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 물 타기 수사’ 제2차전 돌입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24 10: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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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묻은 X 살리려고 겨 묻히고 몰아넣나?

[일요시사=정치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검찰은 몹시 분주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빠져나가려야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인다. 뚜렷한 정황과 확실한 물증이 포착됐지만 원 전 원장은 소멸시효를 앞두고 결국 불구속 기소 결정을 받았다. 이 와중에 민주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 측 SNS 팀장을 맡았던 한 비서관이 검찰에 의해 체포됐다. 검찰은 이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이에게 칼을 겨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물 타기 수사’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18일 검찰은 민주당 조한기 충남 서산·태안지역위원장을 전격 기소했다. ‘불법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다. 진행 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수사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검찰은 민주당의 불법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검찰의 줄다리기가 끝난 직후, 원 전 국정원장 불구속 기소 결정을 향한 여론의 십자포화가 쏟아지던 터였다.

‘불법선거운동’ 보도에
“민주당도 똑같다”

지난 13일에는 작년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팀장을 맡았던 당직자가 체포됐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건물에서 신고 되지 않은 대선캠프를 운영하면서 불법SNS선거운동을 벌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민주당의 한 의원실 소속인 차 모 비서관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차 비서관이 수차례 소환 요청에 불응하자 이날 오전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은 한순간에 달아올랐다. 차 비서관 체포 소식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론은 따가웠다. ‘민주당도 똑같다’는 성토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대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 직전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하며 집중공세를 퍼부었다. 박선규 당시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새누리당 황우여 표 이름으로 민주당 대표권한대행인 문재인 후보와 조한기 SNS지원단장을 검찰에 고발했다”라고 밝혔다.


공선법 입법취지는
후보자 간 형평성 고려

이에 앞서 새누리당 조원진 선대위 불법선거감시단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관위가 민주당의 불법선거운동 사실을 인정했다”며 “선관위가 민주당 여의도 중앙당사 별관의 ‘불법선거운동사무실’ 운영 의혹과 관련, 서울남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선거법 제89조를 근거 법조문으로 들었다. 조 단장은 “공직선거법상 중앙당엔 1개의 ‘선거대책기구’를 설치할 수 있지만, 이는 선거운동이 아닌 내부 대책 논의를 위한 기구라는 게 선관위의 유권해석”이라며 “민주당의 당사 별관은 ‘선거운동기구’로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에 거기서 선거운동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민주당이 선관위에 등록한 영등포구 내 선거운동기구는 총 3곳이었다. 민주당 중앙당사는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아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일요시사>가 중앙선관위에 취재한 결과 새누리당의 이 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가 공식적으로 민주당의 불법선거운동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 적은 없다”면서 “선관위가 선거법상 선거대책기구를 선거운동이 아닌 내부대책 논의를 위한 기구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은 맞다”라고 설명했다.

신고 되지 않은 캠프 운영, 불법선거운동 벌인 혐의로 당직자 체포 
민주당 당사 별관 ‘유사기관 설치금지’ 공선법 근거로 불법사무실? 

현행 공선법 제89조 본문은유사기관의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단서는 ‘다만 후보자 또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사무소와 정당의 중앙당 및 시·도당의 사무소에 설치되는 각 1개의 선거대책기구 및 정치자금법에 의한 후원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명시돼 있으며, 이 부분이 논란의 핵심이다.


민주당은 해당 사무실을 ‘선거사무소’가 아닌 ‘민주당 당사’로 선관위에 신고한 상태다. 선관위 관계자는 “당사는 이번 사건의 쟁점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관계자 A씨는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후보자가 과도하게 여러 사무실을 선점할 경우, 사무소가 없는 무소속 후보자와 차별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본 사건은 선거에 결정적인 당락을 좌우하는 인과관계는 없어 보이며, 당사로 등록했다면 일반인도 충분히 선거사무소라고 알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법 적용의 배경에 당사로 등록한 사실은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언론 “혐의 대부분 시인”
조 위원장 “시인 한 적 없다”

또한 그는 “이 사건은 개인의 문제인지 당 차원의 문제인지 살펴봐야 한다. 당사는 한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다”라며 “형식적인 신고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선거사무소를 입법 취지와 어긋나게 사용했는지가 불법선거운동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률전문가 B씨는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법 적용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직 변호사인 C씨는 사건을 검토한 후 “공선법 제89에 관한 판례가 올 초에 있었다. 작년 서울 남부지검에 수사의뢰가 있을 당시 대법원 판례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진선미 의원은 해당 당사가 선거대책기구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것이 민주당에게 자충수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2월28일 공선법 해당 조문에 대해 대법원은 ‘선거대책기구란 내부적 선거준비행위를 하는 기구만을 말하고 이를 넘어 선거인에게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설치된 것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변호사 C씨는 "진 의원의 주장대로 해당 캠프 사무실을 선거대책기구로 본다면 더 불리해진다. 이곳에서 선거인에게 영향을 행사할 만한 행위가 이루어졌다면 제89조 단서 위반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반적인 정당 사무를 처리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공선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정당이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의 일은 통상업무라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미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된 상황이라면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캠프 설치한 자가 수범자, SNS 단장이 캠프 주도 했는지 여부 관건
재보선 당선 유력했던 지역위원장, 무죄 선고에도 여론 회복 어려워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된 이들이 유사기관 설치 금지에 관한 공선법 규정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의 이번 수사를 두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여야 균형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게 일었다.

또 다른 의혹은 오는 ‘10월 재보선’에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조 위원장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성완종 보와 경쟁을 했던 민주당 후보였다”라며 “이번 10월 재보선에서 서산·태안 지역은 조 위원장의 출마가 예상됐던 지역이다. 설령 무죄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는 사실은 여론을 악화시켜 선거출마가 어려워 질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서산·태안지역의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성완종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국회의원직 상실위기에 놓였다. 조 위원장이 지난 총선에서 아깝게 분패했던 만큼, 민주당 내에서는 ‘한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 기소의 여파로 그가 오는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선거에 출마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일부 언론은 차 비서관과 조 위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혐의를 대부분 시인했다고 보도했지만, 직접 당사자인 조 위원장의 주장은 달랐다.

검찰 “정치적 의도 없다”
법조계 “정치검찰 오명”

조 위원장은 아직 공소장을 받지 못한 이유로 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기에는 곤란하다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고 하는데, 단 1명도 돈 받은 사람이 없고 댓글을 달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 그곳은 수많은 콘텐츠를 기획하는 팀이었다. 댓들을 단다고 해서 여론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기사 내용은 날조에 가깝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대선캠프를 직접 설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선법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 21일 조 위원장은 공소장을 받은 후 취재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소장에 모순된 점이 있다. 앞에서는 중앙당 총무국이 대선 캠프 계약을 했다고 명시해놓고는 뒤에 내가 설치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변호사 C씨는 “공선법은 ‘누구든지 유사기관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해 설치한 당사자를 수범자로 제한했다. 캠프 설치를 주도한 사람이 대상자로 봐야 한다. 캠프를 설치한 사람이 따로 있다면 무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률전문가 B씨는 “국정원사건이 이슈가 된 만큼,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도 수사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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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