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노리는 국정원 꼼수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30 14: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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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후 6개월만 버티면 만고 땡!

[일요시사=정치팀]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조작사건이 발단이 된 이른바 '국정원사건’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던 당시의 정황이 언론에 의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국정원사건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검찰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빨리 처리하라고 종용하는 이유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이 대대적으로 단행됐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경찰 윗선의 외압 의혹을 밝히기 위한 문건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지난주 서울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공소시효만 버티면…”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 댓글 수사 당시 하드디스크를 분석했던 사이버수사대와 공조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를 집중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2월11일부터 22일까지의 전산자료와 직원 이메일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수사 관련 보고 및 결재서류를 확보했다.

외압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컴퓨터 서버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아울러 검찰은 김 전 청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여직원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청장은 19시간이 넘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조사를 마친 김 전 청장은 동석한 변호사와 함께 6시간 20여분 동안 작성된 조서 열람과 수정 요청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청장은 조사를 마친 뒤 "중간 수사발표가 적절했느냐" "각종 의혹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는 말을 남겼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을 상대로 수사 축소나 은폐 의도를 가지고 서울청의 키워드 분석 작업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담당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또한 지난해 대선 직전 부실한 중간수사를 발표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경위와 사실관계를 물었다. 김 전 청장은 대동한 변호사와 함께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청장 진술과 압수물 분석 자료, 관계자 진술, 경찰 측의 자체 감찰 자료 등을 비교·분석한 뒤 김 전 청장에 대한 재소환 여부 및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경찰은 경찰 수뇌부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서울 송파결찰서 수사과정(전 수서서 수사과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권 과장은 오후 1시30분께 출석해 자정 가까운 시각에 귀가했다. 권 과장은 검찰 조사 직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검찰 쪽에서도 경찰 지휘부의 부당한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해 상세히 밝히려고 노력하다 보니 조사가 길어졌다고 했다. 

권 과장은 “검찰에 누가 부당한 지시를 했는지 상세히 설명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 드리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선 후 6개월 지나고 참고인 조사, 증인 소환, 증거물 압수수색
국정원사건 공소시효 배제 법안 발의, 수사 촉구 촛불집회 확산


검찰의 수사는 이제 시작단계다. 김 전 청장과 권 과장 조사, 그리고 압수한 증거물들에 대한 수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앞으로 3주 정도 남은 기간에 국정원 관련 사건을 수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관련자가 많고 조사할 증거가 많은 경우 관련사건 전담팀이 구성된다.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디도스사건도 특검팀이 구성돼 수사하는데 몇 달이 걸렸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정원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특검팀 구성 여부를 놓고 논의조차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 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정원 수사가 외압에 의해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의 정치 관여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고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정원 정치관여죄가 형사소송법상 정해진 공소시효 기간에 구애받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국정원 직원이 정치관여 금지를 위반할 경우 이를 언제든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정원 직원은 상급자의 정치활동 지시를 거부할 수 있고 정치관여에 대한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도록 했다. 또한 국정원이 정치관여 금지를 위반할 경우 현행 5년 이하 징역과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 것을 5년 이상 징역과 10년 이상 자격정지로 대폭 강화했다.

민 의원은 매체를 통해 “최근 국가정보원장의 정치개입 지시와 이에 따른 국정원 직원의 정치 개입 및 선거 개입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는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는 중대범죄”라며 “이는 끝까지 추적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요시사>와 만난 전 국정원 직원 김모씨는 “어차피 공소시효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 전에 반드시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소시효를 앞둔 국정원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도 지난 4일부터 매주 토요일 열리고 있다. 이들은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끝나는 오는 6월19일까지 서울역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개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국회에서 열린 업무보고를 통해 “현재까지 수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공소시효 도래 전에 수사를 종결하고 검찰에 송치해 합동수사를 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기소 후 추가수사 가능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방법은 있다. 일단 기소를 해놓고 그 후에 추가수사를 진행하는 방법이다. 아마 이번 사건도 그렇게 처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사건은 이번주가 검찰 수사의 성패를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과연 촉박한 시간에 검찰이 국정원사건을 잘 마무리할지, 그렇지 않다면 국정원사건 전담팀이 꾸려져 재수사가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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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