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선출 여야 원내대표 '궁합' 엿보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20 1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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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강성 "벼랑 끝 대결은 운명?"

[일요시사=정치팀] 공교롭게도 여야의 새 원내사령탑이 같은 날 동시에 선출됐다. 현재 여야 원내대표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다가오는 6월 임시국회에는 경제민주화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각종 법안이 산적해 있고, 하반기에는 박근혜정부의 집권 1년차 첫 국정감사가 실시된다. 교체된 여야 새 원내사령탑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여야 새 원내대표들의 궁합은 어떨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3선·경북 경산청도)과 전병헌 민주당 의원(3선·서울 동작갑)이 지난 15일 동시에 열린 여야 원내대표 선거에서 각각 승리했다. 두 사람은 당초 대세론을 형성하며 손쉬운 당선이 예상됐지만 선거과정은 의외로 치열했다.

강한 여당 최경환

새누리당의 최 원내대표는 상대후보였던 이주영 의원을 불과 8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당초 최 원내대표가 무난하게 압승할 것이란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가 이날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겉으로는 다들 '최경환'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당내에는 당청관계가 청와대로 기울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많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 원내대표는 '원조 친박'으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후보의 비서실장에 임명됐으나, 친박 총퇴진론이 불거지자 자진사퇴하며 충정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의 전 원내대표는 우윤근 의원과 결선투표까지 가는 혈전 끝에 역전승했다. 1차 투표에서는 우 의원이 1위를 차지했지만 결선투표에서 3위를 차지했던 김동철 의원의 표가 대거 전 원내대표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결선투표에서 전 원내대표는 68표, 우 의원은 56표를 얻었다.


전 원내대표는 당초 친(親)정세균계로서 범주류로 분류되지만 지난 5·4전당대회에서 김한길 대표를 지원하면서 비주류와 가까워졌다. 전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친노진영과 함께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둔 인사들이 모두 물러서고 계파색채가 옅은 수도권 의원들이 당 전면에 나서게 됐다.

일단 여야는 상대편의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축하하면서도 내심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여야 모두 피하고 싶던 상대가 원내사령탑을 장악한 까닭이다.

우선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최 원내대표 선출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최 원내대표가 상대적으로 대야관계보다는 당정청관계를 중시할 거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경선과정에서 최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맡았던 '원조 친박' 최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이 되면서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더욱 끌려 다니게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게다가 최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자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임시국회 때 여당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약했고 법사위에서 관련 법안들이 대거 발목 잡혔는데 이 과정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원내대표와 같은 성향으로 분류되는 최경환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상황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협력과 소통을 내세우면서도 "무작정 발목잡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이 또한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친박 실세' 최경환 VS 당료 출신 '정책통' 전병헌
치열한 정국 주도권 다툼 예고 '최후승자는 누구?'

새누리당에서도 민주당의 전 원내대표 선출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원내대표 후보들 가운데 중도온건파인 우윤근 후보의 당선을 내심 기대했었다. 반대로 전 원내대표의 경우는 후보군들 가운데 가장 강경한 성향을 보여 꺼리는 상대였다. 실제로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과정에서 "싸울 때는 단호하게 협상할 때는 치열하게 할 것"이라며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당선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전 원내대표는 "야당의 존재이유는 여당과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집권여당으로서 박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지원사격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 원내대표의 선출과 향후 민주당의 거센 반발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강 대 강' 성향의 원내대표들이 입성한 만큼 향후 여의도 정치는 더욱 치열한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정치 일정상으로도 6월 임시국회와 정기국회, 박근혜정부에서의 첫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는데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까지 양당이 강 대 강으로 맞붙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권에선 향후 정치일정에서 누가 먼저 이슈를 선점하고 힘 있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정국 주도권이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당은 두 신임 원내대표 모두 정책과 정무에 밝은 베테랑들인 만큼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비록 임기는 1년에 불과하지만 여야 원내대표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독자세력화 추진의사를 밝힌 만큼 야권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초반부터 대여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각 당 원내대표들의 과제는 뚜렷하다. 새누리당 최 원내대표의 경우는 당의 구심적 역할을 하면서 강한 정책드라이브를 걸어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에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민심 수습과 향후 보완책 마련 등 난제가 쌓여 있다.

당내 화합과 관련해서는 윤창중 사태와 정부 출범 초 고위공직자들의 연이은 낙마 사태 등을 보면서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 시작한 의원들을 보듬는 것도 최 원내대표의 중요한 숙제다.

선명 야당 전병헌

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제1야당임에도 무기력증에 빠진 민주당의 존재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6월 임시국회에서 성과를 보여야만 한다. 이와 함께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파문과 청와대 인사 문제 등에서는 정부와 각을 세우는 동시에 경제민주화 입법화에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또 민주당이 대선패배 이후 몰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인 당내 해묵은 계파정치 구도를 타파하는 것도 전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례적인 여야 원내대표의 동시선출로 정치권의 권력지형이 크게 변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각각 주어진 과제들을 잘 수행해낼 수 있을까? 여야 원내대표들이 앞으로 보여줄 '지도력'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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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