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미녀 큐레이터' 박혜림

갤러리의 꽃…"얼굴로 먹고 산다고요?"

[일요시사=사회팀] 미술품 시장이 불황을 맞았다고는 하지만 갤러리에는 여전히 사람이 넘친다. 갤러리의 꽃인 '큐레이터'도 마찬가지. 유학파 일색인 큐레이터 업계에서 국내파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알리고 있는 신진 큐레이터가 있다. 바로 박혜림씨. 크림처럼 달달하면서도 때론 맥주처럼 시원한 구석이 있는 매력적인 큐레이터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759개 직업 중 큐레이터의 직업 만족도는 6위다. 이는 전체 7위를 기록한 대학교수보다 높은 순위며, 예술 계통 직업군 가운데서는 두 번째다.

지난 1999년 서울 인사동에 개관한 '갤러리룩스'는 10여년 동안 '사진전문갤러리'로서의 입지를 차곡차곡 다져왔다. 큐레이터 4년차를 맞고 있는 박혜림씨도 마찬가지. 갤러리룩스 큐레이터로서 박씨는 큰 자부심과 함께 자신의 목표를 하나 둘 이뤄가고 있었다.

남들이 모두 선망하는 직업

"성격이 그래서인지 힘든 걸 잘 모르겠더라고요. 관장님이 휴가도 많이 주시고(웃음). 누가 보면 내숭이라고 하지만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재밌어요. 아직 업계 선배에게 배워야 할 부분도 많고 다뤄보고 싶은 전시도 많은데 사실 직업의 어려움보다는 배움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 것 같아요."

홍익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는 우연한 계기로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됐다. 일찍이 그를 눈여겨보고 있던 심혜인 관장이 박씨의 전공 교수를 통해 큐레이터직을 제안한 것. 박씨는 사진을 찍는 일보다 전시를 기획하는 일에 더 큰 흥미를 느끼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자분들 중에서 미술이나 사진을 전공하신 분들이 많은데 전업 작가가 아니라면 큐레이터에 대한 직업적 선호가 높은 게 사실이죠. 어떤 분은 큐레이터를 방송국의 PD로 비유하시기도 하던데…. 일단 큐레이터는 전시회 주제를 선정하는 일부터 작가 섭외, 작품 배송 등 실무적인 일을 많이 해요."

"작가를 대신해서 컬렉터에게 작품을 판매하는 일도 하구요. 일이 적은 편이 아니라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서는 5∼6명의 큐레이터가 한꺼번에 작업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희 갤러리는 큰 규모가 아니라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는 편이죠(웃음)."

큐레이터는 그 수요에 비해 지원하는 인원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유학파나 석·박사 출신의 고학력자가 많다. 하지만 그에 비해 급여 수준은 낮은 편이다.

"직업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힘들 걸 알고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하얀 벽에 걸린 미술 작품을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상상만을 하죠."

"때에 따라서는 벽에 작품도 걸어야 하고, 남자들처럼 힘쓰는 일도 해야 하고 그러거든요. 정말 유명한 큐레이터라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화려하지만은 않아요. 전 그래도 털털해서 그런지 오히려 그런 과정이 재밌어요."

갤러리룩스 관장이 직접 픽업…벌써 4년차
작가-관객 가교 역할 "아직 배울게 많다"

큐레이터는 이직률이 꽤 높은 직업에 속한다. 큐레이터를 시작했다가도 막상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그만 두는 일이 다반사. 박씨는 지난 4년 동안 미술계를 떠난 동료 큐레이터를 많이 봤다.


"사실 큐레이터를 시작하기 전 포털사이트에서 잠시 회사 생활을 했었어요. 그런데 저랑은 잘 맞지 않더라고요. 매일 반복되는 업무가 많았고…. 그에 비해 큐레이터는 프로젝트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 좋았어요. 다만 생활 리듬이 조금 불안정한 건 있죠. 전시회가 잡히면 며칠 밤을 새야하는 경우가 있고."

그는 큐레이터로서 작가와 관객 나아가 컬렉터를 연결시키는 가교 역할을 한다. "상이한 이들의 '취향'을 파악해 적절히 연결시키는 것도 큐레이터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박씨는 말한다.

"전체적으로 미술 시장이 어렵지만 작가들의 자존심까지 건드려서는 안 되죠. 또 컬렉터 입장에서는 작품을 꾸준히 구매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요. 그런 면에서 거래가 이뤄질 때 겪는 스트레스가 있긴 해요. 하지만 좋은 작가의 작품이 팔릴 때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고 그런답니다."

밤새우기 일쑤

큐레이터도 결국은 사람을 만나는 일. 그러나 박씨는 큐레이터를 하는데 "외모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외모보다는 작가를 잘 이해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큐레이터가 할 수 있는 일은 작가를 발굴하는 것과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소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언젠가는 해외에 나가 유능한 국내 작가를 알리는 일에 모든 힘을 쏟고 싶어요."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박혜림 큐레이터는?]

박혜림씨는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2010년부터 인사동의 사진전문갤러리인 '갤러리룩스'에서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갤러리룩스의 연례기획전인 Flux전 <SPACE.SCAPE>와 <In steps>, <Draw-in> 및 GERHARD GROSS <Appreciating the detail. 4 stories.>, 이주은 <Monologue S#>, 이길렬 <경사-35도> 등 30여회 이상의 국내 전시를 기획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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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