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리스트 폭로 ‘후폭풍’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28 08: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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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만리 유령법인에 수조 꼬불쳤다

[일요시사=경제1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위장회사)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 가운데 일부가 발표됐다. 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는 지난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적으로 해외에 자금을 은닉하고 운용한 국내 인사 명단을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 약 한 달간 한국인 명단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경영인총연합회 회장을 지낸 이수영 OCI 회장,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그의 장남 조현강.”

재산은닉·탈세?

이들은 <뉴스타파>가 1차적으로 공개한 조세피난처에 몰래 계좌를 만들어놓고 있던 재벌 인사들이다. 전 경총 회장인 이수영 OCI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장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하던 지난 2008년 4월에 버진아일랜드에 ‘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OCI는 당시 태양광전지사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사세가 확대돼 2007년 5월 10만원대이던 주가가 1년 뒤인 2008년 5월에는 4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전후해 주가가 폭등한 것이다. 이 무렵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2009년 10월 검찰 수사를 받고 장남인 이우현 OCI 부사장, 차남 이우정 넥솔론 대표 등이 실형을 받은 바 있다.

버진아일랜드 계좌 만든
한국인 245명 명단 공개


OCI는 이에 대해 공식자료를 내고 “이 회장이 2006년~2008년까지 미국 자회사인 OCI 엔터프라이즈의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받은 100만달러 정도를 자산운용사를 통해 개인 계좌(페이퍼컴퍼니)를 개설했으나 2010년에 그 계좌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미국 내 계좌에 동일 금액이 예치돼 있다”며 “이와 관련해 누락된 신고와 납세 사항이 있으면 즉시 완결하겠다”고 말했다.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현 고문)의 부인 이영학씨도 2007년 6월,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조 전 부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자 고 조중훈 회장의 동생이다. 주당 1달러에 자본금 5만 달러 규모로 회사 인가를 받았지만 실제 납입한 자본금은 1달러, 발행 주식은 1주 뿐이었다.

특히 조 전 부회장 부부는 유령법인 설립과 함께 해외부동산 매매 의혹도 제기됐다. 조 전 부회장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기 두달 전쯤인 2007년 4월 하와이의 카피올라니에 당시 195만달러에 이르는 고급 콘도를 매입했다.

<뉴스타파>는 콘도가 위치한 지역 이름과 페이퍼컴퍼니의 이름이 ‘카피올라니’로 같은 점, 4년 후인 2011년 5월 조 전 부회장 단독소유로 변경된 콘도가 같은날 ‘C.K.Cho’라는 이름의 신탁회사에 넘어간 점을 들어 “상속세,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세금회피 수법”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수영]2008년 페이퍼컴퍼니 설립 전후 주가 폭등
[조중건]하와이 고급콘도 사고 1달러짜리 회사 세워
[조욱래]장남 경영권 승계 직전에 유령 법인 설립

조 전 부회장 부부는 또 하와이의 다른 아파트 몇 채를 사고파는 등 해외 부동산 거래를 빈번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거래의 목적이 의심 받고 있다.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은 장남 조현강씨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기 직전인 2007년 3월 버진아일랜드에 ‘퀵 프로그레스 투자’(Quick Progress Investment Ltd)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부자가 공동 주주였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하와이 해변가에 위치한 210만달러의 고급 저택을 샀다. 조 회장은 그해 말 DSDL의 지분을 자신의 자녀 3명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DSIV에 지분 93%를 넘겼다. 경영권이 완전히 넘어가는 과정에서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수십억원대 고급 아파트를 산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스타파>는 “(1차로 공개된)이들 이외에 주소 등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한 것도 20여명”이라며 “이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벌그룹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명단에 오른 한국인은 모두 245명. 페이퍼컴퍼니에 싱가포르 등 외국 거주자로 주소를 기입한 86명과 국내 주소로 기입한 한국인 159명이 조세피난처에 법인 또는 계좌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빙산의 일각”

대부분 유령법인은 1995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0년대 중반, 금융위기를 전후한 2007∼2008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 내부 자료에 담긴 13만여명의 고객 명단과 12만2000여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정보 분석을 통해 추려낸 것이다. 매주 1∼2회 순차적으로 한국 기업인 명단이 공개될 예정이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단 공개한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재산은닉 한국인 명단을 공개한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1년 11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내 제작단으로 출발한 인터넷 독립 언론사다. 초기 이근행 MBC PD와 노종면 전 YTN 기자, 변상욱 CBS 대기자, 박중석 KBS 기자 등 공중파 방송과 라디오에서 활동한 전·현직 저널리스트들이 주축이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월 인터넷으로 첫 방송된 ‘10·26 재보궐선거 투표소 변경의혹’ 기사로 세간에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제주 해군기지 관련 강정마을 특집방송과 4대강, 국정원 대선 개입 등의 굵직굵직한 주제들을 방송으로 다뤘다. 기존 공중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과 기존 기업들의 보도자료를 배제한 탐사보도로 사회적 이슈를 이끌어내다 최근 현 대한민국의 뇌관인 조세피난처 불법자금 도피자들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올 1월 기준 <뉴스타파>의 유투브 누적 시청건수는 738만8255건에 달하며 1회 평균 19만4427명이 시청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정 독자만 2만3514명이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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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