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스토리> ‘M-C 전파무기’ 마인드컨트롤 피해자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26 15:17:12
  • 댓글 2개

“누군가 내 머리를 조종합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마리오네트’는 몸통 마디마디를 실로 묶어 사람이 위에서 조정해 연출하는 인형을 뜻한다. 이 꼭두각시 인형은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만약 이러한 인형극이 우리 인간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면 어떨까.

누군가로부터 조종당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마인드컨트롤 전파무기’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그림자 정부가 최첨단 전파무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가해자들은 집단스토킹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불가능하다. 자신의 몸에 칩이 박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 미스터리의 진실은 무엇일까.

마인드컨트롤
진실은 무엇인가

마인드컨트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 전파무기는 최첨단 성능으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전파무기는 원거리 공격도 가능해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마인드컨트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끼리 함께 연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들의 외침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박모씨는 마인드컨트롤 피해자로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방방곡곡 뛰어 다니며 이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씨는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이며 무직 상태다. 자신을 쫓아다니는 ‘마인드컨트롤 집단스토킹’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집단스토킹 가해자들은 주로 20대 후반의 청년들이라고 한다. 박씨는 이들의 정체를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정부나 국정원을 지목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호와의 증인과 같은 이단종교도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 간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몸에 나노칩 삽입해 일상 감시·조종 주장
고의 집단스토킹 공격 시달린다는 사람도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박씨는 “일요일 오후 2시가 되면 항상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며 “그리고 그들은 내 방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 외출 시 누군가 자신을 째려보며 따라온다는 것. 이렇게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집단적으로 스토킹하는 세력이 있다고 했다. 모든 주변인이 적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경계의 눈초리를 뗄 수 없다. 이런 박씨를 ‘피해망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박씨는 본인의 우울증세는 인정하지만 과대망상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병원 진단 결과 ‘초기 우울증’ 증세가 나왔다.

보통 가족들은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무시한다. 몇몇 피해자들은 가족들로 인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했다. 이렇게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는 자체가 그들의 계략이라고 한다. 그러나 피해자 중에는 실제로 과대망상 환자가 있다고 전해진다.

마인드컨트롤 피해자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온·오프라인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서로의 고충을 토로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피해자들 간에 분란이 생겼다.

박씨는 피해자 커뮤니티에 대해 “각자 겪은 피해 내용이 다르다 보니 서로 불신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저 사람은 위장 피해자라는 식으로 서로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 모임 안에 프락치가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이들은 가해자 집단과 손잡고 피해자인 척 접근해 우리를 공격한다”고 속 터지는 내부사정을 밝혔다.


새장에 갇힌 신세…
이게 바로 트루먼쇼?

박씨는 마인드컨트롤의 가해자가 정부기관 및 종교단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 피해자들 대부분은 ‘그림자 정부’가 그 배후라고 주장한다. 그림자 정부는 일명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으로 불리는 비밀조직을 뜻한다.

기자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인드컨트롤의 피해자이자 이들의 멘토인 이모씨가 있는 안산의 한 요양원에 찾아갔다. 한 때 목사였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이씨는 마인드컨트롤 전파무기와 집단스토킹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마인드컨트롤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더불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상담도 해주고 있다. 이씨는 “마인드컨트롤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부터 노력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 집단은 튼튼한 조직과 자본이 있고 최첨단 마인드컨트롤 기계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 위치 및 건강상태를 손바닥 안에서 보고 있다”며 “심지어 피해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독 안에 든 쥐’라는 것이다.

이씨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휴대폰도 마인드컨트롤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한다. 전원을 끄지 않는 이상 모든 대화내용이 가해자 집단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가해자는 누구일까.

이씨는 “지금은 정확히 그 주체를 단정지을 수 없다”며 “지금 기자와의 대화도 도청 위험이 있다”고 말하며 내부 방문과 창문을 모두 닫았다. 문이 열려있으면 그 사이로 대화 내용이 흘러나가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원거리에 있는 음성도 최첨단 마인드컨트롤 기계로 분류시키고 쪼개서 도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마인드컨트롤 전파무기는 타깃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 등 다양한 크기로 나뉜다.

인공환청으로 생활 불가능
의학적으론 과대망상 환자

이씨는 마인드컨트롤 전파무기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는 하루하루 한계에 부딪힌다”고 말하며 “피해자 규모는 우리의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마인드컨트롤 조종을 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씨는 피해자 모임의 또 다른 박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씨는 자신이 부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인드컨트롤 피해자 문제가 해결되면 본인이 부대통령이 된다는 것이다. 박씨는 대통령이 자신을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다.

이렇듯 피해자 모임은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피해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은 직장생활을 중단한 상태다.

이씨는 가해자 집단이 피해자들을 공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루미나티와 프리메이슨, 예수회로 추측할 뿐. 이들이 마인드컨트롤 프로젝트를 계획한 실체라는 것이다. <그림자 정부>는 음모론자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꼽힌다. 이 책의 저자 이리유카바 최씨는 한때 피해자들과 만나 많은 조언을 해줬었다고 한다.


이씨에 의하면 일루미나티와 프리메이슨이 마인드컨트롤 전파무기를 운용하고 있다. 그림자정부는 인류를 노예화하고 전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계획 중 하나가 바로 마인드컨트롤이다. 이씨는 “우리의 잠재의식을 지배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또한 이씨는 각 종교 지도자 중 프리메이슨이 있다고 믿는다. 이들의 목적은 ‘종교통합’이라는 것.

현재 목사를 양성하는 신학대학도 이들에 의해 변질되어 자유주의, 인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들은 신흥종교, 즉 신천지, 통일교 등을 통해 종교통합에 앞장서고 있고 개신교 탄압이 그 목적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건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도 마인드컨트롤에 걸렸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신천지 이만희도 마인드컨트롤에 걸렸다”며 “한 사람의 정체성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마인드컨트롤과 집단스토킹이 무서운 이유는 인공환청으로 예언을 들려주고 그 예언에 맞는 상황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인공환청으로 인한 예언 때문에 피해자는 공황상태에 빠지고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신질환으로 이어진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정신병력’을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회적으로 매장시켜 저항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씨는 해외에도 피해자들이 많다고 했다. 미국, 독일 등 전 세계적으로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언론이 침묵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정부 위에 군림하는 그림자 정부가 인류를 노예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왜 약자들에게만 접근할까?

기자의 의문에 이씨는 “임상실험”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모든 약품은 시중에 판매되기 전에 동물에게 실험한다. 그리고 지원자를 모집해 임상실험을 거친다. 이처럼 인류 노예화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임상실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나노칩을 이식해 마인드컨트롤 전파무기, 집단 스토킹 등으로 실험한다는 주장이다.

마인드컨트롤 피해자들은 그림자 정부의 실험용 쥐다. 현재는 실험의 정확도가 높아진 편이라고 한다.

이씨에 따르면 마인드컨트롤 실험은 ‘ABCDE…’유형별로 나뉜다. A형 피해자와 B형 피해자의 피해 내용이 다르다는 것. 이 자체가 그들의 계략이라고 말한다. 마인드컨트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바로 위장 피해자로 찍힌다.

믿기 힘들지만…
고통받는 소수자

이씨는 박사과정을 수료할 정도로 열심히 연구했던 목회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박사과정 당시 처음으로 일루미나티와 프리메이슨에 대해 접했다. 그도 처음엔 음모론으로 치부하며 반신반의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보들을 하나, 둘 취합하면서 점점 생각이 달라졌다.

대화 도중 이씨는 머리를 살짝 흔들며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자꾸 다음에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이것도 마인드컨트롤 무기의 영향이다”고 말했다. 그들이 이씨의 뇌를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처럼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을 24시간 365일 모니터링 한다. 그림자 정부는 실험군에 속한 피해자 개개인의 모든 것을 수치화한다. 실험대상의 상태에 따라 공격 방법이 달라진다. 이씨는 “성적인 오르가즘이 제일 중요하다”며 “성적 모욕이나 수치심을 인공환청을 통해 전달한다”고 전했다. 결국 패배주의에 빠져 피폐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을 어떻게 조종하는 걸까. 피해자들의 몸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이씨는 “베리칩보다 작은 나노칩이 삽입돼 있다”며 “가해자들이 공기압으로 쐈거나, 길거리에서 부딪히는 척 하면서 삽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는 수증기 형태로 뿌려서 삽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 몸에 나노칩이 삽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공환청이 들리기 때문에 확신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들이 나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커뮤니티 형성해 서로 정보교환
“아무리 설명해도 정신병자 취급”

이씨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이씨의 음성을 몰래 녹음해 그 인공환청을 주변 사람들에게 퍼트린다. 예를 들어, 지인에게 통화로 욕을 하지도 않았는데 지인이 화내는 경우라고 한다. 즉 가해자가 미리 녹음해 둔 음성을 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공환청 때문에 인간관계가 악화돼 사회에서 고립된다는 것이다.

“내 일이 틀어지고, 상대방이 이유없이 나를 적대시 하는 경우, 대부분이 인공환청 때문이다”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다. 증거라고 내놓을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해자 중에서는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 고소장도 제대로 쓸 줄 모르고, 말도 중구난방으로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씨는 피해자 간의 연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오히려 몇몇 피해자들로부터  ‘프락치’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 또한 마인드컨트롤의 공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과거에 이유없이 따귀를 맞은 적이 있다. 그때부터 마인드컨트롤을 의심했다. 이후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집단스토킹을 확신했다. 또 한 번은 지하철 공익요원이 자신을 째려보고 미행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왜 따라 오냐”며 화를 냈지만 공익은 중얼거리면서 도망가기 바빴다고 했다.

그때 공익요원이 갖고 있던 무전기가 자신을 감시하는 마인드컨트롤 무기였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씨는 “내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나”는 생각을 했다”며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가족들과 4년째 별거 중이다. 가족들은 이씨의 이러한 주장을 믿지 않는다. 자식들은 이씨를 피해망상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밀결사대 ‘프리메이슨’ 실체
“권력 막후서 조종?”

주로 음모론의 소재로 영화나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현존하는 최고 최대의 비밀 결사 단체가 있다. 바로 프리메이슨이다. 이른바 권력 뒤에서 그 권력을 배후 조종하는 그림자단체로 알려진 프리메이슨은 국내에서는 댄 브라운의 소설과 영화 ‘다빈치 코드’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프리메이슨 측이 젊은 남녀 회원들을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프리메이슨 영국 지부 대변인 줄리앙 리스는 “18∼25세 사이의 젊은 남녀들을 대상으로 프리메이슨 회원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프리메이슨 측의 이같은 계획은 조직이 갖고 있는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그림자 세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음모 조직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프리메이슨은 이에 더해 나이 많은 백인 신사가 그 주체로 묘사되어 있다.

현재 젊은 회원 모집 중

대변인 리스는 “나이많은 백인 할아버지 이미지는 조직에 있어서 큰 문제” 라면서 “30살 미만의 젊은 회원들이 조직 내에 적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격 조건은 성, 인종, 종교와 상관없이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면서 “SNS 사용에 능하면서 교육적, 직업적 성취가 있는 젊은이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프리메이슨은 1717년 영국 런던에서 엘리트 남성 사교클럽으로 만들어진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회원으로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 벤저민 프랭클린, 이탈리아 통일의 아버지 주세페 가리발디, 작곡가 하이든, 모차르트, 작가 볼테르, 괴테 등이 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