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원세훈 게이트’ MB 정조준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10 13: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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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꼬리 잡아당기면 끝에 MB 있다?

[일요시사=정치팀] 검찰이 박근혜정부 들어 첫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칼끝은 유난히 매섭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 여부를 두고 법무부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강도 높은 검찰개혁이 요구된 탓에 일단 ‘강경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MB도 옴짝달싹 못하게 생겼다. 검찰의 칼끝은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심장을 겨눈 것일까? <일요시사>가 ‘원세훈 게이트’를 통해 MB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을 점쳐 봤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검경과 국회가 들썩인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짧지 않은 여정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국정원과 경찰, 그리고 언론과 민주당 사이에 수차례 고소·고발이 오갔다. 그리고 최근 황보건설 전 대표 황보연씨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뒤늦게 동력이 붙은 검찰 수사도 그나마 아슬아슬하다. 오는 6월19일 국정원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는 MB도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기는 원 전 원장과 마찬가지다.

수사과장 좌천 후
‘몸통’ 고발에 수사 개시

국정원사건은 작년 12월11일 민주당이 국정원 직원 김모씨를 선관위와 경찰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하면서 발단이 됐다. 얼마 전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던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그날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했다.

수서경찰서는 국정원에 범죄수사 개시를 통보하고 노트북과 테스크탑 컴퓨터 등 증거를 수집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했다.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있기 3일 전 국정원이 이러한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다음날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권은희 수사과장에게 직접 전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를 방해하는 윗선의 ‘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권력층 비호 속
황보건설 승승장구


대선 이틀 전, 수사경찰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일축하는 내용의 중간수사 결과를 급거 발표했다. 그리고 대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

2월4일 권 과장이 수서경찰서에서 송파경찰서로 전보되기까지, 권 과장과 경찰청 고위관계자 사이 미묘한 신경전이 오갔다. 권 과장의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경찰 고위층의 심기를 건드렸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김모씨가 대선 관련 인터넷 글에 추천과 반대 의사 99차례 표시했다.” “경찰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나온 권 과장의 발언들이다.

경찰청 고위관계자가 권 과장에게 “(언론에) 한마디라도 더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 과장의 전보조치가 ‘좌천’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정원사건을 진두지휘했던 권 과장이 전보되면서 경찰 수사는 동력을 잃은 듯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김용판 전 서울청장을 고발하고 민주노총과 4대강범대위, 참여연대, 민변 등이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국정원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퇴임 이후 개인사무실 내고 뛰던 MB “나 지금 떨고 있니?”
국정원사건이 뭐라고. 경찰·검찰·국회·언론까지 ‘들었다 놨다’


경찰이 국정원사건을 수사한 지 4개월 만에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적용하기로 하고 사건을 검찰에게 넘긴 탓에, 공무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왜 선거법을 적용하지 않느냐를 두고 정가와 검찰에서는 설왕설래가 한창이었다.

검찰은 수사 내내 물증 확보에 주력했다. 경찰은 3개 사이트에서 불과 100여 건의 정치적인 글을 찾아내는 데 그쳤지만, 검찰은 1개 사이트를 분석해 수백 건을 확보했다. 국정원 직원이 특정정당이나 후보를 거론한 글도 수사과정에서 발견되면서,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국정원사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황보건설의 금품 로비 의혹이 정·관계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원 전 원장은 검찰의 칼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원 전 원장이 우선 황보건설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고, 골프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뇌물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황보건설 전 대표 황씨를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해 철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황씨의 개인비리보다 정권실세에 대한 로비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황씨가 원 전 원장 등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로 관급공사를 수주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황보건설은 MB정부 시절 8배 가까이 성장한 점이 더욱 의심을 샀다. 2008년 63억원에 불과하던 황보건설의 매출은 ▲2009년 296억원 ▲2010년 408억원 ▲2011년 473억원 등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역시 2009년 970위대에서 2012년 380위대까지 급성장세를 기록했다. 

당시 황보건설은 대형업체가 수주했던 도로건설공사 중 일부를 수행했다. 이로 인해 황보건설은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채찍 든 검찰
당근 든 법무부

검찰은 황씨가 로비를 벌인 정관계 인사들이 황보건설이 각종 관급공사를 수주하고 대형건설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써줬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검찰은 황씨에 대한 수사 초기에 황보씨가 작성한 정관계 인사, 금융·언론인 등에게 보낸 ‘선물리스트'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황씨가 원 전 원장에게 순금과 명품의류, 가방 등 10여 차례에 걸쳐 금품을 제공했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인터넷상 종북세력에 대한 대응이나 MB정부의 4대강 사업 등 정부 주력사업의 홍보 등을 지시했고, 심리정보국 산하 대응팀이 각종 사이트에서 댓글활동을 한 사실을 확인한 상황에서 황보건설 로비 물증은 원 전 원장을 옥죄고도 남았다.

제동은 엉뚱한 곳에서 걸렸다.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검찰과 ‘신중해야 한다’는 법무부 간 갈등이 빚어진 것. 검찰은 정권 교체기마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악습을 끊으려면 강도 높은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와 달리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수사가 공안사건인 데다 선거법 적용 여부를 다투는 사안으로, 일반 형사사건이나 특수사건과 달리 정밀한 법리검토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국정원법 혐의만” 검찰 “선거법 위반도” 법무부 “신중히”
‘대표 MB맨’ 잡으면? 국정원·4대강·주가조작·내곡동 털린다  


검찰의 주장대로 원 전 원장을 구속할 경우 MB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란 게 정가의 일반적인 목소리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MB를 바로 끌어올 수 없으니, 원세훈을 거치는 것이다. 모든 칼날은 MB를 향하고 있다”라며 “국정원사건으로 원 전 원장을 건드리면 MB의 4대강, 주가조작, 내곡동까지 수사가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라고 조심스레 귀띔했다. 

실제로 국가 정보기관의 최고수장 자리에 올랐던 원 전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혔다. 원 전 원장은 MB가 서울시장 재임 시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원 전 원장은 MB가 청와대에 입성하자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후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MB정부에서 그는 승승장구했으며, 전례 없이 국정원장으로 장수했다.

전 국정원 직원이었던 김모씨가 원 전 원장에 대해 “MB에게 목숨 바쳐 충성하는 사람일 것”이라 말한 것만 보더라도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는 곧 MB를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불구속 기소 결정?
수사 난항 예상

실제로 당시 한 언론사는 “그동안 원 원장은 정부 내에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언터처블(untouchable) 실세’였다. 매주 금요일 MB를 독대한다. 이 자리엔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배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 원장의 대통령 독대가 각종 민감한 현안이나 인사 문제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원 원장에게 줄을 대기 위해 노력하는 장차관이 적지 않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원 전 원장에 대해 검찰이 불구속 기소키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 기소 입장을 고수했던 일선 수사팀이 강력 반발하는 등 검찰 내 심각한 내홍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MB수사에 먹구름이 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소시효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서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진행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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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