처조차 얻기 힘든 상황이다.

국가 망신이다
일부 과장됐다

일부 외신보도와 현지인의 블로그 등을 검색하면 한국인의 원정 성매매를 다룬 글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용은 '한국인의 하룻밤 가격이 344달러다' '한국 여성들이 대만을 오고 가며 단체 성매매를 하고 있다' '난 호주인인데 한국에서 왔다는 성매매 여성의 신상은 이렇다'는 등 다소 불편한 내용이다.

그래서 원정 성매매가 '국가적 망신'이라는 비난도 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약 3만명 정도의 여성이 일본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상 파악된 일본 상주 한국인(현지 거주 제외)이 18만∼20만명이고, 이중 남녀를 각각 9만∼10만명으로 잡아도 무려 33%에 이르는 여성이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다소 억측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국격은 차치하고라도 원정 성매매 시장은 여전히 활개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호주 한 거리의 위치한 붉은 색 벽돌집은 창문을 닫은 채 인터넷을 통해 성매수자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당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곳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는 한국 국적의 여성은 모두 3명으로 파악됐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남아 섹스관광 1위는?

한국 남자들이 더 하네∼

동남아시아에서 성매수를 목적으로 한 관광 1순위는 한국이라는 실태 보고서가 작성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2012년 시행한 현지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동남아시아 아동 성매매 관광의 현황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지역 성매매 관광객 수 1위는 한국"으로 조사됐다. 연구원들은 매년 동남아를 입국하는 관광객 수, 유흥업소를 이용하는 빈도, 피해 여성의 증언 등을 분석해 이 같이 발표했다. 특히 만 18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시장에서 한국 남성은 '독보적인 존재'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앞서 유엔마약범죄국(UNODC)이 201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은 '동남아 지역 특히 캄보디아 태국·베트남 지역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요 고객'이라고 명시돼 있다.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