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난 ‘박통키드’ 전성시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19 12: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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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혈관에 ‘박정희 DNA’ 흐른다

[일요시사=경제팀] ‘박정희 측근 2세.’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키워드 중 하나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온 나라에 ‘박정희 DNA’가 흐르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측근 2세들이 박근혜정부 내각과 청와대에 한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금융업 수장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박정희 키드’ 어디까지 퍼졌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박정희 측근 2세’다. 인수위 시절부터 치고 들어오기 시작한 박정희 측근 2세들은 현 정부 내각과 청와대를 무서운 속도로 잠식해 나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1956년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85년 미국 프리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연세대학교 경제연구소장, 한국지역학회 회장, 한국응용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국토해양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 건설교통부 부동산시장 조기경보시스템(EWS) 지표점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토교통 분야와 인연을 맺어왔다.

국토부 장관
든든한 빽은?

서 장관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부친인 고 서종철씨 때문이다. 서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육군참모총장과 대통령 안보 담당 특별 보좌관, 국방장관을 지냈다. 특히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육사 1기 선배다.

서 장관은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서 서씨가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사형 집행 명령서에 최종 날인해 8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유신 정권이 저지른 유신 살상 행위라는 민주통합당 박수현 의원의 지적을 받고 “인혁당 사건은 재심에서 모든 분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불행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자리를 빌려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고 사과한 바 있다.


서 장관은 그러나 5·16군사정변에 대한 질문에는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많지 않다. 교과서에 기술된 표현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남겼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90년 KDI에 입사해 23년간 KDI에 재직한 ‘통’이지만 박 대통령과 ‘대를 이은 인연’으로 더 유명하다. 김 원장은 이명박정권에서 17대 대통령인수위원회 위원,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재정경제2비서관을 지냈다. 경기고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UC샌디에고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엔 KDI부원장을 지냈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김 원장의 부친은 박 전 대통령 시절 69년 10월부터 78년 12월까지 비서실장으로 9년3개월을 재직해 최장수 기록을 세운 김정렴씨다. 박 전 대통령 임기(18년6개월)의 절반가량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정치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경제분야까지 손을 뻗었다. ‘경제사령관 총참모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박정희 측근 2세들 현정부 들어 요직에 배치
60∼70년대 부친에 이어…대 이은 인연 화제

박 전 대통령과는 62년 5월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공관에 불려가 통화개혁에 관한 브리핑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 53년 한국은행 기획조사과장 시절 제1차 통화개혁을 기안한 경력 때문이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없던 경제 전문성을 기반으로 그는 비서실장까지 올랐다. 79년 2월부터 80년 9월까지 일본 주재 대한민국 대사를 역임했고, 화폐 개혁, 새마을 운동, 산림 녹화 등에 직접 관여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부친은 대한교육연합회장을 맡았던 고 류형진씨다. 류씨는 5·16 이후 3공 수립 때까지 최고 권력기관이었던 국가재건최고회의 고문을 맡았다. 숙명여대 교수이자 교육학자였던 류씨는 3공 교육정책 수립에 기여했으며 국민교육헌장의 초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최장수 비서실장
아들이 KDI 원장


류 장관은 고려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경남대 북학대학원 교수,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북한연구학회 회장 등을 지낸 학자 출신으로 박 대통령과는 2011년 박 대통령이 미국 외교 전문지인 ‘초린어페어스’에 글을 기고할 때 옆에서 도우며 직접적인 인연을 맺었다.



지난 5월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장순흥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의 부친은 장우주씨다. 장씨는 한미경영권 이사장으로 박 전 대통령의 육사 한 기수 후배로 이산가족 상봉에 앞장섰다. 박 전 대통령이 육사 2기생이었고 장씨는 3기생이었다. 65년에는 국방부 관리차관보 자격으로 박 전 대통령 방미 당시 대통령을 수행했으며 71년에는 남북적십자회담 사무국 사무총장을 맡는 등 박 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였다.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 브레인으로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초석을 마련했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의 부친은 고 최재구씨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경남 고성 선거구에서 8, 9, 10대(공화당), 12대(국민당) 의원을 지냈다. 최씨는 공화당에서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의원으로 통했다. 청와대 연회 때 박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노래 10곡을 연속해 불러 박 전 대통령이 기뻐한 일도 있다고 한다.

최 교수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대 석사를 거쳐 미국 클레어몬트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통일연구원, 민족통일연구원의 연구원을 거쳐 96년부터 2006년까지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를 지낸 뒤 이화여대 사회과학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평화나눔센터 소장과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활발한 대북 관련 시민단체 활동도 펼쳐 왔으며, 박 대통령에게 오랫동안 조언자 역할을 함으로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란 대북 정책의 핵심 공약을 성안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서종철-서승환
     김정렴-김준경
     류형진-류길재
     장우주-장순흥
     최재구-최대석
     이정순-이건호

지난 1월 인수위원 사퇴 이후 6개월 동안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지난 7월 말부터 조심스럽게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7월22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16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아시아 지역협의회 출범식’에 참석해 대북 정책과 관련해 강연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7월19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러시아협의회 출범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알마티 강연에서 최 교수는 참석자들과 토론을 벌일 정도로 높은 호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상훈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위다. 김 비서실장은 마산중, 경남고, 서울법대 대학원 출신으로 드물게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모두 지냈다. 15, 16, 17대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이회창 전 대통령후보 특보단장,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국회 법사위원장, 새누리당 상임고문 등의 이력을 쌓았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자 부설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이던 2005년에는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냈다.

최대석 활동 재개
부활의 날개짓

그는 정수장학회 1기 장학생으로, 정수장학회 출신 모임인 ‘삼청회’ 회장을 지냈다. 특히 74년 8월 공안 검사로 재직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를 피격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검사’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출세가도를 달렸다.

박 전 대통령 말년에는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고, 지난 6월에는 재단법인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박 대통령을 돕는 대표적 원로그룹인 ‘7인회’ 멤버로 활동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6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김 비서실장 부부가 포함된 일행과 여행을 가는 등 친분도 깊다.

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기 비서실장을 지냈고 새누리당의 현직 대변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유일호 의원은 고 유치송 전 민주한국당 총재의 아들이다. 유 전 총재는 64년 박 전 대통령의 하야 권고 건의를 검토했던 야당 6인 소위 멤버였지만 94년 박 전 대통령 서거 15주년 추모위원회 고문에 이름을 올리는 등 ‘박정희 재평가’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고용복지 수석을 맡고 있는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는 박정희 측근 2세는 아니지만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이름을 따 68년 서울대에 세워진 기숙사 ‘정영사’ 1기생이다. 69년 ‘정영사 증축운동’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국고로 이를 지원했던 인연을 계기로 정영사 출신들은 1년에 한두 번씩 청와대에 인사하러 가게 됐고 자연스럽게 육 여사와 박 대통령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최 명예교수 말고도 정영사 출신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1기 정운찬 전 국무총리, 2기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 3기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4기 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 등 사회 각층에 널리 퍼져 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주요 인재풀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동흡 전 재판관이 헌재 소장 후보에 올랐던 것도 이런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얼마 전 정무수석에 발탁된 박준우 수석의 장인도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박 수석의 장인은 동양석판(현 TCC동양) 창업주인 고 손열호 회장. 동야석판은 통조림·음료수캔 등에 사용되는 석도강판(합금판)을 독점 생산하던 업체로, 62년 국내 최초로 자체 생산에 성공하면서 주목 받았다.

손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김계원 전 실장과 막역한 사이. 영주보통학교(현 경북영주초등학교) 동기로 말년까지 ‘영주회’라는 모임을 함께 했다.

박 수석은 78년 외무고시 12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81년 손 회장의 차녀인 현진씨와 결혼했다. 박 수석의 처남인 손봉락 TCC동양 회장은 지난 6월 박 대통령 방중 때 동행했던 중견기업 사절단 33인에 포함된 바 있다. 박 수석은 부인과 공동 명의로 처가인 TCC동양 주식 15만주(13억원)를 보유해 대주주 명단에 올라 있기도 하다.

국가미래연구원 창립을 주도하고 박 대통령의 ‘스터디모임’ 핵심 멤버인 김영세 연세대 교수는 박 전 대통령 시절 내무부 지방국 행정담당관, 인천시장, 대통령 비서관 등을 지낸 고 김태호 전 내무부 장관 아들이다. 부인은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 김 교수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 꾸준히 중용설이 나오고 있다.

직접 ‘부녀 대통령’ 모두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인사들도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행시 14회 출신으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된 경제기획원과 KDI를 거쳤으며 76년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때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참여했다.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72년 육사를 수석으로 졸업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최근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의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 고리를 들고 다니는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5일 경질된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비서실 정부1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허 전 실장의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박 전 대통령이다.


지난 5월 별세한 고 남덕우 전 국무총리도 박 대통령 부녀와 대를 이어 각별한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60년대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서강학파’의 대부로 이름을 날렸고 69년 박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재무부 장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거쳐 80년 제14대 국무총리에 임명돼 2년 여간 활동했다.

17대 대선이 있던 지난 2007년 1월에는 박근혜 캠프에 합류해 경제자문단의 좌장을 맡아 경제정책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최근까지 한일협력위원회 회장을 맡았다. 그가 이끌었던 사람으로는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김영세 연세대 교수, 김광두 서강대 교수 등이 있으며 이들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일원으로 18대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재계까지 퍼진
‘박정희 키드’

박 전 대통령 측근 2세는 정치권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최근 노사합의로 출근 저지가 종료되면서 취임 15일 만에 첫 출근한 이건호 국민은행장 얘기다. 이 행장의 부친은 이정순 예비역 준장이다. 이 준장은 육사 5기 출신으로 5·16 이후 부정축재위처리위 조사단장을 맡았다. 부정축재처리위 조사단장 활동 공로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으며 대령에서 준장으로 승진해 64년까지 육본 경리감을 맡았다. 

이들 인사의 면면만 보더라도 박 전 대통령 측근 또는 그들의 2세들이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인사를 두고 ‘세습 정치’라는 비난이 곳곳에서 쏟아지는 이유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근혜정권 초반 ‘독재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물론 이들이 박 전 대통령 정권의 인사들과 혈연으로 얽혀있다고 해서 유신 시대가 부활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 시절 유신과 독재를 목도했던 이들이 요직을 차지해 역사를 거스르지는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활하는 ‘박정희 유산’
또 다시 새마을운동?

박정희 시대 만들어졌다가 이후 정부에서 폐지된 각종 기구와 제도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9일 김관진 장관 주재로 군무회의를 열어 장병 정신교육 강화를 위해 ‘정신전력원’을 올해 12월까지 설립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정신전력원은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설립된 국군정신전력학교를 모태로 한다. 이후 국방정신교육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가 98년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폐지됐다. 15년만의 부활인 것이다. 63년 박 전 대통령의 수출진흥확대회의도 부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이후 2차례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의가 그것이다. 79년 박 전 대통령이 사망할 때까지 거의 매달 이어진 이 회의는 2009년에 사라졌다가 박근혜정부에 부활했다.

64년 박 전 대통령이 장기영씨를 초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에 임원하면서부터 시작됐다가 김대중 정부 때 폐지(1998년) 및 부활(2000년),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아예 사려졌던 경제부총리제도 다시 생겼다.

76년 시작됐다가 95년 폐지된 재형저축도 지난 3월 18년 만에 부활했으며 ‘한강의 기적’ ‘새마을운동’ 같은 박 전 대통령 시절 슬로건도 박근혜정부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고 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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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