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갤 살인사건 '진짜 내막'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4: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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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남 vs 부산녀' 댓글러 세력다툼

[일요시사=사회팀] "인터넷에서 벌어진 정치적 논쟁이 결국 칼부림으로 이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진보논객이 격분해 보수논객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는 것이 사건의 골자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살인자 백모(30)씨와 피해자 김모(30·여)씨의 오랜 감정싸움은 이미 파국을 예고하고 있었다.



지난 10일 오후 9시10분께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A아파트 계단에서 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한 아파트 주민은 현관 밖을 걸어 나가던 신원미상의 남자를 목격했다. 이 남성은 바로 백씨였다.

인터넷서 만나…

A아파트 복도 계단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미모의 여성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었다. 집 대문을 나서자마자 괴한의 습격을 받았던 것. 이 여성은 김씨. 인터넷에서는 꽤나 유명한 '보수 논객'으로 통했다.

같은 시각 김씨의 아버지는 아파트 어딘가에서 비명소리가 난 것을 들었다. "외출을 하고 오겠다"며 나간 딸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집 밖에서 김씨를 기다리고 있던 백씨는 김씨를 쫓아가 준비한 흉기로 모두 9차례에 걸쳐 김씨를 찔렀다. 사건 이후 이웃에게 발견된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 사건은 최초 범행 장소의 이름을 차용해 '부산 해운대구 살인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간 백씨가 체포된 후 백씨의 살해동기가 추가로 밝혀지면서 '정사갤 살인사건'이란 새 명칭이 붙게 됐다. 그럼 앞서 말한 '정사갤'은 무엇이며, 이들은 정사갤에서 어떤 악연을 맺었던 것일까.


보수 성향 인터넷사이트로 분류되는 디시인사이드, 이중 시사와 관련된 의견을 주고받는 '정치·사회갤러리(정사갤)'에서 김씨와 백씨는 2011년 처음 만났다. 이들은 일종의 '사이버 논객'이었고, 특히 김씨는 '남초 현상'이 심한 정사갤에서 '여성 유저'로 주목받았다. 김씨의 인터넷 닉네임은 '비제'였다.

김씨가 유명해진 계기는 "신상공개였다"고 전해진다. 정사갤에서 활동하는 복수 네티즌은 "2011년을 전후로 비제(김씨)가 자신이 여자임을 입증하는 주민등록증 일부와 얼굴을 찍은 '인증샷' 등을 인터넷 게시판에 찍어 올렸다"고 주장했다.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 특유의 문화를 감안할 때 (여자가 신상을 공개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 관계자는 덧붙였다.

정사갤 내 다수의 남성 유저들은 여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김씨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김씨에게 호감을 보인 남자 중 한명이 백씨였다. 백씨의 인터넷 닉네임은 '자중하는 ㅇㅇ'였다.

김씨는 평소 정사갤에서 친한 몇몇 유저와도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등 스스럼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비제(김씨)의 영향력'이 비대하게 커지면서 이를 헐뜯는 네티즌과 김씨를 감싸는 네티즌들이 공방을 벌이게 됐는데 이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또 백씨였다.

2012년께 백씨는 김씨가 올린 글에 성적인 댓글을 일삼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의 무리에 끼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지만 이 방법은 김씨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김씨는 백씨의 농담을 철저히 무시했다. 하지만 백씨는 집요하게 여성인 김씨만을 공략했다.

이 같은 내막을 알고 있는 당사자들은 해당 사건을 보수·진보와 같은 이념갈등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남성과 여성의 성(性)갈등 내지는 ‘댓글러’들의 세력다툼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백씨는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게시물을 자주 링크했다. 또 백씨는 ▲전라도는 자기 동네부터 민주화하길 ▲종북진보당(통합진보당) 추천 드립니다 ▲북괴들의 시위와 좌좀들이 ‘이명박아웃’하는 시위랑 별 차이가 없는 듯 등의 글을 적어 올렸다. 누가 봐도 백씨는 '보수' 성향의 네티즌이었다.


사이버 논객녀 숨진 채 발견…범인은 '스토커'
단순히 논쟁 때문?…법정 분쟁 앞두고 칼부림

김씨도 마찬가지인데 한편에서는 "김씨가 오래 전부터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던 우파 성향의 댓글러"란 증언도 있다. 즉 "보수에서 진보로 전향했다"는 일부 보도는 모두 오보라는 것이다. 최근까지 정사갤에서 활동했던 한 네티즌은 "김씨가 유명해진 건 논리 정연한 글이 아닌 사생활 노출"이었다고 직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일까. 먼저 백씨가 김씨가 올린 글들에 대해 병적인 집착을 보여 왔다는 사실은 공공연히 퍼져있다. 이 과정에서 백씨는 김씨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겠다. 법적으로 처리하자"는 통보를 전달하자 "사과를 하겠다"며 부산 해운대경찰서 게시판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패러디한 이 사과문은 간접적으로 김씨를 조롱한 내용이었다.

사과문을 본 김씨는 "내가 살고 있는 부산까지 찾아와 사과문을 부착한 것을 더 이해할 수 없다"며 고소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의 잦은 고소는 결국 화를 불렀다. 정사갤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대폭 축소시킨 것. 김씨가 힘을 잃자 기세가 등등해진 백씨는 김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정사갤에 올렸다.

정사갤 밖에서도 백씨의 비방이 이어졌다. 백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4월까지 "전라도 욕하고 일베는 정치댓글알바 부산해운대 반여3동에 사는 김XX, 1983년 10월5일 연락처 016-XXXX-XXXX"라는 글을 도배하다시피 게재했다. 김씨의 신상이 담긴 사진, 전화번호 등은 백씨에 의해 지속적으로 유포됐다.

이 와중에도 김씨와 백씨의 언쟁은 계속됐다. 백씨가 "김씨의 사생활이 문란하다"고 비방하면, 김씨가 백씨의 신체 특정부위를 들먹이며 각을 세우는 식이었다. 이 무렵 백씨는 김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사이코패스?

지난 5일 백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광주를 떠나 부산행 버스에 올랐다. 김씨가 살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이 목적지였다. 부산에 도착한 그는 5일 동안 부산 연제구 한 모텔에 머물며 김씨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범행 당일 김씨의 배 등을 찔러 무참히 살해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현장 주변의 CCTV와 주차차량 블랙박스 등 200여 대를 분석해 백씨의 인상착의를 확보했다. 그리고 16일 밤 9시45분께 모텔에 숨어있던 백씨를 검거했다. 범행 6일만의 일이었다.

백씨를 검거한 경찰 관계자는 "백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옷 등을 그대로 갖고 있었고 죄의식을 거의 느끼지 않는 등 일반적인 범죄자와는 많이 달랐다"며 "당당하게 자신의 범행 과정을 자랑하듯 설명하는 부분에선 '사이코패스'를 연상시켰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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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접수 정청래 ‘절대 권력’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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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두려워하던 개혁의 시간이 밝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당대표가 키를 쥐면서 야당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 대표의 목소리가 거칠어질수록 당원들의 환호는 커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의 수장인 그를 막아낼 사람이 없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신임 당대표로 당선됐다. 득표율은 61.74%로 38.26%를 얻은 박찬대 의원을 약 30%p 차이로 누르고 승기를 거머쥐었다. 국힘 향해 칼질 예고 정 대표의 당선 배경에는 국민의힘의 극우화와 ‘검찰·언론·사법 3대개혁 완수’ ‘내란세력 척결’이 제대로 들어맞은 게 컸다는 분석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하고, 아스팔트 보수 인사들이 국민의힘을 쥐락펴락하면서 내란을 현재 진행형으로 본 것이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강경 노선을 유지했다. 날카롭고 선명한 목소리로 국민의힘을 비판했고 당원들은 내란에 종지부를 찍을 정 대표를 선택했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부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수락 연설을 통해 “당대회 기간 내내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겠다고 초지일관 말씀드렸다. 약속드린 대로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어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며 “전당대회가 끝난 즉시, 지금 바로 검찰개혁 태스크포스(이하 TF), 언론개혁TF, 사법개혁TF를 가동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정 대표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은 내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이 땅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 사태는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내란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을 철저하게 처벌하고 단죄해야 할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이어 “프랑스 공화국이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았듯이 대한민국도 내란 범죄자들을 철저히 처벌함으로써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한다. 당이 앞장서서 내란 척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법사위원장 때처럼 속 시원하게, 헌법재판소 국회 탄핵소추위원 때처럼 진중하게 당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당권을 쥔 정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협치 가능성을 조금도 열어 놓지 않았다. 지난 5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민석 국무총리,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범여권 4개 야당 대표를 예방했지만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대심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당’일 뿐, 제1야당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정 “악수는 사람이랑 하는 것” 초반부터 강수⋯목표는 야 해산 앞서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먼저”라고 말한 바 있다. 정 대표는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은 국민의힘 당원이었다.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일으킨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연대책임이 있지 않느냐”며 “‘윤 어게인(Again)’을 주장하고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과 악수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먼저 기본적인 대국민 사과와 진솔한 석고대죄, 이런 것은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며 “악수도 사람하고 악수하는 것이지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정당 해산 추진 가능성도 언급했다. 정 대표는 ‘진짜로 정당 해산을 추진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박근혜정부 때 내란 예비 음모 혐의로 해산됐던 통합진보당 사례에 비춰보면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정당해산 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에서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국민의힘과 윤석열뿐만 아니라 내란에 대해서 중요 임무를 수행했다는 등의 사실이 밝혀지면 국민이 가만히 있겠나. 저 정당을 빨리 해산시키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권 초반인 이재명정부가 곧바로 제1야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을 법무부에 청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 대표는 “그래서 제가 국회에서 의결을 한 경우에는 정당 해산 심판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국무회의 심의를 하라는 법을 낸 것”이라며 “국회에서 의결해 온 것이기 때문에, 국무회의에서 무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큰 그림? 내란 척결을 앞세운 정 대표가 야당의 기강을 잡으며 진두지휘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과 아주 긴밀하게 소통하고 미세한 부분까지 잘 조정해서 우리 국민과 당원께서 만족할 만한 개혁 방안을 내올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권력이 최정점을 찍었을 때 당원들의 숙원인 검찰 개혁을 빠르게 해결해 정치적 효능감을 안겨주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3대 개혁 특위와 당원주권정당 특위 설치를 의결했다. 그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며 “3대 개혁 모두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이미 구성돼 있고, 윤석열 검찰독재정권과 내란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개혁 특위위원장 민형배 의원 ▲언론개혁 특위위원장 최민희 의원 ▲사법개혁 특위위원장 백혜련 의원 등이 임명됐다. 당원주권정당 특위위원장에는 장경태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임기 초반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벌써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을 주목했다. 관건은 내년 6월 지방선거다.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내년 8월 임기를 마치는 정 대표가 훈풍을 타고 당대표직 재임에 도전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노무현의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경기도 지사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봤다. 그는 “그동안 당원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이 대통령의 ‘사이다 화법’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며 “이제 정 대표에게 두 사람을 투영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개혁가 적인 면모와 이 대통령의 선명함을 닮았다고 본 것이다. 당원들의 가려운 곳을 속 시원하게 긁어줄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열됐던 전당대회 열기가 사그라지면 이른바 ‘정청래 라인’도 새로 생기지 않겠나. 그럼 그때부터는 대권주자로서 입지가 강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박찬대 후보”라는 확신이 여의도 전역에 깔려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도 이 대통령은 통합을 외치지만 정 대표는 협치에 선을 그었다. 정부를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튀는 행보를 보인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탓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미래 권력을 염두에 둔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라디오서 국민의힘 위헌 정당 해산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해산 추진을 하지 말라고 할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받자 정 대표가 “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하면 그때는 심각하게 (고려해보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그가 용산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벌써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정당 해산 과정서 야당과의 소통 대신 대통령의 의중을 묻겠다는 것인데, 어떤 선택이 떨어져도 본인에게는 득이 되는 만큼 미리 포석을 깔아뒀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정 대표의 ‘자기 정치설’에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 승부>에 출연해 “자기 정치를 하면 당원들이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이 될 것이고 그러면 아마 내년에 다시 당 대표를 뽑아야 할 때 그만한 후폭풍이 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협치를, 정 대표는 내란 세력 척결을 외치는 등 당정 간의 시각차가 있어 야당이 주장하는 자기 정치 논란은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당이 앞장서겠다. 대통령은 일을, 싸움과 궂은일은 제가 하겠다”며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비록 지금은 국민의힘이 ‘윤어게인’으로 회귀하는 길목에 서 있어 정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엇박자’가 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흠집조차도… 의미 없는 싸움 정 대표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후보들은 저마다 ‘여당 때리기’를 전략으로 내세워 정 대표를 집중적으로 겨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 후보는 자신의 SNS에 “정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국민의힘에 대해 내란 혐의로 위헌 정당 해산을 추진하겠다고 선전포고하더니 국민의힘 방문도 패싱했다”며 “이쯤 되면 전쟁이다. 진짜 해산해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직격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해산돼야 할 정당은 어느 정당인지 이 대통령에게 끝장 토론을 제안한다”며 대응에 나섰다. 김 후보는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야당 해산을 위한 보복의 굿판을 거두어들여야 한다”며 “제1야당 없는 대한민국이 어디를 향하게 될지, 우리는 어떤 체제에서 살게 될지 현명한 국민은 판단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란 특검은 계엄을 빌미로 야당 말살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저 김문수는 내란 특검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다수 의석을 무기로 밀어붙인 내란 특검에 제1야당이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며 “양당 체제로 운영돼 온 대한민국 정치의 틀을 해체하려는 ‘정치적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는 정 대표가 차명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이춘석 의원에 대해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 조사를 지시한 것을 꼬집었다. 안 후보는 “강선우는 정청래 사람, 이춘석은 이재명 사람으로 가려서 보느냐”며 “민주당에 명심, 어심(방송인 김어준씨의 의중)이 따로 있다고 하더니 이렇게도 빨리 노골적으로 드러날 줄은 몰랐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내란에 대해 현재 법정에서 판결이 진행 중이고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다”며 “내란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하는 선동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협치는 없다? 용산과 엇박자 우려 “벌써 대권 노리고 자기정치” 비판도 너도나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거대 여당 대표의 벽은 견고하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가운데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정 대표 체제로 뭉친 민주당은 8월 임시회서 남은 법안을 몽땅 처리하겠다며 벌써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 대표의 보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의 차이점을 보았을 때 국민의힘은 당이 먼저 나서야 당원이 움직이지만 민주당은 당원이 먼저 움직이고 다음이 정치인”이라며 “살아 있는 권력이 미래 권력을 점지하지 않는다. 당원이 선택한 인물을 밑에서부터 끌어 올리고 탄탄하게 받쳐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민주당은 더욱 당원 중심으로 움직이고, 당원이 앞서 나가는 당원 주권 정당이 될 것이다. 당원이 이 대통령을 만들고 명심을 받는 박 후보 대신 정 후보가 당대표가 된 것이 그 증거”라고 봤다.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정 대표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직 처벌받지 않고 기소조차 되지 않은 내란 동조 세력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들을 제대로 털고 가는 것이 이번 민주 정권의 숙명”이라며 “그 중요한 시작을 정 대표가 끊었다. 차기 대통령이 될지에 대한 고민은 다음 단계”라고 설명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그러면서 “지금 정 대표는 자신의 정치 인생에 있어 최고점을 찍었다. 여기서 더 올라 대권주자가 될지, 악재가 겹쳐 하락장이 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그는 굉장히 똑똑한 정치인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요건만 주어진다면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발 청-명 갈라치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자 국민의힘에서는 곧바로 ‘정청래 vs 이재명’ 프레임을 내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정청래 대표를 ‘수박’이라고 비난하며 당권을 잡은 그가 정부와 상의 없이 개혁안을 비롯한 인사권을 휘두를 것이란 주장이다. 국민의힘 장성민 당대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화 투쟁 경험이 전무한 이재명 대통령은 생리적으로 민주당 정서에 맞지 않는 캐릭터이고, 그만큼 호남 지역의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며 “청-명 권력 구도에서 친명(친이재명) 쪽은 친청(친정청래) 쪽에 계속 밀리는 프레임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춘석 법사위원장의 긴급 제명·축출에서 이를 확인했다”며 “김어준의 울타리가 새로운 친청계의 세력화를 예고했다”고 덧붙였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