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나부끼는 새마을 깃발 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17 1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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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앞세워 은근슬쩍 박정희 우상화?"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각 부처와 지자체들이 앞 다퉈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 전국에 나부꼈던 새마을 깃발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나부끼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일요시사>가 전국에 나부끼는 새마을 깃발을 추적해봤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로 기억되는 새마을운동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난 1970년 낙후된 농촌을 근대화 시킨다는 취지로 시작한 정부주도의 지역사회개발운동이다. 새마을운동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기초가 되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사실 민주화 이후 새마을운동은 찬밥 신세였다. 역대 정부가 새마을운동을 유신통치의 도구로 여겼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은 1969년 3선 개헌과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국가비상사태 선포 등 일련의 정치상황에서 진행됐는데, 당시 지식층에서는 새마을운동이 이 같은 정치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정치적 목적의 농촌동원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경제발전 기초
정치적 농촌동원

박 전 대통령 자신도 "10월 유신이라고 하는 것은 곧 새마을운동이고, 새마을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곧 10월 유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의 너무 획일적인 성장방식도 문제였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당시엔 박 전 대통령이 마을을 둘러보다 "마을 안길이 조금 좁지 않아?"라고 말을 하면 집안 대대로 살아와 애지중지하던 집의 뜰이나 마당도 동네 안길을 넓히는데 반강제적으로 헌납해야 했다.

때문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시청과 구청 안에 있던 새마을운동 사무실을 모두 철거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이 농촌을 잘 살게 했다는 선전은 속임수"라고 비판하며 새마을운동 지우기에 열을 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이명박정부 들어서서야 새마을운동은 겨우 조금씩 명예회복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너도나도 새마을운동 끼워 넣기
지역발전보다 새정부 코드 맞추기

그런데 40여 년이 지난 지금 전국에 새마을 깃발이 다시 나부끼고 있다.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대선 승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20일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청년들이 즐겁게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제2새마을운동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관가와 각급 지자체는 앞 다퉈 '새마을운동 띄우기'에 나섰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미 진행하고 있던 사업을 확대해 제2새마을운동의 지위를 부여했다.

농림부는 대통령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2011년부터 추진해온 '함께하는 우리 농어촌운동'을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도 지난 3월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비전인 '창조경제'를 21세기 새마을운동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창조경제
새마을운동

이 같은 사정은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경북 포항시는 '새마을 세계화' 사업의 영역을 아프리카 지역에 이어 아시아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경북 성주군은 '클린 성주·친환경 농촌 만들기 사업'을 제2의 새마을운동 일환으로 추진한다. 사업의 내용보다 '새마을'이라는 상징의 부활에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올 들어 지난달까지 경북도를 비롯해 경기 군포시, 충남 보령시, 경남 통영시 등 17개 지자체가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 관악구의회는 지난달 본회의를 열어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안'과 '바르게살기운동조직 지원 및 육성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조례를 통해 관악구는 새마을운동 관악구지회와 바르게살기운동 관악구협의회 등의 사업비와 행사비, 연수비 등을 지원하고 유공자 표창, 공공기관 새마을기 게양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마을운동 관악구지회 등 조례에서 언급한 4개 단체는 이미 올해 관악구 전체 사회단체보조금의 30.7%(1억5580만원)를 지원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지원 조례를 또 다시 만든 것이다. 제2새마을운동이 박 대통령을 향한 '과잉충성'의 결과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새마을운동·바르게살기운동 단체 지원 조례 제정은 지난 정권에서 이미 시작됐던 일이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엔 과열양상까지 띄고 있다.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는 이미 서울의 7개 자치구와 전국 160여 개 지자체가 제정해 운영 중이다.

또 박근혜정부는 최근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에 최외출 영남대 지역 및 복지행정학과 교수를 내정하고 제2새마을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위는 제2새마을운동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구심체 역할을 맡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발전위원장은 연간 1조5000억원 규모의 지역발전예산(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을 총괄하게 된다.

제2새마을운동은 이명박정부의 핵심 지역발전 정책이었던 '5+2 광역경제권 선도 사업' 대신 시·도를 중심으로 국민 복지 저변을 확대하는 운동이다. 지역발전위원회는 이달 말 공식 출범 예정이다.

이처럼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각 지자체로서는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역사적 논란은 뒤로 미루고 실리를 택해 너도나도 새마을운동 조례안 제정에 나선 경향도 있다.

유신 잔재도
돈만 된다면 

한편 지역발전위원장에 내정된 최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기획조정특보를 맡아 활동했던 인물이다. 일각에선 그를 그림자 실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 교수는 '새마을장학금' 1기생이다. 최 교수는 영남대 학생회장을 지내면서 '학도호국단'에 참여했고 당시 청와대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있던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다.



최 교수는 대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도 박 대통령이 당시 운영하던 장학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지원받았다. 영남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엔 2001년 새마을장학회를 만들었고, 2003년엔 새마을학회를 설립해 새마을운동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영남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초대 원장을 거쳤으며 현재는 영남대 박정희리더십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이 같은 최 교수의 지역위원장 내정으로 새마을운동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점점 커져가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부활이 국가 발전보다는 박정희 우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새마을운동 관련 사업을 보면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방향 설정도 없이 1970년대에 시행하던 과거형 시민운동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정부기관과 지차체는 앞서 언급했듯이 기존에 시행하던 사업들을 이름만 제2새마을운동으로 바꿔 시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국가발전보다는 새마을운동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미화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전문가들은 새마을운동에 대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것은 좋은 취지지만 아직 기반이 활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조건적인 투자는 자칫 재정낭비로 끝날 수 있다"며 "지역발전 정책의 핵심은 산업 활성화가 수반돼야 하는데 새마을운동이라는 컨셉에만 무게중심을 두다보니 그런 측면이 부족하다. 구호만 앞세우다 단순한 캠페인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21세기엔 맞지 않는 하향식 발전
묻지마 재정지원으로 끝날까 우려

그렇다면 왜 하필 새마을운동일까? 정치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를 원하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박정희 우상화'를 위해 그나마 국민적 거부감이 적은 새마을운동 카드를 꺼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새마을운동은 경제부흥에 관한 것이라 진보진영에서 무작정 비판하기가 쉽지 않고 보수층에서는 그 당시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들도 많아 박정희 우상화를 위해서는 최상의 카드라는 분석이다.

감히 제2의 5·16을 하겠다거나 제2의 유신을 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박정희 우상화를 위한 유일한 카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야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제2새마을운동을 정권 유지 방안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제2새마을운동' 추진은 지역사회개발보다는 사회구성원의 '의식개조'를 위한 정치적 의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양 최고위원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종합적 지배전략'으로 사용된 새마을운동이, 이번에도 박근혜정부의 '종합적 지배전략'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새마을운동 고집
숨은 뜻 무엇?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박 대통령 본인도 진보층이 새마을운동에 대해 갖고 있는 거부감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마을운동이라는 명칭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국가발전을 위한 정책이라면 굳이 제2새마을운동이라는 명칭을 고집해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


그 이면에 숨은 뜻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지역 산업 활성화가 정말 목적이라면 새마을운동 컨셉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기보단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국민계몽을 목표로 하고 국민동원으로 목적을 이뤄냈던 하향식 새마을 운동은 우리나라 실정과는 이미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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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