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나부끼는 새마을 깃발 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17 1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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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앞세워 은근슬쩍 박정희 우상화?"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각 부처와 지자체들이 앞 다퉈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 전국에 나부꼈던 새마을 깃발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나부끼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일요시사>가 전국에 나부끼는 새마을 깃발을 추적해봤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로 기억되는 새마을운동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난 1970년 낙후된 농촌을 근대화 시킨다는 취지로 시작한 정부주도의 지역사회개발운동이다. 새마을운동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기초가 되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사실 민주화 이후 새마을운동은 찬밥 신세였다. 역대 정부가 새마을운동을 유신통치의 도구로 여겼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은 1969년 3선 개헌과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국가비상사태 선포 등 일련의 정치상황에서 진행됐는데, 당시 지식층에서는 새마을운동이 이 같은 정치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정치적 목적의 농촌동원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경제발전 기초
정치적 농촌동원

박 전 대통령 자신도 "10월 유신이라고 하는 것은 곧 새마을운동이고, 새마을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곧 10월 유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의 너무 획일적인 성장방식도 문제였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당시엔 박 전 대통령이 마을을 둘러보다 "마을 안길이 조금 좁지 않아?"라고 말을 하면 집안 대대로 살아와 애지중지하던 집의 뜰이나 마당도 동네 안길을 넓히는데 반강제적으로 헌납해야 했다.

때문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시청과 구청 안에 있던 새마을운동 사무실을 모두 철거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이 농촌을 잘 살게 했다는 선전은 속임수"라고 비판하며 새마을운동 지우기에 열을 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이명박정부 들어서서야 새마을운동은 겨우 조금씩 명예회복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너도나도 새마을운동 끼워 넣기
지역발전보다 새정부 코드 맞추기

그런데 40여 년이 지난 지금 전국에 새마을 깃발이 다시 나부끼고 있다.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대선 승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20일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청년들이 즐겁게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제2새마을운동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관가와 각급 지자체는 앞 다퉈 '새마을운동 띄우기'에 나섰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미 진행하고 있던 사업을 확대해 제2새마을운동의 지위를 부여했다.

농림부는 대통령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2011년부터 추진해온 '함께하는 우리 농어촌운동'을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도 지난 3월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비전인 '창조경제'를 21세기 새마을운동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창조경제
새마을운동

이 같은 사정은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경북 포항시는 '새마을 세계화' 사업의 영역을 아프리카 지역에 이어 아시아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경북 성주군은 '클린 성주·친환경 농촌 만들기 사업'을 제2의 새마을운동 일환으로 추진한다. 사업의 내용보다 '새마을'이라는 상징의 부활에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올 들어 지난달까지 경북도를 비롯해 경기 군포시, 충남 보령시, 경남 통영시 등 17개 지자체가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 관악구의회는 지난달 본회의를 열어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안'과 '바르게살기운동조직 지원 및 육성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조례를 통해 관악구는 새마을운동 관악구지회와 바르게살기운동 관악구협의회 등의 사업비와 행사비, 연수비 등을 지원하고 유공자 표창, 공공기관 새마을기 게양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마을운동 관악구지회 등 조례에서 언급한 4개 단체는 이미 올해 관악구 전체 사회단체보조금의 30.7%(1억5580만원)를 지원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지원 조례를 또 다시 만든 것이다. 제2새마을운동이 박 대통령을 향한 '과잉충성'의 결과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새마을운동·바르게살기운동 단체 지원 조례 제정은 지난 정권에서 이미 시작됐던 일이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엔 과열양상까지 띄고 있다.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는 이미 서울의 7개 자치구와 전국 160여 개 지자체가 제정해 운영 중이다.

또 박근혜정부는 최근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에 최외출 영남대 지역 및 복지행정학과 교수를 내정하고 제2새마을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위는 제2새마을운동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구심체 역할을 맡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발전위원장은 연간 1조5000억원 규모의 지역발전예산(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을 총괄하게 된다.

제2새마을운동은 이명박정부의 핵심 지역발전 정책이었던 '5+2 광역경제권 선도 사업' 대신 시·도를 중심으로 국민 복지 저변을 확대하는 운동이다. 지역발전위원회는 이달 말 공식 출범 예정이다.

이처럼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각 지자체로서는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역사적 논란은 뒤로 미루고 실리를 택해 너도나도 새마을운동 조례안 제정에 나선 경향도 있다.

유신 잔재도
돈만 된다면 

한편 지역발전위원장에 내정된 최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기획조정특보를 맡아 활동했던 인물이다. 일각에선 그를 그림자 실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 교수는 '새마을장학금' 1기생이다. 최 교수는 영남대 학생회장을 지내면서 '학도호국단'에 참여했고 당시 청와대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있던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다.



최 교수는 대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도 박 대통령이 당시 운영하던 장학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지원받았다. 영남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엔 2001년 새마을장학회를 만들었고, 2003년엔 새마을학회를 설립해 새마을운동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영남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초대 원장을 거쳤으며 현재는 영남대 박정희리더십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이 같은 최 교수의 지역위원장 내정으로 새마을운동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점점 커져가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부활이 국가 발전보다는 박정희 우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새마을운동 관련 사업을 보면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방향 설정도 없이 1970년대에 시행하던 과거형 시민운동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정부기관과 지차체는 앞서 언급했듯이 기존에 시행하던 사업들을 이름만 제2새마을운동으로 바꿔 시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국가발전보다는 새마을운동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미화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전문가들은 새마을운동에 대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것은 좋은 취지지만 아직 기반이 활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조건적인 투자는 자칫 재정낭비로 끝날 수 있다"며 "지역발전 정책의 핵심은 산업 활성화가 수반돼야 하는데 새마을운동이라는 컨셉에만 무게중심을 두다보니 그런 측면이 부족하다. 구호만 앞세우다 단순한 캠페인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21세기엔 맞지 않는 하향식 발전
묻지마 재정지원으로 끝날까 우려

그렇다면 왜 하필 새마을운동일까? 정치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를 원하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박정희 우상화'를 위해 그나마 국민적 거부감이 적은 새마을운동 카드를 꺼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새마을운동은 경제부흥에 관한 것이라 진보진영에서 무작정 비판하기가 쉽지 않고 보수층에서는 그 당시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들도 많아 박정희 우상화를 위해서는 최상의 카드라는 분석이다.

감히 제2의 5·16을 하겠다거나 제2의 유신을 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박정희 우상화를 위한 유일한 카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야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제2새마을운동을 정권 유지 방안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제2새마을운동' 추진은 지역사회개발보다는 사회구성원의 '의식개조'를 위한 정치적 의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양 최고위원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종합적 지배전략'으로 사용된 새마을운동이, 이번에도 박근혜정부의 '종합적 지배전략'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새마을운동 고집
숨은 뜻 무엇?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박 대통령 본인도 진보층이 새마을운동에 대해 갖고 있는 거부감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마을운동이라는 명칭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국가발전을 위한 정책이라면 굳이 제2새마을운동이라는 명칭을 고집해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


그 이면에 숨은 뜻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지역 산업 활성화가 정말 목적이라면 새마을운동 컨셉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기보단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국민계몽을 목표로 하고 국민동원으로 목적을 이뤄냈던 하향식 새마을 운동은 우리나라 실정과는 이미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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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