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사정바람' CJ가 죽어야 사는 사람들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12 10:15:13
  • 댓글 0개

'고립무원' CJ…누가 왜 이토록 탈탈 터는가?

[일요시사=정치팀] CJ그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검찰은 CJ를 그야말로 탈탈 털고 있다. 불과 5년 전 같은 사안에 대해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는 영 딴판이다. 또 재계 총수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노골적으로 재계의 편을 들어주던 보수언론들은 오히려 CJ그룹을 앞장서서 공격하고 있다. '검찰보다 언론수사대가 무섭다'는 재계 관계자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요즘이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CJ그룹과 이재현 회장을 고립무원의 처지로 몰아넣어 반드시 죽여야만 사는 사람들은 과연 누굴까? 



CJ그룹을 향한 검찰 수사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달 21일 시작된 수사는 불과 2주 만에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부터 주가조작 의혹, 편법 증여 의혹,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까지 수사범위를 광폭으로 넓혀가고 있다. 실로 예상치 못했던 이례적인 일이다.

봐주기수사?
표적수사?

검찰은 이미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에 대한 이번 수사는 그야말로 속도전이었다. 수사 개시 후 불과 이틀 만에 이 회장을 출국금지 시키는가 하면, 이례적으로 이 회장의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펼쳤다. 불과 5년 전 CJ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이 회장이 상속세 1700억원을 자진납부하자 관련수사를 모두 종결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차명재산이 발견될 경우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기 위해 재조사하는 것이 관례였음에도 당시 국세청은 재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또 거액의 세금을 추징하면서 당연히 취해야 할 검찰 고발조치도 생략했었다. 5년 전 수사가 사실상 '봐주기수사'였다면 최근 수사는 '표적수사'에 가깝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CJ그룹의 처지는 그렇게 불과 5년 만에 180도 달라졌다. 이를 두고 정·재계에서는 "CJ가 이번에는 된통 걸린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아무리 재계순위 14위의 대기업 CJ라도 이번 사건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정·재계에는 CJ가 죽어야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CJ가 죽어야 사는 사람들. 그들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선 CJ 수사와 관련해 언제나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삼성이다. CJ와 삼성의 악연은 이미 유명하다. CJ 측도 이번 수사의 배후로 공공연히 삼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재현 회장은 삼성가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회장의 아들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맹희 전 회장의 친동생이다. 삼성과 CJ의 갈등은 지난 1967년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쉴 새 없이 털리는 CJ "배후는 누구?"
MB와 친하게 지낸 게 오히려 '독'
 

삼성의 창업주 고 이병철 전 회장은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병철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 이맹희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섰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아버지로부터 신뢰를 잃고 동생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뺏기게 된다.

이후 이맹희 전 회장은 공공연히 동생인 이건희 회장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려 아버지와 자신을 갈라놨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삼성과 CJ의 사이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맹희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상속 소송을 벌이면서 양측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지난해 2월에는 이재현 회장에 대한 삼성 직원의 미행 사건이 터졌고, 같은 해 11월에는 고 이병철 회장의 선영 참배를 놓고 삼성 측이 CJ일가가 정문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면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삼성과 CJ와의 상속전은 삼성의 승소로 끝났지만 이맹희 전 회장 측이 항소하며 소송을 장기전으로 끌어가려 하자 삼성이 CJ그룹 비리와 관련한 핵심 단서들을 수사기관에 제보했다는 억측성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물론 삼성으로선 CJ의 비자금을 직접 공략함으로써 CJ가 장기 소송전을 이끌 동력을 소진시킬 수 있다. 만약 이맹희 전 회장 측이 소송에서 이기게 된다면 삼성의 후계구도가 송두리째 흔들릴 공산이 크다. 삼성으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삼성 vs CJ
CJ vs 종편

두 번째로 거론되는 세력은 '종편채널'들이다. 최근 보수로 분류되는 종편채널들이 CJ에 대한 의혹제기 전면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보수언론들은 재계 총수에 대한 비판보도에 무척 소극적이었다. 심지어 보수언론들은 재계에 대한 수사가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재계 총수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재계 총수가 그동안 경제발전에 기여했던 점들을 나열하며 동정여론을 형성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그동안의 보도 행태와 비교하면 CJ 관련보도는 무척 공격적이다. CJ 관계자들도 검찰 수사보다 종편채널들의 연이은 보도 때문에 더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하소연 할 정도다.

일부 사건의 경우는 종편의 보도가 검찰의 수사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를 두고 '종편의 CJ 죽이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CJ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종편들이 CJ가 죽기를 바라는 이유는 간단하다. 종편 입장에서 CJ는 광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껄끄러운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CJ는 현재 tvN, Mnet, OCN, CGV, SUPER Action, 캐치온, 올리브, 온스타일, 스토리온, XTM, 투니버스, 온게임넷, 바둑TV, KM TV, 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 중화TV 등 다양한 콘텐츠의 케이블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다. 종편 입장에서 CJ는 자신들과 공생관계인 대기업이 아니라 경쟁자로만 보이는 이유다.

게다가 CJ는 종편사들의 채널 배정권을 가진 우위 사업자이기도 하다. 종편사들은 현재 CJ가 배분해주는 송출수수료를 받아들여야 하고, 채널 배정에 있어 CJ의 눈치를 봐야하는 위치다. 이 때문에 이번 CJ수사가 진행되기 전 이른바 조중동이 앞장서서 제기했던 '유사보도' 문제도 결국은 CJ를 겨냥한 것이라는 뒷말이 무성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CJ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종편들이 기다렸다는 듯 CJ와 관련된 온갖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계에서도 "삼성과 관련한 수사 때에는 침묵하던 언론들이 CJ와 관련한 수사에서는 단순한 피의사실까지도 앞 다퉈 보도하는 것은 어떠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종편들이 사실상 CJ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보복성에 가까운 보도행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밉보인 CJ
절대권력의 힘

세 번째로 거론되는 대상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정·재계에서는 지난 방미 경제수행단에 CJ그룹이 제외된 것을 놓고 이미 뒷말이 무성했다. 이를 두고 정·재계에서는 CJ그룹이 이명박정부 시절 정권 핵심인사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승승장구했던 것이 박 대통령에게 밉보여 사정대상 1호가 됐다는 설이 나돌았다. 실제로 이재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양아들'이라고까지 불렸던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과 35년 지기이며, 이 전 대통령의 50년 지기 친구로 유명한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과도 역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함께 CJ는 특히 그동안 CJ E&M의 tvN 채널을 통해 정치풍자를 강화하면서 보수진영의 심기를 거슬러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대선기간 국정감사에서는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tvN 채널에서 방영하는 <여의도텔레토비>에 대해 특정후보, 즉 박근혜 후보를 비하하고 욕설이 난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방송에서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으로 분장한 인물이 박 대통령으로 분장한 인물에게 "너 같은 오만과 불통하고는 밥 안 먹어"라고 하는가 하면, 박 대통령의 취임식을 소개하면서 "첫 번째 뉴스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이, 아니 잠깐만요. 이게 왜 첫 번째 뉴스입니까? 혹시 여기 제작진 중에 '일베'하는 사람 있습니까?"라며 비꼬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가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박근혜에 "오만, 불통" 막말 퍼붓더니
잘 나가던 CJ 창립 후 최대위기 직면

우연의 일치인지 검찰이 CJ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글로벌텔레토비(구 여의도텔레토비)>가 결방됐고, CJ가 영입한 MBC 출신 최일구 앵커가 진행할 예정이던 tvN <최일구의 끝장토론>이 이례적으로 첫 방송 바로 전날 방영이 취소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 말 안듣는 정·재계에 대한 군기를 잡기 위해 CJ만큼 좋은 타깃도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러한 와중에 수사가 흐지부지 되어버린다면 박 대통령의 정·재계 군기잡기는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CJ가 이번 수사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윤창중 사태 이후 국면전환을 간절히 원하고 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CJ수사를 통해 국면전환과 동시에 경제민주화 및 지하 경제양성화에 대한 의지를 국민들에게 확인 시키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게 됐다.

검찰도 사생결단
'죽여야 산다'

네 번째로 거론되는 세력은 바로 검찰이다. 검찰은 그동안 일선 검사들이 각종 성추문과 부정비리로 논란을 겪으면서 궁지에 몰렸었다. 결국 지난해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더니  올해 중수부가 폐지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이처럼 위기상황에 몰린 검찰이 이를 돌파할 카드로 CJ를 택했다는 것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취임일성이 '위기에 빠진 검찰의 신뢰 회복'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가 쉽다.

실제로 검찰은 이번 CJ에 대한 수사로 조직의 위상이 크게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번 CJ 수사는 검찰에게 큰 의미가 있다. 채 총장의 취임 후 진행되는 첫 기업수사인데다 중수부 폐지 후 강화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첫 번째 수사이기도 하다.

이번 수사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면 검찰에 대한 신뢰회복은 요원해진다. 이를 의식한 듯 검찰도 이번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하며 유례없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CJ의 각종 범법행위를 추가로 밝혀낼 경우 수사의 정당성과 상징성은 배가된다.

반대로 제대로 혐의를 입증해내지 못한다면 검찰은 또 한 번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검찰로선 CJ를 기필코 죽여야 사는 처지인 것이다. 이처럼 CJ의 현재 상황은 대통령과 삼성, 검찰, 보수언론의 틈바구니에 완벽하게 포위된 상황이다.

CJ 사건을 바라보는 한 정치평론가는 "물론 CJ가 받고 있는 혐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굴지의 재벌그룹 오너일가의 비자금과 탈세 문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하지만 문제는 CJ에 대한 수사와 언론 보도가 너무나 일방적이고 광범위하다는 데 있다"며 "이쯤에서 우리는 '왜'라는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CJ가 권력 최상층의 이해관계에 얽혀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그리고 면밀히 살펴봐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