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사고친’ 윤창중, 누구냐 넌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22 17: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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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 없는 외톨이 ‘사방이 적’

[일요시사=경제1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그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간 정가 안팎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치며 악명을 떨쳐왔다. 자신과 반하는 세력에겐 거침없이 막말을 쏟아내는 버릇이 있을뿐더러 상대와는 전혀 소통하지 않는 불통 문제를 노출하곤 했다. 그는 결국 새 정부 출범 후 73일만에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려 퇴장 당하면서 청와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이라는 비유는 포괄적이지 못하다. 대통령의 말을 단순히 옮기는 입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이기 때문이다.”

언론인→정치인
“변신의 귀재”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2006년 <문화일보> 논설위원 재직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란 칼럼에서 쓴 글이다.

윤 전 대변인은 과거 세 차례에 걸쳐 언론에서 정치권으로 오갔다. 충남 논산 출신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1981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코리아타임스> 정치부기자로 언론계에 첫 받을 내디뎠다. 이후 KBS 국제부 기자를 거쳐 <세계일보> 정치부에 있던 그는 1992년 노태우 정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노태우 정권’이 끝난 후 다시 <세계일보> 정치부로 복귀해 정치부장까지 지낸 뒤,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보좌역으로 다시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한나라당 대선 패배 이후 일본 연수를 갔던 그는 1999년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언론계로 돌아왔다.


반복적으로 언론계와 정치권을 들락거린 경력 탓에 ‘폴리널리스트’라는 꼬리표가 항상 그를 따라다녔다. 폴리널리스트는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언론인을 뜻하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의 합성어로, 편향된 정치관에 젖어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언론인을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노태우 정부서 청 행정관…이회창 보좌역 맡아
정권 바뀌면 언론계 복귀…권력 따라 ‘이삿짐’

2011년 말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윤창중 칼럼세상’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정치 분야의 칼럼을 썼다. 주로 야권에 대한 극단적,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보수 논객’으로 활동했다.

칼럼 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에서도 야권을 향해 폭언을 퍼부으며 무차별적으로 ‘종북’딱지를 붙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가 쏟아낸 ‘막말’은 극에 달했다.

당시 여권에서 진영을 옮겨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정운찬 전 총리와 윤여준 전 장관,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에 대해, 윤 대변인은 “정치적 창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치적 창녀?
‘막말’대명사

그는 18대 대선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한 보수언론에 게재한 ‘문재인의 나라? 정치적 창녀가 활개치는 나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박근혜의 일급 정치참모였던 윤여준, 박근혜가 당 대표할 때 원내대표 지냈던 김덕룡, 상도동 YS의 차남으로 YS 덕에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자리까지 지냈던 김현철…(중략)…수많은 ‘정치적 창녀’들이 나요, 나요 정치적 지분을 요구할 게 뻔하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문 후보가 당선되면) 김정은이 보낸 축하 사절단이 대통령 취임식장에 앉아 ‘종북시대’의 거대한 서막을 전 세계에 고지하게 될 것”, “종북세력의 창궐 시대가 도래 할 것”, “굽실굽실 대서라도 정권 잡아야 하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현 무소속 의원)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해 8월 자신이 고정출연하는 한 종편 시사프로그램에서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을 보면 한마디로 젖비린내 난다. 입에서 어린아이, 젖냄새가 풀풀 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에서 사퇴한 직후에는 ‘더러운 안철수!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는 긴급기고문에서 “백방으로 머리 굴리고 굴려도 문재인을 꺾을 수 없게 되니 돌연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후보 사퇴하는 안철수! ‘순교자’ 연출하는 안철수!”라며 “뭐? 문재인이 단일후보다? 정말 인간의 위선과 가증스러움에 구역질을 참을 수 없다. 더러운 술책에!”라고 썼다.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에 쓴 <문화일보> 칼럼에선 “(박원순이 시장 되면) 종북세력들이 점령군 완장 차고 몰려가 서울시청 요직은 물론 17개 산하단체 모두 꿰찰 겁니다.

법정에서만 김정일 장군 만세 외치는 게 아니라 종북 시위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김정일 장군님 만세! 함성을 터뜨리고야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동의 근혜님~’
연일 ‘박근혜 찬가’

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뭉클뭉클 넘쳐 나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칭송했다. 지난해 <월간조선> 1월호에 쓴 ‘대통령 박근혜를 말한다’라는 글에서는 “(박 대통령은) 단언하건대 권력의 심장인 청와대에 들어가면 국민들에게 ‘박정희+육영수의 합성사진’을 연상시키고도 남을 만큼 대쪽 같은 원칙과 책임의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그가 지난해 말 대선 직후 청와대 수석 대변인으로 임명되자마자 박 대통령이 주장해 온 ‘국민대통합’과 거리가 먼 인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후 5일만에 윤 전 대변인을 당선인 수석대변인으로 ‘깜짝 임명’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윤 전 대변인 임명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자신이 썼던 글들에 대한 ‘집중 포화’가 이어지자 윤 전 대변인은 블로그를 폐쇄하기도 했다. 또 막말 논란을 일단락 짓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쓴 글과 방송에 의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많은 분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이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트위터를 통해 “윤창중... 깃털 같은 권력 나부랑이 잡았다고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는데...정치창녀? ‘창녀보다도 못난 놈’...”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확대되기도 했다.

‘보수논객’야당에 원색적 비난 쏟기로 유명
새정부 출범 73일만에 ‘성스캔들’로 경질

수석대변인에 이어 인수위 대변인을 지내면서도 그를 둘러싼 구설수는 끊이지 않았다. 공식 브리핑 외에 인수위와 관련된 내용을 전혀 전하지 않는 등 ‘불통 인수위’의 상징적인 인사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는 주요 인선을 발표할 때 밀봉된 봉투를 뜯어 인선 내용 문서를 꺼내는 장면을 연출해 ‘밀봉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대언론 창구를 본인으로만 한정, 자신이 정치부 기자였던 점을 강조하며 인수위 기자들에게 취재를 제한하려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인수위 업무와의 연속성 등을 들어 윤 대변인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후 윤 전 대변인은 브리핑에 심혈을 기울이며 큰 논란을 잠재웠지만 김행 대변인과의 갈등성 등 내부 잡음은 끊이지 않고 새나왔다. 이런 와중에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미국 방문길에 함께 올랐다.

역사상 ‘초유’
외교 성스캔들

박 대통령 방미를 수행하던 윤 전 대변인은 지난 8일 술을 마신 뒤 한국문화원 인턴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현지 경찰은 주미대사관에 윤 대변인에 대한 신병 확보를 요청했다고 알려졌으나, 그는 당일 낮 숙소에 있던 짐도 챙기지 못한 채 서둘러 귀국했다.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추문 이야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청와대는 24시간이 지난 뒤에야 LA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윤 대변인의 경질을 발표했다. 윤 전 대변인은 귀국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경질은 새 정부 출범 후 73일 만이다. 청와대 대변인을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라고 표현하던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라는 수식어가 붙은 ‘외교 성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어 청와대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윤창중은?

▲충남 논산 출생 ▲경동고·고려대 화학과·고려대 정책대학원 정치학과·중앙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 수료 ▲한국일보 ▲코리아타임즈 정치부 기자 ▲KBS 보도본부 국제부 기자 ▲세계일보 정치부 차장·부장 ▲문화일보 논설위원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통일연구원 고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자문위원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 후임은?
‘썼던 사람’다시 쓰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문 의혹’으로 전격 경질된 가운데 후임 대변인에 누구를 임명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그동안 김행 대변인과 함께 공동 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청와대 안에서 아직 ‘투톱’ 대변인 체제를 유지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언론접촉 빈도가 높은 정권 초반임을 감안할 때 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피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검증된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MB 정부에서 공동 대변인을 맡은 바 있던 박선규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안형환 전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최형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이다. 

박 전 차관은 KBS 기자 출신으로 언론 경험이 풍부하고 공동 대변인 체제에도 익숙한 인물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당선인 공동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전북 익산 출신으로 남강고와 고려대 교육학과를 나왔으며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지냈다. 

안 전 대변인 역시 KBS 기자 출신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전남 무안 출신으로 영흥중학교,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인 케네디스쿨을 졸업했다. 

최 비서관은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시절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으로 일했다. 경남 고성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문화일보에 입사해 외교부 출입기자, 워싱턴 특파원과 논설위원, AM7 편집장 등을 지냈다.

최 비서관은 기자 시절 외교통으로 통했으며 부드럽고 신사적인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2월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으로 임명 돼 활동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춰 청와대로 입성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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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