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대한민국 ‘옐로하우스’ 변천사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4: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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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서 쇼윈도로…이제 밀실로 ‘쏘옥∼’

[일요시사=사회1팀] 한국은 성매매 천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성매매가 활발하게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한국 매춘이 본격적으로 불타오른 시기는 언제일까. 윤락가 쇼윈도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봤다.



우리나라의 매춘이 오늘날처럼 구조화된 결정적 단서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투와 해방 후 미국 군정의 영향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일본은 통감부 설치와 동시에 조선인 매음부의 공창화를 추진했다. 조선여성에게 있어서 피지배민족으로서의 인권 유린과 함께 성의 유린이라는 이중적 착취를 요구하는 구체적인 장치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해방직후 미군은 일본식 공창문화를 단절시켰고 동시에 새로운 매춘문화를 이식시켰다. 한반도에 진주한 미 군정은 1946년 ‘부녀자의 매매 또는 그 매매계약의 금지’를 발포했다. 이후 입법의원이 제정하고 군정장관이 인준한 형식을 취해 ‘공창제도 등 폐지령’이 공포된다.

아픈 역사와 함께
성장해온 매매춘

미 군정과 한국의 과도입법 당국은 공창을 폐지한다는 조치를 내리고 공포·시행된 지 1개월 뒤인 48년에 미 군정장관 윌리암은 행정명령을 발포해 공창제도의 불법화를 공식적으로 재천명했다. 이로써 ‘제도 공창’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사창의 시대’가 열렸다. 미군은 일본이 남긴 매춘문화의 빈자리를 ‘기지촌’으로 채웠다.
이러한 미국의 기지촌 문화는 과거 일본의 공창문화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한반도 전역에 있는 미군부대를 기준으로 ‘광역 기지촌화’가 시작됐다. 특히 전방 기지촌으로 경기도 파주의 일명 ‘용주골’, 동두천, 영북면 운천리, 의정부를 거처 서울 용산의 미8군 본부, 이태원일대까지 윤락촌이 퍼졌다. 일제가 남기고 간 매춘문화는 결국 해방 이후에도 고스란히 남아, 빈곤을 타파하고 생존수단을 강구해 나가려는 한국 여성들의 좋은 밥벌이가 됐다.

그렇다면 이른바 ‘양공주(주한 미군을 상대)’의 수는 얼마나 될까. 기지촌의 경기가 가장 활발했던 60년대 중반에는 대략 3만명의 양공주가 있었고 80년대 초에 이르러 2만명 선으로 감소한 후 90년대 초에는 다시 급반등했다. 잠재적 매춘행위까지를 포괄할 때 그 추계마저 불가능한 실정이다.

61년 사회악 일소의 일환으로 ‘윤락행위등방지법’이 공포되었으나 성매매 형태와 접근방법은 더욱 다양하게 발전했다. 이후 근대화의 바람은 매춘까지 그 주역으로 만들었다. 이는 70∼80년대를 거쳐 더욱 노골화된다. 권력은 매춘을 비호하고 국가가 매매춘 현상을 묵인하며 계속 이어졌다. 또한 대량의 이농인구가 발생하면서 도시로 유입된 이들의 노동력 수요량이 초과해 유휴노동력이 대규모 실업자군과 도시빈민층을 형성시켰다. 결국 경제 구조의 취약성에 의해 빈곤층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매춘으로 유입돼 청량리 588, 역 주변, 기지촌 등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며 포주와 관계를 맺어 매춘행위를 했다. 전통적 매춘에 속하는 이들은 흔히 ‘창녀’로 불리는데 대부분이 하층계급에 속하며 절대적 빈곤으로 인해 매춘의 길로 빠진 경우다.

한국전쟁 전후 기지촌 사창가 활성화
70∼80년 권력비호 아래 매춘 노골화


그러나 근대화 후기에 이르러 성매매 형태 자체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로 절대적 빈곤 때문에 성을 팔았던 ‘전통적 매춘’이 퇴조하는 반면, 상대적 빈곤 또는 쉽게 돈을 벌기위해 혹은 쾌락을 얻기 위해 매춘의 문을 두드리는 여성들이 증가했다.

흥미로운 건 한국매춘이 70년대에 ‘국가묵인상태’로 획기적인 변화를 경험한 것이다. 당시 대일무역의 역조현상과 외채상환 압박은 매년 무역수지 적자폭을 늘리는 직, 간접적인 요인이 됐다. 이에 정부는 무역적자폭을 해소시키기 위해 관광산업을 개발한다. 관광산업은 단기간에 보다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었고, 기생관광은 자금의 회전과 비축이 가장 손쉬운 사업으로 파급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광정책은 유신 직후 관광진흥정책에 입각해 관광진흥법에 근거를 두었던 국제 관광협회에 ‘요정과’를 설치했다. 이 ‘요정과’는 사실상의 매춘허가증과 다름없는 ‘접객원 증명서’를 발부하고 교양교육을 실시하면서 전국 관광기생들의 행정적 존재 근거를 합법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윤락가의 변신

이후 ‘섹스’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전통 매춘’과 달리 술집, 안마시술소, 여관, 다방, 등과 같이 다른 서비스상품이 함께 성장하게 된다. 장소 또한 고정적인 장소에서 심야고속도로주변, 등산로, 심야해변가, 역 주변 등 일상적인 생활공간과의 구별이 어려운 정도가 돼 버렸다. 향락업소의 숫자는 정부에도 통계가 없다. 그러나 추정해 볼 수 있는 항복이 있다. 이른바 ‘특수업태부’라는 직종이다. 쉽게 말해 집단 사창가이다. 또한 ‘성병 정지 검진 대상자’이다. 그리고 기업의 접대비 항목이 있다. 이는 향락산업을 키우는 주요한 젖줄이다. 우리 눈에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매매춘의 규모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

80년대 보건사회 연감에 따르면 당시 다방은 총 3만 군데였다. 다방에서 매춘이 이루어진 것이다. 90년대에는 가임 여성 13명 중 1명이 매춘을 했다. 대중음식점, 유흥 음식점, 다방, 숙박업소, 목욕업, 이용업, 안마시술소, 관광 요정, 사창 지역 순으로 분류됐다.

매춘여성의 ‘주변적 존재’는 포주다. 이들의 대부분은 전직 인신매매업자나 폭력조직 출신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은 매춘여성들이 생존해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마련해준다. 기둥서방은 2, 30대 주먹패로 주로 손님 사이에 마찰이 발생할 시 보호하거나 돈을 받아주는 일을 한다. 대신 그 대가로 돈을 뜯어낸다. 기둥서방이 포주에게 예속된다는 사실은 곧 매춘여성이 이중으로 착취당한다는 것을 말한다.

2000년대 들어,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는 여전히 음성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2001년 출범한 여성부는 성매매 문제를 주요 업무로 다루었고, 성매매업소 화재사건을 반영한 범정부 차원의 ‘성매매종합방지대책’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국가개입을 천명했다. 또 한국 여성단체연합을 중심으로 한 여성단체들도 법안 마련에 노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당시 조배숙 의원실을 통해 ‘성매매알선 등 범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 법은 급진적 여성주의의 색체가 진한 스웨덴의 ‘성적 서비스 구매금지에 관한 법’을 그 입법례로 한 것이다. 이는 성매매 여성이 남성적 권력구조와 폭력의 희생자이기 때문에 성 판매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는 반면, 성매매 알선 또는 구매자는 강력히 처벌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강한 사회적 저항을 우려해 후에 쌍벌처벌주의로 조정되고, 여러 차례의 논의과정을 거쳐 2002년 국회의원 74인이 동법을 국회에 발의하였다. 법률안 발의 후 국회 의안과에서는 법률 내용이 처벌내용이 반을 넘기 때문에 이 경우 여성위원회가 아닌 법제사법위원회가 다루어야 한다는 이견이 있어 회부할 상임위를 정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도 성매매 대책 마련을 위해 2003년 국무총리 산하에 성매매방지기획단이 마련되는 등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었고, 조배숙 의원 등 국회의원 86인은 기존 법률안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안’(일명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일명 성매매방지법)으로 분리 발의하여, 2004년에 성매매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2000년대 들어 성매매 근절 움직임
사라지는 업소들…신종업소로 부활

그러나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성매매는 더욱 음성적이고 변종적이며 퇴폐적으로 변화·발전됐다. 그 예로 유사 성매매 업소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안마방, 키스방, 섹시바 등 다양한 변종 성매매 업소가 등장했고 현재도 활발히 영업 중이다. 밤 길거리에는 업소 전단지로 도배되어 있어 흔히 목격할 수 있고, 실제 이를 통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IT의 발달로 인터넷을 통한 수많은 성매매가 이루어지게 됐다.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수많은 인터넷 카페,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인터넷 채팅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사례도 이젠 흔하다. 자신의 이메일을 확인 할 때마다 스펨메일함에 수십통씩 쌓여있는 성매매 홍보글을 접할 수 있고, 호기심으로 그 사이트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요즘에는 ‘성관계 표준 계약서’까지 인터넷에 돌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로 책임지지 않고 ‘원나잇’을 깔끔하게 즐기자는 취지인데 성문화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정부가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한다고 해서 성매매가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살고 있고, 이는 성매매가 일반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의 톱니바퀴에 의해 자연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으로 성매매를 금지했지만 그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유사 성매매 업소가 등장해 활발히 영업중이며, 인터넷을 통해 은밀하게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매매춘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 더욱 더 은밀하게, 자극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본격적인 란제리 룸살롱이 ‘득세’를 하기 전까지 유흥가는 ‘북창동식 룸살롱’과 ‘풀살롱’이 대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창동식 하드코어룸은 광복 이후 강남 룸살롱 업계에 나타난 콘셉트 중에서는 가장 ‘파괴적이고 격렬한 형태’였다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이 하는 ‘인사’란 말로 포장된 이른바 ‘신고식’이며 마지막 ‘전투’로 통칭되는 유사성행위까지, 기존에는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였고, 남성들은 이러한 하드코어적인 쇼킹함에 한동안 엄청난 열광을 해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경향은 2000년 이후 10여 년 이상 유지돼왔다. 그러나 남성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술자리 뒤엔 으레 성관계를 해야만 제대로 된 접대 혹은 술자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일부 룸살롱 마니아들은 북창동식에선 ‘2차’가 없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따라서 업소 관계자들은 이 같은 손님들의 욕구를 해결하지 못해 매출을 극대화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늘 아쉬워했다.

그래서 새롭게 생겨난 것이 바로 ‘풀살롱’이라는 것이었다. ‘풀코스+룸살롱’이라는 조어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곳은 가볍게 한잔을 하는 것이 곧 ‘2차 성매매’까지를 의미한다. 심지어 ‘구미식 룸살롱’이란 이름의 업소는 ‘한 장소’에서 모든 것이 다 이뤄진다는 의미의 또다른 변종 룸살롱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풀살롱은 ‘막장’이라는 비난도 들어야 했다. 술 마시는 시간은 몇 십 분에 불과하고 바로바로 성관계를 하러 모텔로 짝을 지어 내보냄으로써 결국 룸살롱이란 이름만 내걸었지 변종 성매매와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이처럼 이제까지 한국 유흥사는 ‘보다 더 강하고 화끈한 서비스’ 쪽으로 진화해 왔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다시 소프트한 서비스로의 변신을 뜻하는 ‘란제리카페’ 혹은 드레스코드를 콘셉트로 삼는 ‘페티시 룸살롱’ 등의 등장과 확산은 신선한 충격이라는 것이 업소 관계자 및 유흥정보 사이트 운영자들의 시각이다. 유흥가에서는 보통 업종 변화를 10년 주기로 보는데 올해가 바로 ‘페티시 룸살롱’ 같은 신종 업종이 자리를 잡는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매춘은 몇몇 매춘녀들을 찾는 고객들만의 문제일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매춘은 개인적인 문제의 수준이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한 순간에 해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나 매매춘은 존재한다. 다만, 그 인식에는 차이가 있다. 매매춘은 사회에 필요악이라는 시선도 많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72개국 성매매 정책 보니…

48개국 합법…24개국 불법


영어판 시사토론 사이트인 www.procon.org가 발표한 <세계 72개국의 성매매 정책>에 따르면, 성매매는 세계의 72개국 중에서 39개국(54.2%)에서 합법이고, 9개국(12.5%)에서는 제한적으로 합법이며, 24개국(33.3%)에서는 불법이다.

1984년, 오스트레일리아의 빅토리아 정부는 세계 최초로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이어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 다수의 유럽 국가들도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일본에서는 삽입 성교를 제외한 모든 성적인 행위를 매매할 수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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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