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친노 ‘부활의 노래’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29 10: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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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아웃’ 당한 잘나가던 폐족 ‘지금은 워밍업?’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23일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행보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친노세력이 주축이 된 작년 총선과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올해 이어진 당내 선거에서도 연패를 거듭했다. 일단 친노는 추진동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분고분 물러날리 없는 친노다. 드라마틱했던 ‘노무현의 삶’ 만큼 ‘노무현의 후예’들도 위기를 극복하고 부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대다수의 정치전문가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평가만큼 진폭이 큰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노풍’을 일으키며 한때 대선후보 여론조사 6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던 그다. 그랬던 노 전 대통령의 인기는 임기 말 바닥까지 떨어졌다.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재보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40대 0이라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노 전 대통령은 혹독한 민심을 경험했다. 그러나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다시 오르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에도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친노의 생명력이 엿보인다.

영결식에 500여 만명
재평가 시작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5월 전국은 추모열풍에 휩싸였다. 노 전 대통령은 불굴의 의지로 기득권에 도전했다. 하지만 그는 비극적인 죽음과 맞물려 국민의 슬픔을 자아냈다. 노 전 대통령 영결식 자리엔 그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와 함께 전국 500여 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대한민국 역사상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와 더불어 민주당의 지지율도 함께 올라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된 탓이다. 당시 10%에 그쳤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른 것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열풍에 힘입은 것이란 평가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정치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것은 민주당 내 친노세력이 득세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30여 명 현역의원
여전히 최대계파


2011년 민주당은 친노가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 등 시민사회세력과 합당해 민주통합당으로 거듭나면서, 명실상부한 ‘친노의 당’이 됐다.

친노는 지도부 자리도 대거 꿰찼다. 이들은 국민이 전당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바일투표’를 전격 도입했다. 그리고 2012년 친노인 한명숙 의원이 모바일투표 도입 후 첫 선거를 치르며 당대표에 올랐다. 역시 친노성향의 문성근 전 상임고문이 2위로 최고위원이 됐다.

그러나 친노는 곧 위기를 맞았다. MB정권 말기 국회의원 총선은 민주당의 완승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략공천’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다 이긴 선거에서 졌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한 전 대표는 이에 책임을 지고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까지 친노를 괴롭히고 있는 ‘패권주의’ 논란이 일어난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박영선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총선 패배의 트라우마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5월4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도 당대표 선출권한을 가진 대의원 선출과정에서 친노와 비주류 사이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아직까지도 친노에 대한 비주류의 불신이 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무현 서거 당시 민주당 지지율 급등, 지방선거에서 친노 당선
모바일투표 통한 전당대회, 잇따라 선거 패배하면서 갈등 증폭

한 전 대표가 물러난 후 6·9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해찬 전 대표에 대한 반발도 매우 극심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모바일투표가 있었다.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친노와 비주류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양측의 갈등은 대선경선까지 이어졌다. 사실상 비주류는 문재인 의원의 대선후보 선출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 같은 당내 위기는 대통령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결국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깝게 분패하고 말았다.

그 후 민주당의 대선평가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대선이 끝나고 반년이 지나도록 이들의 갈등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대선 책임론’으로 문재인 의원 및 친노 대표 주자들의 행보가 자유롭지 못하고, 김한길 의원이 민주당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친노세력은 현재 벼랑 끝 위기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친노세력의 부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친노가 여전히 30여 명이 현역의원을 보유한 당내 최대계파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 친노로 분류되는 의원이 전체 127명의 3분의 1을 넘는다. 당협위원장도 어림잡아 40%는 된다. 전문가들이 작금의 위기를 ‘친노의 몰락’이라고 섣불리 단정하지 않는 배경 중 하나다. 당권을 장악한 신임 김 대표가 친노를 끌어안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성의 목소리 넘쳐
‘업그레이드 친노’ 전망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방문해 친노와 접촉면을 넓혔다. 

앞서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의 추모문화제에서 김 대표가 친노 지지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하면서 지도부의 봉하마을 불참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민주당은 의원들에게 참석을 독려했다. 이를 계기로 양측이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김 대표에 대한 친노의 노골적인 거부감 표시에 대해 친노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것도 그렇다. 문재인 의원과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김 대표에게 직접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 분위기 전환이 이뤄진 것도 청신호로 해석된다.



이날 봉하마을에서는 문 의원을 비롯해 이해찬·한명숙 전 대표, 그리고 최근 탈당한 문성근 전 대표대행이 참석해 자연스럽게 김 대표와 친노세력과의 ‘스킨십’이 이뤄졌다.

친노가 곧 부활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은 ‘업그레이드된’ 친노를 전망한다. 당장 친노진영 자체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좌장격인 한명숙·이해찬 전 대표는 이미 원로가 됐다. ‘노무현의 그림자’이자 지난해 유력한 잠룡이었던 문재인 의원, ‘노무현의 적자’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지사 등은 홀로서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계를 떠났고, 문성근 전 상임고문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봉하마을 추모제 민주당 주요인사 총집결, 계파 간 스킨십 강화
분화단계 거쳐 이전과 다른 친노, 친(親)문재인 세력으로 재집결

관계자들은 친노는 분화의 단계를 거치면서 새로운 구심점을 찾아 재집결에 나설 것이라고 추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문 의원과 안 지사가 구심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독자세력화 흐름에 맞물려 문 의원이 보폭을 넓히면서 친노진영이 친문(친문재인) 그룹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안 지사의 행보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현재로선 친노가 대선 패배의 책임론 공방에서 자유롭지 않은 까닭에 당분간은 잠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친노를 향한 비난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운신의 폭을 넓히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보폭을 넓히는 전환점으로 10석 가까운 의석이 걸려 있는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한길호’가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해 책임론이 제기될 경우 친노의 재등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분간 잠행
보궐·지방선거 발판

안으로는 명목상으로라도 김 대표와 손을 잡고 정치쇄신에 일조하고, 밖으로는 불리한 여론을 타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친노가 벼랑 끝 위기감에 맹목적 헤쳐모이기에만 매달린다면 희망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인맥에 따른 이합집산이 아닌 가치지향적 세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 본부장은 “정치세력으로서 친노는 이제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매체를 통해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가치로서의 친노’는 의미가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김 본부장은 민주당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계승하는 정당이니까 민주당 정체가 친노라고 볼 수도 있고 국민 사이에서도 그런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가치로서의 친노’라는 의미를 해석한 후에 “하지만 ‘친노 프레임’이라고 하는 게 결국 그것을 통해 이득을 얻는 세력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건 대립과 갈등의 정치문화”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립과 갈등의 정치문화는 극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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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팬티 추태’ 윤석열 드러누운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무작정 버티기’에 나섰다. 내란 특검의 조사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불출석하는 것과 더불어 김건희 특검의 소환 조사와 체포 집행에도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인으로서 부끄럽다’는 의견과 ‘어차피 실익이 없으니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하 김건희 특검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결국 조사하지 못했다. 조사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로 이도저도 못하게 됐다. 드러누운 법꾸라지 김건희 특검팀은 ▲통일교 청탁 의혹 ▲집사 게이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재판 청탁 의혹 ▲공천개입 등 ‘명태균 게이트’ ▲양평고속도로·양평공흥지구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 여사와 이들 의혹의 직접적인 연관고리를 밝혀내기 위해 ‘키맨’이라 불리는 여러 핵심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한 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당초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소환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전반적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를 거론하며 지난달 재구속된 이후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의 소환 조사에도 줄곧 불응해왔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 재판에도 같은 이유로 3주 연속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예상대로 윤 전 대통령은 해당 소환 조사에 불응했다. 특검 측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소환 요구 시한인 오전 10시까지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았고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의 지병인 당뇨가 악화하고 간 수치가 상승하는 등 건강이 나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주치의로부터 실명 위험 소견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상관없이 김건희 특검팀은 언론 공지를 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내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수사협조요청서를 서울구치소장에게 재차 송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소환 조사에도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상 이유로 모두 불응 속옷 차림에 부상 주장까지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아직 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어떠한 소식도 전해 들은 바 없다”며 “내란 특검에서 소환했을 때도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특검팀의 엄포에도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0일 예정된 2차 소환조사에도 불응했다. 김건희 특검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도록 통보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향후 조치에 관하여는 오후 브리핑 때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오후 2시12분경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반드시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게 됐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가 영장 집행을 위해 구치소로 오면 구치소 직원들을 지휘해 영장을 집행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며 “검사가 지휘하면 따라야 한다. 이는 강제조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현장에 투입된 실무자들이 집행을 거부할 우려도 있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는 세 차례 구치소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구치소 측이 “물리력 행사가 어렵다”고 호소하면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관련 혐의로 구속돼 있어 내란 특검은 별도의 체포영장 없이도 강제구인할 수 있다. 실제로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구인을 2차례나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저항 때문에 중단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 김건희 특검팀의 문홍주 특검보는 검사와 수사관과 함께 서울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다. 특검팀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을 찾았을 당시 그는 팬티와 메리야스(민소매 속옷 상의)만 입고 수용소 바닥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체포 집행 점입가경 특검팀은 20~30분 간격으로 총 4회에 걸쳐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요구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이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수차례 말을 끊으면서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이날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2시간여 동안의 대치는 빈손으로 끝났다. 당초 문 특검보가 서울구치소를 직접 방문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건 교도관을 지휘해 어떻게든 조사실로 데려오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속옷 차림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에 대해 “옷을 다 갖춰 입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인 접촉을 하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 예상돼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인을 위해선 옷을 입도록 해야 하는데 강제로 옷을 입히는 과정에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오 특검보는 “피의자(윤 전 대통령)에게 다음번엔 물리력 행사를 포함해 체포를 집행할 것임을 고지했다”며 “피의자는 평소 법과 원칙 및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왔다. 전직 검사·검찰총장·대통령으로서 특검의 법 집행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이 중지된 지 1시간 만에 변호인단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 이후 변호인단은 “4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 협소한 공간에서의 수용자 복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설명하며 논평하는 건 인신 모욕”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심장혈관 및 경동맥 협착의 문제, 자율신경계 손상으로 인한 체온조절 장애까지 우려돼 수사와 재판에 응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김건희 특검팀은 체포영장 만료 시일인 지난 7일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저항으로 또다시 불발됐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서울구치소 기동순찰팀(CRPT) 요원을 포함한 교도관 10여 명이 윤 전 대통령을 붙잡고 끌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물리력을 동원한 2차 체포 집행으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특검팀은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이날 오전 9시에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다. 특검팀은 이보다 이른 오전 7시50분쯤 서울구치소에 도착했고, 윤 전 대통령 측 김홍일·배보윤·송진호 변호사도 오전 8시를 약간 넘은 시각 구치소에 도착했다. 특검 측과 변호인단은 오전 8시쯤 사랑방(휴게공간)에서 마주쳤고, 변호인단은 특검 측에 동행을 요구했으나 특검 측이 거절했다고 한다. 버티는 이유가⋯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측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오전 8시20분쯤 특검 측과 교도관들이 윤 전 대통령 측에 ‘이야기 좀 하자’고 요청했고, 윤 전 대통령은 ‘변호사를 불러준다면 가겠다’며 응했다”고 전했다. 이에 수의를 입은 윤 전 대통령이 면담을 위해 별도 건물에 있는 출정과장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특검 측이 주차돼 있던 차에 윤 전 대통령을 태우려 했다는 게 변호인단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반발로 양측은 출정과장실에서 마주앉았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특검 측이 윤 전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데려가려 하고, 이에 실패하자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있던 윤 전 대통령의 팔과 다리를 잡은 채 의자를 밀어서 데리고 가려 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과 문홍주 특검보 사이 통화가 이뤄졌다고도 전했다. 문 특검보는 “자발적으로 오실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불법에는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양측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바닥에 떨어졌다고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의자가 확 빠지며 윤 전 대통령이 땅에 철썩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허리를 의자 다리에 부딪혔고 팔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팔이 빠질 것 같다, 제발 좀 놔달라’고 해서 강제력에서 겨우 벗어났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50분쯤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했으나, 피의자의 완강한 거부로 부상 등의 우려가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전 9시40분 집행을 중단했다”고 공지했다. 강제 집행 이후에도 김건희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 측의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 관계자 고발을 예고했다. 변호인단은 “형사적으로 강요죄이며 그 자체로 가혹행위”라며 “변호인들은 수차례 걸쳐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하더라도 물리력과 강제력을 행사해서 인치하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리 검토를 마친 뒤 집행에 참여한 사람들을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 특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피의자가 수감된 상황까지 고려해서 집행한 상황”이라며 “적법하게 영장을 집행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오늘 변호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에 변호인 들어와 있어 그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만료 기한인 7일에도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지 못하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기 바밨고, 법조계에서는 조사가 성립되더라도 혐의를 부인할테니 다른 키맨 수사에 몰두해 확실한 증거를 잡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한 만료까지 강제 구인 못해 “어차피 진술거부권 행사할 듯”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것을 두고 “특검은 물러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전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속옷 저항으로 버티던 윤석열의 완강한 거부에 이어 부상 우려가 있다며 또다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최고위원은 “국민에 총칼을 겨눴던 자에게 부상 우려가 웬 말인가”라며 “윤석열은 대한민국 공권력이 그리 만만한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당장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고 특검에 출두하라”며 “국민과 법을 기만하는 자에게 한 치의 관용도 베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검찰총장을 지낸 전직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누워서 버티고, 특검의 체포영장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국민이 뭘 배우겠나”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개인의 인격 수준이나 이런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수준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7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에 소속됐던 한 변호사는 “체포영장 집행 기간이 7일까지지만, 이미 집행에는 착수한 것이고 그 이후 중지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또한 국정농단 특검 당시에도 최순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 강제 구인도 쉽지 않았지만 체포영장을 다시 받아서 결국에 강제 구인에 성공했다. 이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당시 수사 팀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김건희 특검팀이 강제구인에 성공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을) 사무실까지 끌고 올 수 있어도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과거와 같이 조서에 날인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진술을 안 하거나 거짓말을 할 거라 꼭 조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주변인 조사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형사전문 변호사도 “재판도 안 나오는 사람을 강제로 끌고 간다고 입을 열진 않을 것”이라며 “인권 측면에서 보더라도 조사받기 싫다는 사람을 수사기관에 강제로 데려간다는 것 자체가 좋은 선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2차 체포 집행이 진행되는 날에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3가지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