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사고친’ 윤창중, 누구냐 넌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22 17: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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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 없는 외톨이 ‘사방이 적’

[일요시사=경제1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그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간 정가 안팎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치며 악명을 떨쳐왔다. 자신과 반하는 세력에겐 거침없이 막말을 쏟아내는 버릇이 있을뿐더러 상대와는 전혀 소통하지 않는 불통 문제를 노출하곤 했다. 그는 결국 새 정부 출범 후 73일만에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려 퇴장 당하면서 청와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이라는 비유는 포괄적이지 못하다. 대통령의 말을 단순히 옮기는 입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이기 때문이다.”

언론인→정치인
“변신의 귀재”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2006년 <문화일보> 논설위원 재직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란 칼럼에서 쓴 글이다.

윤 전 대변인은 과거 세 차례에 걸쳐 언론에서 정치권으로 오갔다. 충남 논산 출신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1981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코리아타임스> 정치부기자로 언론계에 첫 받을 내디뎠다. 이후 KBS 국제부 기자를 거쳐 <세계일보> 정치부에 있던 그는 1992년 노태우 정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노태우 정권’이 끝난 후 다시 <세계일보> 정치부로 복귀해 정치부장까지 지낸 뒤,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보좌역으로 다시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한나라당 대선 패배 이후 일본 연수를 갔던 그는 1999년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언론계로 돌아왔다.


반복적으로 언론계와 정치권을 들락거린 경력 탓에 ‘폴리널리스트’라는 꼬리표가 항상 그를 따라다녔다. 폴리널리스트는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언론인을 뜻하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의 합성어로, 편향된 정치관에 젖어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언론인을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노태우 정부서 청 행정관…이회창 보좌역 맡아
정권 바뀌면 언론계 복귀…권력 따라 ‘이삿짐’

2011년 말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윤창중 칼럼세상’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정치 분야의 칼럼을 썼다. 주로 야권에 대한 극단적,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보수 논객’으로 활동했다.

칼럼 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에서도 야권을 향해 폭언을 퍼부으며 무차별적으로 ‘종북’딱지를 붙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가 쏟아낸 ‘막말’은 극에 달했다.

당시 여권에서 진영을 옮겨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정운찬 전 총리와 윤여준 전 장관,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에 대해, 윤 대변인은 “정치적 창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치적 창녀?
‘막말’대명사

그는 18대 대선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한 보수언론에 게재한 ‘문재인의 나라? 정치적 창녀가 활개치는 나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박근혜의 일급 정치참모였던 윤여준, 박근혜가 당 대표할 때 원내대표 지냈던 김덕룡, 상도동 YS의 차남으로 YS 덕에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자리까지 지냈던 김현철…(중략)…수많은 ‘정치적 창녀’들이 나요, 나요 정치적 지분을 요구할 게 뻔하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문 후보가 당선되면) 김정은이 보낸 축하 사절단이 대통령 취임식장에 앉아 ‘종북시대’의 거대한 서막을 전 세계에 고지하게 될 것”, “종북세력의 창궐 시대가 도래 할 것”, “굽실굽실 대서라도 정권 잡아야 하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현 무소속 의원)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해 8월 자신이 고정출연하는 한 종편 시사프로그램에서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을 보면 한마디로 젖비린내 난다. 입에서 어린아이, 젖냄새가 풀풀 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에서 사퇴한 직후에는 ‘더러운 안철수!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는 긴급기고문에서 “백방으로 머리 굴리고 굴려도 문재인을 꺾을 수 없게 되니 돌연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후보 사퇴하는 안철수! ‘순교자’ 연출하는 안철수!”라며 “뭐? 문재인이 단일후보다? 정말 인간의 위선과 가증스러움에 구역질을 참을 수 없다. 더러운 술책에!”라고 썼다.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에 쓴 <문화일보> 칼럼에선 “(박원순이 시장 되면) 종북세력들이 점령군 완장 차고 몰려가 서울시청 요직은 물론 17개 산하단체 모두 꿰찰 겁니다.

법정에서만 김정일 장군 만세 외치는 게 아니라 종북 시위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김정일 장군님 만세! 함성을 터뜨리고야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동의 근혜님~’
연일 ‘박근혜 찬가’

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뭉클뭉클 넘쳐 나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칭송했다. 지난해 <월간조선> 1월호에 쓴 ‘대통령 박근혜를 말한다’라는 글에서는 “(박 대통령은) 단언하건대 권력의 심장인 청와대에 들어가면 국민들에게 ‘박정희+육영수의 합성사진’을 연상시키고도 남을 만큼 대쪽 같은 원칙과 책임의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그가 지난해 말 대선 직후 청와대 수석 대변인으로 임명되자마자 박 대통령이 주장해 온 ‘국민대통합’과 거리가 먼 인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후 5일만에 윤 전 대변인을 당선인 수석대변인으로 ‘깜짝 임명’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윤 전 대변인 임명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자신이 썼던 글들에 대한 ‘집중 포화’가 이어지자 윤 전 대변인은 블로그를 폐쇄하기도 했다. 또 막말 논란을 일단락 짓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쓴 글과 방송에 의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많은 분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이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트위터를 통해 “윤창중... 깃털 같은 권력 나부랑이 잡았다고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는데...정치창녀? ‘창녀보다도 못난 놈’...”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확대되기도 했다.

‘보수논객’야당에 원색적 비난 쏟기로 유명
새정부 출범 73일만에 ‘성스캔들’로 경질

수석대변인에 이어 인수위 대변인을 지내면서도 그를 둘러싼 구설수는 끊이지 않았다. 공식 브리핑 외에 인수위와 관련된 내용을 전혀 전하지 않는 등 ‘불통 인수위’의 상징적인 인사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는 주요 인선을 발표할 때 밀봉된 봉투를 뜯어 인선 내용 문서를 꺼내는 장면을 연출해 ‘밀봉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대언론 창구를 본인으로만 한정, 자신이 정치부 기자였던 점을 강조하며 인수위 기자들에게 취재를 제한하려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인수위 업무와의 연속성 등을 들어 윤 대변인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후 윤 전 대변인은 브리핑에 심혈을 기울이며 큰 논란을 잠재웠지만 김행 대변인과의 갈등성 등 내부 잡음은 끊이지 않고 새나왔다. 이런 와중에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미국 방문길에 함께 올랐다.

역사상 ‘초유’
외교 성스캔들

박 대통령 방미를 수행하던 윤 전 대변인은 지난 8일 술을 마신 뒤 한국문화원 인턴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현지 경찰은 주미대사관에 윤 대변인에 대한 신병 확보를 요청했다고 알려졌으나, 그는 당일 낮 숙소에 있던 짐도 챙기지 못한 채 서둘러 귀국했다.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추문 이야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청와대는 24시간이 지난 뒤에야 LA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윤 대변인의 경질을 발표했다. 윤 전 대변인은 귀국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경질은 새 정부 출범 후 73일 만이다. 청와대 대변인을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라고 표현하던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라는 수식어가 붙은 ‘외교 성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어 청와대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윤창중은?

▲충남 논산 출생 ▲경동고·고려대 화학과·고려대 정책대학원 정치학과·중앙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 수료 ▲한국일보 ▲코리아타임즈 정치부 기자 ▲KBS 보도본부 국제부 기자 ▲세계일보 정치부 차장·부장 ▲문화일보 논설위원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통일연구원 고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자문위원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 후임은?
‘썼던 사람’다시 쓰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문 의혹’으로 전격 경질된 가운데 후임 대변인에 누구를 임명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그동안 김행 대변인과 함께 공동 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청와대 안에서 아직 ‘투톱’ 대변인 체제를 유지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언론접촉 빈도가 높은 정권 초반임을 감안할 때 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피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검증된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MB 정부에서 공동 대변인을 맡은 바 있던 박선규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안형환 전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최형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이다. 

박 전 차관은 KBS 기자 출신으로 언론 경험이 풍부하고 공동 대변인 체제에도 익숙한 인물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당선인 공동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전북 익산 출신으로 남강고와 고려대 교육학과를 나왔으며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지냈다. 

안 전 대변인 역시 KBS 기자 출신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전남 무안 출신으로 영흥중학교,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인 케네디스쿨을 졸업했다. 

최 비서관은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시절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으로 일했다. 경남 고성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문화일보에 입사해 외교부 출입기자, 워싱턴 특파원과 논설위원, AM7 편집장 등을 지냈다.

최 비서관은 기자 시절 외교통으로 통했으며 부드럽고 신사적인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2월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으로 임명 돼 활동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춰 청와대로 입성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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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