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대한민국 ‘옐로하우스’ 변천사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4: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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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서 쇼윈도로…이제 밀실로 ‘쏘옥∼’

[일요시사=사회1팀] 한국은 성매매 천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성매매가 활발하게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한국 매춘이 본격적으로 불타오른 시기는 언제일까. 윤락가 쇼윈도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봤다.



우리나라의 매춘이 오늘날처럼 구조화된 결정적 단서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투와 해방 후 미국 군정의 영향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일본은 통감부 설치와 동시에 조선인 매음부의 공창화를 추진했다. 조선여성에게 있어서 피지배민족으로서의 인권 유린과 함께 성의 유린이라는 이중적 착취를 요구하는 구체적인 장치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해방직후 미군은 일본식 공창문화를 단절시켰고 동시에 새로운 매춘문화를 이식시켰다. 한반도에 진주한 미 군정은 1946년 ‘부녀자의 매매 또는 그 매매계약의 금지’를 발포했다. 이후 입법의원이 제정하고 군정장관이 인준한 형식을 취해 ‘공창제도 등 폐지령’이 공포된다.

아픈 역사와 함께
성장해온 매매춘

미 군정과 한국의 과도입법 당국은 공창을 폐지한다는 조치를 내리고 공포·시행된 지 1개월 뒤인 48년에 미 군정장관 윌리암은 행정명령을 발포해 공창제도의 불법화를 공식적으로 재천명했다. 이로써 ‘제도 공창’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사창의 시대’가 열렸다. 미군은 일본이 남긴 매춘문화의 빈자리를 ‘기지촌’으로 채웠다.
이러한 미국의 기지촌 문화는 과거 일본의 공창문화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한반도 전역에 있는 미군부대를 기준으로 ‘광역 기지촌화’가 시작됐다. 특히 전방 기지촌으로 경기도 파주의 일명 ‘용주골’, 동두천, 영북면 운천리, 의정부를 거처 서울 용산의 미8군 본부, 이태원일대까지 윤락촌이 퍼졌다. 일제가 남기고 간 매춘문화는 결국 해방 이후에도 고스란히 남아, 빈곤을 타파하고 생존수단을 강구해 나가려는 한국 여성들의 좋은 밥벌이가 됐다.

그렇다면 이른바 ‘양공주(주한 미군을 상대)’의 수는 얼마나 될까. 기지촌의 경기가 가장 활발했던 60년대 중반에는 대략 3만명의 양공주가 있었고 80년대 초에 이르러 2만명 선으로 감소한 후 90년대 초에는 다시 급반등했다. 잠재적 매춘행위까지를 포괄할 때 그 추계마저 불가능한 실정이다.

61년 사회악 일소의 일환으로 ‘윤락행위등방지법’이 공포되었으나 성매매 형태와 접근방법은 더욱 다양하게 발전했다. 이후 근대화의 바람은 매춘까지 그 주역으로 만들었다. 이는 70∼80년대를 거쳐 더욱 노골화된다. 권력은 매춘을 비호하고 국가가 매매춘 현상을 묵인하며 계속 이어졌다. 또한 대량의 이농인구가 발생하면서 도시로 유입된 이들의 노동력 수요량이 초과해 유휴노동력이 대규모 실업자군과 도시빈민층을 형성시켰다. 결국 경제 구조의 취약성에 의해 빈곤층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매춘으로 유입돼 청량리 588, 역 주변, 기지촌 등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며 포주와 관계를 맺어 매춘행위를 했다. 전통적 매춘에 속하는 이들은 흔히 ‘창녀’로 불리는데 대부분이 하층계급에 속하며 절대적 빈곤으로 인해 매춘의 길로 빠진 경우다.

한국전쟁 전후 기지촌 사창가 활성화
70∼80년 권력비호 아래 매춘 노골화


그러나 근대화 후기에 이르러 성매매 형태 자체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로 절대적 빈곤 때문에 성을 팔았던 ‘전통적 매춘’이 퇴조하는 반면, 상대적 빈곤 또는 쉽게 돈을 벌기위해 혹은 쾌락을 얻기 위해 매춘의 문을 두드리는 여성들이 증가했다.

흥미로운 건 한국매춘이 70년대에 ‘국가묵인상태’로 획기적인 변화를 경험한 것이다. 당시 대일무역의 역조현상과 외채상환 압박은 매년 무역수지 적자폭을 늘리는 직, 간접적인 요인이 됐다. 이에 정부는 무역적자폭을 해소시키기 위해 관광산업을 개발한다. 관광산업은 단기간에 보다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었고, 기생관광은 자금의 회전과 비축이 가장 손쉬운 사업으로 파급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광정책은 유신 직후 관광진흥정책에 입각해 관광진흥법에 근거를 두었던 국제 관광협회에 ‘요정과’를 설치했다. 이 ‘요정과’는 사실상의 매춘허가증과 다름없는 ‘접객원 증명서’를 발부하고 교양교육을 실시하면서 전국 관광기생들의 행정적 존재 근거를 합법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윤락가의 변신

이후 ‘섹스’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전통 매춘’과 달리 술집, 안마시술소, 여관, 다방, 등과 같이 다른 서비스상품이 함께 성장하게 된다. 장소 또한 고정적인 장소에서 심야고속도로주변, 등산로, 심야해변가, 역 주변 등 일상적인 생활공간과의 구별이 어려운 정도가 돼 버렸다. 향락업소의 숫자는 정부에도 통계가 없다. 그러나 추정해 볼 수 있는 항복이 있다. 이른바 ‘특수업태부’라는 직종이다. 쉽게 말해 집단 사창가이다. 또한 ‘성병 정지 검진 대상자’이다. 그리고 기업의 접대비 항목이 있다. 이는 향락산업을 키우는 주요한 젖줄이다. 우리 눈에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매매춘의 규모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

80년대 보건사회 연감에 따르면 당시 다방은 총 3만 군데였다. 다방에서 매춘이 이루어진 것이다. 90년대에는 가임 여성 13명 중 1명이 매춘을 했다. 대중음식점, 유흥 음식점, 다방, 숙박업소, 목욕업, 이용업, 안마시술소, 관광 요정, 사창 지역 순으로 분류됐다.

매춘여성의 ‘주변적 존재’는 포주다. 이들의 대부분은 전직 인신매매업자나 폭력조직 출신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은 매춘여성들이 생존해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마련해준다. 기둥서방은 2, 30대 주먹패로 주로 손님 사이에 마찰이 발생할 시 보호하거나 돈을 받아주는 일을 한다. 대신 그 대가로 돈을 뜯어낸다. 기둥서방이 포주에게 예속된다는 사실은 곧 매춘여성이 이중으로 착취당한다는 것을 말한다.

2000년대 들어,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는 여전히 음성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2001년 출범한 여성부는 성매매 문제를 주요 업무로 다루었고, 성매매업소 화재사건을 반영한 범정부 차원의 ‘성매매종합방지대책’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국가개입을 천명했다. 또 한국 여성단체연합을 중심으로 한 여성단체들도 법안 마련에 노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당시 조배숙 의원실을 통해 ‘성매매알선 등 범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 법은 급진적 여성주의의 색체가 진한 스웨덴의 ‘성적 서비스 구매금지에 관한 법’을 그 입법례로 한 것이다. 이는 성매매 여성이 남성적 권력구조와 폭력의 희생자이기 때문에 성 판매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는 반면, 성매매 알선 또는 구매자는 강력히 처벌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강한 사회적 저항을 우려해 후에 쌍벌처벌주의로 조정되고, 여러 차례의 논의과정을 거쳐 2002년 국회의원 74인이 동법을 국회에 발의하였다. 법률안 발의 후 국회 의안과에서는 법률 내용이 처벌내용이 반을 넘기 때문에 이 경우 여성위원회가 아닌 법제사법위원회가 다루어야 한다는 이견이 있어 회부할 상임위를 정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도 성매매 대책 마련을 위해 2003년 국무총리 산하에 성매매방지기획단이 마련되는 등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었고, 조배숙 의원 등 국회의원 86인은 기존 법률안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안’(일명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일명 성매매방지법)으로 분리 발의하여, 2004년에 성매매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2000년대 들어 성매매 근절 움직임
사라지는 업소들…신종업소로 부활

그러나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성매매는 더욱 음성적이고 변종적이며 퇴폐적으로 변화·발전됐다. 그 예로 유사 성매매 업소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안마방, 키스방, 섹시바 등 다양한 변종 성매매 업소가 등장했고 현재도 활발히 영업 중이다. 밤 길거리에는 업소 전단지로 도배되어 있어 흔히 목격할 수 있고, 실제 이를 통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IT의 발달로 인터넷을 통한 수많은 성매매가 이루어지게 됐다.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수많은 인터넷 카페,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인터넷 채팅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사례도 이젠 흔하다. 자신의 이메일을 확인 할 때마다 스펨메일함에 수십통씩 쌓여있는 성매매 홍보글을 접할 수 있고, 호기심으로 그 사이트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요즘에는 ‘성관계 표준 계약서’까지 인터넷에 돌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로 책임지지 않고 ‘원나잇’을 깔끔하게 즐기자는 취지인데 성문화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정부가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한다고 해서 성매매가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살고 있고, 이는 성매매가 일반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의 톱니바퀴에 의해 자연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으로 성매매를 금지했지만 그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유사 성매매 업소가 등장해 활발히 영업중이며, 인터넷을 통해 은밀하게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매매춘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 더욱 더 은밀하게, 자극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본격적인 란제리 룸살롱이 ‘득세’를 하기 전까지 유흥가는 ‘북창동식 룸살롱’과 ‘풀살롱’이 대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창동식 하드코어룸은 광복 이후 강남 룸살롱 업계에 나타난 콘셉트 중에서는 가장 ‘파괴적이고 격렬한 형태’였다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이 하는 ‘인사’란 말로 포장된 이른바 ‘신고식’이며 마지막 ‘전투’로 통칭되는 유사성행위까지, 기존에는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였고, 남성들은 이러한 하드코어적인 쇼킹함에 한동안 엄청난 열광을 해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경향은 2000년 이후 10여 년 이상 유지돼왔다. 그러나 남성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술자리 뒤엔 으레 성관계를 해야만 제대로 된 접대 혹은 술자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일부 룸살롱 마니아들은 북창동식에선 ‘2차’가 없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따라서 업소 관계자들은 이 같은 손님들의 욕구를 해결하지 못해 매출을 극대화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늘 아쉬워했다.

그래서 새롭게 생겨난 것이 바로 ‘풀살롱’이라는 것이었다. ‘풀코스+룸살롱’이라는 조어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곳은 가볍게 한잔을 하는 것이 곧 ‘2차 성매매’까지를 의미한다. 심지어 ‘구미식 룸살롱’이란 이름의 업소는 ‘한 장소’에서 모든 것이 다 이뤄진다는 의미의 또다른 변종 룸살롱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풀살롱은 ‘막장’이라는 비난도 들어야 했다. 술 마시는 시간은 몇 십 분에 불과하고 바로바로 성관계를 하러 모텔로 짝을 지어 내보냄으로써 결국 룸살롱이란 이름만 내걸었지 변종 성매매와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이처럼 이제까지 한국 유흥사는 ‘보다 더 강하고 화끈한 서비스’ 쪽으로 진화해 왔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다시 소프트한 서비스로의 변신을 뜻하는 ‘란제리카페’ 혹은 드레스코드를 콘셉트로 삼는 ‘페티시 룸살롱’ 등의 등장과 확산은 신선한 충격이라는 것이 업소 관계자 및 유흥정보 사이트 운영자들의 시각이다. 유흥가에서는 보통 업종 변화를 10년 주기로 보는데 올해가 바로 ‘페티시 룸살롱’ 같은 신종 업종이 자리를 잡는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매춘은 몇몇 매춘녀들을 찾는 고객들만의 문제일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매춘은 개인적인 문제의 수준이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한 순간에 해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나 매매춘은 존재한다. 다만, 그 인식에는 차이가 있다. 매매춘은 사회에 필요악이라는 시선도 많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72개국 성매매 정책 보니…

48개국 합법…24개국 불법


영어판 시사토론 사이트인 www.procon.org가 발표한 <세계 72개국의 성매매 정책>에 따르면, 성매매는 세계의 72개국 중에서 39개국(54.2%)에서 합법이고, 9개국(12.5%)에서는 제한적으로 합법이며, 24개국(33.3%)에서는 불법이다.

1984년, 오스트레일리아의 빅토리아 정부는 세계 최초로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이어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 다수의 유럽 국가들도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일본에서는 삽입 성교를 제외한 모든 성적인 행위를 매매할 수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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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