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중국통’ 윤석헌 아태경제문화연구회 회장

"중국이 우리 편? 글쎄요"

[일요시사=온라인팀] 개인적으로 중국에 가장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한국사람, 한국인 최초로 중국 국제상회(國際商會·한국의 전경련격) 고문에 임명된 사람, 중국 국영회사이자 중국 최대의 건축회사인 중국건축(中國建築)의 고문으로 있으며 중국 최고위층 지도부와 개인적인 친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한국사람, ‘한국 내 가장 정통한 중국통’, ‘살아있는 중국 전문가’로 불리는 이가 있다. 그는 바로 윤석헌(54·현 북경대학교 객좌교수) 아태경제문화연구회 회장이다. 윤 회장은 지난 30여 년간 중국을 거의 매주 한차례씩 왕래하며 인맥을 관리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중국 전문가다. 윤 회장의 중국과의 인연은 후진타오 주석은 물론, 등소평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윤석헌 아태경제문화연구회 회장이 중국 최고위층 인사들을 한국에 초청한 것만 보더라도 그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93년, 한국의 국회부의장에 해당하는 중국 전인대 부위원장인 왕광영(王光英)을 윤 회장 개인자격으로 초청했는데, 그는 당시 한국을 방문한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였다.
 
그의 인맥은 중국의 최고지도자 등소평(鄧小平)의 장남인 중국 장애인협회 회장 등박방(鄧朴方), 등소평의 장녀인 중국 화가협회 회장 등림(鄧林), 중국 교육부 장관 주카이쉰, 교육담당 부총리 이남청,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장, 중국 국가체제개혁위원회 부주임(장관급) 고상전(高相全)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고위 지도부와 친분
 
이처럼 대한민국 내에서 가장 손꼽히는 중국통인 윤 회장은 최근 한중 관계와 관련한 한국 언론들의 잘못된 보도행태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한동안 중단됐다 다시 물꼬가 트인 개성공단 문제와 시진핑 체제의 세계경영관에 대해서도 남다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특히 지난 6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쏟아지고 있는 국내 언론들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 “어리석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았었지요. 방중 후 국내 유수의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라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보다 남한에 더 우호적으로 돌아섰다는 추측성 기사까지 쏟아냈지요. 그런데 과연 그게 맞을까요?”
 
이들 언론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3박4일 간의 일정 동안 극진한 대접을 받았으며 국빈만찬은 물론 특별오찬까지 마련하는 등 파격적인 예우를 했다.
 
언론들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설정과 ‘미래비전 공동성명’ 및 부속서에 정부 간 협정 1건과 기관 간 약정 7건 등 총 8건과 관련된 경제·통상 협력, 활발한 인적·문화 교류, 영사 분야 협력,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성과를 올렸다는 내용으로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특히 몇몇 언론들은 시진핑 체제 이후로 ‘중국이 한국의 편에 서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우호성 기사들을 생산해 냈다.
 
하지만 중국통인 윤 회장은 국내 언론의 초점이 성공적인 회담에 그치지 않고, 중국이 향후 남북관계에서 북보다 남쪽 편에 설 것이라는 논조로 보도한 데 대해 심히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은 더 이상 예전의 중국이 아닙니다. G2(Group of 2)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그에 걸 맞는 역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런 중국이 과연 오랜 맹방인 북한을 외면하고 하루아침에 남한에 우호적으로 돌아설까요? 글쎄요. 저는 아니라고 보는데….”
 
중국-북한도 형·아우 아닌 전략적 동맹국가

개성공단 해결 "중국의 막후 역할이 결정적"
 
그는 “언론이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 성과 포함해 개성공단 문제까지 자신들의 구미에 맞도록 자의적인 해석으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진타오 체제에서도 그랬지만, 시진핑 체제로 넘어오면서 중국의 신체제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한국 내 전문가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언론이 접촉하는 인사들이 문제지요.” 
 
중국정세와 관련해 이론적이나 학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현실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중국 관련 학자들이나 중국을 자주 왕래하는 사람들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가 작성되고 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국내 유수의 언론들이 “여론을 형성하고 독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은 좋지만,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하며,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차원에서 항상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회장은 최근 타협점을 찾은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두 가지의 힘이 배경이 됐다고 진단했다. 
 
“첫째는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원칙 중심의 대북정책 즉,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문서상의 합의는 큰 의미가 없었다는 과거 남북관계의 교훈에 따른 대화방법이 하나의 구심점이 되어 타협점을 찾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둘째는 중국의 역할이 컸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남북 간의 합작품으로 비춰지지만 속사정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윤 회장은 “중국 내부에서도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이 나왔었다”고 했다. 실제 정부 측에서도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수차례 중국 측과 이러한 논의와 요청을 계속 했던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개성공단의 활성화를 주문하고 압박했다고 한다. 
 
 
이젠 더 이상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형-아우가 아닌 전략에 따른 동맹국가가 됐다는 게 윤 회장의 진단이다. 윤 회장은 “실제로 중국은 북한을 전략적인 차원에서 대하고 있다. 이는 세계경영의 책임있는 G2국가로서의 위상과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성공단 활성화 자체가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남북관계에서 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결과적으로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실질적 역할은 중국이 해야 결과물이 도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셈입니다.”
 
중국은 공단의 국제화를 통해 공장이 외부적인 힘에 의해 멈추는 것을 대비하기도 했다. 중국의 크고 작은 기업들을 개성공단에 투입시킴으로써 북한이 공단을 마음대로 중단시키거나 하는 상황을 사전에 아예 미리 차단시켰다. 
 
천안함 사태서 교훈
 

윤 회장은 “정부가 천안함 사태를 통해 아주 값진 교훈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로 판명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회의를 열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의 최고위층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가 하면 한국정부의 국방부 책임자가 근거자료까지 내놓으면서 설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중국을 설득했지만 당시 중국은 한국 정부의 입장에 ‘오케이 사인’을 내지 않았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협력하지 않자 결국 벽에 부딪혀 우리 정부의 뜻을 관철시키지 못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 사태를 통해 북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 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습니다. 남북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을 주목했던 것입니다. 덕분에 개성공단 정상화라는 값진 열매와 더불어 제발 방지 차원의 공단 국제화도 이뤄내 재발 방지장치까지 마련된 겁니다.”
 
 
강주모 기자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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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