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친이계 '필생전략' 세 가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28 09: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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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항할까? 뱀 머리 될까? '최후의 선택'

[일요시사=정치팀] 친이계의 서러움이 극에 달했다. 최근 마무리 된 새누리당의 당직 인선에서 당 사무총장 등 핵심요직을 모두 친박계가 꿰찼기 때문이다. 이번 인선에서 철저하게 배제된 친이계는 겉으로는 '계파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내는 서러울 수밖에 없다. 격세지감이다. 친박계가 모두 장악한 새누리당에서 친이계가 반드시 살아남기 위한 필생전략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새누리당이 지난 22일 큰 틀에서의 당직 인선을 마무리 했다. 이번에 새롭게 출범한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 2기 체제는 한눈에 봐도 친박계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는 평가다. 지난 20일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홍문종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 중 매일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친박계의 핵심 중 핵심이다.

원조 친박
원조 친이

집권당의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살이와 실무적인 공천 작업을 주도하는 요직 중의 요직이다. 당초 황 대표는 사무총장 후보로 다른 의원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홍 의원이 임명됐다. 사무총장 인선은 최고위 의결사항이지만 지금까지는 당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이면 최고위원들도 못 이기는 척 손을 들어주던 것이 관례였다.
뿐만 아니다.

이번에 당 대변인으로 임명된 유일호 의원은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고,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임명된 김재원 의원 역시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과 함께해온 '원조 친박'이다. 새누리당의 1차 당직 인선이 '친박일색'이라는 논란이 일자 정치권에서는 남은 당직에는 비박계가 중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 22일 발표된 2차 인선에서도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선후보 수행단장 출신인 윤상현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했고, 제1사무부총장에는 역시 친박계인 김세연 의원이 낙점됐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의 사촌 홍소자씨(육영수 여사의 조카)의 남편인 한승수 전 국무총리의 사위이기도 하다.


겉으로 계파구분 의미 없다지만…
친박 몰아준 인선에 서운한 친이

이미 새누리당 최고위원 7명 중 6명이 친박계고, 친박계의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상황이다. 향후 남은 당직에 비박계 몇 명이 인선된다 해도 큰 의미를 갖기는 힘들다. 새누리당이 친박계에 완전히 장악된 셈이다.

이번 새누리당의 당직 인선을 지켜본 친이계 의원들은 일단 애써 담담한 모습이다. 수도권 지역 친이계 한 재선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마당에 친이계, 친박계가 무슨 소용이냐. 다 같은 새누리당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속내는 서운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에서 함께 힘을 합쳐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친이계는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지난 정부에서 친박과 친이 사이에 패인 갈등의 골을 생각해보면 친이계는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한다. 아무리 '다 같은 새누리당'이라고 외쳐도 속으로는 정치보복이나 당하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신세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친박계는 '공천 학살'로 대표되는 치욕적인 정치적 핍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가에선 공공연히 "박근혜가 집권하면 문재인보다 더 세게 친이계 보복에 나설 것"이란 추측들이 오갔다. 이제 친이계가 친박일색인 새누리당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후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과연 친이계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들은 무엇이 있을까?

친박 받아 줄까?
유리천장 우려

첫 번째는 '친박으로의 전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조 장관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친이계다. 그러나 조 장관은 지난해 총선에서 선대위 대변인을 맡아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성공적으로 보좌하며 인정을 받았다. 이후 조 장관은 대선기간 박근혜 대선후보의 대변인으로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키웠고, 결국 박 대통령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여성정치인들을 모두 제치고 여성가족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외에도 최경환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친이계 김기현 의원과 대선 기간 새누리당 대변인을 맡았으며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박선규 전 의원 등, 당초 친이계였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사례는 많다.

게다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친박일색 당 지도부와 청와대 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앞으로의 인선에서는 계파 분배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도 있다. 전향한 친이계는 언제든지 이에 대한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현 정부와 친박계에 섣불리 각을 세우기보다는 유화제스처를 보내며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친이계가 살아남는 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마당에 친이계라는 명찰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다만 문제는 아무리 친박계로 전향하려 해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에 막히는 경우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같은 친박이라도 지난 2007년 대선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과 함께 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진골'이니 '성골'이니 따지는 마당에 친이계가 아무리 친박으로 돌아선다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하물며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한때 탈박이었다는 이유로 김무성 의원을 깊이 신뢰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이처럼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사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이 친이계 출신들을 믿고 중용하겠느냐. 친이계가 중용된다고 해도 보여주기식 인선 몇 명으로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뭉치면 산다
소수정예 친이

두 번째 전략은 현 정부 및 당과 거리를 두며 친이계가 '독자세력화' 하는 것이다. 현 정부와의 거리두기는 현재 가장 많은 친이계 의원들이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박근혜정부 들어 상당수의 친이계 의원들은 '미스터 쓴소리'를 자처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용의 꼬리가 되느니 뱀의 머리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자칭 타칭으로 친이계로 분류되는 이들은 이재오, 이병석, 정의화, 심재철, 김기현, 김영우, 김재경, 이군현, 권성동, 주호영, 정병국, 김용태, 조해진, 원유철, 김성태, 정문헌, 이철우, 신성범, 김학용 의원 등이다. 이외에도 비박계로 분류되는 황영철, 남경필, 정몽준 의원 등과 중도성향의 의원 몇 명만 더 합류한다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고도 남을 정도다. 이들이 당내에서 독자세력을 형성한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신권력이 된다.

특히 친이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인 지난 18대 국회에서 실세로 군림했던 이들로 당연히 모두 재선 이상이다. 현재 상임위에서 위원장이나 간사 등을 맡고 있는 이들도 많다. 소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이명박 정부 정조준한 박 대통령
정치보복 당할까 전전긍긍 친이

반면 친박계 중 78명은 이른바 '박근혜 키드'로 불리는 초선의원들이다. 현재 친박계가 친이계보다 세력은 훨씬 크지만 막상 전면적으로 대립하게 된다면 오히려 친이계한테 친박계가 끌려 다닐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괜한 계파싸움으로 이들을 적으로 돌린다면 박 대통령과 친박계 모두에게 부담이다. 친이계가 독자세력화에 성공한다면 친박계로 전향하는 것보다 향후 정국 운영과정에서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18대 국회에서의 친박계다. 당시 친박계는 당내 소수 계파 임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항들에 대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면서 "진짜 실세는 친박계"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이계가 당내에서 독자세력화 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탈당해 신당창당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꾸준히 돌고 있다. 친이계의 탈당 시나리오는 안철수 무소속 신당과 힘을 합치는 것부터 독자적 창당, 이른바 친박 중심에서 밀려난 원박 및 중도성향 의원들과 힘을 합치는 방향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이미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권력은 누구?
친이계의 선택은?

세 번째 전략은 '당내 미래 권력에 줄을 서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오는 2016년 치러진다. 박근혜정부의 임기 말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확인했듯이 임기 말 실시되는 총선은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렵다. 오히려 지난 총선에서 친이계가 대거 탈락했던 것처럼 친박계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또 다음 총선 때에는 공천을 받는다고 해도 역대 정권 임기 말 예외없이 불어 닥쳤던 정권 심판론에 자칫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섣불리 친박계로 이동하기보단 현재의 위치에서 당내 권력의 이동을 관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의 공천권은 분명 미래권력이 쥐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친이계로서는 지금 당장 친박계와 친하게 지내며 무게중심을 이동한다 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한편 친이계가 절체절명의 선택을 해야 할 시기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이명박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과 한식세계화 사업을 국회에서 감사 청구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줄줄이 전 정부 정책에 대해 부정적 언급을 한 것도 친이계를 더욱 조급하게 하고 있다. 국정원 사건 등은 이미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같은 혹독한 시련 속에서 친이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과연 위기를 극복하고 옛 영광을 다시 누릴 수 있을까? 정치권의 이목의 집중되는 요즘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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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