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군산 살인 미스터리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12 13: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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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는데…때아닌 꽃뱀 공방

[일요시사=사회팀] 군산에서 실종된 이모씨가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숨진 이씨와 내연 관계였던 정모씨로 밝혀졌다. 정씨는 경찰출신답게 수사에 혼선을 줬지만 끝내 붙잡혔다.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몇 가지 불편한 부분이 남아 있다.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지난달 24일 오후, 평소 알고 지내는 정씨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갔다가 실종된 이씨는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관인 정씨가 이씨를 살해하고 유기한 것이다. 정씨는 지난 2일 신출귀몰 도피행각 끝에 논산에서 붙잡혔다. 정씨는 경찰에 “이씨가 임신했다며 돈을 요구했고, 액수가 적다며 부인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고 해 우발적으로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이혼녀…
불륜이 빚은 참극

정씨는 해군에서 전역한 뒤 1999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정씨는 주로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근무했고 교통계와 생활질서계에서도 근무했다. 이번 범행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최근까지 경찰청장 표창 1개와 지방청장 2개, 시도지사 1개, 서장상 16개 등 모두 20개의 표창을 받았을 정도로 자신의 업무에 충실했다. 다만 사회생활에는 미숙한 면을 보였다. 그는 동료들과 거의 교류가 없었으며 낚시를 주로 즐기는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14년 경찰 경력을 바탕으로 지능적이고 치밀하며 특히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대담한 행동까지 벌이는 등 경찰을 당혹시켰다.

정씨는 지난달 25일 이씨 실종과 관련해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연관성을 거부하고 나아가 강압 수사라고 반발하며 버틴 끝에 6시간 만에 풀려났다. 이에 앞서 휴대전화의 통화기록과 메시지를 지우기도 했다.


경찰 조사 후 그는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집 반대방향으로 승용차를 몰아 강원도 영월로 이동해 옷가지를 구입해 변장을 하기로 했다. 특히 경찰의 추적을 의식해 지난달 26일 영월에 승용차를 버리고 곧장 대중교통편으로 대전, 전주, 군산을 거쳐 고향 인근의 대야터미널로 오는 대담함을 보였다.

특히 이런 행적의 단서가 될 승용차 안 블랙박스 영상을 모두 지워 경찰을 당혹스럽게 했다. 정씨의 치밀함과 수사 시선을 돌리기 위한 고의 행동을 엿볼 대목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6일 대야터미널에서 택시로 회현면 시골마을까지 이동했다. 이후 약 3시간30분 동안 이씨의 옷을 숨기거나 시신유기 또는 증거인멸 등의 중요 행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주민과 경찰 수사망을 피하려고 일부러 인적이 드물고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시골마을에서 내려 어두운 밤에 논길로 이동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정씨는 군산에서 오래 근무해 주변 지리와 주민 이동 특성에 밝은 점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여기에 다음 날 발견된 이씨의 옷가지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당일 밤 일부러 주민 왕래가 잦은 농로 옆 밭에 놓았다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임신 여부 확인할 수 없어…시신 부패 심해
일방적인 피의자의 진술…팔은 안으로 굽나


정씨가 지난 2일 충남 논산시 취암동에서 검거될 당시 그는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었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정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고자 동선 파악이 어려운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를 검거한 충남 부여경찰서 이희경 경위는 지난 5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정 경사)본인이 순순히 응하고 저항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검거 당시에 대해 “앞서서 걸어가고 있던 젊은 남자(정씨)가 배낭을 메고 양 옆으로 물병을 두 개를 끼고 있었고, 뒤에서 보니까 자전거 뒷바퀴에 흙도 묻어 있었다”며 “순간 젊은 남자가 혹시 군산 실종사건 용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걸어오는 모습이 군산 사건 용의자와 얼굴형도 비슷하고 연령대도 비슷하고, 검은 선글라스를 썼는데 턱선 쪽으로 들어간 부분도 비슷해서 지켜봤는데 그가 PC방 쪽으로 걸어갔다”며 “논산 시민이라면 샤워를 하고 PC방을 갈 텐데 바로 PC방을 가서 용의점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경위는 “군산과 부여나 논산은 가까운 인적이기 때문에 언젠가 한 번 지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며 “평소 검문검색도 하고 있었고 스마트폰 메일에도 용의자 얼굴을 알 수 있도록 저장해놓고 근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확신을 한 이 경위는 논산 지구대 경찰관 두 명과 함께 2층 PC방으로 올라갔다. 경찰관 2명이 다가가 신분을 확인하자 정씨는 처음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름을 대자 “본인이 맞다”며 고개를 숙여 현장에서 바로 체포됐다.

이씨가 실종된 직후 참고인으로 소환됐던 정씨는 “이씨와는 알고 지내는 친구 사이일 뿐 내연 관계는 아니다”라며 “최근 만난 적이 없고 성관계를 가진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두 사람의 불륜이 드러났다.

이씨 가족들은 “두 사람은 내연 관계였다”며 “최근 이씨가 정씨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았고, 지난달 24일 병원비 등을 받고 그동안의 관계를 마무리짓기 위해 정씨를 만나러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혼한 상태고, 정씨는 유부남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내연 관계라면 보통 행적을 알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본인이 누구를 만나는지 알리고 나간 것으로 봐서 관계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이씨가 감지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실종된 이씨와 군산경찰서 소속이었던 정씨는 1년 전쯤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

두 사람을 소개한 친구 역시 동료 경찰관이며 이씨와 내연 관계를 맺었다고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전 애인인 동료 경찰관이 정씨에게 자신의 애인을 ‘사귀어 보라’고 소개해 줬다”며 “정씨는 ‘임신한 아이가 동료 경찰관의 아이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동료가 이씨 소개
“내 애인 만나봐라”

정씨는 이씨와 7월 초 성관계를 한 차례 가졌으며, 이씨는 같은 달 17일 정씨에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렸다. 이씨의 임신 소식을 들은 정씨는 이씨의 연락처를 스팸 처리하는 등 그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무시했고, 이씨는 정씨에게 “전처럼 약속을 취소해서 일 못 보게 하지 말아라” “너와 나 사이를 다른 사람이 알면 좋겠냐” “만나 달라” “집에 찾아가겠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이씨가 임신했다고 하자 정씨는 지난달 22일 적금 500만원을 찾았다. 정씨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4일 이씨를 만나 “300만원을 줄 테니 그만 만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씨는 금액이 너무 적다며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정씨를 협박했다. 이씨가 부인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며 정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려 하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이씨가 정씨의 얼굴을 할퀴었다. 정씨는 자신의 차 안에서 이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군산시 회현면 월연리 폐양어장에 유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마쳤지만 임신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국과수는 시신 부패 상태가 심해 여러 차례 검사해야만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씨의 휴대전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씨가 실종되기 전 ‘7월11일에 생리를 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나 이씨가 임신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씨-유가족 간 입장 엇갈린 채 ‘미궁’
진실 아는 건 범인 정씨와 숨진 이씨뿐

하지만 너무 압축적으로 마무리된 탓에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살해된 실종 여성의 가족들은 “살해된 것도 억울한데 꽃뱀으로까지 몰리고 있다”고 절규하고 있다.

이처럼 이씨의 유족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씨의 여동생은 “정씨의 범행은 계획적인 것”이라며 “경찰 수사에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임신 여부에 대해서는 “언니로부터 정씨에게 빨간 줄이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를 보여줬더니 정씨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숨진 이씨의 임신을 확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피해자는 돈을 목적으로 정씨를 만난 것이 아니며 임신 역시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또 우발적으로 그녀를 살해했다는 정씨 진술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임신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번 사건으로 전북지방경찰청은 군산경찰서장을 직위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전북지방경찰청은 브리핑을 갖고, “이 사건이 비록 경찰관 개인의 도덕성 결여에서 비롯된 범행이지만 경찰관 신분으로 중대 범죄를 저지른 점에 대해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그 책임을 물어 군산경찰서장을 직위해제키로 했다”고 전했다.

향후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부검, 도주 행적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발적 살해?…
주도면밀한 범행

군산 실종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특히 꽃뱀 비하로 번진 임신 논란이 그렇다. 피의자 정씨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건의 발단은 불륜, 전개는 임신, 절정은 낙태와 합의금을 둘러싼 다툼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임신 여부가 확인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씨가 임신을 하지 않았음에도 정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했고, 정씨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돈 문제로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했다는 이야기가 성립됐다.

그러나 경찰관이 시민을 살해한 사건이라는 본질은 뒤로 간 채 살해당한 이씨를 ‘꽃뱀’으로 몰아가는 듯한 사건 구조에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실제로 몇몇 누리꾼들은 오히려 피의자인 정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씨는 열흘 동안 경찰의 수사망을 피했고 체포 당시에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대다수의 언론은 ‘범행 전체 자백’으로 기사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정씨의 자백이 진짜인지는 보장할 수 없다. 정씨의 자백이 공개되면서 이씨는 돈밝히는 ‘꽃뱀’으로 몰리게 됐다.

경찰이 정씨를 그냥 풀어준 것도 문제다. 이씨의 동생은 지닌달 25일 오후 2시30분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신고당시 “정씨를 만나러 간 뒤 안들어 온다”고 전했다. 실종 용의자로 정씨를 지목한 것이다. 경찰은 실종신고 당일 오후 7시 정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정씨의 얼굴에는 할퀸 상처가 나 있었다. 수사관이 상처에 대해 묻자 “낚시할 자리를 고르다 나뭇가지에 긁혀 생긴 상처”라고 답했다. 경찰은 낚시터 인근 CCTV에서 정씨 차량이 7시18분쯤 찍힌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정씨의 휴대폰과 손상된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확보한 후 귀가조치했다. 신고가족들이 용의자를 지목했고, 얼굴에 상처가 있으며, 블랙박스가 훼손돼 증거인멸이 우려된 상황에서 정씨는 풀려났다. 경찰은 긴급체포를 할 수 있는 법리적 요건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데다 정씨 본인도 불법구금이라고 반발해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용의자를 놓아준 셈이 됐다.

‘꽃뱀’ 몰아가기
사건 본질 흐린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의 맹점은 경찰의 수사발표가 증거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수사는 증거주의를 채택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유족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 경찰은 경찰관인 살해용의자의 진술에 더 의존해서 발표를 서둘렀다. 진실은 죽은자와 죽인자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유족들이 겪을 고통을 고민하지 않았다. 즉 경찰은 애초부터 ‘꽃뱀과 모범경찰관’이라는 프레임으로 이 사건에 접근한 것이다. 최소한 ‘팔이 안으로 굽는 게 아닐까’는 오해는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피의자·피해자 자녀는?

씻을 수 없는 상처

어른들의 불륜과 살인사건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자녀는 모두 두 명이다. 피의자 정씨의 자녀는 정씨 검거 전에 ‘아버지의 얼굴이 실린 수배 전단’을 보고 “엄마, 아빠가 무슨 잘못했어?”라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이씨의 자녀들은 나이가 더 많아 직접적인 상처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씨의 자녀들은 현재 전 남편과 함께 있다. 전 남편에 따르면 두 자녀는 아무 말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하루 종일 ‘엄마의 기사’와 ‘거친 댓글’을 읽고 있다.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살인자 아버지’를 둔 자녀와 ‘인터넷 상의 숨진 꽃뱀’을 어머니로 둔 아이들의 아픔은 누구도 씻어 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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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