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정원·NLL 정국 돌파카드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07 10: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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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원하는 것은 아름다운 무승부?

[일요시사=정치팀] 여야가 꽉 막힌 국정원·NLL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벌써 몇 개월째 국정원·NLL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여야의 지지도는 동반하락하고 있고 반면, 무당층의 비율은 크게 늘었다. 더 이상 정쟁을 지속한다면 여야 모두 공멸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야의 국정원·NLL 정국 돌파카드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국정원·NLL 정국이 벌써 몇 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시작되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자료 일체 공개에 여야가 합의하면서 일시적으로 여야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후 알맹이 없는 정치 공방만 지속되면서 양당의 지지도는 연일 하락세다.

반면 무당층의 비율은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실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어느새 새누리당의 턱 밑까지 쫓아왔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안철수 신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월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야 모두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최근 국정원·NLL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카드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복잡하다.

여야는 지난 1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국정조사 파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강 대 강으로 대치하면서 오히려 정국은 더욱 꼬였다. 민주당은 이날 "원세훈, 김용판 두 사람에 대한 증인출석 확약이 없다면 빈껍데기 국정조사에 불과하다"며 국정원 국정조사특위를 사실상 포기하고 서울광장에서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민주당을 성토했다. 새누리당은 "두 사람은 민간인이다. 나올 수 있게끔 설득을 하고, 나오게 되면 국조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출석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이를 빌미로 국회를 박차고 나간 것은 민주당 스스로 국정조사를 망치자는 격"이라며 응수했다.

강 대 강 대치
여야 모두 위기

현재 국정원·NLL 정국의 돌파카드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쪽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원·NLL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이미 얻을 것은 다 얻었다는 입장이다. 국정원·NLL 정국 초반만 하더라도 대화록 발췌본 열람과 국정원의 독단적인 대화록 전문 공개, 국정원 국정조사 수용, 국회 차원의 대화록 원본 공개 결정 등으로 양당의 주도권 싸움은 치열했다.

그러나 대화록 실종 사태와 이어진 민주당의 귀태 발언, 그리고 민주당 내부의 계파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새누리당은 국정원·NLL 정국에서 민주당에 사실상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민들의 피로도를 감안하면 새누리당은 더 이상 국정원·NLL 이슈를 끌고 가기보다는 국정원·NLL 정국에서 벗어날 적극적인 돌파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정쟁은 무의미" 공감대
여야 '논란 종식 공동선언' 관측도

특히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추석은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추석이 지나고 나면 10월 재보선이 코앞이다. 이대로 가다간 10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신당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당 안팎에서 팽배하다. 한 여론조사기관에서는 명절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국민들의 일방적인 정보가 한자리에 모인 일가친척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일으켜 여론의 큰 흐름을 조성해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추석 전에는 반드시 국정원·NLL 이슈에서 벗어날 돌파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정부여당이다. 추석을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선택한 첫 번째 국정원·NLL 정국 돌파카드는 바로 '민생'이다. 새누리당은 잇단 민생탐방과 함께 청와대·정부와 연계한 회의를 열며 정책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민생탐방에서 얻은 결과를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한다는 계획이다.

어부리지
신난 안철수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과 26일 각각 NHN과 광명전기를 찾아 대형포털 독과점 규제 및 중소기업 경제민주화 법안을 중간점검 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최근 각 분야별 정책을 쏟아내며 민생을 더욱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새누리당이 국정원·NLL 정국을 물타기 하기 위해 설익은 정책들을 앞다퉈 내놓는 바람에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례로 새누리당이 최근 발표한 고교 무상교육 정책은 대선공약의 재탕이고, 안정적 재원마련대책이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의 안대로 고교 무상교육이 시행되면 고교 무상교육 재원 3조4000억원 가운데 지방이 50%를 부담하게 돼 지방재정이 파탄에 이를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정원·NLL 정국에서의 퇴로가 보이지 않아 더욱 고심하고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국정원·NLL 정국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에게 10:0으로 완벽하게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닥을 맴돌고 있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카드도 찾지 못한 채 무작정 국정원·NLL 정국을 빠져나간다며 그나마 민주당을 떠받치던 강성 지지층조차 등을 돌릴 우려가 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우리당이 무기력하게 새누리당에 끌려가는 건 아니냐는 불만이 많았다"며 "이렇게 무시당하면서 국조도 지지부진한데 순둥이처럼 대응하냐는 울분이 지지자들 사이에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목표는 국정원 개혁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정원 개혁이야 이미 국정원에서 연말까지 자체 개혁안을 내놓기로 했고 박 대통령도 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이 부족하다. 또 박 대통령과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황상 추측에 불과하다. 이를 명분으로 대선불복론까지 거론되는 현 상황은 민주당에게는 분명히 불리한 상황이다. 언제든지 역풍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 강경파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을지언정 현재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이 말해주듯 일반 대중들에게서는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최근 장외투쟁까지 불사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현재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지켜보면 정말 싸우겠다는 의지보다는 누군가 말려주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국정원 규탄 촛불시위의 규모는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다. 그렇다고 앞으로 크게 늘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 장외투쟁으로는 아무것도 얻어 낼 수 없다. 이는 민주당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사실 새누리당이 민주당에게 퇴로를 열어줄 명분을 가지게 하기 위한 행보라는 주장이다.

퇴로 찾기 고심
새누리도 동의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강경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도 이쯤에서 무승부 형태로 민주당에 퇴로를 열어주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몽준 의원은 "이제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고, 정병국 의원은 "더 이상의 공방이 무슨 국가적 실익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지난달 27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게 제안한 여야 대표회담은 사실상 양당의 국정원·NLL 정국 돌파카드 모색을 위한 만남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 각각 'NLL에 관련된 일체의 정쟁 중단'과 'NLL 논란 영구종식 선언'을 제안한 것처럼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도 양당이 어느 선에서 합의를 보는 형식으로 국정원 개혁방안에 초점을 맞춘다면 얼마든지 타협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타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이 큰 틀에서 민주당에게 당근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박 대통령이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시 정부여당의 대선후보로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일정부분 도의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는 유감성명을 발표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흐지부지 마무리 후 민생행보 주력?
박근혜 유감성명 발표 가능성도 주목

양당이 국정원·NLL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새 이슈 띄우기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정원·NLL 정국은 이미 어느 한쪽의 완벽한 승리는 기대 할 수 없는 싸움이다. NLL 대화록 논란은 국정원이 공개한 전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라는 직접적 언급이 발견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여야의 무의미한 해석 싸움으로 접어들었고, 대화록이 실종 된 것으로 밝혀진 이상 논란을 명확하게 종식 시킬 방법도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역시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연루되어 있다는 증거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다. 때문에 국정원·NLL 정국을 돌파하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는 '시간'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국정원·NLL 정국을 잊게 할 새로운 이슈를 띄우고 국정원·NLL 사건이 묻힐 만큼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사건이 흐지부지 잊혀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국내 사정기관들이 친MB기업들을 무자비하게 터는 것을 두고 국정원·NLL 사건을 묻히게 할 새로운 이슈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와 비슷한 주장으로 양당이 일종의 희생양을 내세워 꼬리 자르기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희생양은 누구?
꼬인 정국 실타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벌써 두 달 가까이 정치공방을 펼치고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건을 덮으면 양당 모두 비난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고 양당 모두 현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양당 모두 적절한 돌파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만큼 여야가 어떤 식으로든 국정원·NLL 정국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일각에선 여야가 국정원·NLL을 함께 묶어 논란종식 공동선언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과연 여야는 국정원·NLL 정국에서 꼬일 대로 꼬여버린 복잡한 실타래를 풀고 아름다운 무승부를 이뤄낼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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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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