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테크 달인' 된 국회의원들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26 14: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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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에 소득세는 0원 '합법적 탈세?'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19대 국회의원들 중 지난해 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사람이 무려 3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정치권이 최근 증세 없는 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증세카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국회의원들은 매년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국회의원들의 기막힌 세테크 수법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전체 국회의원의 17%에 해당하는 51명이 지난해 10만원 미만의 소득세를 납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국회의원도 37명(12%)에 달했다. 그나마 소득세를 납부한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두 명은 각각 단 4원과 6원의 소득세만 납부했다.

분통터지는 꼼수

이 같은 사실은 국회사무처가 최근 공개한 국회의원 300명의 지난해 소득세 납부액에서 소득공제 등 연말정산을 통해 환급받은 액수를 뺀 실제 세금 납부액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의원들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의원은 1300만원의 소득세 중 1252만원을 돌려받았다. B의원은 682만5354원의 세금을 냈다가 연말에 682만5350원을 환급받았다. B의원이 실제 낸 소득세는 단 4원이었다. 심지어 C의원은 710만원의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냈지만 연말정산 때 710만원 전액을 돌려받으면서 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들 의원들 대부분은 종교·사회단체 기부 등을 통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이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에게 받은 정치후원금으로 기부를 하고 개인적으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또 한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기탁금으로 정당에 8000만원을 내고 나서 이를 정치자금 기부로 연말정산 때 처리해 자신의 소득세 1000만원 전액을 환급받은 경우도 있었다.


사례 중 가장 돋보이는 꼼수는 서로 '품앗이' 방식으로 정치후원금을 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의원들이다. 세테크를 위해 서로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치후원금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지출한 돈은 한 푼도 없었지만 세금 감면 혜택만 받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국회의원들이 정치후원금을 주고 받으며 공제혜택을 받는 것은 대기업들의 상호출자와 같은 개념과 같은 것"이라며 "기업은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를 못하게 하면서 국회의원들이 이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국회의원들이 이처럼 절세를 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연간 1억4500만원에 달하는 세비 중 비과세 소득이 47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기업체 과장 연봉에 해당된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2011년 매달 189만1800원을 받던 입법활동비를 작년부터 313만원으로 65.8% 인상했다. 특별활동비도 하루 1만8918원에서 3만1360원으로 65.8% 올렸다.

국민 몰래 비과세 목록 야금야금 늘려가
국민들에겐 증세하자더니 황당한 뒤통수

반면 일반 직장인들처럼 소득세를 내는 국회의원들의 일반수당과 관리업무수당은 각각 624만5000원에서 646만4000원, 56만2050원에서 58만1760원으로 2011년에 비해 3.5% 인상하는 데 그쳤다. 정근수당도 2011년 624만5000원에서 646만4000원으로, 명절휴가비도 749만4000원에서 775만6800원으로 3.5%인상에 그쳤다. 비과세 혜택을 받는 소득의 인상률이 소득세를 내는 수당 인상률의 18.8배에 달한 것이다.

이들 활동비는 명목만 활동비일 뿐 지출 관련 증명 서류를 제출할 의무도 없다. 당연히 돈을 지급한 국회 측은 국회의원들이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알 길이 없고 국회의원들은 남은 돈을 반납할 의무도 없다. 사적 용도로 얼마든지 유용이 가능한 사실상의 봉급인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과세 수당을 인상할 수 있는데, 비과세 수당을 대폭 인상한 것은 처음부터 '세테크'를 목적으로 한 꼼수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같은 소득 수준의 직장인에 비해 국민건강보험료도 적게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입법·특별 활동비가 건강보험료를 책정하는 보수액 산정기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소득세를 낸 사람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으로 2억3465만원의 소득세를 냈다. 정 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 299명의 소득세 평균 납부액은 434만원이었다.

정치권은 최근 '증세 없는 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증세카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중이었다. 또 박근혜정부는 직장인들의 소득공제를 감소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을 이미 발표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회의원들은 매년 근거가 약한 비과세 급여항목을 대폭 늘려왔다는 사실은 국민들을 황당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복지를 위한 증세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정작 국회의원들이 일종의 꼼수를 써가면서까지 세금을 적게 내려 한다면 국민들의 '조세저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세테크 꼼수 때문에 현재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국회의원들의 급여체계와 인상률을 국회가 아닌 독립된 외부기구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자신의 수당을 스스로 결정하는 모순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공직자 중 유일하게 자신의 급여 수준을 국회의원 수당법이나 국회규칙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이러한 특권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급여체계를 꾸준히 개편해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민들 몰래 세비를 20퍼센트나 인상했다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만 봉?

이미 스웨덴, 호주, 영국, 캐나다 등 많은 선진국은 외부기구가 의원급여의 기준을 국회에 권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외부기관의 권고를 국회가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국회의원들이 세금을 절약하는 것이 불법도 아니고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지만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대표라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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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