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추적> 초등생도 벗는 '미성년 음란셀카' 실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3: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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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 화장실에서 찍은 영상 팔아요"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초·중·고 여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셀프 음란물 촬영.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찍은 불법 영상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건당 5000원∼5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었다. '까진 게' 더 이상 수치가 아닌 자랑이 돼 버린 시대. 지금 온라인에선 어른들 몰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닉네임 은**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른바 '문상 알바'를 하고 있다. 여기서 '문상'은 문화상품권을 뜻하는 은어. 문상은 고유 일련번호인 '식별번호'만 있으면 번호 입력 후 각종 결제가 가능하다. 즉 문상은 온라인에서 현금 대용으로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문상 알바'는 한 마디로 돈을 번다는 뜻. 그렇다면 은**은 무엇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것일까.

겁 없는 10대
'문상'주면 OK

"오늘 학교 화장실에서 찍은 영상 팔아요."

지난 8일 은**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프로필상 나이가 1996년생인 은**은 만 17세로 현재 미성년자 신분이다. 교복을 입은 프로필 사진과 발육 상태로 미뤄봤을 때 고등학생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가 주로 거래하는 물품은 자신이 찍은 동영상이다.

"직찍(직접 찍은) 자위영상 팔아요. 거래방법은 틱톡, 가격은 2만∼5만원, 시간은 4∼12분. 돈은 문상으로"란 글이 타임라인 곳곳에 가득하다. 해당 게시물에는 영상을 찾는 구매자들의 댓글이 달리며, 이들 사이에는 자연스레 부도덕한 거래가 이뤄진다.

은** 뿐만이 아니다. SNS에서는 비교적 쉽게 '자위영상' 거래를 암시하는 게시물들을 찾아 볼 수 있다. 구매자들은 해당 영상의 진위 여부를 가름하기 위해 판매자들에게 ‘인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인증’ 과정에서는 판매자가 미성년자인지, 무슨 학교를 다니는지 등이 간접적으로 노출된다. 이렇게 노출된 알몸 영상 판매자의 상당수는 만 18세가 넘지 않은 여학생들. 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중학생, 심지어는 초등학생까지 동영상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신원이 쉽게 노출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알고 동영상을 제작, 유포하고 있다.

초중고 여학생 사이서 셀프 음란물 제작 유행
알몸 상태로 은밀한 부위 찍고 구매자에 전송

음란물 제작의 주목적은 돈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의 성적 욕구 해소, 사람들로부터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욕구 등이 동기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또래 집단에서 동영상 판매가 범죄로 인식되지 않는 분위기도 음란물 거래 활성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은**의 동영상 평균 거래가는 3만원으로 꽤 비싼 편이다. 판매자가 가격을 스스로 정하다보니 영상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최근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적발한 음란물은 5000원에서 1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 9일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카카오톡 등 SNS를 이용해 아동음란물을 주고받은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52)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영상물 105개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송받거나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3만원도 비싸
5천원에 거래

경찰이 압수한 SNS 회사 서버에는 이모(18)군 등 10대 3명이 유포한 음란물 1479개가 있었다. 경찰은 "압수한 음란물 중 상당수가 국내 초·중·고교 여학생이 알몸 상태에서 1∼5분간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앞서 밝혔듯 자신의 성기를 서슴없이 노출하거나 성적 흥분에 도달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 제작자가 여학생 본인이란 설명.

여학생들은 "문상을 주면 원하는 영상을 찍어 보내겠다" "반응이 좋으면 오프(오프라인 만남)도 생각해 보겠다"는 등의 글로 구매자를 유혹하고 있다. 구매자들 역시 "문상을 줄 테니 미션(특정 도구나 설정을 이용한 촬영)대로 해달라" "내 성기를 보고 자위행위를 해달라"는 등의 요구로 영상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

이들은 SNS나 온라인 카페와 같은 개방된 공간에서 접촉한 뒤 카카오톡이나 틱톡과 같은 메신저에서 음란물을 교환한다. 먼저 상대가 음란물을 구매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구매할 의지가 있다면 구매자가 본인 소유의 '문상' 일련번호를 판매자에게 보낸다.

번호를 입수한 판매자는 자신의 메신저 ID를 구매자에게 공개하고, 서로 친구를 맺은 뒤 대화창을 통해 약속된 음란물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공유된 음란물은 구매자의 의지에 따라 제3의 음란물 유통업자에게 흘러간다.

음란물이 유통되고 있는 카페에는 '교복 입은 영상교환', '직찍 영상구매', '입었던 속옷 삽니다' 등의 글이 올라온다. 몇몇 여학생들은 해당 게시물을 클릭한 후 구매자와 접촉, 자신의 '성'을 직거래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구매자가 '인증'을 원하면 판매자가 먼저 '사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 수법에 걸려드는 건 대부분 어린 나이의 여학생들. 구매자가 사진을 통해 판매자의 신원을 파악하면 나중엔 구매자가 판매자의 신원 공개를 미끼로 협박하는 형태다. 아직 사회 경험이 미숙한 어린 학생들은 이 협박에 넘어가 또 다른 영상을 제작, 구매자에게 전송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음란물 유통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수사관이 '문화상품권 1만원을 주겠다'는 글을 남기자 곧바로 한 여학생이 직접 찍은 음란물을 전송했을 정도로 청소년들 사이에 동영상 거래가 확산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이 확보한 음란물 중에선 여학생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상이 있어 유출될 경우 2차 피해도 우려됐다. 하지만 이런 어른들의 우려를 비웃듯 여학생들은 자신이 입었던 속옷을 구매자에게 판매해 추가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음란물 카페선
초등생도 벗어

여학생들이 제작한 '음란 셀카'의 종착지는 결국 카페. 본인이 제작한 음란물을 더욱 쉽고 빠르게 사고 팔수 있기 때문이다. 설혹 SNS를 통해 1대 1로 거래가 이뤄졌다하더라도 최초 구매자가 제3의 구매자를 찾는 구조상 한 번 풀린 음란물은 영원히 온라인에 부유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떠도는 음란물이 모여드는 곳이 바로 카페다.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같은 날 국내 유명 여자 연예인들의 얼굴을 성인 음란물에 합성시켜 만든 사진 등을 게재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초등학교 6학년 송모(12)군을 선도조건부 불입건했다.

송군은 지난 3월 초 '19동인지 19애니' 등 2개의 인터텟 카페를 개설하고 연예인과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 53명의 합성 음란 사진 684장과 애니메이션 음란물 등을 게재하거나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군이 운영한 카페의 회원수는 모두 4367명, 이중 남성은 3278명으로 전체의 75%에 이르렀다. 또 회원 가운데 10대가 2608명으로 60%를 차지했다. 보통 미성년자가 부모나 타인 명의로 음란사이트에 접속한다는 사실에 기초할 때 10대 회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적발된 카페에는 '영상 20건+합성사진 300장+사이트(주소·비밀번호) 1개에 5천원, 선불입니다'라는 내용의 광고 글도 게재됐다. 즉 초등생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청소년들끼리의 음란물 거래가 빈번히 일어났다는 해석이다.

송군은 경찰 조사에서 "한 음란사이트 카페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호기심이 생겨 직접 카페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송군 이외에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청소년들도 "호기심에 음란물을 거래했다"고 진술했다. 즉 호기심에서 시작된 '위험한 장난'이 여러 성범죄자를 양산하고 있는 꼴이다.

광주경찰청 국승인 사이버수사대장은 "청소년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문화상품권을 대가로 음란물을 찍거나 음란카페를 운영했다"면서 "스스로 음란물을 촬영해 유포하면 아동음란물 제작과 유통으로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직접 온라인 카페 운영
SNS 통해 1대1 직거래

그러나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은 '형사 미성년자'인 송군에게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성교육 선도프로그램을 이수 받도록 명했으나 처벌 여부는 불투명하다. 동영상 1479개를 보유하고 있던 이군 등도 마찬가지. 또 음란 셀카를 제작한 1천여 명 규모의 여학생들은 사실상 검거가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 셀카를 제작한 여학생들은 음란물 원작자에 해당한다.

최근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에 따르면 음란물 제작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는 강도죄의 최소 법정형인 3년 이상 보다 무거운 형벌이다.

그러나 "단 돈 몇 만원을 벌려고 셀카를 찍은 여학생들을 강도보다 무거운 형벌을 받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경찰의 고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여학생들을 붙잡아도 처벌 수위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면서 "엄벌보다는 기소유예 처분 등으로 사건이 마무리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원칙은 5년
현실은 훈방

이런 제도적인 허술함과 맞물려 온라인에서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불법 음란물이 끝없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개정된 법안에서조차 여학생들이 스스로 음란물을 찍는 경우를 예상치 못해 음성화된 시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과거 수동적인 음란물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생산자로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현재 '노예를 구하는 카페' 등에는 미성년자 수십명이 모여 서로 '자위를 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고, 주인과 노예로 얽힌 초·중·고교생들은 음란 영상을 주고받으며 또 다른 불법 음란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에게 성은 이제 감춰진 은막이 아닌 당당한 놀이. 고등학생들은 원나잇 성관계 가능 유무를 온라인 프로필에 기재하고, 중학생들은 자신의 알몸 사진을 온라인에 올려 타인의 평가를 받는다. 성에 일찍 눈 뜬 초등학생들은 카메라 앞에서 스스럼없이 자신의 은밀한 곳을 보여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점차 확산되는 이들의 대담한 행보에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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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