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예술만세 대표 김현성

'미술계 네이버'를 꿈꾸다

[일요시사=사회팀] 김현성 예술만세 대표는 '미술계의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가와 컬렉터, 딜러와 대중이 모여드는 거대한 미술 허브를 그리고 있는 것. 얼핏 무모해보이지만 그는 미술계에 닥친 거대한 변화를 이미 감지하고 있다.



국내 미술작가는 모두 3만여명. 그러나 상위 5%의 유명 작가를 제외하고는 작품을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국내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사람이 있다. 김현성 예술만세 대표는 국내 작가 100여명과 함께 '아트 라이선스 에이전시'라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

새로운 활력소

"제가 광고디자인 회사를 한 지가 13년 정도 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업계 특성상 화가 작품을 쓸 일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여러 화가들과 만나게 됐는데…. 아니 글쎄, 국내 화가가 3만명이라는데 이 많은 작가들의 그림은 지금 다 어디 있는 거냐. 매번 '유명 화가의 똑같은 작품만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문화체육관광부나 협회 차원에서 미리 아카이브를 구축해놨으면 우리가 필요한 그림만 골라서 쓰면 됐는데 그런 시스템이 미술계에는 아직 없었던 거죠."

소위 '이미지의 시대'라는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이미지를 만드는 일을 하는 화가들의 현실은 척박하다. 김 대표는 한 지적장애인 디자인업체와의 협업 과정에서 '아트 라이선스'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예손이라고 하는 화가들 모임이 있습니다. 이분들을 만나보니 재능은 확실히 있어요. 예쁜 엽서도 만들고, 컵도 만들고 하는데 생각보다는 잘 안 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 같은 광고회사는 늘 이미지를 쓰는데 우리가 이 재능 있는 분들을 어떻게 도울 수는 없을까. 사실 사업모델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잘 몰랐어요. 하지만 매일같이 전시회 다니고, 도록도 보고 하면서 많은 작가들을 섭외했습니다. 그리고 얘기했죠. 당신들의 '이미지'를 달라고요."


'아트 라이선스 에이전시' 도전
국내 최다 이미지 판매권 보유

예술만세는 화가가 그린 작품의 이미지를 대행해서 판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화가들이 '단 한 점의 그림'만 팔 수 있었다면, 이젠 '무한대의 이미지'를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작가들이 수입을 창출하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전시를 하고 그림을 직접 컬렉터에게 판매하는 것뿐이죠. 그나마 전시에서 안 팔리면 남은 그림은 모두 창고로 갑니다. 좋은 그림을 세상에 알릴 기회가 사라지는 거죠."

"그런데 저희는 이미지를 다루니까 사업 모델이 무궁무진합니다. 표지나 가방, 옷, 접시 등 무수히 많죠. 그런데 재밌는 점은요. 화가의 원작품이 누군가에게 팔려도 이미지의 소유권은 화가한테 있습니다. 즉 이미지는 지속적인 수입 보장이 가능한 지적 재산권이란 얘기죠. 물론 상속도 되고요."

김 대표는 이렇게 판매된 이미지의 사용료를 작가와 나누고, 이 수익을 다시 작가들을 홍보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예술만세의 이미지 보유량은 현재 국내 최고며, 출판계에서 특히 반응이 좋다고 전해진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저희 같은 업체가 반갑겠죠. 실제로 수요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유한 이미지는 모두 3만점인데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어요. (원화에 가까운) 고해상 이미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작가들 작업실마다 방문해서 촬영하고 또 이동하고. 그런데 작업실에서 얘기를 듣다보니 이분들 고민이 전시에 드는 비용 문제였어요.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까지는 그냥 깨지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작가들의 원화도 좀 걸어야겠다. 이렇게 만들어진 갤러리가 지금 대학로에 있습니다. 작가 100인과 함께 초대전과 기획전 위주로 운영 중인데 원화는 워낙 고가인 만큼 사는 사람은 정해져있다고 봐야 합니다. 솔직히 인사동 놀러온 사람이 갑자기 덜컥 갤러리 들어가서 1000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그림을 사지는 않을 거 아녜요. 어쨌든 갤러리 수익 문제는 지금도 고민해야 합니다. 원화를 파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작가+컬렉터+딜러+대중
거대한 미술허브 구상

최근까지 미술시장은 재력 있는 개인이 주도하는 측면이 강했다. 한 관계자는 컬렉팅을 시작하는 컬렉터의 기본 자산이 50억원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개인 수준의 거래는 시장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는 기업 CEO들이 미술계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꼭 대기업뿐만 아니라 튼튼한 중소기업도 문화적 마인드를 가져가면서 사무실에 그림도 걸고 직원들에게 문화적 감성도 전달하고 하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기존의 CEO 컨설턴트 분들과 제휴를 맺고 작가들의 좋은 그림을 소개하기로 했어요. 우리 입장에서는 그들이 아트 컨설턴트 임무를 대행하는 셈이죠."

문제는 수익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그림을 돈 주고 사는 문화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함께 협력한 방송국이나 공공기관도 이미지 사용료 지불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게 아쉽다고 했다. 방송국은 PPL로 공공기관은 재능기부로 이미지를 채우다보니 사용료를 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딜레마는 결국 수익입니다. 좋은 일은 누구나 많이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작가들의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입니다. 이건 제 회사 운영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작가들 진짜 작업 열심히 해요. 하지만 연봉을 물어보면 1000만원 남짓합니다. 단돈 1만원이라도 의미 있는 수익이 나줘야 작가들도 신이 나서 더 좋은 작품을 그리겠죠. 그래서 누군가는 건강한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그런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김현성 대표는?]

▲1969년 서울 출생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환크리에이티브컴퍼니 이사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
▲예술만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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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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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