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무산’ 성은 간절한 거물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8.12 13: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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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줄 좀…‘은전’ 기다리는 범털들

[일요시사=경제1팀]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정치권과 재계가 뒤숭숭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을 코앞에 두고도 이렇다 할 특사 소식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역대 대통령이 광복절 등을 포함해 5∼10여 차례에 걸쳐 사면을 단행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 이대로라면 올해는 정·재계 인사 중 특별사면이 없는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치권과 재계 인사들 중 상당수가 ‘은전’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사면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형이 확정되거나 벌금과 추징금 미납이 없어야 하지만, 거론되는 거물급 재계 인사나 정치인들 상당수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 등 사면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누가 되고
누가 안 되나

거론되는 재계 인사 들은 대부분의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건강문제로 구속집행정지가 된 상태에서 마지막 기회인 3심이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은 수천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내달 13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최근 구속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등 이들은 당장 사면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고심을 진행 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의 모친인 이선애 상무에 대한 사면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전 회장은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계열사 주식을 부당 취득한 혐의로 2011년 1월 검찰에서 세 차례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구속 기소됐다. 모친인 이 상무 역시 불구속 기소되면서 모자가 함께 재판에 넘겨지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들 또한 현재 마지막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자원 LIG 회장 일가와 같은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1심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어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사장도 사면 대상자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 전 사장은 현재 상고심을 준비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첫 특사 무산 “조건대상자 없다”
‘전과자’족쇄 달린 정치인·기업인 한숨 푹푹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올해 4월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 받았다. 담 회장은 법인자금으로 고가 미술품을 매입해 자택 장식품으로 설치하는가 하면 람보르기니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계열사 자금으로 리스해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등 총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2011년 5월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뒤 구속기소된 바 있다.

담 회장은 거론되는 기업인 중 유일하게 형이 확정됐지만 박 대통령이 무엇보다 횡령·배임·탈세·외화유출 등 범죄로 처벌받은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은 없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면에 배제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거물급 MB맨들
발만 ‘동동’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도 현실 여건상 어렵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치 대화합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불법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을 사면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지난달 말 열린 항소심에서 감형과 함께 추징금 4억 5750만원을 선고 받았다. 8ㆍ15 때까지 이 전 의원이 벌금을 완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달 말 열린 항소심에서는 두 사람 모두 감형됐으나 여전히 실형을 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10월 임 회장에게서 3억원을, 2007년 12월 중순 김 회장에게서 저축은행 경영 관련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고 정 의원은 임 회장으로부터 지난 2007년 9월 3000만원, 2008년 3월 1억원을 받아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각각 9월과 11월 출소 예정이다.

담철곤·박연차 형 확정
김승연·이호진은 재판중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MB’정권 실세였던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사면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각각 억대의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다.

SLS조선 워크아웃 저지 등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신 전 차관은 지난 4월 열린 상고심에서 징역 3년 6월에 벌금 5400만원, 추징금 1억1000여만원을 확정 받았다.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 전 차관도 지난 5월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9478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외에 건설업자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최근 구속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특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 원칙?
엄정한 법 준수

‘MB맨’들의 이름이 정치권 사면 대상자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 전 의원을 포함한 그 측근들을 사면에 포함시킬 리 만무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임기말 특별사면 추진에 직접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그동안 죄를 짓고도 권력이 있다는 이유로, 또 돈이 많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잘못된 관행을 이번에는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도층 인사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러한 의중은 지난달 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가석방 불허에서도 잘 드러났다. ‘박연차 게이트’의 장본인으로 참여정부 핵심 실세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벌인 혐의로 구속 기소돼 복역 중인 박 전 회장의 ‘가석방심사위의 결정’을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뒤집은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가석방은 징역형을 받고 수감된 사람이 죄를 뉘우치고 교도소 생활을 성실히 할 경우 형기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풀어주는 제도로, 당초 예상대로라면 박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출소를 앞두고 있었다. 

법무부는 가석방 불허 배경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목을 끈 사건의 주요 수형자, 사회 지도층 인사,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가석방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동안 일정 집행률을 충족하면 당연히 석방되는 권리처럼 인식돼 왔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가석방 정책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박 전 회장은 남은 형기를 모두 마친 뒤에야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박 전 회장과 함께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로비를 받은 혐의로 수감 중인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가석방 신청도 불허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권’의 이같은 행보는 과거 정부의 특사와 맥을 달리한다. 특사는 형 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해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사면법으로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 고유권한이다. 그동안 권력 남용 등의 비판으로 논란 속에서도 1990년대 이후 5년마다 시행돼 왔다. 특히 대통령이 취임하는 해마다 정치인과 경제인을 포함한 특별사면·복권이 대거 이뤄졌다.

이상득·신재민·박영준 다음에?
여론에 따라…가능성은 ‘희박’

법무부에 따르면 전두환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58차례에 걸쳐 17만4187명을 대상으로 특사가 집행됐다. 김영삼 정부는 8차례, 김대중 정부 6차례, 노무현 정부는 9차례 사면을 실시했고, 이명박 정부도 6차례 사면 결정을 내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말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 김종호 전 내무부 장관, 이학봉 전 의원 등 5공 비리 관련자를 사면했다.

첫 문민정부인 김영삼(YS) 정부는 집권 초기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을 대거 사면했다. 슬롯머신사건, 율곡비리, 동화은행장 뇌물비리 등 대형 사건으로 사법 처리된 정치권·군부·재계 인사들이 사면됐다.

김대중(DJ) 정부에서는 가장 많은 범죄자가 사면됐다. 8차례 특사로 7만321명에게 형 집행을 면제했다. 김 전 대통령은 2002년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이용호·최규선 게이트 연루자인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최일홍 전 국민체육공단 이사장 등 93명을 특별사면했다.


특별사면 단행
역대 정권은?

노무현 정부는 2005년 개인 비리로 구속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사면했다. 2006년에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신계륜 전 의원이 사면 대상에 포함됐고, 임기 말이었던 2008년에는 자신의 집사로 불렸던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사면했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기업인을 석방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8·15 특사 때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74명을 사면했다. 2009년 12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등의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1명에 대해서만 특사를 단행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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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