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조특위 한 달 되돌아보니~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12 13: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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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비만 꿀꺽 "싸움질하는데도 활동비 들어가나?"

[일요시사=정치팀] 한 달 내내 파행을 거듭한 국정원 댓글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최근 1000만원이 넘는 활동비를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19대 국회 개원 초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우며 세비를 반납했던 초심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되돌아 본 국정원 국조특위 한 달. 그들의 발자취는 무척 초라했다.



지난달 2일 야심차게 출발한 국정원 댓글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첫 회의 시작 10여 분 만에 파행을 겪었다. 새누리당 위원들이 '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 사건'으로 새누리당에 의해 고발된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이 특위위원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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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날 특위는 양당 위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간 끝에 개회 10분여 만에 정회됐다. 그후 국조특위는 새누리당이 사퇴를 요구한 김현·진선미 의원이 지난달 17일 자진사퇴할 때까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나중에 국정원 국조는 정상화 됐지만 이미 국조기간 중 15일을 허망하게 흘려보낸 뒤였다. 하지만 김현·진선미 의원이 특위위원직을 사퇴한 후에도 국정원 국조는 툭하면 멈춰 섰다.

경찰청 기관보고 과정에서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회의중단 10분 동안) 옆방에 있는데 '씨x'이라고 하고 갔다. 어떻게 삿대질을 하면서 '씨x'이라고 하고 갈 수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조사중지 중에 새누리당 의원 분들이 휴식하는 자리에 갔었다"며 "그 자리에 김재원 의원과 김도읍 의원이 있길래 '김진태 의원의 발언이 좀 심하지 않느냐. 에이씨'라고 했다. 절대 '씨x'이라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난데없는 욕설논란으로 차질을 빚었다.


국정원 국조의 하이라이트였던 국정원 기관보고 과정에서도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남재준 국정원장을 향해 "국회의원에게 이럴 수 있어? 저게 국정원장이야?"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이 막말로 셀프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이외에도 회의 중간 중간 특위위원들 간 감정 섞인 발언들이 오가며 막말논란이 불거져 정회가 되는 경우가 잦았다.

또 여야는 국정원 국조 기간 중 일주일간의 여름휴가에 합의했다. 국정원 국조의 남은 기한이 빠듯했지만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는 "다른 의원들은 다 쉬는데 특위위원들만 와서 특위를 하고 있다. 또 7월 말 마지막 주는 너무 더우니까 쉬어야 한다"며 일주일간 국조특위를 휴회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게다가 국정원 국조에 사활을 걸고 있던 민주당이 이를 별말 없이 수용하면서 국정원 국조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황당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민주당은 여론의 질타를 받자 이에 대해 "저희는 이번 주에 국정원 기관보고를 받자고 요구했으나, 새누리당의 저간의 사정 때문에 이렇게 됐고, 그렇다면 국정원과 경찰청 현장조사 방문 활동을 하자고 요구했으나, 본인들은 못 하겠다고 했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은 이미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 중 4명이 국조기간 중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처럼 특위기간 중 대부분을 정쟁과 해외출장, 여름휴가 등으로 흘려보낸 것이다. 과연 제대로 국정조사를 준비할 시간은 있었는지 의문이다.

툭하면 막말 고성, 정치 불신 더 커져
국조 기간 해외출장에 여름휴가까지

여름휴가가 끝난 이후에도 국정원 국조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난 1일 민주당은 "원세훈, 김용판 두 사람에 대한 증인출석 확약이 없다면 빈껍데기 국정조사에 불과하다"며 국정원 국조특위를 사실상 포기하고 서울광장에서 장외투쟁에 돌입하기도 했다.


또 여야는 국정원 기관보고를 앞두고 이를 공개로 진행하느냐 비공개로 진행하느냐를 놓고 대립하며 시간을 보냈다. 결국 국정원 기관보고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인사말과 간부 소개, 여야 특위위원 4명의 기조발언만 공개되고 이후 기관보고와 질의응답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런데 이처럼 사소한 것 하나에도 대립각을 세우던 여야 특위위원들은 최근 아무런 이견도 없이 1000만원이 넘는 특위 활동비를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19대 국회 개원 초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우며 세비를 반납했던 것을 감안하면 파행을 거듭한 국정원 국조 특위가 1000만원이 넘는 특위 활동비를 받아 챙긴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먹튀'라는 것이다.

국정원 국조특위의 회의 일정을 살펴보면 지난달 2일 열린 첫 회의는 40여 분간 위원장과 간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하고 끝났으며, 세 번째로 열린 회의는 기관보고 요구의 건을 처리하며 고작 20여분 만에 끝났다. 이를 제외하면 한 달 넘게 지속된 국조기간 제대로 된 회의라곤 법무부·경찰청·국정원 기관보고 세 차례에 불과했던 것이다.

여야는 증인 채택 문제로 난항을 겪으며 국정조사 기간을 8일 더 연장했지만, 남은 회의 일정을 다 합쳐도 일한 날짜는 53일 중 13일에 불과할 전망이다.

또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했다고 해서 현재 상황으로는 뚜렷한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열린 기관보고에서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검찰 수사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며, 이성한 경찰청장도 경찰의 축소·은폐수사 혐의를 부인했다. 또 남재준 국정원장도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이라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먹튀 국조

때문에 <일요시사>는 국회 측에 국정원 국조특위에 지급한 활동비의 세부내역을 정보공개 요청했으나 국회 측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이례적으로 국정원 국조 특위에 지급한 활동비의 세부내역에 대해 비공개를 결정 통지했다.

국회가 비공개의 이유로 제시한 것은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2호 및 제5호다. 이들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와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비공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 국조특위에 지급된 활동비가 위 같은 요건을 충족시키는지는 의문이다.

국회 사무처는 이미 19대 국회 들어 운영된 비상설특위에 지급한 활동비 내역을 한 차례 공개한 전례가 있다. 이미 공개결정이 됐던 비슷한 사항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은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편 특위 활동비는 회의를 몇 차례 열었는지, 특위 활동보고서나 결의안 채택 여부와는 무관하게 특위만 구성해 놓으면 매달 정액의 활동비가 위원장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에 지급되는 돈은 특수활동비로 분류되기 때문에 영수증 처리도 필요 없다.

결국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출발한 국정원 국조는 뚜렷한 성과도 없이 제대로 활동도 하지 못한 채 1000만원이 넘는 활동비만 받아 챙긴 '먹튀 국조'로 전락할 전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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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