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방중 후일담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7.10 18: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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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따라…‘MB맨’들과 밥도 먹기 싫다?

[일요시사=경제1팀] 두 기업 회장이 ‘동병상련’의 길을 걷고 있다. 서울대 동문이지만 삶의 궤적은 다르다. 한 사람은 30년 넘게 철강 기업에 몸담고 있고, 또 다른 이는 장관직을 거쳐 거대 통신 기업을 이끈다. 그런 두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 경제사절단으로 발탁 돼 중국을 방문한 후 외풍에 휘말렸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살얼음판 행보가 묘하게 겹친다.



날벼락은 이미 두 사람을 강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첫날 열린 국빈만찬에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이 빠진 것으로 확인돼 재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호사가들은 불참의 진의보다 배경에 주목했다. 새 정부 들어 교체설에 곤혹을 치러온 이들이라 더 그렇다. 

 
같은 배 탄
두 회장님

지난 1일 재계 등 업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방중 일정 첫 날인 지난달 27일 저녁 베이징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시진핑 국가주석 초청 국빈만찬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경제계 인사 중 정 회장과 이 회장이 불참했다. 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역시 만찬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을 제외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등의 참석자들은 청와대가 결정한 뒤 대한상공회의소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계 일각에선 국빈만찬 참석자 명단 작성에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상의 측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입장이다.


대한상의 한 관계자는 “해외 국빈 방문을 수행하는 모든 기업인들이 만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역대 최대 경제사절단이 꾸려진 만큼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경영자들을 고루 배분해 선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만찬에 제외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관계자는 “27일 국빈만찬은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행사가 아니었다. 경제사절단 전원이 참석해야 하는 28일 조찬과 오찬은 모두 참석했다”고 말했고, KT나 효성그룹 관계자 역시 “만찬 참석자 선정에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면 애초에 사절단에 왜 포함을 시켰겠냐”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 대통령 만찬자리에 일부 대기업 회장 제외
불참 이유·배경 두고 미묘한 파장…뒷말 무성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포스코나 KT의 경우,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국 내 사업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정치적·경제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코는 1991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 기준 49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 회장은 또 4대 직할시 중 한 곳인 충칭에서 중국 철강사와 합작으로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고르게 배분했다고 하지만 포스코와 KT의 수장들이 초대받지 못한 것에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공교롭게도 해당 두 기업 수장들은 지난해 말부터 끊임없이 교체설, 퇴진설 등에 시달렸던 터라 이 같은 사안들이 이번 만찬 제외에 조금은 영향을 미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소문난 잔치
‘뒷말 무성’

포스코와 KT는 ‘공민기업(공기업에서 민영화한 기업)’이다. 포스코는 2000년, KT는 2002년 공기업의 탈을 벗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준공기업으로 분류된다.

실제 두 회장은 출발점부터 순탄치 않았다. 이 회장은 2008년 11월 남중수 전 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인 2009년 초에 KT를 맡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 회장 역시 취임 당시부터 정치적 외풍에 부닥쳤다. ‘이명박 정부’ 때 임기가 남아있던 이구택 전 회장이 물러나고 수장 자리에 올랐다. 몇몇 외부 인사가 회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내부 인사가 회장이 돼야 한다는 포스코 안팎의 여론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그러나 당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박영준 전 차관 등 이명박 정권 실세들이 정 회장의 인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또 하나의 MB맨으로 분류됐다.

취임 후 두 회장은 적극적인 조직개편과 M&A 등으로 시장에서는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정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베트남 냉연공장 준공, 인도네시아 제철소 착공 등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 회장은 공무원(전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답지 않은 추진력으로 KT의 미래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장은 취임 5일만에 KT와 KTF의 합병을 마무리 지었고, 국내에 아이폰을 처음으로 도입해 스마트 혁명의 불씨를 지핀 ‘혁신 전도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반면 내부 안팎에서는 ‘MB 낙하산’, ‘측근 심기’, ‘문어발 경영’, ‘밀어붙이기’, ‘독불장군’ 등 이라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MB맨’으로 불리는 두 회장이 임기를 제대로 끝마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도는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이런 와중에 지난 3월 한 매체는 인수위 시절 친박계 몇몇 인사들이 박 대통령에게 정 회장의 교체를 건의했다고 보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MB표 기업
멀리하기?

이 매체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새누리당에서 먼저 얘기가 나왔다. 3∼4명의 친박 의원들이 의견을 모아 박 대통령 참모진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논의에 참여했던 친박 의원은 익명을 요구하며 “(박 대통령)에게 인사 청탁을 하기는 어렵지만 바꿀 필요가 있다는 수준의 보고는 하고 있다. 정 회장 교체에 박 대통령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고 귀띔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이 회장도 지난해부터 끊임없는 교체설과 퇴진 압박에 시달리는 중이다. 정재계 안팎에서는 “올 여름을 전후해 두 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해 질 것”이라는 루머까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두 회장이 국빈 만찬 자리에 제외되면서 “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두 회장과 함께 만찬에서 제외된 기업의 수장들도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이들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관이 돼 있는 경우가 많다. 박 대통령은 이들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는 등 MB를 향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MB 특혜기업’도 빠져
살얼음판 행보 오버랩

이 전 대통령의 사돈 집안인 효성그룹은 현재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룹 측은 ‘정기 세무조사’라고 주장하나, 일반적으로 정기 세무조사가 5년 만에 행해지는 만큼 지난 2010년에 이어 3년 만에 벌어진 이번 조사는 특별조사라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최근 <뉴스타파>가 조 회장의 막내 동생인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장남 조현강씨가 조세피난처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을 폭로한 직후여서, 역외탈세 혐의에 대한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코오롱그룹은 새 정부 출범 후 4대강 사업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계열사 관련 의혹이 불거졌다.

박근혜의
‘MB색 빼기’

민주통합당 우원식 의원이 지난 4월 공개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워터텍㈜은 4대강 사업 추진 시기인 2009년부터 3년간 4대강 수질 개선 사업인 ‘총인 처리 시설 설치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10억 원대의 현금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총인 처리 시설은 하천 오염의 주요 원인인 총인이 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줄여주는 설비다. 문건에서는 코오롱워터텍이 총인 처리 사업 심의위원들과 지자체 관계자 등에게 휴가비, 명절 사례비, 준공 대가 등의 명목으로 현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7개 지방조달청 등에도 현금이 전달된 것으로 나와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본금 10억 원대의 회사가 10억 원의 현금 로비를 벌인 점이나 이 회장이 코오롱워터텍 지분 8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들어 불똥이 오너에게 튈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한 재계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효성과 코오롱까지 만찬에서 빠진 것은 박 대통령이 MB 정부 뒷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방증 아니겠냐”며 “MB 정부의 각종 비리 의혹 사건들이 사정기관과 정치권의 도마에 오르고 있어 어디서 무엇이 터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형국에서 박 대통령이 선긋기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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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