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특별법’으로 본 ‘전두환 추징법’ 위헌 논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18 10: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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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전 장군’ 수천명 죽이고 수천억 먹어도 ‘끄떡없어’

[일요시사=정치팀] ‘전두환 추징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에 대한 추징금 2200억원이 미납된 상태로, 추징시효는 오는 10월이다. 전 전 대통령은 이대로 10월까지만 버티면 된다. 이 때문에 ‘전두환 추징법’을 두고 여야의 줄다리기가 한참이다. 새누리당이 전두환 추진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면서 추징하지 말자는 건 아니란다. 과연 전두환 추징법은 위헌일까? <일요시사>가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에 관한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전두환 추징법의 위헌 가능성을 점쳐봤다. 



<일요시사>와 통화한 법조관계자, 그리고 전문가들은 전두환 추징법이 ‘위헌 소지가 거의 없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사법고시를 통과한 법무부 장관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다소 놀랍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알만한 사람이 왜…”

전두환 추징법 핵심내용은 ▲추징 확정판결 후 3년이 지나면 검사의 청구에 따라 강제처분을 개시하도록 하고 ▲추징 대상자 외의 사람이 그 재산이 추징대상자의 불법재산임을 알면서 취득한 경우에는 그 재산에 대해서도 추징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그럼에도 추징금이 미납되는 경우에는 몰수 또는 추징이 확정되고 3년이 경과한 뒤 검사의 청구에 따라 납입하여야 할 액수에 비례한 유치기간을 정해 노역장 유치 또는 감치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두환 추징법이 위헌인 근거로 총 네 가지를 꼽았다. 이중처벌 금지원칙 위반, 연좌제 금지 및 자기책임주의 원칙 위반, 특정인을 겨냥한 법률, 그리고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추징금은 부과형인데 징역 등 본형을 집행하고 부가형인 추징금 환수를 하면서 추징이 안 됐다고 징역형을 부과하면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13조 제2항 후단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중처벌 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처벌은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한다.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을 모두 그 처벌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정론이다. 또한 ‘이중’의 의미는 처벌 또는 제재가 ‘동일한 행위’를 대상으로 중복적으로 행해질 때에 적용된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벌금 미납자에 대한 노역장 유치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가 그 벌금을 납입하지 않은 때에 그 집행 방법의 변경으로 하게 되는 노역장 유치는 이미 형벌을 받은 사건에 대해 또다시 형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형벌 집행 방법의 변경에 불과한 것이므로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2008헌바52등)’라는 판시를 내린 바 있다. 한 법조관계자도 “추징금을 내지 않아 징역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황 장관은 또한 전두환 추징법에 대해 “가족에게 책임을 물리는 문제도 연좌제나 자기책임주의에 반할 소지가 있어 이론적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헌법은 제13조 3항에서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친족의 행위와 본인 간에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아무런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친족이라는 사유 그 자체만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가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2005헌마19)’라고 판시한 바 있다.

현행 법리상 위헌 소지 거의 없어, 새누리당 억측에 가까운 주장
위헌 여부 다투려면 요건 갖춰야 “당사자도 아닌데 왜 다들…”

이후 헌재는 배우자 또는 선거사무장의 선거범죄로 인해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로 되는 것은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놔 연좌제에 대해 다소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법조전문가는 “전두환 추징법은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미납하고 자녀에게 이전한 불법재산, 혼합재산에 대한 몰수·추징 규정으로 이를 두고 오로지 친족이라는 사유 자체만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가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연좌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특정인을 겨냥한 법률을 ‘처분적 법률’이라고 하는데, 헌재는 ‘어떤 법률이 개별사건법률 또는 처분법률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96헌가2)’라고 판시했다.


이로 인해 헌재에서 논란이 된 법률이 바로 ‘5·18 특별법’이다. 헌재는 위헌법률심판에서 ‘비록 특정 규범 또는 법률조항이 단지 하나의 사건만을 규율하려고 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차별적 규율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에는 합헌적일 수 있다(96헌가2)’라고 판시했다. 당시 5·18 특별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전 전 대통령 측의 장세동 전 안전기획부 부장이 신청했다.

민주당의 ‘전두환 특별위원회’는 전두환 환수법이 특정인을 겨냥한 법률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법안은 전·현직 대통령과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특정했기 때문에 전두환씨 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설령 전 전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법률이라 하더라도 헌재 판례에 비추어 보면 그것으로 바로 위헌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은 전두환 환수법이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시효를 2018년까지로 연장하고 있는 개정안 내용 때문이다. 이는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범죄를 다루는 ‘부진정소급입법’으로 현행 법리상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처음부터 금지되는 것은 ‘진정소급입법’으로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여 사후에 그 전과 다른 법적 효과를 생기게 하는 입법을 의미한다.

5·18 특별법에서 뜨겁게 논의된 부분이 바로 소급입법이었다. 당시 김진우,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재판관들은 5·18 특별법은 진정소급입법이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그 요건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구법에 의하여 보장된 국민의 법적 지위에 대한 신뢰가 보호할 만한 가치가 없거나 지극히 적은 경우와 ▲소급입법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이 매우 중대하여 예외적으로 구법에 의한 법적 상태의 존속을 요구하는 국민의 신뢰보호이익에 비하여 현저히 우선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전두환 추징법이 소급효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다소 억측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두환이 뭐라고”

하지만 법조 전문가들이 더욱 이상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다른 데에 있었다. 한 법원 관계자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 법원의 재판이 진행 중에 있어야 한다. 또한 헌법소원으로 다투려면 법률의 직접 당사자여야 한다. 전두환 추징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작 관련법률이 위헌이라는 것을 다툴 수 있는 당사자가 아니다.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률의 위헌여부를 다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라며 의아해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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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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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