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지방의회 백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19 10: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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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파 의원님 때문에 풀뿌리 다 뽑힐라

[일요시사=정치팀] 뇌물수수, 횡령, 성추행, 패싸움, 음주운전, 관광성 외유까지…. 올해로 22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 지방의회의 현주소다. 지방의회는 그동안 풀뿌리 민주주의 확산과 주민의식 함양 등 지역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이처럼 현재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제6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동안 지방의회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여러 사건들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난장판으로 전락한 지방의회 실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방의원들의 해외 외유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의원들이 외유에 나설 때마다 지역여론이 들끓지만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게다가 지난 5월엔 조금 특이한 사건도 벌어졌다. 경기도의회 윤화섭 의장이 경기도-전라남도 상생협약식에 불참한 채 칸영화제에 다녀온 사실이 밝혀진 것.

윤 의장은 협약식에 불참하고 칸영화제에 가기 위해 지역행사, 백모상 등의 거짓 핑계까지 댔다. 이와 관련 윤 의장 일행의 경비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 관계자는 “내년도 원활한 도비 확보를 위해 윤 의장 등 도의원 2명의 칸영화제 출장비용을 댔다”고 시인했다.

출장 빙자한 관광

한편 윤 의장은 의장 취임 후인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6차례나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몽골, 터키, 미얀마, 호주·뉴질랜드, 베트남, 독일 등으로 상당수 일정은 외유 성격이 짙었다. 윤 의장과 같은 당인 민주당 의원조차 "윤 의장이 해외여행을 다니려고 의장이 된 것 같다"고 비난할 정도였다. 경기도의회에선 윤 의장에 대한 자진사퇴 요구가 거세지만 윤 의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도의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외유와 관련한 추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성북구 의원들은 지난 5월 구의회 예산으로 7박9일 일정의 터키 출장에 나섰다가 이스탄불 시내 한복판에서 숙소에 대한 불만과 방 배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자기들끼리 싸움을 벌이는 추태를 벌이기도 했고, 지난 4월에는 북한의 대남 위협이 극에 달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전남 의원들이 줄줄이 해외연수를 떠나 '안보 외면'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급기야 안전행정부는 지난 14일 해마다 끊이지 않는 지방의원의 외유성 연수 논란을 막자는 취지로 연수계획 및 각 의원별 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동시에 지역주민·시민단체의 감사체계를 제도화한다고 밝혔지만 그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게다가 지방의회에서의 감투싸움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시의회의 경우 의원수가 10명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감투싸움은 더 치열했다. 의원이 고작 10명인 경남 의령군의회는 지난해 7월 후반기 원구성 이후 원구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같은 해 10월 1차 정례회만 개최한 후 지난해 11월12일까지 의회를 열지 못했다.

감투싸움 끝에 의원 절반 이상이 감투를 쓰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졌다. 의원이 7명인 대구 중구의회는 지난해 12월 운영행정위원회와 복지도시위원회 등 2개의 상임위를 신설하고 2명의 의원을 위원장으로 뽑았다. 이 때문에 7명의 의원 중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2명 등 4명이 감투를 썼다. 전형적인 나눠먹기를 한 셈이다.

의원들 간 폭력사태도 난무한다. 경남 진주시의회에선 지난해 12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현보 부의장이 여성 의원과 전문위원들에게 명패를 집어던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구 북구의회에서는 지난해 11월 이동수 의원이 최광교 의장을 폭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예산 삭감을 둘러싼 이견으로 한밤중에 길거리에서 난투극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혈세를 개인 쌈짓돈처럼 쓴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경기도의회 의원들은 법인카드를 집 근처 치킨·피자가게에서 사용하거나 휴가기간에 외지에서 가족들과의 식사비를 결제하는데 사용하는 등 추태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외유 나가서 싸우고 성매매 적발되고
감투싸움 추태에 당리당략 구태 밥 먹듯

이외에도 현재 지방의회는 당리당략에 따른 의사 결정, 집행부와의 힘겨루기 및 불필요한 갈등 조장, 민생 현안 외면 등으로 주민 생활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방의회의 추태가 이어지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1년 전국 지방의회에 '행동강령 조례 제정'을 촉구했으나, 전국 244개 광역·기초 지방의회 가운데 조례를 제정한 곳은 경기 연천군의회 등 15곳에 그쳤다. 사실상 자정 노력을 거부한 셈이다.

지방의원 행동강령 조례 표준안에는 △의원 간 금품 수수 행위 금지 △경조 금품의 수수 제한 △이권 개입 금지 등 지방의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15개 행위 기준이 정해져 있고, 민간위원 7~9명으로 구성된 행동강령운영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지방의원들의 각종 위반행위를 조사하고 징계 수위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의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 지방의원들도 할 말은 있다. 우리나라에 지방의원이 워낙 많다보니 그만큼 사건 사고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외연수와 관련해서는 시스템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지방의회 해외 연수의 경우 연례행사 식으로 주어진 예산에 맞춰 방문국가 및 연수일정을 짜다보니 정작 업무상 해외출장이라기보다 의례적인 견학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사가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공식 업무 외에 관광 일정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가라고 해서 간 것뿐인데 혈세를 낭비하는 잠재적인 범법자로 전락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지방의원의 경우 출마자에 대한 정보를 유권자들이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되다 보니 묻지마 선거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방의원들의 경우는 여론의 감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보니 추태가 발생할 여지가 더 크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무관심도 문제다. 춘천시에서는 지난 2009년 두 차례에 걸친 폭력사태로 물의를 빚은 모 의원을 주민소환하자는 운동이 춘천시민연대 등 10개 시민사회단체를 주축으로 전개됐으나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실패로 끝나기도 했다.

자정노력 필요

이 같은 지방의원들의 일탈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일각에선 지방의회 무용론을 주장하며, 지방의회를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들려오고 있지만 일련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시 행정부가 가속페달이라면 시의회는 브레이크다. 일방독주하고 있는 단체장의 강력한 권한과 행정부을 견제하기 위해선 브레이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브레이크 페달을 없애버린다면 지방자치는 더 큰 위험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치전문가들은 "물론 지방의회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 시의원들의 부적절한 행동과 부패, 비리문제에 대해선 엄격히 처벌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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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