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갤 살인사건 '진짜 내막'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4: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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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남 vs 부산녀' 댓글러 세력다툼

[일요시사=사회팀] "인터넷에서 벌어진 정치적 논쟁이 결국 칼부림으로 이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진보논객이 격분해 보수논객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는 것이 사건의 골자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살인자 백모(30)씨와 피해자 김모(30·여)씨의 오랜 감정싸움은 이미 파국을 예고하고 있었다.



지난 10일 오후 9시10분께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A아파트 계단에서 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한 아파트 주민은 현관 밖을 걸어 나가던 신원미상의 남자를 목격했다. 이 남성은 바로 백씨였다.

인터넷서 만나…

A아파트 복도 계단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미모의 여성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었다. 집 대문을 나서자마자 괴한의 습격을 받았던 것. 이 여성은 김씨. 인터넷에서는 꽤나 유명한 '보수 논객'으로 통했다.

같은 시각 김씨의 아버지는 아파트 어딘가에서 비명소리가 난 것을 들었다. "외출을 하고 오겠다"며 나간 딸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집 밖에서 김씨를 기다리고 있던 백씨는 김씨를 쫓아가 준비한 흉기로 모두 9차례에 걸쳐 김씨를 찔렀다. 사건 이후 이웃에게 발견된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 사건은 최초 범행 장소의 이름을 차용해 '부산 해운대구 살인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간 백씨가 체포된 후 백씨의 살해동기가 추가로 밝혀지면서 '정사갤 살인사건'이란 새 명칭이 붙게 됐다. 그럼 앞서 말한 '정사갤'은 무엇이며, 이들은 정사갤에서 어떤 악연을 맺었던 것일까.


보수 성향 인터넷사이트로 분류되는 디시인사이드, 이중 시사와 관련된 의견을 주고받는 '정치·사회갤러리(정사갤)'에서 김씨와 백씨는 2011년 처음 만났다. 이들은 일종의 '사이버 논객'이었고, 특히 김씨는 '남초 현상'이 심한 정사갤에서 '여성 유저'로 주목받았다. 김씨의 인터넷 닉네임은 '비제'였다.

김씨가 유명해진 계기는 "신상공개였다"고 전해진다. 정사갤에서 활동하는 복수 네티즌은 "2011년을 전후로 비제(김씨)가 자신이 여자임을 입증하는 주민등록증 일부와 얼굴을 찍은 '인증샷' 등을 인터넷 게시판에 찍어 올렸다"고 주장했다.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 특유의 문화를 감안할 때 (여자가 신상을 공개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 관계자는 덧붙였다.

정사갤 내 다수의 남성 유저들은 여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김씨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김씨에게 호감을 보인 남자 중 한명이 백씨였다. 백씨의 인터넷 닉네임은 '자중하는 ㅇㅇ'였다.

김씨는 평소 정사갤에서 친한 몇몇 유저와도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등 스스럼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비제(김씨)의 영향력'이 비대하게 커지면서 이를 헐뜯는 네티즌과 김씨를 감싸는 네티즌들이 공방을 벌이게 됐는데 이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또 백씨였다.

2012년께 백씨는 김씨가 올린 글에 성적인 댓글을 일삼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의 무리에 끼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지만 이 방법은 김씨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김씨는 백씨의 농담을 철저히 무시했다. 하지만 백씨는 집요하게 여성인 김씨만을 공략했다.

이 같은 내막을 알고 있는 당사자들은 해당 사건을 보수·진보와 같은 이념갈등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남성과 여성의 성(性)갈등 내지는 ‘댓글러’들의 세력다툼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백씨는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게시물을 자주 링크했다. 또 백씨는 ▲전라도는 자기 동네부터 민주화하길 ▲종북진보당(통합진보당) 추천 드립니다 ▲북괴들의 시위와 좌좀들이 ‘이명박아웃’하는 시위랑 별 차이가 없는 듯 등의 글을 적어 올렸다. 누가 봐도 백씨는 '보수' 성향의 네티즌이었다.


사이버 논객녀 숨진 채 발견…범인은 '스토커'
단순히 논쟁 때문?…법정 분쟁 앞두고 칼부림

김씨도 마찬가지인데 한편에서는 "김씨가 오래 전부터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던 우파 성향의 댓글러"란 증언도 있다. 즉 "보수에서 진보로 전향했다"는 일부 보도는 모두 오보라는 것이다. 최근까지 정사갤에서 활동했던 한 네티즌은 "김씨가 유명해진 건 논리 정연한 글이 아닌 사생활 노출"이었다고 직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일까. 먼저 백씨가 김씨가 올린 글들에 대해 병적인 집착을 보여 왔다는 사실은 공공연히 퍼져있다. 이 과정에서 백씨는 김씨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겠다. 법적으로 처리하자"는 통보를 전달하자 "사과를 하겠다"며 부산 해운대경찰서 게시판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패러디한 이 사과문은 간접적으로 김씨를 조롱한 내용이었다.

사과문을 본 김씨는 "내가 살고 있는 부산까지 찾아와 사과문을 부착한 것을 더 이해할 수 없다"며 고소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의 잦은 고소는 결국 화를 불렀다. 정사갤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대폭 축소시킨 것. 김씨가 힘을 잃자 기세가 등등해진 백씨는 김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정사갤에 올렸다.

정사갤 밖에서도 백씨의 비방이 이어졌다. 백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4월까지 "전라도 욕하고 일베는 정치댓글알바 부산해운대 반여3동에 사는 김XX, 1983년 10월5일 연락처 016-XXXX-XXXX"라는 글을 도배하다시피 게재했다. 김씨의 신상이 담긴 사진, 전화번호 등은 백씨에 의해 지속적으로 유포됐다.

이 와중에도 김씨와 백씨의 언쟁은 계속됐다. 백씨가 "김씨의 사생활이 문란하다"고 비방하면, 김씨가 백씨의 신체 특정부위를 들먹이며 각을 세우는 식이었다. 이 무렵 백씨는 김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사이코패스?

지난 5일 백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광주를 떠나 부산행 버스에 올랐다. 김씨가 살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이 목적지였다. 부산에 도착한 그는 5일 동안 부산 연제구 한 모텔에 머물며 김씨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범행 당일 김씨의 배 등을 찔러 무참히 살해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현장 주변의 CCTV와 주차차량 블랙박스 등 200여 대를 분석해 백씨의 인상착의를 확보했다. 그리고 16일 밤 9시45분께 모텔에 숨어있던 백씨를 검거했다. 범행 6일만의 일이었다.

백씨를 검거한 경찰 관계자는 "백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옷 등을 그대로 갖고 있었고 죄의식을 거의 느끼지 않는 등 일반적인 범죄자와는 많이 달랐다"며 "당당하게 자신의 범행 과정을 자랑하듯 설명하는 부분에선 '사이코패스'를 연상시켰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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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