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번지는 '촛불 차단' 전략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06 1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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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 두 번 당하면 바보?"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이 지난 1일 서울광장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이는 사실상 촛불시위세력과의 연대로 광우병 촛불시위 이후 5년 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촛불시위로 하야 위기까지 몰렸었다. 때문에 보수진영에선 촛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있다. 5년 만에 다시 타오른 촛불을 차단하기 위해 여권은 어떠한 전략을 세워놓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파행에 반발하며 지난 1일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소속의원의 국정원 규탄 촛불시위의 참여를 자율에 맡겨왔지만 이제부터는 소속의원과 당직자의 참여를 적극 권유하기로 했다. 사실상 촛불시위 세력과의 연대다.

촛불 트라우마

지난 6월21일 시작된 촛불시위는 일주일 만에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28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면서 3000여 명(경찰 추산 180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7월27일에는 집회 참여자가 2만5000여 명(경찰 추산 6800명)까지 늘었다. 당시 비가 내렸던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 참여한 셈이다.

지난 2008년 이후 5년 만에 촛불이 다시 타오르면서 여권은 긴장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촛불시위로 하야 위기에까지 몰렸었다. 때문에 보수진영에선 촛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벌써 촛불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들을 물밑에서 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을 차단하기 위한 여권의 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달 23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계엄요건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계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발생 시 국가의 안전과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일부 제한하고 행정 및 사법절차를 군에 이관하는 제도다.

국정원 사태로 촛불시위가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인 김 의원이 계엄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하자 논란이 일었다. 촛불시위가 확산되니까 이를 막기 위해 계엄법을 만지작거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개정안은 계엄선포 기간을 6개월로 제한하되, 연장이 필요할 경우에 규정을 준용해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내용상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개정안의 주요내용 중 계엄선포 기간을 6개월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필요하면 연장이 가능하므로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 계엄법은 국방위원회 소관인데 김 의원을 비롯해 법안을 공동발의한 10명의 의원 중 국방위 소속은 단 한명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뜬금이 없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시민 단체들은 "법안의 내용과 상관없이 대표적인 친박 인사가 이렇듯 엄중한 때에 뜬금없이 계엄법을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에겐 큰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폭력시위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어떤 경우에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당시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발생한 희망버스 측과 경찰 측의 충돌과 관련한 경고성 메시지였으나 사실상 촛불시위까지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언론에 대한 정부여당의 통제 의혹도 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타오를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의 힘이 컸다. 지난달 29일 민주주의지킴이 대학생실천단은 여의도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시민들의 목소리를 보도하라"고 촉구했다.

'촛불 끄기' 전략 이미 가동됐다
전방위 압박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국정원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매주 거리로 나오는 국민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2만5천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지난 토요일 촛불집회 또한 KBS와 MBC에서는 단 한 마디도 보도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지난달 7일부터 28일까지 KBS·MBC의 오후 9시대에 방송된 주요 뉴스들을 조사한 결과 KBS는 국정원 관련 보도가 4건, MBC는 8건이었으며, 그 내용은 대부분 국정조사 파행을 강조하거나 야당 인사들의 막말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또 새누리당에서는 촛불시위 깎아 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이 2008년 대통령선거에 불복을 하고 촛불집회를 일으키면서 나라를 아주 어지럽힌 전례가 있다"면서 "이번 대선에도 불복하는 심리가 민주당 저변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또 이완구 의원은 "촛불집회 나오는 분들은 지난 광우병 때도 했던 분들이고, 항상 문제 있을 때도 그렇고, 그 분이 그 분"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언급한대로 촛불시위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가장 큰 걸림돌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의 경험이다. 당시 촛불시위는 대통령의 사과까지 이끌어내는 등 결집된 시민들의 힘을 보여주었지만 이후 우리나라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떠올라 진보진영 내부에서조차 근거가 약한 주장에 휘둘린 것이 아니냐는 내부반성이 이어졌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은 지난 5·4전당대회에서 기존 당 강령 전문에 적혀있던 '2008년 이후 촛불민심이 표출한 시민 주권의식 및 정의에 대한 열망을 계승 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촛불시위 세력과 다시 손을 잡는다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약점을 파악하고 현재의 촛불시위를 지난 2008년 촛불시위와 적극적으로 연관 짓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촛불시위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5년 전 촛불시위는 분명 실패의 경험이다. 처음에는 평화적인 문화제의 성격으로 시작해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결국에는 폭력시위로 변질됐고 참여했던 많은 일반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이런 경험을 가진 국민들이 다시 촛불에 현혹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촛불

특히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수용하면서 근 한 달 간 시간을 끈 것도 촛불차단의 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국정원 이슈를 너무 오랫동안 끌어 국민들의 피로감의 커진데다가 국정조사를 정쟁으로 점철시키면서 정치 혐오까지 겹치면서 촛불시위의 원동력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대선불복론과 보수진영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종북세력 배후설 등은 앞으로 촛불 흔들기에 주효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전개될 촛불 흔들기 전략은 지난 2008년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다. 정부여당은 이미 촛불시위를 겪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시 사용했던 효과적인 촛불 흔들기 전략들이 다시 등장할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여당의 전방위 촛불 흔들기 전략에 맞서 민주당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국회를 박차고 나온 민주당의 시련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의 촛불 딜레마
'촛불'을 '국민'으로 고쳐 읽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1일 장외투쟁과 관련한 첫 일성에서 촛불이란 단어를 국민으로 고쳐 읽었다. 전날 기자회견문 초안에는 "수천, 수만 진실의 촛불이 함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문구가 있었으나 기자회견장에서는 '촛불' 대신 '국민'이라는 표현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에 역공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신중 모드로 풀이된다. 촛불과 본격 결합하게 되면 자칫 '대선 불복'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는 장외투쟁 일성에서 촛불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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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